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름전에 있었던 지금 생각해도 울컥하고 두근대는 일을 여러 여성분들과 공유하고
조금이나마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올립니다.
저는 일본 교토에서 회사다니고 있는 올해 서른이 된 처자입니다.(어느덧 서른!)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기타야마라는 곳으로 교토 내에서도 조용하고 안전한 동네로
여자애+외국인인 저를 배려해서 회사에서 열심히 찾아준 곳입니다.
옛부터 유지나 부자들이 살던 동네라 전통가옥도 많고 멋진 까페나 샵들이 많은 곳입니다.
산이 있어서 공기도 깨끗하고 중간중간 밭이 있는 곳도 있어서 여름이면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역으로 갈수록 현대적이고 북쪽으로 갈수록 시골같은 그런 곳입니다.
안좋은 점이라면.. 북쪽으로 갈수록 가로등이 적어져서 밤되면 아주 어둡고,
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다가 조금 더 올라가면 미도로가이케라고 일본에서 유명한
불가사의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는 호수가 하나 있어서 밤되면 차들이 확!! 없어진다는 점?
워낙 겁도없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어두워서 별이 잘보여서 좋다~~ 조용한건 숙면할수 있고
방해 안받아서 좋다~~ 라고 생각해 왔던 제가 안전불감증이 약간 있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암튼..때는 정확히 7월 16일.
교토의 기온마츠리라는 일본 3대 축제의 클라이막스 라고 할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매년 가서 친구와 구경하고 먹고 놀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시간은 11시 좀 넘은 시간이었구요.
참고로 제가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아래와 같습니다.
메인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오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골목으로 들어오면
골목초입에는 주택이 몰려있지만 중간 정도에 밭이 크게 하나있고 좀더 가면 주차장이 사이드로 있고 거기서 한 10미터도 못가서 집입니다.
그날도 아 ~~재밌었다 하고 돌아오는데 주차장 1근처쯤 왔을때
왼쪽 뒷편에서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생기는 거에요.
분명히 골목 초입에서는 뒤에 그림자가 없었는데..? 하면서 조금 갸웃했지만
왜~ 평소에 판보면 여자들이 뒤에 남자있으면 의식해서 빨리걷고 그러는거 기분나쁘다 라는
글을 좀 봐서 아 그냥 우리집방향으로 가는 급한 사람인가보다 하고 갑자기 뒤돌아보거나 빨리가면 기분상할수도 있겠다 해서 주차장 쪽에 붙어서 먼저가게 배려해주자 하고 약간 갓길쪽으로 붙어서 한 4발자국 더 갔을때였나 ..
갑자기 그림자가 더 커지고 이쪽으로 빨리오더니..뒤에서 억세게 입과 코를 틀어막고 몸 전체를 옭죄는 거에요; 정말 그순간에도..중학교나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달려와서 뒤에서 매달라는 그런 느낌이고 설마 나한테 이런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해본적 없고 놀라면서도 당황스러워서 몸은 굳었지만 머릿속으로는 응;? 누구지? 하고 일순 생각하고 있는 찰나..다른 한손이 윗옷 속으로 거칠게 들어와 가슴을..잡더라구요.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라고 되뇌었던것 같아요..
몸부림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이놈이..오른쪽으로 끌고가려고 방향을 틀고있는걸 느꼈어요.오른쪽으로 3발자국정도가면 차도 별로없고 가로등도 하나 없는 주차장1...이대로 끌려가면 죽을수도 있고 무슨일 당해도 당해겠구나 생각하니 무조건 저기로 끌려가면 안된다는 생각에 정말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몸을 비틀어서 반항을 했고 순간적으로 몸이 풀려서 범인 쪽으로 주저앉았어요.
입이 풀려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살려주세요 불이야 도둑이야 사람살려..는 개뿔..일본어도 한국어도 안나와서 정말 괴물같이 소리만 질렀네요..)저딴에는 꽤 크다고 생각했는데..아무도..나와주지 않더라구요..
그와중에도 그놈은 제가 하고있던 목걸이랑 멱살을 잡고 주차장쪽으로 끌고 가려하고
저는 안끌려가려고 버티고 소리질러대고.
하다가 결국 안되겠다 싶었는지 돌아서 도망가기 시작하더라구요.
심장이 터질거같고 다리는 힘이 풀려서 도망가는 모습,메인도로까지 뛰어서 없어지는 모습을 넘어져 주져앉은 상태로 멍하니 계속 보고있었네요.. 얼굴은 당연히 전혀 못봤구요..옷이나 머리모양은 도망가는걸 근근히 가로등에 비쳐보였을때 봐서 기억해두었습니다.한국처럼 씨씨티비가 있으니 잡을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모습이 사라진 후에도 그대로 메인도로쪽 그러니까 산있는쪽으로 등을 지고 넘어져 앉아서
멍하니 앉아 한 2분정도 있었던 것같아요. 얼이 빠지고 다리도 후들거리고 방금 무슨일이 있었던 건가..이다음에 어떻게 하나 ..여러가지 생각에 넋이 나가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순간....그 범인의 실루엣과 같은사람이 저쪽 끝 골목 초입에 살짝 나타나더니
한 10초정도 저쪽을 보다가 다시 왔던길로 쓰윽 사라지는거에요;;;; 소름이 쫘악 끼치면서
집에 들어가야 한다라는 생각에 다 벗겨진 구두를 잡고 집으로 뛰어갔네요..
집에와서도 진정이 되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하자니 내가 본건 희미한 실루엣과 구두가 아닌 운동화였고 긴바지였다는것 뿐이 없었고..이미 튀어도 멀리튀어서 못잡을거같고..시간은 11시 반이 다가서 상사한테도 전화할수 없고.. 유학생활을 하다 온게 아니라 한국의 지사에서 일본으 본사로 콜 받아 온거라서 딱히 아는 회사사람 아닌 애들도 없고..집에 전화하면 엄청 걱정하실거같고..서럽더라구요..
나름 냉정히 생각한게 다음날 회사에가서 상사랑 윗분들한테 상담후 같이 경찰서가서 씨씨티비 확인하고 수배령을 내리자 였습니다.
잠을..거의 못자고 회사에 가서 조례가 끝나자마자 상담요청을 하고 털어놓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터지라구요 무섭고..그리고 다 얘기하고 들은얘기가 더 무서워서 아 생각보다 더 정말 큰일날뻔 했구나 라는 생각에 몸이 떨리더라구요..
일단은 칼이나 흉기의 위협이 없어서 다행이다, 어딘가 찔리지 않아서 다행이다,마취제나 정신 잃게 하는 약을 쓰지 않아 다행이고 주차장에 끌려가지 않아 다행이다,주차장에 시동걸려있던 차는 없었냐, 등...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었더라구요.. 근처에 호수도 있고 산도있고..정말 나쁜일이 일어났다면..아 끔찍해요..
그날 부장님과 경찰서에 갔더니..이건 형사계 사건이라며 인도받았고..놀라운건..일본은 골목마다 씨씨티비가 없다는것.. 사건 직후 바로 신고하지 않으면 더 잡기 힘들다는것, 여름엔 그런놈들이 쫌 늘어나는데 방범을 강화하겠다는것 정도 알게되고 사건 접수 후 돌아왔네요..
그 일이 있고 될수 있으면 해가 있는 8시 전에 귀가 하고 있어요.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그 구간을 지날때 미친듯이 떨리구요.가장 무서웠던건 넘어져 있는 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것.그리고 소리를 질러대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다는 점..
그 후로 이사도 고려 하고 있고 호신용 사이렌 기계도 하나 샀어요.. 응급시 안전핀을 빼면 귀가 찢어지게 큰 사이렌이 울리고 멈추게 하려면 다시 안전핀을 그 자리에 꼽아야 하는.
여성분들, 아마 늦게까지 일하시거나 아님 친구들과 유흥을 즐기시거나 돌아오시는 분들 많을거에요. 제가 재수가 없어서 없어도 될일 겪은 거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게 생기지 않을 일이 아니란것도 내몸은 내가 지켜야하고 경계해서 나쁠것 없다는것 몸서리 치게 느꼈습니다..
참고로 저 술을 안좋아하고 잘 마시지도 못해서 그날 역시 맨정신이었구요 옷은 축제의 많은 사람들과 살 부데끼기 싫어서 나시위에 긴 가디건, 긴치마 였습니다.노출 거의 없었어요.그리고 평소에 팔힘도 쎄고 목소리도 큰편입니다.그런데도 결과는 저래요...
크게 다친곳을 없지만 엉덩이로 넘어지면서 엉치뼈가 앉았다 일어날때 마다 욱씬거리고
곳곳에 멍이 많이들고 쑤셔서 일주일정도 몸살처럼 앓았네요. 이제는 멍도 거의 가셨지만 일이있고 다다음날 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구요.
사이렌 호신기 얼마 안하구요 여러가지 알아봤지만 호신술을 한다, 스프레이나 가스총을 쏜다 그런것도 있었지만 정말 그순간에 몸이 얼어붙습니다. 가장 단순하게 주위사람들이 신경쓸수 있는건 사이렌인거 같아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모두모두 밤길 조심하세요; 특히 술 마시고 귀가하실땐 남친이나 가족에게 마중나와 달라 하시구요
될수 있으면 밝고 사람 많은 곳으로, 아니면 택시타시고 바로 집앞까지 가셔서 귀가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남성분들도 밤길은 조심하세요! 주차장에 있는 밴같은 승합차로 끌려가 죽도록 때리고
돈 뺏는 사례도 많다고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