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침묵하는 언론들

참의부201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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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연구를 하면서 일제 때 발행된 신문을 접할 기회가 더러 있었다. 일제 때 신문은 데이터베이스가 돼 있지 않아 영인본이나 마이크로필름을 통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만 있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더러는 여러 신문을 통해 재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한 신문에만 실린 기사도 없지 않았다. 그 이유를 따져봤더니 신문사 입장에 따라 기사가 실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빠진 경우도 있었다.

흔히 신문은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당대를 기록한 1차 자료로 불린다. 독립유공자 공적심사를 할 때 가장 신뢰도가 높은 근거자료는 판결문이나 수형기록 등 공(公)기록이다. 그러나 그런 자료가 없을 경우 당시에 보도된 신문기사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거의 공기록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신문자료를 학술적으로도 1차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그만큼 신문은 우수한 기록으로서 사료적 가치도 크다고 하겠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신문들이 당대의 기록에 충실치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 구름처럼 모여 촛불을 높이 들었다. 이들은 한 두 차례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몇 주 간에 걸쳐 주말이면 마치 주말드라마처럼 촛불집회를 갖곤 했다. 그해 3월 20일 이른바 ‘100만인 탄핵무효 촛불집회’ 때는 전국에서 100만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으며, 서울에서는 광화문 네거리에서부터 남대문 인근까지 30만명이 모이기도 했다. 그 소식은 당시 외신들도 주목해 본국에 타전했는데 당일 촛불행렬은 장관을 이뤘다.

그런데 정작 광화문에 본사를 둔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거나 단신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그들은 탄핵무효를 외친 촛불행렬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이를 자사 지면에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아마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조선, 동아를 검색하는 사람은 2004년 3월 광화문에 수십만명이 운집해 촛불을 든 사실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선, 동아에는 이같은 기사가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곡보도는 사실을 비뚤게 비틀어 보도하는 것만이 아니다. 흔히 사실을 틀리게 보도한 것을 오보라고 하는데 오보 중에서도 가장 큰 오보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광화문 일대에 ‘국정원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이 또다시 타오르고 있다.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지방도시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불이 붙었다. 그러나 조중동을 비롯해 KBS, MBC 등 공영방송은 물론 민간방송 SBS조차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엔 우중에 서울광장에 제3차 촛불집회에는 2만명 가량이 모였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춧불집회 보도를 외면을 넘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국정원, 새누리당 등 집권세력의 ‘물타기’로 불리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문제나 NLL 사건은 줄기차게 보도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보도이자 편파보도의 극치라고 할만하다.

신문사나 방송사가 설사 민간기업이라고 해도 그 본분은 공적 영역에 속한다. 설사 조중동은 그렇다고 쳐도 방송은 얘기가 다르다. 방송은 공적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만큼 성격상 민간영역으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국내 보수신문사와 주요 방송사는 사주(혹은 경영진)와 편집진의 사적 도구로 전락하고 만 형국이다. 이래놓고서도 이들이 언론이라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급기야 한 군사전문가는 공영방송 KBS의 편파보도에 항의하며 인터뷰 사절을 선언했다. 사태에 따라서는 그를 뒤따르는 이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신뢰도 및 독자(시청자) 급감은 따지고 보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종이신문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나 시청료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국내 신문과 방송은 스스로의 몰골을 먼저 되돌아볼 일이다. 매체가 당대의 기록자임을 망각할 때 그 매체는 머잖아 비극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인터넷 블로그 보림재(寶林齎) 정운현 미디어협동조합 상임이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