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어진지도 이주가 다 되어가.

나야201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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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우리가 헤어진지도 2주가 되어가.그런데 난 아직도 우리가 사랑했던 날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봐.
헤어지던 날, 당신 방 앞에 놓여져 있던 내 짐을 가지고 혼자 돌아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도어락을 열어보고 비밀번호가 바뀌었단 걸 알았을 때 느꼈던 그 참담함도.순간적으로 당신을 찾아갈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거나, 소리지르거나, 울지는 않았어.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캐리어를 끌고 그 자리를 돌아나오는 것 뿐이었어.
웹에 당신이 올렸던 글도 하나 보았어. 우리가 기르던 아이들을 분양하던 그 글 말이야.처음엔, 분개했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믿어. 누군가 많이 사랑해주고,사랑 속에서 편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당신이 보내준 소포들도 네 상자 모두 잘 받았어요. 내 물건들이 빠짐없이 들어있던 그 소포들.혹시 남은 물건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쩌면 당신이 한 번 쯤은 소포를 더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사람과 사람이 헤어지는 데에 어느 한쪽의 잘못만 있진 않다고 하지만,나는 내가 당신에게 너무 많은 고통을 주었다고 생각해.처음부터도 나와 함께 있으면서 당신은 정말 많은 상처를 받았어. 나와 함께 한 마지막 1년여간, 당신은 내 집착과 이기심으로 너무 괴로워하고 있었는데나는 그걸 제대로 알아주지 못했어. 심지어 그게 잘못인지조차도 모르고 있었어.올 4월부터 아마 당신은 완전히 지쳐 있었을거야. 나는 고치려고 했지만, 결국 고치지 못했어...
그런데도 당신은 마지막까지 나와 헤어지고 싶은 건 아니라고 해주었지.그런데도 난,당신의 상황을 매일 떠올리고 이해해 주지도 못하고, 당신의 마음을 시험하려 하고,연락에 집착하고, 떠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듣고 싶은 얘기 못 들었다고 헤어지자 하고.어린 걸 어리다고 했다고 화내고, 어리다고 했다고 당신과 안살겠다고 투정부리고...그런 사람이었어. 어느 누가 들어도 나랑 헤어진 게 잘됐다고 하지 가서 잡으라고 하지 않을거야.당신도 그 스트레스에 너무 아파했어. 아마 그렇게 힘든 걸, 다신 하고 싶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어쩌면 내겐 아파할 권리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남자는 늦게 아파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나는 아마 당신이라면 지금 아파하지 않을까 해.아파하면서도 날 붙잡지 않는다는 얘기니 나에겐 슬픈 얘기지만,그렇게 아플 걸 알면서도 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철저한 사람이어줘서매정하면서도 고맙다는 생각을 해.
나 말이예요.비록 당신에 비하면 근성도 적구, 냉철하지도 않고, 미성숙할지 모르겠지만..그래도 당신과 있을 때 당신을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했던 건... 진심이었어.모든 게 다 진심이었고, 살면서 통틀어서 이렇게 사랑해본 사람이 없었어요.당신이 내 아픈 손가락이었어요. 밉다가도, 돌아서면 보고 싶고, 상처주면 나도 같이 아팠어.
우리가 많이 다르다는 것.. 알고 있었어요.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지금 이렇게까지 사태가 오도록 두지 않고, 그냥 서로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실은 당신을 바꾸느라 나도 많이 힘이 들었었어요. 쓴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쓴소리를 해서 사람을 상처줘야 했으니까...하지만 그래야 했을 정도로 나도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는걸요.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이제 내가 질게요. 당신을 상처줬던 것에 대한 책임.
그저 미안해요.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그저 미안하다는 생각 뿐이예요.당신이 원했던 것은 그저 사랑일 뿐이었는데, 당신이 원하는 사랑을 나는 왜 그리 주지 못했을까.왜 항상 이기적으로, 내가 명령하는 입장에 선 것처럼, 나에게 사랑을 강요했을까.지나친 자만심이었어요. 당신이 항상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정말 많이 미안해요. 돌이켜보면 나는 사랑했지만, 당신은 사랑받지 못한 기분일 것 같아.당신은 내게 마음이 변했어도 함께이기 위해 항상 노력했는데 나는 충분히 그러지 못했어요.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부끄럽고 죄스러워요.
실은 당신을 붙잡고 싶었어요.메일이라도, 카톡이라도, 전화라도 해서.... 하다못해 찾아가기라도 해서 붙잡고 싶었어요.하지만 나는 겁이 난 거예요.차단당했을까봐, 휴대폰 번호를 바꿨을까봐, 이사를 갔을까봐, 스토커로 신고를 당할까봐...더 무서운 건, 실감나지 않는 머리로 비로소 이별을 실감하게 될까봐,우리가 남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었다는 걸, 정말로 알아버리게 될까봐.
무엇보다도, 당신을 그렇게 붙잡아둬도, 예전의 당신은 돌아오지 않은 채로,투정부리다가 당신 시간을 낭비할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되었어요.항상 시간이 부족하던 당신, 내가 연락해서 멘탈, 시간 쓰게 하면 또 방해될까봐...당신이 원하던 형태의 사랑을, 나는 이별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해줄 수 있게 되네요..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아요. 당신 항상 내 곁에 있겠다구, 우린 언제까지나 함께일 거라고 했잖아요..정작 나는 그 말을 한 적이 별로 없는데, 당신의 말이 내 머릿속에 너무 깊게 들어와서,지금 나는 좀 연애를 쉬어가거나, 언젠가 당신이 꼭 돌아올거라고 생각하거나,혹은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제쯤 이 이별이 실감이 날까.잊을 수는 있는걸까...
그래도 당신이 이제는 행복하면 좋겠어요.미안했어요.후회했으면 좋겠는데, 그럴 것 같지 않네요....ㅎㅎ
사랑했어요.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