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전지구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꼭 봐주세요.

감사합니다2013.07.25
조회4,789

저는 부평에서 있었던 일을 올려보려합니다.

 

일단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늦은 나이의 취업준비생이자

가벼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28살의 여자 사람입니다.

 

2년 전에 결혼을 하고 습관성 유산으로 인해 진료를 받다가

자궁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하여 수술을 했습니다.

자궁에 종양이 있어서 에스트로겐이 과다한 것인지

에스트로겐이 과다해서 자궁에 종양이 생긴 것인지

병원에서는 인과관계가 확실하진 않다고 했지만 (어쨌든 연관성은 있다 하였고)

호르몬 치료도 받고 종양제거 수술도 하면서 살이 굉장히 많이 쪘습니다.

 

살이 찌니까 불편한 게 한 두 개가 아니더군요.

입던 옷도 안맞고, 당연히 외모에 자신도 없어지고

가장 큰 불편은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잘 몰랐는데... 뚱뚱한 사람은 거의 동물 취급 하더라구요.

 

여자라면 누구나 다이어트를 일생에서 한 번 이상은 하고

저도 또한 수십번도 넘게 다이어트를 해서 몇 키로 빼고 찌고 했지만

산부인과 치료를 병행하며 살을 빼는 것이 쉬운 게 아니더라구요.

시간이 지날 수록 의기소침해지는 것 같네요.

 

날씬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것도 핑계로 보이겠죠.

살 빼고 싶으면 얼마든지 굶든 운동하든 빼면 될 게 아니냐 하시겠죠.

어쨌든 다 맞는 말이니 인정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억울한 일이 있었네요.

 

 

저는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남편과 넷이 살고 있습니다.

시댁은 경기도 시흥시입니다.

친정은 인천 부평이구요.

 

엄마가 휴대폰 대리점을 하시는데,  휴대폰을 개통하러 왔다가

엄마랑 얘기도 좀 하고... 피곤해서 부평에서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친정에는 안방과 동생방 밖에 없어서 근처에서 숙소를 잡기로 했죠.

 

찜질방은 사람이 많아서 불편하고

모텔이나 호텔에서 하루에 10만원 쓰기는 너무 아깝더라구요 ㅠ

그래서 부평역사 근처에 ㅊㅅ여인숙에 가기로 했습니다.

 

남편에게 먼저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라고 했는데

여주인이 25000원이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카드는 27000원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가격을 물어보고 다시 나와서 알려주었음)

그래서 같이 들어가서 결제하려고 했는데

저를 보고 약간 꺼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 혼자 들어갔을 때는 말을 안하더니

저를 보고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저는 28살이고 남편은 29살입니다.

전혀 동안아니고 오히려 노안이라 어디가면 30대까지도 봅니다. ㅡㅡ;;

 

뭐 그래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신분증을 보여줬습니다.

근데 의외로 한참을 보더니

사진이랑 비슷하긴 한데 완전히 확신은 못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운전면허증이랑 지갑이랑 카드지갑까지 꺼내서 다 보여주고 확인을 시켜줬습니다.

 

그런데

"사진만 봐서는 본인이 아닌 것 같네요. 다른 데 가보세요."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약간은 화가 났지만 뭐 사진이랑 다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파서 살이 좀 쪘지만 본인이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살찐 것 말고는 달라진 건 없습니다 포샵하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끝까지 안된다고 다른 데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결국 완전히 소리 지른 건 아니지만 약간의 언쟁이 있었습니다.

 

그 주인 분은 "언니 주민등록증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 고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하고

저는 민증까지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딱 봐도 성인인 사람에게

자영업 하는 사람이 주관적인 이유만으로 숙박을 거부할 권리는

없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누구나 숙박할 수 있는 곳 아닌가요?

그래서 나라에서 그렇게 하면서 돈도 벌라고

사업자등록증도 내주고 하는 것 아닌가요?

 

 

결국 근처에 경찰서 지구대가 있으니까

확인서를 받아오든지, 다른 데 가든지 하라고 하더라구요.

 

 

이미 그 곳에서 잘 마음은 없어졌지만

제가 그대로 다른 곳에 가 버리면

저는 그냥 신분증 위조범이 되는 거 아닙니까?

너무 억울해서 지구대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구요.

 

남편은 화나서 씩씩거리고, 저는 다 큰 여자가 눈물이나 찔찔 짜고 있고...

(그냥 다른 사람들 같으면 그냥 다른 곳 같을텐데...

저의 자격지심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근데 정말 속상했어요. )

 

그런데 지구대 경찰관님들은 조금도 웃지 않고

심각하게 얘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시더라구요.

제가 신분 확인을 할 수 있으면 확인서를 써주실 수 있냐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직접 여인숙에 가서 확인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여인숙에서 시민에게 숙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냐

열심히 토론도 하시더라구요.

 

저희는 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남편 주민등록증까지

모두 드리고 신분 확인을 했습니다.

(제 기분 맞춰주려고 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봐도 본인 맞는데 여인숙에서 왜 그랬는 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두 분이나 동행하셔서

같이 여인숙에 가서

본인이 맞다고 확인해주시고 제 입장을 그 주인한테 얘기해주셨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제 눈을 똑바로 보고 대꾸도 안하던 여주인이.....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ㅡㅡ;;

정말 무섭더라구요.

기분 나쁜 건 둘째치고, 그렇게 사람이 변하다니...

저희한테는 그렇게 막 대하더니

경찰이랑 가니까 살살 웃으면서... 참나;;;

 

저는 그 여주인 앞에서 눈물 보이기 싫어서

사과 받자마자 바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경찰분들께 여기까지 번거롭게 오게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음료수라도 사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바로 앞에 슈퍼가 있었음)

 

그러자 나이가 좀 있으신 경찰 분께서

엄한 목소리로 "시민한테 그런 걸 받으면 안됩니다.

음료수 하나라도 받으면 안되죠.

이런 일을 하려고 경찰이 있는 건데, 당연한 일 한 겁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사소한 일로 참... 죄송하기도 한데

감동까지 받았네요.

 

초라해보이고 돈도 없어보이는 저희한테

마지막까지 90도 인사 하시며 유유히 사라지는

경찰관님들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여관주인이 그러더라구요 "딱 봐도 미성년자가 아니긴 한데

장사하는 입장에서 혹시나 해서요 호호호"

 

딱 봐도 성인인데 ㅡㅡ 확인까지 하고도 안된다고 하는 거면

저를 무슨 범죄자로 봤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뚱뚱해서 그냥 싫었던지요.

아니면 남자 혼자인줄 알았는데 여자까지 뒤따라 들어오니까

돈 더 받으려고 꼼수 썼던지...

돈 오천원 만원에 이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음료수 한 잔도 받아먹으면 안된다고 하시는 경찰분들을 보니까

이런 공무원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반성이 되네요...

 

사실 언론에 나오는 몇 몇 나쁜 경찰을 전체로 확대해서

욕하고... 그런 적 많거든요

근데 오늘 확실히 반성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평역 지구대 경찰관님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