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下

Yuri2013.07.16
조회2,609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下

 

 

 

 

http://pann.nate.com/talk/318740146 <- 上편부터 보세요.

 

 

 

 

 

 

 

“뭔 소리야! 당신이 저 만화 속, 캐릭터라고?”

“그래요.”

 

잠시 멍해있던 정곤은 여자의 섹시한 향취가 방안 전체에 가득해질 때 즈음 정신을 차렸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려졌다. 먼저 자기가 그리던 캐릭터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른 페이지로 넘어갔는지, 하얀 백지가 있을 뿐이었다.

 

‘꿈일까? 생시일까? 내가 헛것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내가 아는 동생을 시켜서 날 놀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저 여자는...’

 

정곤이 구상했던 캐릭터와 앞에 있는 여자의 모습은 과히 ‘실사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했다. 옷차림새나 화장도 정곤의 손을 거친 수경의 기본 캐릭터 일러스트 중 하나와 거의 일치했다. 어쨌거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곤이었다.

그때 여자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옷을 제대로 입은 것이 그거 밖에는 없어서요. 왜 그렇게 벗겨놨어요?”

 

정곤은 둔기에 맞은 듯 숨을 멈추었다.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여자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

“당신이 제 모습을 그리면서 ‘영주’라는 여자를 떠올리는 것이 싫어요.”

“영주...”

 

작업을 시작하면서는 핸드폰도 아예 꺼놓고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으며 두문불출했던 정곤이었다. 영주를 떠올리면서 수경의 캐릭터를 구상했던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본인, 내 자신, 바로 나... 정곤밖에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 캐릭터에 ‘수경’이라는 이름을 부여해 준 것도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았고, 현재 가장 의심스런 아내에게도 ‘영주’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 적은 지금까지 결단코 없었던 것이다. 정곤은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가만, 잠시만, 생각 좀요.”

“제 부탁은 그거 하나예요. 저를 그리시면서 영주라는 여자를 떠올리지 말아 달라는 것”

“이건 현실이 아니야. 꿈일 거야. 그렇죠?”

“약속해 주세요! 영주란 여자를 생각하지 않겠다고!”

 

정곤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좋아. 좋아. 그렇게 할게요. 그럼 이제 당신이 만화 주인공이니 뭐니 하는 농담은 그만하고, 진짜 정체를 알려주시죠. 설마 내 와이프가 보냈건 아니죠?”

 

하지만 본인을 수경이라고 소개한 그 여자는 대답 없이 정곤에게 살짝 미소를 짓더니만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모래시계 속의 모래가 밑바닥으로 쏟아져 채워지는 것처럼, 앞에 있던 여자가 모니터 안으로 손을 뻗치더니 그 안으로 그렇게 스며들어갔다. 그러자 좀 전까지 백지상태였던 컴퓨터 화면에도 캐릭터의 모습이 채워졌다.

 

“뭐, 뭐야?”

 

 

정곤이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 우당탕!!

뭔가 요란하게 떨어지는 소리에 정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고개를 박고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옆에 놔뒀던 주전자가 바닥에 떨어져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꿈이었군.”

 

정곤은 주전자와 뚜껑을 집어 제자리에 올려놓으면서 습관적으로 목덜미를 만져 보았다. 식은땀이 흥건했다. 몸도 끈적거렸다.

 

“이상한 꿈도 꾸고... 샤워나 해야겠다.”

 

정곤은 모니터 안의 그림을 하드와 휴대기기에 동시에 저장하고 일어나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음악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아직 음악을 듣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대는 한 송이 꽃과 같아라.

귀엽고 아름답고 깨끗하네.

그대를 보고 있으면,

내 가슴에 애수(哀愁)가 흐른다오.

그대의 머리에 내 손을 얹고

그대 영원히 지킬 수 있도록

간절히 신(神)께 기도하리.

언제나 귀엽고 아름다울 수 있게...

 

 

‘뭐야? 이건 슈만의 ‘그대는 한 송이 꽃’이란 곡이잖아? 저 여자가 갑자기 자기답지 못한 음악을 듣고 있네. 웬일이지?’

 

정곤이 평소 그림을 그리다가 머리를 식힐 때 즐겨듣던 곡이었다.

소파에 앉아 리듬을 타며 음악을 듣고 있는 아내의 뒷머리가 보였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정곤이 신혼 때 가끔 분위기를 잡으려고 비싼 클래식 음악회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꾸벅꾸벅 졸다가 음악회가 끝날 때쯤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던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니 서로 그런 사소한 취향까지도 맞지 않은 사이였다.

 

“당신 웬일이야? 알아듣지도 못하는 시끄러운 힙합이나 더 듣지!”

 

정곤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소파에 앉아있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자는 아내 미라가 아니었다. 좀 전 꿈속에서 봤던 바로 그 여자였다.

 

“당신은!”

“너무 달콤하게 주무시는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어요. 기억 못하시겠어요? 저 수경이..”

“어떻게?”

“후훗, 이번엔 꿈이 아니에요. 현실이에요.”

“현실?”

“전 앞으로 여기서 당신과 함께 지낼 거예요. 저 음악소리 들리죠?”

“미르텐 24곡...”

“역시 잘 아시네요. 슈만이 연인 클라라에게 결혼 전 날 바친 곡 중에 하나. 오늘 같은 날, 어울리는 곡이에요.”

“오늘?”

 

그렇게 말한 수경은 정곤에게 다가오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정곤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전 당신과 함께할 거니까요.”

 

남자의 모든 신경을 자극하는 미칠 것 같은 달콤한 향기가 정곤을 혼미불성하게 했다. 여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정곤의 쇄골을 훔치고 내려갔다.

 

“드디어... 당신의 피부를 만질 수가 있군요. 저는 이 날을 꿈꿔왔어요. 나를 창조한 사람과 직접 만나는 바로 이 날을...”

“창조한 사람...”

“그래요, 당신이 날 창조했잖아요. 나에겐 당신이 신(神)이에요. 내 모든 것!”

 

그녀의 손가락 놀림은 정곤이 그녀를 태블릿에 공들여 그렸을 때처럼 그렇게 정곤의 신체를 이리저리 자극했다. 여자의 손이 다른 곳을 탐하자 정곤은 숨이 벅차올랐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가 품에 있으니 참기 힘들었다.

 

“당신과 저의 음악이 흐르잖아요. 저 가사처럼 내 모든 것은 당신의 꽃이에요. 향기를 맡아도 되고, 물을 주어도 되고, 꺾어도 돼요.”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버린 정곤은 이미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정곤의 귓가에 입술을 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아내 미라는 물론이고, 그토록 정곤을 힘들게 했던 첫사랑 영주까지 순식간에 망각 속에 파묻게 만들었다. 밀고 당기는 그녀만의 유혹의 춤사위가 끝나자 그녀의 입술이 정곤의 입술을 덮었고,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탐닉했다.

 

그렇게 삼일이 지났을까? 아니면 일주일은 흘렀을까?

눈만 뜨면 그녀와 알몸이 되어 합치는 것이 일상이 된 어느 날이었다. 그제야 서서히 정신이 들기 시작한 정곤은 자신이 무슨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옆을 바라봤다. 역시나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사람은 수경이었다.

이 집안에 있어야 할 누군가는 사라졌고,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곤은 그녀가 당황하지 않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질문이 있는데...”

“네, 말씀해 보세요.”

“미라... 그러니까, 내 아내는 어디로 갔지?”

 

그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수경의 눈초리가 무섭게 변하더니 아주 덤덤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부인이 보고 싶으세요?”

“아니, 꼭 그.. 그렇다는 것은 아닌데, 그.. 그냥 걱정이 되어서...”

 

하지만 수심이 가득한 표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알았어요. 당장 부인에게 보내드리지요.”

“지금?”

“그래요. 당장...”

 

표정이 얼음처럼 차갑게 변한 수경이 몸을 일으키자 그녀의 몸에 둘러졌던 백색의 홑이불이 벗겨지듯 내려갔다. 그러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눈부시게 예쁜 수경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두 손바닥을 탁탁 쳤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마법과 같이 푸른색의 비닐조각을 하나가 쭉 펼쳐졌다.

그녀는 그걸 정곤의 앞으로 가져오더니 갑자기 정곤의 몸에 둘둘 두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정곤이 몸부림을 치려고 했으나, 마치 석고상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뭔가 소리를 지르려했는데, 혀까지 마비가 되어오는지 목에서는 ‘끅끅..’하는 소리만 들렸다. 잠시 후, 뭔가 번뜩이더니...

 

 

***

 

 

“하지 말라고!!”

 

정곤은 두 팔을 휘저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작업실이었다. 숨을 헉헉거리며 몇 번이나 눈을 깜박여보았다. 점점 현실에 대한 인식이 돌아왔다.

 

‘아니, 그것도 꿈이었던 거야?’

 

정신을 차리고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는 정곤이 공들여 그려놓은 수경의 캐릭터가 있었다. 변한 건 없었다.

 

‘쳇, 그럼 그렇지. 진짜 말도 되지 않은 꿈을 진짜 길고도 리얼하게 꿨네.’

 

수경의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 단추하나의 칠이 빠져있었다.

 

‘내가 신경을 너무 많이 썼나봐. 스트레스 때문이겠지.’

 

정곤은 태블릿 위에 놓인 전자펜을 들어 그 단추에 색을 입히려다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프로그램의 화면 옆으로 압박된 스크롤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클릭해 내리다가 정곤은 그만 의자 채 뒤로 자빠질 뻔했다.

 

“이게 뭐야? 내 웹툰이 완성되어 있잖아?”

 

정곤은 스크롤을 급히 내리며 내용을 확인했다. 정곤이 생각했던 웹툰의 7번째 스토리와 일치했다.

 

그 스토리는...

 

- 피아니스트로 성공을 한 남자가 성공할 때까지 자신을 뒷바라지 하던 여자를 비참하게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자 뒷바라지 하던 여자가 자살을 했고, 그 사실을 안 주인공 수경이가 남자를 살해하고 그의 손가락 10개를 잘라 남자의 연주회장에 진열했다. -

 

... 는 내용이었는데, 그림도 완벽할 정도로 정교했다. 모든 구상도 정곤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같았다.

 정곤의 몸이 비로소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정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그림을 저장했던 폴더를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그 폴더의 안에는 ‘완성’이라는 없던 폴더가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걸 클릭했더니, 놀랍게도 그 안에는 모두 25개의 파일들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난 분명 24개의 스토리만 생각했는데...’

 

정곤은 떨리는 손으로 그 중에 마지막 25번째 파일을 클릭해보았다. 그 마지막 파일에도 마찬가지로 완성된 ‘웹툰’이 저장되어 있었다. 역시 정곤의 그림체와 일치했다. 마지막을 확인하기 위해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다.

 

웹툰의 끝부분에는 시체 하나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음영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주인공 수경이 그 시체를 바라보고 있는데, 수경의 머리 위로 비어있는 말풍선 하나가 있었다.

 

쾅쾅!

그때, 누군가가 밖에서 갑자기 문을 세차게 두들이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것이 꽤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정곤이 일어나 문을 열어주려는 찰나에 ‘빠각!’하는 뭔가가 강하게 문을 타격하는 소리와 함께 경찰복장을 한 남자가 뛰어 들어오더니 정곤을 지나쳤다. 당황한 정곤이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그들은 정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정곤의 머리 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정곤이 고개를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내 미라였다. 영문을 모르는 정곤이 그녀를 끌어안으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아내는 정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아예 바닥에 주저앉더니 갑자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앙... 이이가 매일 문을 잠그고 글만 쓰고 있어서 홧김에 친정으로 일주일동안... 그 사이에... 내가 미친년이지!”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당신 왜 그래?”

 

아내 또한 내 물음에도 아랑곳없이 그 자리에서 울기만 했다. 정곤은 그녀의 팔을 붙잡아 부축하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공을 친 것처럼 아내의 팔이 잡아지지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때 옆에 있는 점퍼차림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정신적 문제가 있었나요?”

 

그제야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느낀 정곤은 좀 전에 경찰복장을 한 사람이 쳐다보았던 그 부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뭐야!”

 

정곤이 바라 본 그 곳에는 정곤 자신이 있었다. 파란색의 비닐 같은 것에 목이 감겨 혀를 쭉 내민 채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자기 자신!

잠시 멍하게 있던 정곤이 소리를 질렀다.

 

“저건 나 아니야. 난 여기 있어... 저건 가짜라고!”

 

사람들은 정곤의 고함소리를 무시한 채, 매달려 있는 또 다른 정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정곤은 다시 한 번 목이 터져라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 여기 살아있다니까!”

 

 

***

 

그렇게 몇 시간 째 난리를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는 그들 근처에 망연자실 앉았다.

 

잠시 후, 감식반이 들어와 현장을 수습하더니 천장에 매달려 있던 정곤의 육신(肉身)을 끌어내려 들것에 싣고 나갔다. 정곤도 그들을 쫓아 따라 나가려고 하다가 우연히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봤다.

 

분명 조금 전까지 음영으로 되어있던 시체의 그림엔 어느새 채색이 되어 있었다. 이목구비를 보니 누가 봐도 정곤이라고 할 만큼 정곤의 얼굴을 닮아있었다. 그 앞에 시체를 바라보고 있는 수경의 캐릭터의 비어있던 말풍선도 채워져 있었다.

 

[ 이제는 다른 여자 주인공을 창조하지는 못하시겠지요? 제가 당신의 마지막 주인공이 되어야 하니까요. 이제 이리로 들어오세요. ]

 

 

***

 

그렇게 정곤이 죽은 지 세 달이 지났다.

아내 미라는 정곤을 잊지 못해,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놔두었다가 100일째 되는 날, 결국 정리했다. 정곤의 PC 또한 남편의 ‘웹툰’이 완성되어 저장되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른 채 중고시장에 싼값에 내놨다.

 

그제야 홀가분해진 미라는 허전한 마음에 TV를 켰다. 마침 TV 뉴스가 방영 중이었다.

 

(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김강산씨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최초 목격자에 따르면, 김강산씨의 서른 번째 연주회가 발표되는 지난 17일 오전, 그의 연주가 예약되어 있던 연주회장 장식물 위에 십여 개의 잘려진 손가락이 발견되어 급히 파견된 경찰이 지문을 감식한 결과 그 손가락의 주인이...” )

 

 

***

 

 

다음 날, 일산 경찰서의 앞의 자판기 벤치.

경찰복은 입은 경사 하나가 아이패드를 손에 들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복을 입은 사람에게 헐레벌떡 뛰어갔다.

 

“팀장님! 자유로 사건,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했습니다.”

“자유로? ‘자유로’에서 사건 터지는 것이 한두 가지야?”

“전에 그... ‘박석영’, ‘손영주’ 사건 말입니다.”

“아! 달리다가 영문도 없이 갑자기 뒤집혀서 차량 완전 전소된...”

“네, 단순 교통미숙으로 처리했다가, 팀장님께서 이상하다고 다시 검토하라고 했던 사건요. 그런데, 블랙박스 내에 SD카드는 살릴 수 있겠더라고요.”

“알았으니, 부연설명 하지 말고...”

“보십시오.”

 

경사는 손에 들여 있던 ‘아이패드’를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떤 영상하나가 나타났다.

 

[도로를 달리는 일반적인 자동차 안의 모습...

[남자와 여자가 다정히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명품아울렛 표시판을 보고 좋다고 소리치는 여성의 소리가 들린다.

[그때 달리는 차 앞에 순간적으로 시커먼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동시에 차량이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오른쪽 가드레일을 들이박는다.

[차량이 뒤집혀 구르면서 화면이 끊긴다.

 

“좀 더 보십시오.”

 

검은 화면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화면이 하얗게 밝아지면서 화염과 연기가 영상 가득히 나타났다.

그렇게 10여초 정도 흐를 무렵, 갑자기 불길 사이로 미소를 띠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과 그 남자의 목을 붙잡고 있는 한 여자의 형상이 3초 정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

 

며칠 후, 변두리 허름한 한 연립주택의 반 지하 집.

아이들만 있는 그 집에 묵직한 택배가 하나 배달되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그 택배를 보고는 신이 났다.

 

“아빠가 사준 거야?”

“응, 아빠가 싸게 사셨대.”

“뜯어보자.”

 

오누이는 택배를 뜯고는 그 안에 든 물건을 낑낑 거리며 겨우 빼냈다. 그건 고가의 ‘전문가용 PC’였다.

 

“우와, 오빠... 이거 좋은 거지?”

“그러네, 비싼 거다.”

“빨리 켜보자!”

 

오누이는 재빨리 모니터와 본체를 연결해 컴퓨터를 작동했다. 그런데, 바탕화면에는 아이콘 하나가 덜렁 있을 뿐이었다. 동생이 안절부절 했다.

 

“아이콘이 없으니 인터넷은 어떻게 연결하는 거야?”

“가만 있어봐, 이 폴더 안에 뭔가 있겠지.”

 

오빠가 그 폴더를 클릭하자, 그 안에 ‘발표되지 않은 웹툰’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폴더를 열자, 모두 26개의 그림파일이 있었다. 오빠는 몇개의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어? 그냥 만화잖아. 주인공이 남자와 여자 둘이네?”

“그림은 진짜 예쁘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 이름이 뭐 이러지? 앞부분에는 수경으로 되어있는데, 뒷부분은 소희? 뭐 이래? 나중에 바꿨나? 아님, 헷갈린 건가?”

“오빠 이거 봐봐.”

 

그 만화의 제일 밑에는 문구 하나가 있었다.

 

[ 발표되지 않은 웹툰이니, 이걸 발견한 사람은 저작권을 가지셔도 됩니다. ]

 

그 문구를 보고는 여동생이 매우 기쁜 표정으로 들떠서 이야기했다.

 

“오빠, 요즘 웹툰이 인기 많다는데, 우리가 그린 것처럼 발표할까!”

 

 

 

- THE END -

 

 

 

 

(제가 쓴 저작물이므로 도용, 불펌 및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안 됩니다.)

 

 

 

 

 

1화: 말하는 거울

2화: 포스터를 그리면서

3화: 하얀 원피스

4화: 딸을 위한 선물 (19)

5화: 천재 작가 (19)

6화: 소름끼치는 목소리

7화: 뫼비우스의 운명

8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을 때...

9화: 최고의 상품

10화: 과거로 돌아간 남자 (운명의 새해)

11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上

12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下

13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14화: 내 잘못이 아니야

15화: 파우스트의 진실

16화: 그의 노래가 들리는 곳에는...

17화: 상류층의 놀이거리

18화: 피 흘리는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