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어보겠다는 희망 그리고 꿈을 가지고 부동산 경매를 시작했다... 5월 30일…아직도 그 날의 느낌이 생생하다.본격적으로 경매를 시작한지 2개월 정도 시간이 지났고, 난 무려(?) 세 번의 입찰 경험을 가지고 있어 별로 떨리지 않을 거라 자신했지만, 법원으로 향하는 내내 가슴이 뛰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어깨가 뻐근했다. ‘에이 썅~ 이렇게 소심하다니… ‘‘이래가지고 어떻게 앞으로 경매로 밥 먹고 살겠나…’‘어차피 결심한 이상 아직 똥인지 된장인지 잘 모를 때 저질러야 되는데’ 속으로 주책없이 뛰는 내 가슴을 원망했다. 이윽고 도착한 법원 앞 주차장…일찍 도착한 탓인지 아직 주차장은 여유가 있다.그럴 만도 한 게 지금은 9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간…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아침밥도 안 먹고 새벽같이 집을 나왔지만 긴장으로 인해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억지로 얼굴을 펴고, 나름 경매 경험이 많은 듯한 표정을 짓고, 법원 구내식당으로 들어가 백반 하나를 시켜 앉았다.자리에 앉으니 가슴이 이제 좀 덜 뛰는 듯 여겨지고,,, 하지만 여전히 밥 생각은 없고, 머릿속은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굉장히 복잡하다.밥을 뜨는 둥 마는 둥… 반 정도 먹다 물린다. 시간이 10시가 되자 주차장이 차로 가득 차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며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재빨리 법정으로 들어가서 입찰 표를 받아와 차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리고 바로 입찰 표를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미리 생각해 둔 금액이 있긴 한데 막상 쓰려고 하니 확신이 없다. 입찰 표에는 그다지 쓸게 별로 없어서 마지막 입찰금액만 남았다.잠깐 고민하다 이내 생각해 둔 금액을 적었다.최저금액보다 약 500만원 가까이 더 썼다.그 숫자 몇 개를 써 내려가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길던지…그 긴 순간을 마무리하고, 입찰봉투를 정리해 법정에 들어가 투찰하고, 밖으로 나오는데…옆쪽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가족들…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보이는 자녀들까지…. 6명 정도가 시끄럽게 몰려다니며 주위 시선을 모으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평일에 아이들이 학교도 안가고 법원에 부모님을 따라 나왔을까’ 잠깐 연민의 생각이 스쳤지만, 내 일이 먼저라 바로 머리 속은 다시 엉클어져 버렸다.짧은 경험이지만, 입찰봉투를 제출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참 지루하다. 책이나 신문이라도 가져와 읽었으면 참 괜찮았겠지만 그게 어디 눈에 들어오겠나 싶다.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개찰이 시작되고,,,법정 앞에 나가 하나 둘 자신들이 입찰한 물건들의 결과를 본다.하나 둘씩 발표되는 결과를 지켜보며 내 차례가 영원히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 수없이 입찰에 참여해도 이런 긴장감은 계속될 것만 같은 기분…이제 내 차례…집행관이 서류를 뒤적이는 그 시간… 심장이 터질 것 같다.물건번호를 부르고,,, 나를 포함해 4명이 앞으로 나간다.간신히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법대 앞으로 나가 선다.누가 입찰에 참여했는지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결과발표가 끝날 때까지 내 정신이 제대로,,, 내 몸이 제대로 서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집행관 목소리가 웅웅거리기만 할 뿐… 난 이미 이 세상 몸이 아닌 듯…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 마른 입을 굳게 닫고, 한 움큼 입안의 침을 삼키는 순간 들리는 목소리… “이번 사건은 OOO원에 입찰하신 OOO씨가 최고가매수인으로 선정되셨습니다.”‘아… 결국 저지르고 말았다.’ 점차 눈 앞이 환해지면서… 반대로 내 머리 속은 텅 비어버린다.집행관에게 도장을 건네 주고, 보증금 보관증을 받는데 집행관이 말한다. 집행관 사무실에 가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을 위한 서류를 받아 가란다. ‘아, 맞다. 이건 전(田)위에 지은 집이라 농취증을 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첫 낙찰만도 버거운데 완전한 낙찰허가를 위해서는 꼭 농취증을 받아야 한다.겨우 마음을 가다듬었는데 내 머릿속은 다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한다.법정을 빠져 나오는데 달려드는 대출아줌마들… 난 이제 다시 경매를 다수 경험해 본 노련한 경매 꾼의 얼굴로 돌아와 짐짓 근엄한 표정까지 만들어내며 대출명함을 받는다.그 때 나에게 다가오는 얼굴이 검은 아저씨 하나… “이거 낙찰 받으신 분이죠?”“네… 그런데요?”“뭐 하러 이런 거 받으셨어요? 이거 길도 없는 맹지라 못 다니는데?” 척 보니 아까 우르르 몰려다니던 그 가족이다. 이런 횡재수가 있나…첫 낙찰에 현 소유주가 나오다니… 입찰에 참가한 거 같지는 않은데… “사장님은 길도 없는 맹지에 어떻게 집 지으시고,, 사시는데요?” 내가 되묻자… 별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다 다시 되묻는다. “아무튼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여기서 사실 건가요?”‘헉… 그건 나도 궁금하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경매를 배우면서… 낙찰 이후 처리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여태 배운 거라고는 권리분석을 어떻게 하는 것이고, 어떤 물건이 좋은 물건이고, 어떻게 검색을 하는지 정도…낙찰 받은 후에 어떻게 하는지 법정에서 소유주와 대면했을 때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데는 전혀 없었다. ‘아,,, 앞으로 어떻게 하지?’ 이 아저씨의 물음에 난 또다시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당혹스런 내 표정이 읽혔는지.. 그 아저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맹지라 통행이 안될 테니 헛수고 하셨네… 보증금 손해 보시겄어… 잘해 보세요.” 제대로다. 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더 이상 서로 할 말이 없어 전화번호를 교환하는데 전화번호를 받아 든 그 아저씨는 옆에 늘어선 가족들에게 밥 먹으로 가자며 돌아선다. 그 아저씨의 뒷모습이 상대를 무참히 박살낸 챔피언의 모습이다… 부럽다. 저런 자신감이…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아저씨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부러웠다.그날 저녁 12시가 넘어 자리에 눕는 순간….. ‘악…. 농지취득자격증명서’ 이런 망할… 농취증을 면사무소에 가서 신청했어야 하는데 정신이 나간 상태라 잊어먹고, 그대로 올라와 버렸다…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경매가 장난도 아니고…그 이튿날.. 멀고 먼 길을 다시 달려 면사무소에 도착했다.어제의 경험으로 나갔던 내 정신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탓에 면사무소 문을 여는 내 손이 떨린다. 조용히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앞에 앉은 여직원에게 묻는다. “저… 농취증 발급받으러 왔는데요?” 여직원이 뒤쪽의 남직원에게 말하고, 남직원은 서류를 하나 주며 쓰란다.배운 걸 되새기며 하나하나 채우는데… 기억이 제대로 안나 쓰는데 한참 걸린다.겨우겨우 칸을 채우고, 남직원에게 갖다 주니… 서류를 받으며 남직원이 하는 말… “면장님이 출장 가셔서 오늘 안 오실 지도 모르니 넉넉잡고, 이틀 후에 오세요.”“예?... 이거 바로 발급 된다 던데요.”“누가 그래요? 농취증은 3일정도 걸려요. 현장 확인도 해야 하고, 결재도 받아야 해서”“아… 저 서울에서 와서 그런데… 오늘 발급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해주고 싶어도 면장님이 안 계셔서 오늘은 안 되요”“시간이 걸려도 오늘 해 주실 수 있으면 제가 그냥 기다릴게요..”“면장님이 안 오시면 결재가 안되니까.. 기다리셔도 소용없어요.”“일단, 되는 안되든 기다려보겠습니다.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다녀올게요. 잘 부탁 드립니다.” 경매가 왜 이리 복잡하고, 짜증나는지…. 이걸 앞으로 수도 없이 계속해야 한다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짜증난 내 몸을 쥐어 팰 수도 없고,,,면사무소에서 나온 나는 달리 갈 데도 없고 해서 내가 낙찰 받은 집에 가보기로 한다.면사무소에서 5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아 차에 오르자 마자 도착한다.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차를 멀찌감치 세워놓고, 집으로 향한다.그 때 반대편에서 마을사람 하나가 걸어나오며 아는 체를 한다.누굴까? 난 여기 아는 사람이 없는데…….잠깐 사이 내가 낙찰 받은 집을 가리키며 집으로 가는 길이 없다 말한다.. ‘앗, 생각났다. 어제 그 아저씨…’ 이 정도면 난 정말 눈썰미도 눈치도 보통 없는 게 아니다. 어제 내가 혼이 빠지긴 했나 보다.집 앞에 서서 보니 이전에 임장 왔을 때는 없었던 차단 막이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쳐 있고, 바닥에 빨간색으로 굵게 출입금지라고 써 놨다.그 아저씨는 원래 맹지라서 땅 주인이 올라가는 도로를 사용 못하게 막아놨다고 한다. “그럼 아저씨는 어떻게 다니세요?”“난, 원래 살던 사람이니까 그냥 양해를 해주죠. 다른 사람은 못 다니게 한대요” 그 말을 듣고 난 이제 전체 스토리를 짜 맞출 수 있을 거 같아 여유를 찾았다.이것들이 내가 병신인 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속보이는 짓을 하나 싶었다. ‘하긴, 내가 법원 앞에서 충분히 그런 모습을 보이긴 보였을 터’ 이제야 대략 돌아가는 흐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난 별 소리 없이 오늘은 농취증 발급받으러 온 거니까 잔금 내고, 보자고 했다.그리고 몇 가지 가슴이 콱 막히는 소리를 해주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내가 아는 게 정말 없었다. 어떤 얘기가 마음에 와 닿는지… 어떻게 해야 약 올릴 수 있는지… 근데……내가 가려고 하자 그 아저씨는 약간 당황한 듯… 그러나 그냥 가는 나를 쳐다 만 본다.난 더 이상 뭔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가려는 건데… 그게 그 아저씨가 보기엔 자신감으로 비춰졌나 보다. 뭐 그땐 그 아저씨가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몰랐다. 난 병신이니까…다시 면사무소로 돌아와 보니 여전히 면장은 출장에서 안 돌아왔고, 남직원은 다음날 오기를 종용한다. 난 조용히 나가 음료수 한 박스를 사 들고 와 남직원 자리 옆에 놓고,,, 민원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한 30분 후 면장이 돌아온 건 못 봤는데… 남직원이 나를 부르더니 농취증을 안겨준다. 아,,, 면장이 없어도 농취증은 발급 가능하구나… 좋은 경험이다. 면장이 출장에서 안 돌아온 건 분명하다. 면장 방은 열려있었고, 난 계속 면사무소 안에 있었으니까…하지만…….그날 이후 집에서 어떤 일을 해도,,, TV에서 어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해도 관심이 없었다. 난 항상 어깨가 축 쳐져 딱 농약 먹은 개처럼 비실거렸다. 그런데…….그 일이 있고 나서 딱 일주일 후 저녁 10시가 넘어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더니… 그 때 그 아저씨다.다짜고짜 나보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맹지라서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아무 생각도 안 났지만, “그래서 저도 고민입니다… 아저씨 한번만 물러주세요..” 할 수도 없었다. 이건 동네에서 하는 심심풀이 장기가 아니니까…간신히 전화기를 부여잡고, 쥐어짜듯 말했다. “그건 아저씨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맹지든 뭐든 아저씨가 걱정도, 신경도 안 쓰셔도 됩니다. 날아다녀도 제가 알아서 날아다니든가 할게요. 뭐 그런 거 까지 같이 고민해 주실라고 하세요?” 이제 아저씨집도 아닌데… 순간,,, 약 5초 정도 숨이 멎었다.아저씨는 급작스런 공격에 할 말을 잊고, 난 쥐어짜듯 말한 내 얘기에 잠깐 감동을 먹고…잠시 뒤 아저씨가 자기 한탄을 하며,,, 못된 놈한테 속아 대출사기를 당했다며… 연기하듯 울음소리를 낸다. 돈도 없고, 여기서 쫓겨나면 갈 데도 없고, 확 가족들 데리고 죽어 불란다고…난 당황스럽다. 갑자기… 뜬금없이… 정신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상대방이 무너져버리다니…한참을 신세한탄하고, 세상을 원망하던 아저씨는 이윽고, 나에게 말한다.비용을 쳐줄 테니 다시 자기에게 팔라고…아… 이런 경우는 생각을 못해봤다… 생각은커녕 낙찰 이후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덜컥 받았으니… 이런저런 계획이 있을 리 없다. 아무튼 다시 팔라는 제안을 받았으니 답변은 해야겠기에 생각해 보마 하고 전화를 끊었다.그 순간 내 몸 속을 휘도는 찌릿한 전기… 그리고,,, 이후 몇 일에 걸쳐 그 아저씨와 5~6번의 통화를 하며 다시 되파는 조건을 가지고 가격을 협의했다. 때로는 사정하며,,, 때로는 협박하며,,, 그 아저씨는 집요하게 나를 몰았지만, 이미 정신이 돌아온 나는 더 이상 첫 낙찰 받던 그때의 병신이 아니었다.최종통화를 마치고,,, 그 이틀 후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직 잔금도 안 냈는데…난 셀프등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방법도 모르고…다음날 서둘러 법원으로 가 잔금을 내고, 법원 앞 법무사에 가서 등기를 의뢰했다. 내일 계약해야 하니 서둘러 달라고 덧붙였다.그 법무사 자기가 거기 출신이니 지금 의뢰하면 오후에는 등기 나온다며 장담을 한다. 돈은 비싸지만 내가 급하니 할 수 없다. 자신만만한 모습에 안심은 된다.계약 당일,,, 법무사사무실에서 그 아저씨를 만나 계약을 했다. 그 아저씨는 그 동안 후줄근한 잠바 입은 모습만 보여주더니 오늘은 양복을 쫙 빼 입었다. ‘뭐지? 이 아저씨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지나간 일이다.법무사아저씨는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의 등기를 모두 맡아 양타치는 기쁨을 한껏 누리며,,, 일사천리로 계약을 마무리했다.계약을 마치고 나오는데 그 아저씨 한마디 한다. “덕분에 잘 마무리했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물건 나오면 저도 투자하고 싶은데.. 소개 좀 해 주실래요?” 확실하다. 그 아저씨는 영어를 참 잘했다.그래도 계약을 마치고, 돈을 받은 후 서울로 돌아오는 기분이란…..세상 모두를 내 손안에 쥔 기분…그 날은 내가 새로 태어나는 날이었다.무식하면 용감하다. 맞는 말이다. 때론 무식해야 저지르고, 저질러야 돈 된다. http://cafe.naver.com/amooz
부동산경매 일단 저질러라
돈을 벌어보겠다는 희망 그리고 꿈을 가지고 부동산 경매를 시작했다...
5월 30일…
아직도 그 날의 느낌이 생생하다.
본격적으로 경매를 시작한지 2개월 정도 시간이 지났고, 난 무려(?) 세 번의 입찰 경험을 가지고 있어 별로 떨리지 않을 거라 자신했지만, 법원으로 향하는 내내 가슴이 뛰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어깨가 뻐근했다.
‘에이 썅~ 이렇게 소심하다니… ‘
‘이래가지고 어떻게 앞으로 경매로 밥 먹고 살겠나…’
‘어차피 결심한 이상 아직 똥인지 된장인지 잘 모를 때 저질러야 되는데’
속으로 주책없이 뛰는 내 가슴을 원망했다.
이윽고 도착한 법원 앞 주차장…
일찍 도착한 탓인지 아직 주차장은 여유가 있다.
그럴 만도 한 게 지금은 9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간…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아침밥도 안 먹고 새벽같이 집을 나왔지만 긴장으로 인해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억지로 얼굴을 펴고, 나름 경매 경험이 많은 듯한 표정을 짓고, 법원 구내식당으로 들어가 백반 하나를 시켜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가슴이 이제 좀 덜 뛰는 듯 여겨지고,,, 하지만 여전히 밥 생각은 없고, 머릿속은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굉장히 복잡하다.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반 정도 먹다 물린다.
시간이 10시가 되자 주차장이 차로 가득 차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며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재빨리 법정으로 들어가서 입찰 표를 받아와 차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리고 바로 입찰 표를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미리 생각해 둔 금액이 있긴 한데 막상 쓰려고 하니 확신이 없다. 입찰 표에는 그다지 쓸게 별로 없어서 마지막 입찰금액만 남았다.
잠깐 고민하다 이내 생각해 둔 금액을 적었다.
최저금액보다 약 500만원 가까이 더 썼다.
그 숫자 몇 개를 써 내려가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길던지…
그 긴 순간을 마무리하고, 입찰봉투를 정리해 법정에 들어가 투찰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옆쪽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가족들…
할아버지부터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보이는 자녀들까지…. 6명 정도가 시끄럽게 몰려다니며 주위 시선을 모으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평일에 아이들이 학교도 안가고 법원에 부모님을 따라 나왔을까’
잠깐 연민의 생각이 스쳤지만, 내 일이 먼저라 바로 머리 속은 다시 엉클어져 버렸다.
짧은 경험이지만, 입찰봉투를 제출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참 지루하다.
책이나 신문이라도 가져와 읽었으면 참 괜찮았겠지만 그게 어디 눈에 들어오겠나 싶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개찰이 시작되고,,,
법정 앞에 나가 하나 둘 자신들이 입찰한 물건들의 결과를 본다.
하나 둘씩 발표되는 결과를 지켜보며 내 차례가 영원히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 수없이 입찰에 참여해도 이런 긴장감은 계속될 것만 같은 기분…
이제 내 차례…
집행관이 서류를 뒤적이는 그 시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물건번호를 부르고,,, 나를 포함해 4명이 앞으로 나간다.
간신히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법대 앞으로 나가 선다.
누가 입찰에 참여했는지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결과발표가 끝날 때까지 내 정신이 제대로,,, 내 몸이 제대로 서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
집행관 목소리가 웅웅거리기만 할 뿐… 난 이미 이 세상 몸이 아닌 듯…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 마른 입을 굳게 닫고, 한 움큼 입안의 침을 삼키는 순간 들리는 목소리…
“이번 사건은 OOO원에 입찰하신 OOO씨가 최고가매수인으로 선정되셨습니다.”
‘아… 결국 저지르고 말았다.’
점차 눈 앞이 환해지면서… 반대로 내 머리 속은 텅 비어버린다.
집행관에게 도장을 건네 주고, 보증금 보관증을 받는데 집행관이 말한다. 집행관 사무실에 가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을 위한 서류를 받아 가란다.
‘아, 맞다. 이건 전(田)위에 지은 집이라 농취증을 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첫 낙찰만도 버거운데 완전한 낙찰허가를 위해서는 꼭 농취증을 받아야 한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었는데 내 머릿속은 다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한다.
법정을 빠져 나오는데 달려드는 대출아줌마들…
난 이제 다시 경매를 다수 경험해 본 노련한 경매 꾼의 얼굴로 돌아와 짐짓 근엄한 표정까지 만들어내며 대출명함을 받는다.
그 때 나에게 다가오는 얼굴이 검은 아저씨 하나…
“이거 낙찰 받으신 분이죠?”
“네… 그런데요?”
“뭐 하러 이런 거 받으셨어요? 이거 길도 없는 맹지라 못 다니는데?”
척 보니 아까 우르르 몰려다니던 그 가족이다. 이런 횡재수가 있나…
첫 낙찰에 현 소유주가 나오다니… 입찰에 참가한 거 같지는 않은데…
“사장님은 길도 없는 맹지에 어떻게 집 지으시고,, 사시는데요?”
내가 되묻자… 별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다 다시 되묻는다.
“아무튼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에요? 여기서 사실 건가요?”
‘헉… 그건 나도 궁금하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경매를 배우면서… 낙찰 이후 처리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여태 배운 거라고는 권리분석을 어떻게 하는 것이고, 어떤 물건이 좋은 물건이고, 어떻게 검색을 하는지 정도…
낙찰 받은 후에 어떻게 하는지 법정에서 소유주와 대면했을 때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데는 전혀 없었다.
‘아,,, 앞으로 어떻게 하지?’
이 아저씨의 물음에 난 또다시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당혹스런 내 표정이 읽혔는지..
그 아저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맹지라 통행이 안될 테니 헛수고 하셨네… 보증금 손해 보시겄어… 잘해 보세요.”
제대로다. 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더 이상 서로 할 말이 없어 전화번호를 교환하는데 전화번호를 받아 든 그 아저씨는 옆에 늘어선 가족들에게 밥 먹으로 가자며 돌아선다.
그 아저씨의 뒷모습이 상대를 무참히 박살낸 챔피언의 모습이다… 부럽다. 저런 자신감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아저씨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날 저녁 12시가 넘어 자리에 눕는 순간…..
‘악…. 농지취득자격증명서’
이런 망할… 농취증을 면사무소에 가서 신청했어야 하는데 정신이 나간 상태라 잊어먹고, 그대로 올라와 버렸다… 이걸 이제야 깨닫다니…. 경매가 장난도 아니고…
그 이튿날.. 멀고 먼 길을 다시 달려 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어제의 경험으로 나갔던 내 정신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탓에 면사무소 문을 여는 내 손이 떨린다. 조용히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앞에 앉은 여직원에게 묻는다.
“저… 농취증 발급받으러 왔는데요?”
여직원이 뒤쪽의 남직원에게 말하고, 남직원은 서류를 하나 주며 쓰란다.
배운 걸 되새기며 하나하나 채우는데… 기억이 제대로 안나 쓰는데 한참 걸린다.
겨우겨우 칸을 채우고, 남직원에게 갖다 주니… 서류를 받으며 남직원이 하는 말…
“면장님이 출장 가셔서 오늘 안 오실 지도 모르니 넉넉잡고, 이틀 후에 오세요.”
“예?... 이거 바로 발급 된다 던데요.”
“누가 그래요? 농취증은 3일정도 걸려요. 현장 확인도 해야 하고, 결재도 받아야 해서”
“아… 저 서울에서 와서 그런데… 오늘 발급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해주고 싶어도 면장님이 안 계셔서 오늘은 안 되요”
“시간이 걸려도 오늘 해 주실 수 있으면 제가 그냥 기다릴게요..”
“면장님이 안 오시면 결재가 안되니까.. 기다리셔도 소용없어요.”
“일단, 되는 안되든 기다려보겠습니다.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다녀올게요. 잘 부탁 드립니다.”
경매가 왜 이리 복잡하고, 짜증나는지…. 이걸 앞으로 수도 없이 계속해야 한다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짜증난 내 몸을 쥐어 팰 수도 없고,,,
면사무소에서 나온 나는 달리 갈 데도 없고 해서 내가 낙찰 받은 집에 가보기로 한다.
면사무소에서 5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아 차에 오르자 마자 도착한다.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차를 멀찌감치 세워놓고, 집으로 향한다.
그 때 반대편에서 마을사람 하나가 걸어나오며 아는 체를 한다.
누굴까? 난 여기 아는 사람이 없는데…….
잠깐 사이 내가 낙찰 받은 집을 가리키며 집으로 가는 길이 없다 말한다..
‘앗, 생각났다. 어제 그 아저씨…’
이 정도면 난 정말 눈썰미도 눈치도 보통 없는 게 아니다.
어제 내가 혼이 빠지긴 했나 보다.
집 앞에 서서 보니 이전에 임장 왔을 때는 없었던 차단 막이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쳐 있고, 바닥에 빨간색으로 굵게 출입금지라고 써 놨다.
그 아저씨는 원래 맹지라서 땅 주인이 올라가는 도로를 사용 못하게 막아놨다고 한다.
“그럼 아저씨는 어떻게 다니세요?”
“난, 원래 살던 사람이니까 그냥 양해를 해주죠. 다른 사람은 못 다니게 한대요”
그 말을 듣고 난 이제 전체 스토리를 짜 맞출 수 있을 거 같아 여유를 찾았다.
이것들이 내가 병신인 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속보이는 짓을 하나 싶었다.
‘하긴, 내가 법원 앞에서 충분히 그런 모습을 보이긴 보였을 터’
이제야 대략 돌아가는 흐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난 별 소리 없이 오늘은 농취증 발급받으러 온 거니까 잔금 내고, 보자고 했다.
그리고 몇 가지 가슴이 콱 막히는 소리를 해주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내가 아는 게 정말 없었다. 어떤 얘기가 마음에 와 닿는지… 어떻게 해야 약 올릴 수 있는지…
근데……
내가 가려고 하자 그 아저씨는 약간 당황한 듯… 그러나 그냥 가는 나를 쳐다 만 본다.
난 더 이상 뭔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가려는 건데…
그게 그 아저씨가 보기엔 자신감으로 비춰졌나 보다. 뭐 그땐 그 아저씨가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몰랐다. 난 병신이니까…
다시 면사무소로 돌아와 보니 여전히 면장은 출장에서 안 돌아왔고, 남직원은 다음날 오기를 종용한다.
난 조용히 나가 음료수 한 박스를 사 들고 와 남직원 자리 옆에 놓고,,, 민원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한 30분 후 면장이 돌아온 건 못 봤는데…
남직원이 나를 부르더니 농취증을 안겨준다.
아,,, 면장이 없어도 농취증은 발급 가능하구나… 좋은 경험이다.
면장이 출장에서 안 돌아온 건 분명하다.
면장 방은 열려있었고, 난 계속 면사무소 안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날 이후 집에서 어떤 일을 해도,,, TV에서 어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해도 관심이 없었다. 난 항상 어깨가 축 쳐져 딱 농약 먹은 개처럼 비실거렸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딱 일주일 후 저녁 10시가 넘어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더니… 그 때 그 아저씨다.
다짜고짜 나보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맹지라서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아무 생각도 안 났지만,
“그래서 저도 고민입니다… 아저씨 한번만 물러주세요..” 할 수도 없었다.
이건 동네에서 하는 심심풀이 장기가 아니니까…
간신히 전화기를 부여잡고, 쥐어짜듯 말했다.
“그건 아저씨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맹지든 뭐든 아저씨가 걱정도, 신경도 안 쓰셔도 됩니다. 날아다녀도 제가 알아서 날아다니든가 할게요. 뭐 그런 거 까지 같이 고민해 주실라고 하세요?” 이제 아저씨집도 아닌데…
순간,,, 약 5초 정도 숨이 멎었다.
아저씨는 급작스런 공격에 할 말을 잊고, 난 쥐어짜듯 말한 내 얘기에 잠깐 감동을 먹고…
잠시 뒤 아저씨가 자기 한탄을 하며,,, 못된 놈한테 속아 대출사기를 당했다며… 연기하듯 울음소리를 낸다.
돈도 없고, 여기서 쫓겨나면 갈 데도 없고, 확 가족들 데리고 죽어 불란다고…
난 당황스럽다.
갑자기… 뜬금없이… 정신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상대방이 무너져버리다니…
한참을 신세한탄하고, 세상을 원망하던 아저씨는 이윽고, 나에게 말한다.
비용을 쳐줄 테니 다시 자기에게 팔라고…
아… 이런 경우는 생각을 못해봤다…
생각은커녕 낙찰 이후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덜컥 받았으니…
이런저런 계획이 있을 리 없다.
아무튼 다시 팔라는 제안을 받았으니 답변은 해야겠기에 생각해 보마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내 몸 속을 휘도는 찌릿한 전기…
그리고,,, 이후 몇 일에 걸쳐 그 아저씨와 5~6번의 통화를 하며 다시 되파는 조건을 가지고 가격을 협의했다.
때로는 사정하며,,, 때로는 협박하며,,, 그 아저씨는 집요하게 나를 몰았지만, 이미 정신이 돌아온 나는 더 이상 첫 낙찰 받던 그때의 병신이 아니었다.
최종통화를 마치고,,, 그 이틀 후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직 잔금도 안 냈는데…
난 셀프등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방법도 모르고…
다음날 서둘러 법원으로 가 잔금을 내고, 법원 앞 법무사에 가서 등기를 의뢰했다.
내일 계약해야 하니 서둘러 달라고 덧붙였다.
그 법무사 자기가 거기 출신이니 지금 의뢰하면 오후에는 등기 나온다며 장담을 한다.
돈은 비싸지만 내가 급하니 할 수 없다. 자신만만한 모습에 안심은 된다.
계약 당일,,, 법무사사무실에서 그 아저씨를 만나 계약을 했다.
그 아저씨는 그 동안 후줄근한 잠바 입은 모습만 보여주더니 오늘은 양복을 쫙 빼 입었다.
‘뭐지? 이 아저씨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지나간 일이다.
법무사아저씨는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의 등기를 모두 맡아 양타치는 기쁨을 한껏 누리며,,, 일사천리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계약을 마치고 나오는데 그 아저씨 한마디 한다.
“덕분에 잘 마무리했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물건 나오면 저도 투자하고 싶은데.. 소개 좀 해 주실래요?”
확실하다. 그 아저씨는 영어를 참 잘했다.
그래도 계약을 마치고, 돈을 받은 후 서울로 돌아오는 기분이란…..
세상 모두를 내 손안에 쥔 기분…
그 날은 내가 새로 태어나는 날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맞는 말이다. 때론 무식해야 저지르고, 저질러야 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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