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평범한 휴학생 여자입니다.
한참을 울다가 조언이라도 구해볼 겸 몇 자 적습니다.
저는 한 집안의 장녀이고, 두 명의 동생과 부모님,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우리 가족은 그냥 보기엔 아주 평범한 가족입니다.
무뚝뚝한 큰 딸, 애교많은 둘째, 사랑받고 자란 막내.
할머니와 어렸을적부터 같이 살았기 때문에
가정교육부터 타인을 도우려는 마음을 배우고 자랐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가정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완전히 곯아터졌습니다.
집이 매우 엄합니다.
보통의 엄하다는 집이랑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에요.
저는 아직 어른들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는 밥을 먹지 않습니다.
또한 어른들이 하라는 일은 작은 그 무엇이든 먼저 하는 편입니다.
교육을 잘 받았구나 싶으시겠지만,
저는 앞머리 하나 자르는 것, 손톱 조금 길어진 것,
의도치않게 피부가 관리되지 않은 것, 밥을 소란스럽게 먹는 것,
악세사리, 운동화 외의 신발, 반바지, 치마, 쪼리나 슬리퍼,
어른이 집에 있을 때 아무데서나 자거나 소란스럽게 구는 행동.
명절에도 친지들이 모이면 다른 사촌들은 앉아서 떠들고 여유를 즐기는데
저희 자매는 쉼없이 움직이며 모든 수족 노릇을 합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시구요.
이 외에도 갖가지 일로 저는 하루에 수십번도 더 혼납니다.
스물 셋 나이에 통금이 있습니다. 저도 세상이 흉흉해서 통금에는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학교의 일로 조금 늦는 것에도 학교에 전화를 해서 확언을 들어야겠다고 굉장히 화를 내십니다.
조금 나쁜 말로 하자면, 저는 언제나 개가 물어갈 년이 됩니다.
강아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일게요. 저는 강아지를 키웁니다.
세 마리나 키웁니다. 제가 좋아서 사온게 아닙니다.
세 마리 다, 아빠가 주워오거나 데려온 강아지입니다.
최근, 아빠가 오래도록 지속해오셨던 사업이 힘들어졌습니다.
쫄딱 망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이해합니다. 스트레스 쌓이시겠죠, 힘드실거구요.
그래서 제 알바비로 집 월세나 제 이름으로 빌린 대부업체 이자등을 냅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제가 조금 힘들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한다는겁니다.
아빠도 힘드시지만 저도 힘들다는걸요.
다시 강아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늘 밤마다 술을 드시고 강아지들에게 시비를 겁니다.
침도 뱉고, 몽둥이로 패시기도 합니다.
얼마전엔 저 으르렁거리는 흰 강아지를 죽인다며 칼도 드시더군요.
그걸 보는 저는 어떨까요. 동생들이 매일 경기를 하며 악몽을 꿉니다.
저도 요즘들어 새벽에 너댓번은 깹니다.
불안감에 제대로 잠들지 못합니다.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늘 웁니다.
일을 나가서 퉁퉁 부은 눈으로 끙끙거리고 있으면 같이 일하는 분들이나마 겨우 어디 아프냐는 말을 해 주실뿐이에요.
저도 아빠를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엄청나시겠지요. 그치만,
저희도 너무 힘듭니다. 아직 미성년자인 동생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언니 우리 이제 죽어버리면 되겠다. 그럼 집이 조용할거야.
라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합니다.
은연중에 다같이 죽자는 말을 너무 많이 합니다.
저도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습니다.
강아지, 동생, 엄마, 할머니, 아빠 다 같이.
그럼 스트레스는 없지 않을까요.
아빠가 더 두려운점은 술을 안 드실땐 자제한다고 늘 이야기하신다는 점이에요. 기억은 하는데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걸 막지 못 한다는 게... 너무 두렵네요.
두서없이 적었어요. 그냥 조언이나마 구하고 싶어 판을 찾았습니다.
정신없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