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의 진실

Yuri201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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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우스트의 진실

 

 

 

상진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에 전원부터 넣었다. 둥둥거리는 부팅소리를 들으며 구겨진 서류뭉치를 책상 위에 툭 던졌다. 자신만큼이나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컴퓨터야 몇 푼들이면 최고사양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겠지만 내 능력은 대체 뭔가?'

 

외국어 학원이다. 컴퓨터 학원이다. 심지어는 정확한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명작가의 '성공하는 자와 실패하는 자'라는 칼럼을 읽기 위해 그것을 연재하는 옐로우페이퍼 따위를 3개월간이나 구독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능력의 업그레이드는커녕 시간에 쫓기어 더욱 피로감만 쌓일 뿐이었다.

 

대 여섯 시간 전쯤, 입사한지 한 달도 채 못 되는 수습사원들 앞에서 자신을 불러다 놓고 고함을 질러댔던 정 과장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 이 대리, 자네는 점점 이상해져? 왜 이렇게 맛이 간 거야? 요즘 보면 대리를 어떻게 달았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라니까! 진짜 이따위 것을 작성한 것이라고 들고 나타났나? 수습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창피하지도 않아? 그래도 얼굴에 철판을 깔아 가지고서는 쫄랑쫄랑 출근을 하는 모습이란... 다 집어치워! 자네한테는 잡일을 시키기도 불안하니까! -

 

 

상진은 책상 위에서 정 과장이 사무실 귀퉁이로 집어 던져 심하게 구겨진 서류뭉치를 집어 들었다. 느려터진 컴퓨터는 그때서야 'Windows' 로고를 떠올리며 스카이블루 톤의 화면을 비쳤다.

서류를 펴 보았다. 도대체 어디가 얼마만큼 잘못된 것인지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것은 ‘회사에서 나오는 피혁 제품을 타 회사 제품과 비교해 볼 때, 소비자의 소비 욕구가 가장 높아질 수 있는 필요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보고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충분한 설문 조사를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터넷 서핑을 통해 문서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나름 정성껏 작성한 보고서였다. 혹시나 정 과장이 일부러 감정을 가진 행동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정 과장과는 사석에서 아무런 충돌 없는 사이임은 물론이고 오히려 정 과장에게 있어 감정을 가져야 할 사람은 조 대리라고 생각했다.

 

조 대리는 사주의 조카라고 들었다. 입사 후, 3개월 만에 대리 자리를 차고앉은 이른바 초대형낙하산. 정 과장의 자리가 위태하다면, 그 조 대리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 대리... 조 대리는 정 과장은 물론이고 상진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회사 일은 물론이고, 다른 일까지도!

 

어찌되었든, 이 서류의 어떤 부분이 잘못된 것일 텐데, 무엇이 어디서 얼마만큼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를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입사 초기에는 가장 유망한 신입이란 소리를 들었던 자신이었다. 적어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 기획서든 참고자료든 영업이든 간에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 중에 한 명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유를 알 수 없게 감각도 둔해지고 일 처리 속도도 현저하게 줄어버린 것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어버리기까지 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큼지막한 서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미 다른 곳으로 마음을 돌려버린 그녀였지만 바탕화면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상진은 모니터를 통해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마우스를 움직여 버릇처럼 Outlook Express를 클릭 했다. 인터넷 설문 조사 기간이 끝났지만, 너무나 많은 help메일을 보냈던 탓인지 서너 장의 답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피식하고 쓴웃음이 튀어나왔다. 늦게라도 답 메일을 보낸 사람에게 감사한다는 답장을 보내기 위해 편지 한 통을 클릭 했다.

 

잠시 후, 상진은 어떤 편지를 다시 한 번 조용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당신은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져있군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당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삶이 마감하는 그 날까지 가장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길 바라는 GIO ]]

 

 

“이건 또 뭐야? 수호천사 GIO? 피싱인가? 요즘은 그것도 아주 지능적으로 하니!”

 

상진은 신경질적으로 마우스를 밀어버리고 침대에 누었다. 서영의 얼굴이 스치듯 지나갔다.

 

 

***

 

 

서영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때였지만, 그녀와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것은 회사에서였다. 먼저 졸업한 그녀가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군대를 다녀온 후 2년 늦게 졸업한 상진이 우연히 그녀가 다니고 있던 회사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었다. 대학 때부터 서로에서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이었던지라 사회에서 마주치게 된 것에 대해 상진은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을 한 모양인지 둘은 그 이후 급속하게 친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남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사내연애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진은 점점 무능력해지는 자신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심하게 굳어버린 것 같았고,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쉬 피곤해 지는 것이 예전 같지가 않았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그녀가 그런 상진의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때부터 그녀가 어딘가 모르게 차가워지기 시작하더니 연락 또한 뜸해졌던 것이다.

 

 

그러더니 결국에는...

 

 

- 솔직히 말할게. 나는 자기가 요즘 들어서 너무 나태해진 것 같아서 보기 싫어. 입사 초기에는 정열적으로 일하는 자기의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 뭐 다른 이유도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나도 흔들렸던 거고.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 뒤에서 자기보고 얼마나 쑥덕거리는지 알아? 그럴 때면 나도 미치겠다고! 우리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 자기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 -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상진은 답답한 마음에 홀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점점 나약해져만 가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서영이... 그녀마저 떠나간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포장마차에서 뛰쳐나온 상진은 한 달음에 그녀의 집 앞까지 향했다.

 

그러나 마음뿐, 도착은 했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에 그 앞에서 왔다갔다 주저하며 서성일 수밖에는 없었다. 담장 너머 그녀의 방에는 조명이 꺼져있었다. 달아오르는 술기운은 그녀의 핸드폰으로 빨리 전화를 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지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성과 자존심은 그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 가지이상 무엇인가 발전적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집 앞에서 볼가를 가로지르는 물방울을 흔들리는 손가락으로 닦아내는 것이 당장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몸이 비틀거렸다. 상진은 한 손으로 벽을 붙잡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흐트러진 옷깃을 여몄다. 그러는 도중 그의 앞으로 하얀색의 고급승용차가 휙 하고 지나갔다.

상진은 본능적으로 그쪽을 쳐다보았다. 승용차는 그의 발치에서 20미터정도 떨어진 위치에 멈추었다. 조수석 문을 열고 어떤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여기까지 바래다주셔서 고마워요.”

 

고요함 속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진은 놀란 듯 쭈그리고 앉아 그쪽을 주시했다. 잠시 후,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꺼지면서 역광이 사라져 목소리의 주인공에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그녀였다. 민 서 영.....

 

상진은 머리가 더욱 어지러워졌다. 무조건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꼼짝하지 않았다. 서영과의 현재의 관계 때문이기도 했지만, 승용차의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가 서영을 왜 여기까지 바래다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는 운전석 쪽으로 한 손을 흔들어댔다. 그리고 빨리 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서 함박웃음을 띄었다. 승용차는 그렇게 몇 분간 서있더니 앞의 골목을 이용해 차를 돌렸다. 서영은 그 차가 빠져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운전석 쪽을 응시했다. 승용차가 모퉁이를 지나자 초인종을 누르는 듯했다.

 

마침내 승용차가 상진의 앞을 스쳤다. 그때서야 상진은 가로등에 비친 운전석 안의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단 0.5초도 되지 않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이 상진의 눈동자에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그는 다름 아닌 회사 사주의 조카인 ‘조 대리’의 얼굴이었다.

 

***

 

 

상진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벌써 아침이었다. 잠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고 한동안 제자리에 앉았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조각 맞추는 화면 보호기가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상진은 손을 뻗어 힘없이 마우스를 흔들어 보았다. Outlook Express의 화면이 떠올랐다. 상진은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동작을 멈추고 다시 Outlook Express를 실행시켰다.

 

‘뭐지? 그 피싱 메일은 어디 간 거야?’

 

분명 두 번이나 거푸 읽었던 GIO라는 자가 보낸 메일이 없어진 것이다. 다른 메일들은 그대로 있었다. 상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지보관함을 열어보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평소 메일이오면 스팸이라도 할지라도 지우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GiO가 보낸 메일도 지우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상진은 고개를 꺄웃거리며 컴퓨터를 끄고 욕실로 향했다.

 

‘내가 요즘 정신이 없다보니 착각을 했던 모양이군.’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전보다 많이 말라있었다. 피부도 보기 흉할 정도로 거칠어져 있었다. 거울 위로 심하게 구겨진 정 과장의 얼굴과 잔인하도록 빤질거리는 조 대리의 얼굴이 교차되며 지나갔다. 상진은 심하게 목을 흔들어댔다. 이번에는 서영의 얼굴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그러더니 잠시 후, 그 셋은 상진을 향해 조롱하듯 손가락질을 해대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었다.

 

상진은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미친 듯이 세수를 했다. 야수 앞에서 자기 새끼들을 보호하는 어미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얼굴을 비벼댔다. 그러나 깔깔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상진의 머리를 압박해왔다. 기어코 손에 들려있던 비누를 집어던지게 했다.

 

회사 현관을 지나치며 상진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역시 지각이었다. 요즘 들어서 출근 시간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귓가에는 정 과장의 짜증 어린 목소리가 윙윙거려왔다. 출근 시간뿐이 아니고 거의 모든 생활이 망가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탈까하다 혹시나 정 과장이나 조 대리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헉헉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사무실이 있는 6층에 다 달았을 때 즈음, 이마에는 땀이 솟아올랐다. 그것을 닦으며 마지막 남은 계단 층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이상진 대리가 우리 교관으로 올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그 사람, 회사에서 거의 내 놓았다고 하던데... 그런 사람이 왜 우리 교관으로 오는데요? 에이 싫어.”

“쉿! 이제 들어가자. 그 문제는 아직은 확실하지 않으니까, 벌써부터 조급해 할 것은 없다고... 혹시 아니? 핸썸한 조 대리님이 오시게 될지...”

 

그들은 새로운 고졸 수습사원들이었다. 그녀들까지도 상진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머리끝으로 수치감이 솟아올랐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고졸 수습들은 거의 경리나 영업직을 담당하게 되는데, 그들의 교육은 순전 그쪽 파트 평직원 몫이었다. 기획실의 기획관리과 대리가 맡을 항목이 아니었다.

 

‘드디어 경질되는 건가?’

 

상진은 뒤를 돌아 힘없이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갔다. 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그럴 계절이 아닌데도 몸에는 심한 한기가 몰려왔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없어. 내가 그만두면 되잖아. 더 이상 비참하게 되긴 싫다고! 또 서영이에게 점점 더 망가져만 가는 내 모습을 보이기도 싫어. 그래, 맞아.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여기가 내 한계야.’

 

집으로 돌아온 상진은 컴퓨터를 부팅하는 동안 종이봉투를 꺼내 '辭職書(사직서)'라고 적었다. 서랍 속에 넣어둔 도장도 꺼내 놓았다. 이제 워드로 사표를 쓸 일만이 남은 것이다. 허탈했다.

 

마침내 컴퓨터가 켜졌다. 상진이 문서파일을 열기위해 마우스에 손을 댔다.

그 순간, 자기 멋대로 Outlook Express가 실행되었다. 상진은 깜짝 놀라 마우스 클릭도 해보고 ctrl, alt, del 키를 동시에 눌러도 보았지만 컴퓨터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윽고 화면에는 '새로운 1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그 편지는 자동으로 열렸다.

 

[[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고 싶은 GIO랍니다. 많이 놀라셨는지요? 제가 당신과 직접대화를 할 수 없는 나머지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된 것은 당신이 현재 위급한 사항에 빠져있기 때문에서랍니다. 당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물론, 무상으로 도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당신의 결정이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반 강제로 이 편지를 읽게 했지만 이제부터는 당신의 판단 여부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이 편지는 개봉 후, 3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어버릴 겁니다.

저와 대화를 하시려면 3분이 지나기 전에 이 편지의 아무 곳이나 클릭해 주시기 바랍니다. ]]

 

 

상진은 혹시 바이러스의 일종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어차피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이제는 쓸모없어진 기획서 따위들을 날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는 도중 그 메일이 점점 흐릿해져갔다. 거의 가물거릴 때쯤 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 편지의 한복판에 커서를 놓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화면이 퍽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다. 다시 전원을 넣었지만 컴퓨터는 부팅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이나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던 상진은 포기한 듯 컴퓨터 본체에 연결된 전원을 뽑고 난 다음 그걸 걷어찼다.

 

“이런 젠장... 이럴 줄 알았다고. 멍청하게 이따위에 속아서...”

 

그런데, 얼마 후... 놀랍게도 컴퓨터 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상진은 스피커의 전원을 확인해 보았다. 역시 전원은 연결되어있지 않았다.

잠시 후, 컴퓨터의 스피커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당신은 바이러스 따위에 속은 것이 아닙니다.” ]

 

상진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창밖도 내다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뭐.. 뭐야 어디서 떠드는 거야? 누구야?”

[ “당신이 저와의 대화를 선택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대화라고?”

[ “맞습니다, 대화” ]

“당신은 누군데?”

[ “전 GIO입니다.” ]

“내가 아직 술이 덜 깼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젠장!”

[ “진정하십시오. 이건 당신의 현실입니다. 참고로 전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

 

상진은 침대 모서리에 주저앉으며 빈정거린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당신이 지온지 뭔지라 가정하고... 그럼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데? 대체 어떤 방법으로 나를 도와줄 텐가?”

[ “당신의 가지고 있는 모든 잠재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드리겠습니다. 무의식까지도... 대신...” ]

“대신? 대신 뭐?”

[ “공짜는 아닙니다.” ]

“무엇을 원하는데? 돈 이야기라면 꺼내지도 마. 난 능력 없는 빈털터리니까...”

[ “전 인간이 아닙니다. 돈 같은 것은 필요 없습니다.” ]

“인간이 아니라고? 그럼 원숭이야? 누구야? 누군데 장난쳐?”

[ “대신 당신에게 주어진 2년간의 시간을 보상으로 가져가겠습니다.” ]

“2년의 시간? 너 누구야? 너 악마야? 난 파우스트고? 하하하! 어떤 미친놈이야?”

[ “파우스트는 영혼을 팔았습니다. 흡사하기는 하지만, 당신의 영혼은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의 영혼일 뿐입니다. 단지 저는 당신의 시간을 말했을 뿐입니다.” ]

“2년 동안 노동이라도 시키겠다는 건가? 나 능력 없어. 내 시간 가져가서 뭐해?”

[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

“맘대로 해. 십 만년의 시간을 가져다든, 천만년의 시간을 가져가든 맘대로 하라고... 짜증나니까 빨리 꺼져 버려.”

[ “동의하시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불할 시간은 2년이면 충분합니다.” ]

“알았으니까 썩 꺼져 버리라고...”

 

상진은 컴퓨터의 전원이 빠져있음을 다시 살펴보고는 냉장고를 열고 소주 한 병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면서 집안에 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리 저리 훑어보았다. 정적밖에는 없었다. 상진은 소주 한 병을 더 꺼내 그것을 들이키곤 탁자에 머리를 툭툭 박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미쳐버린 거야. 이젠 미치기까지 했다고... 하하하하’

 

 

***

 

따가운 햇살이 눈앞에 쏟아졌다. 상진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퉁기듯 일어났다. 그리고 욕실로 뛰어갔다. 서둘러 칫솔질을 하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바닥에 칫솔을 내동댕이쳤다. 그만둘 회사인데, 마지막 날 지각한다고 뭐가 변할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떠나갈 회사에 자신이 너무 마음을 두는 나머지 이상한 꿈까지 꾸었다고 생각됐다. 욕실 한쪽 구석에 달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 6 : 45 ]

 

평소보다 한 시간 가량 이른 시간이었다. 상진은 대수롭지 않게 사직서를 쓰기위해 컴퓨터를 켰다. 도장과 봉투를 확인하고 화면을 쳐다보는데 처음 보는 한글파일이 떠올랐다. 파일 위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보였다.

 

[ * 이 문서를 프린트해서 금일 오전 10시까지 정 과장 책상 위에 가져다 놓을 것. 오늘 이후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갈 것임. 본 메시지는 3분 후 자동 삭제될 테니, 일부러 지울 필요 없음. * ]

 

상진은 메시지를 읽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꿈이 아니었던 것일까? 일단 문서를 대충 훑어보았다. 그 문서는 ‘회사에서 나오는 피혁 제품을 타 회사 제품과 비교해 볼 때, 소비자의 소비 욕구가 가장 높아질 수 있는 필요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보고서였다. 상진이 작성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내용 속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유행에 따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은 단기적이며 디자인이 바뀔 때마다 광고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자인 인력도 많이 드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내용과 함께 근거 자료를 제시 했으며, 나아가 그것은 회사 이미지가 카피 집단으로까지 보일 수 있으므로 보다 장기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낼 것과 10대부터 60대의 모든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디자인의 조건까지 담고 있었다. 심지어는 표본 오차율 3%미만의 디자인 선호도에 따른 양적 조사도 상황에 따라 세밀하게 잘 분석되어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혼자서는 도저히 작성할 수 없는 서류였다. 여럿이서 한다 해도 한 달 이상 걸릴 문서였다.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분이 묘해졌다. 상진은 그 문서를 서둘러 프린터하기 시작했다.

 

***

 

정 과장의 호출에 상진은 정 과장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허허,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왜 진작 하지 않았나? 바로 이거야! 이거라고... 훌륭하네. 그러고 보니, 이 대리 그동안 슬럼프였던 것이군. 아니면 이거 준비하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던 것이거나... 내가 너무 닦달해서 미안하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 서류 한 건으로 인해 정과장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상진은 속으로 피식거렸다. 이상한 이메일로 인해 그리고 종잇조각 몇 장으로 인해 이렇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이...

 

아직은 미심쩍었지만 GIO라는 자의 제의가 생각났다. 2년이란 시간... 인생을 넉넉잡고 80이라고 치면 2년은 아주 긴 세월이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별로 손해 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집으로 돌아온 상진은 컴퓨터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하군. 혹시, 꿈은 아니겠지? 이 정도까지 장난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상진은 잠자리에 누웠다. 지끈거리며 아팠던 머리도 언제 그랬다는 듯이 상쾌했다. 간만에 느껴보는 편안한 잠자리였다. 무엇이든 전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머리 회전도 빨라진 것 같았다. 회사에 처음 입사를 했을 때의 바로 그 기분이랄까?

 

알람 소리에 상진은 눈을 떴다. 몸이 가벼웠다. 단잠을 잔 탓일까? 평소에는 알람을 맞추어 놓았어도 그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기가 힘들었었다. 상진은 편안한 기분에 시계를 보기 위해 책상 위를 더듬거리다 컴퓨터가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몸을 일으켜 그쪽으로 걸어갔다.

 

화면보호기가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상진은 키보드를 눌러 화면보호기를 멈추었다. 그러자 어떤 문서파일이 떠올랐다.

 

‘이건 또 뭐지?’

 

문서 파일 맨 위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있었다.

 

[ * 이 문서 파일은 화면보호기가 끝이 나는 즉시 3분 내에 파기됨. 본 문서 파일에 나와 있는 인터넷 경로는 프랑스의 PADA 社의 기획실로 연결시킬 것임. 본 파일을 읽는 즉시 PADA 社로 접속하기 바람. 접속과 동시에 최근 자료를 자동으로 다운로드 할 것임. 다운로드한 자료를 USB메모리에 옮겨 금일 아침 7시 50분까지 기획실장실로 달려가 무조건 보고하기 바람. 실장은 그 자리에 있을 것임. 실장이 귀찮아하더라도 반드시 본 파일을 보여주기 바람. 시간이 없으므로 빠르게 행동하기 바람 * ]

 

역시 이상한 이메일이었다. 하지만 상진은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계가 벌써 7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진은 재빨리 메시지가 알려준 대로 PADA란 곳에 접속해 자료를 다운받았다. 프랑스 말이라 문서가 깨져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제의 일로 비추어볼 때 뭔가 중요한 문건 같았다.

 

 

***

 

“하하! 정말 대단한 친구야. 자네가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가? 어떻게 알았는가? 하하하. 말 좀 해보게.”

 

상진은 어정쩡하게 사장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실장과 거의 실랑이까지 해가며 파일을 보여준 기억밖에는 없어 뭐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사장과 이렇게 단둘이 마주 대면을 한 적도 없었다. 사장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하하하. 오늘 최 실장이 프랑스 PADA사 영업실장을 만나기로 했었다네. 물론, 중요한 문제였지. 그런데 자네가 USB메모리를 들고 나타나 팔을 붙잡는 바람에 공항에 나갈 시간이 늦어진 거야. 하여튼 자네가 너무 끈질겨 최 실장은 자네가 들고 온 자료를 억지로 보게 된 것이지. 그런데 그 안에 그렇게 중요한... 하하하. 정말 수고했네. 자네는 우리 회사를 살렸어.”

 

상진은 영문도 모르는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 직원들은 상진이 들어오자 모두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 과장이 다가왔다. 정 과장은 웃으며 상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네. 이 과장.”

 

상진은 의아한 눈으로 정 과장을 쳐다보았다. 언제 사왔는지 옆에 있던 수습사원이 상진에게 꽃다발 하나를 건네주었다.

 

“축하해요. 오늘 부로 과장님이 되셨어요. 그리고 나머지 꽃다발은 오늘부로 부장님이 되신 정 과장.. 아니 정 부장님 것... 호호”

“정말 축하해.”

 

낯익은 소리에 상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서영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정 과장이 서영의 손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민서영씨, 이거 섭섭한걸. 달랑 한개만 가져오다니... 내 것은 없나 보지? 그나저나 PADA 놈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 과장 아니었으면 우리 회사가 통으로 그 놈들에게 넘어갈 뻔했어. 그래도 유럽 놈들은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다 똑같은 놈들이야. 에이 모르겠다. 오늘 내가 크게 쏠 테니 다들 약속 취소하라고...”

 

상진은 정 과장의 설명에 그제야 자신이 가져온 파일이 무슨 파일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GIO라는 정체모를 자가.. 아니 GIO라는 수호천사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은 거래가 오고 갔기는 하지만...

 

그 날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아침만 되면 컴퓨터에는 여러 가지 기획서나 정보 따위가 문서화되어 올려져있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동종업계들이 나름대로 필사의 노력을 거듭해 만들어놓은 프로젝트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새로운 기획서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일이 계속되자 회사에서 상진을 보는 눈이 달라지더니 보름 만에 또 다시 초고속으로 승진해 전략기획팀 팀장이란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 회사에서 지급된 고급외제승용차를 타고 그동안 상진의 마음을 그토록 애달게 하던 서영과 데이트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더 이상 부러운 것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나자 상진은 자기에게 자료를 보내주는 자가 매우 궁금해 졌다. 사례를 톡톡히 해주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상진은 침대 한쪽구석에 누워 내일은 또 무슨 자료로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인가에 대해 혼자 흐뭇해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토닥거리는 소리가 들어 잠이 깼다. 분명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상진은 실눈을 뜨고 그쪽을 쳐다보았다. 어둠 속으로 희미하게 어떤 물체가 키보드 위에 올라가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진은 그 물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사람의 손이었다.

연결된 몸통도 없는 손 두 개가 공중에 붕 뜬 상태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의 팔을 들어보니 손목 밑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찬물을 들이붓는 것처럼 소름이 끼쳤다. 그건 자신의 손이었던 것이다.

너무 놀라 온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상진은 창 밖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정신이 들었다. 땀을 무척이나 많이 흘렀는지 침대 시트의 축축함이 그대로 느껴져 왔다. 상진은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상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손이 아니었다. 그 부위에는 손목밖에는 없었다. 상진은 공포감에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컴퓨터 위에는 다음과 같은 문서가 올라와 있었다.

 

[ 안녕하세요. GIO입니다. 많이 놀라셨지요? 본의 아니게 당신을 놀라게 했군요. ]

 

상진은 팔꿈치로 키보드를 눌러 문서를 끝까지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더 이상은 글은 발견되지 않았다. 상진은 미친 듯이 컴퓨터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으악!”

 

컴퓨터는 상진을 비웃는 것처럼 화면보호기를 돌렸다. 상진은 팔꿈치로 컴퓨터의 모니터를 때리며 계속해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분을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모니터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상진은 순간 컴퓨터가 고장 나서 제 손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모니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 팔뚝으로 그것을 일으키려 했다. 바로 그때, 스피커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진은 행동을 멈추었다.

 

[ “흥분하지 마십시오.” ]

 

전에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상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뭐야.”

 

[ “일이 끝나면, 손은 원상태로 돌아갈 겁니다. 저는 형태가 없습니다. 따라서 물리적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의 손을 빌렸습니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새끼야.”

 

[ “지금까지 당신의 컴퓨터를 통해 나온 모든 자료들은 당신의 무의식과 당신의 손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마지막도 마찬가지입니다.” ]

“마지막?”

[ “이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요.” ]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 안에서 갑자기 두 개의 손이 튀어나왔다. 상진은 그것을 붙잡기 위해 손목을 흔들며 버둥거렸다. 그러나 두 개의 손은 상진의 손목을 지나 상진의 목을 움켜잡았다. 스피커에서는 좀 전과는 다른 음성이 울리듯 들려왔다.

 

[ “당신은 보상으로 2년의 시간을 약속했습니다. 저는 2년의 시간만 가져갈 뿐입니다. 맨 처음, 제가 당신에게 제안을 했을 당시, 당신의 목숨은 딱 25개월이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가져가야 할 시간은 2년이고, 오늘로서 한 달이 지났으니 25개월이 다 채워졌습니다. 이제 거래를 끝내야겠지요?” ]

 

상진은 몸을 허우적거리며 자신의 목을 조르는 손을 뿌리치려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 스피커에서는 계속해서 음성이 들려왔다.

 

[ “당신의 정신 및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진 것은 당신의 뇌 속에 악성종양이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과 제가 거래를 시작할 때, 당신의 목숨은 정확히 25개월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약속대로 당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종양에 따른 고통과 무기력을 제거한 것은 물론 당신의 무의식까지 깨웠습니다. 당신의 잠재의식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종양만 아니었으면 멋진 삶이었을 건데... 어쨌든 머릿속에 종양은 당신의 삶에서 필연이었습니다.” ]

 

상진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휘저었다. 정신은 혼미해지고 입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스피커에서 윙윙거리며 계속해서 음성이 들렸다.

 

[ “당신 머릿속 종양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당신의 모든 능력을 최소화했을 겁니다. 저와 거래를 하지 않았으면 종양으로 인해 능력발휘는커녕 너무도 구차한 25개월이란 삶을 살아갔을 겁니다. 당신을 살리기 위해 당신의 부모님까지 전 재산을 탕진하지만 결국 25개월이 되는 시간에 당신은 목숨을 잃게 되었을 겁니다. 부모님마저 불행하게 만들면서 본인 또한 전혀 행복하지 못한 너무도 뻔한 25개월의 지옥 같은 삶... 저와의 거래를 통해 적어도 한 달 동안은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모든 행복을 얻지 않으셨습니까? 죽음 후에도 매우 명예로운 장례식이 있을 것이고...” ]

 

상진의 양손은 상진의 목을 더욱 세게 조르기 시작했다. 상진은 뇌 속에 피가 터져 오르는 것을 느끼며 메아리처럼 마지막 음성을 들었다.

 

[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 손으로 다 했습니다. 거래의 마지막 단계인 당신의 목숨을 내 주는 것까지 당신 손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수호천사랍니다. 물론 그에 대한 보답이 필요하지만...” ]

 

 

- THE END -

 

 

 

 

 

[ 엔딩 메시지 ]

 

25개월의 암흑 같은 삶. 1개월의 화려한 삶.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경우는 다르지만 당신도 같은 선택권 안에 있습니다.

 

 

 

 

 

 

주말에 글을 올리지 못할 거 같아서 미리 올리고 갑니다. ^^

 

 

 

 (제가 쓴 저작물이므로 도용, 불펌 및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안 됩니다.)

 

 

1화: 말하는 거울

2화: 포스터를 그리면서

3화: 하얀 원피스

4화: 딸을 위한 선물 (19)

5화: 천재 작가 (19)

6화: 소름끼치는 목소리

7화: 뫼비우스의 운명

8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을 때...

9화: 최고의 상품

10화: 과거로 돌아간 남자 (운명의 새해)

11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上

12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下

13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14화: 내 잘못이 아니야

15화: 파우스트의 진실

16화: 그의 노래가 들리는 곳에는...

17화: 상류층의 놀이거리

18화: 피 흘리는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