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못하는 남자, 떠나가지 못하는 여자

까꿍2013.07.26
조회382

1년 8개월째 연애중 ...

우리는 서로 너무 사랑하고

서로에게 너무 필요하고

서로가 있기에 힘을 낼 수 있다 말합니다

 

하지만 문득

정말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때면

불현듯 겁이 나기도 합니다

 

이유는

1년 전 쯤 ...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부터 결혼하자라며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거침없는 성격이...늘 저를 설레게 했었습니다

싫어도 싫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제게는 늘 든든한 지원군 같았으니까..

 

하지만 작년 5월..예기치 않게 우리는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당장 수술을 결정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사람과 나의 아이를 지울 수가 없더군요 ..

일주일을 매일같이 두세시간을 붙잡고 울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게 뭐가 문제라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제 주변만 해도 그렇게 결혼해서 행복하게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당시 저는 입덧이 심해 다니던 일을 쉬고 있었고

남자친구 역시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쉬고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엄하기로 소문난 부모님께

직장도 없는 남자와 결혼하겠다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수술을 하려 했지만 그럴만한 돈도 없었죠 ...

정말 눈앞이 까마득해 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죠

 

하지만

어떻게 그 아이만 지우고 나만 살 생각을 할 수 있지....?

 

결국 제대로 먹지도 못할만큼 입덧이 심해져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부모님께 얘기했죠

밤새 온갖 십원짜리 욕을 들으며 울었습니다

 

잘한거 하나 없는것도 알고

욕들어도 당연한거 알지만

제가 조심하지 않았다는게 아닌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창녀 취급을 당했기에 억울했습니다

스물 한두살도 아니고 ...이제 20대 후반이 다 되어가는 제가

아직도 순결을 지켜야만 하고 아무 남자에게 몸을 대주는 여자가 된 것이

서럽고 수치스러웠습니다

 

그 사람과는 정말 진지하게 만났는데 ...

 

저는 한순간의 반항심으로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하루라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일순간의 반항심과

그동안 남자친구의 무책임한 행동 ..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자친구도 저 몰래

죽어라 노력했는데 저는 그 당시 제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해서는  안될 말도 서슴지 않고 했죠

그 자존심 세고 자존감 높던 사람에게 ..

진심을 다해 존중해주고 싶던 그의 마음에 ..

저는 니가 능력이 없어서 우리 애를 죽일 수 밖에 없다 했습니다

수술하고 나도 죽어버릴테니 절대 나 찾지도 말고 잘먹고 잘 살라 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일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출산예정일이 내 생일 이틀 전이었던 그 아이를 ..

꿈마다 나타나 다치고 힘든 나를 치료해주고 위로해주던 그 아이를 ..

우리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

내 목숨을 바쳐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백번 천번도 대신 죽어줄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 일로 인해 지난 1년간 남자친구와 수도 없이 싸웠습니다

비단, 이 일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장거리 연애 중이기 때문에

잦은 다툼이 있었지만

그 일 이후 우리는 서로에게 더 심한 말을 하고 있었고

서로에게 마음을 닫고 지냈습니다

 

날 지켜주지 못한 남자친구에 대한 원망..

자길 믿어주지 않은 여자친구에 대한 원망...

우리에게 남은 건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았죠

 

하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직장 근처로 내려와 지내겠다는 남자친구는 아직도 피하기만 하고

저는 부모님께 남자친구 얘기는 입밖에도 꺼내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연봉 5천 되는 남자 아니면 안된다 하는 부모님이었는데

지금은 연봉 5천에 평생 절 떠받들고 산다 하면 허락해 줄까 말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남자친구와...

주변에선 왜 만나냐며 좋은 남자 소개해주겠다는 사람들 ..

 

저는 남자친구가 좋지만

한번씩 그 때 그 일로 인해

그를 정말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위기가 오면 피하진 않을까 ...

나에게 다 떠넘기면 어쩌지 ....

 

그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그래서 그의 마음이 얼마나 무참히 깨지고  짓밟혔는지 알지만

머리로 이해할 순 있지만 마음으로 이해할 순 없는 나의 모순...

 

조건같은건 따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능력있는 여자가 되겠다 마음먹었는데

결국은 나도 조건 좋은 남자 만나 팔자 펴야겠단 생각만 하고 있는건 아닌지 ..

 

나를 위해 변하려 하지 않는 남자친구 ...

좀 더 나를 리드하고 보듬어주는 사람이길 바랬는데

어느 순간 애기처럼 떼만 쓰고 세상물정 모르는 남자 ...

 

나는 그 없이 살 수 있지만

그는 나 없이 살 수 없다 합니다

이건 그도 알고 나도 압니다 

 

 

 

그의 마음....뭐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일까요 ...

그런 그를 ..

저는 계속 만나야 할까요 ..

편견없는 의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