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몸으로 무대에 발레리나 줄리 켄트

돈키호테2003.12.25
조회3,282

 

배 나온 발레리나? 임신한 몸으로 무대에
美ABT 발레리나 줄리 켄트 -격렬한 동작·노출심한 의상 사절

 

임신한 몸으로 무대에 발레리나 줄리 켄트

▲ 임신한 몸으로 춤추는 줄리 켄트. /뉴욕타임스 사진

임신한 여성의 누드가 잡지 커버를 장식하는 등 이제 여성들이 임신한 몸을 숨기기는커녕 당당히 과시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깡마른 체구의 대명사인 발레리나가 임신한 몸으로 무대에 서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주역 줄리 켄트. 한국에서도 몇 차례 공연했었고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함께 영화 ‘지젤’에 출연했던 세계적인 발레리나다.

 

모든 예술 장르 가운데서도 발레는 여성의 임신과는 상극이었다. 몸으로 말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또 파트너가 발레리나의 몸을 번쩍 들어올려야 하므로 여성의 신체조건은 절대적이었다. 얼마 전 러시아 발레단에서는 뚱뚱하다는 트집을 잡아 발레리나를 해고하려 했을 정도다.

 

그런데 내년 4월 출산 예정인 켄트는 2003년 하반기 시즌 내내 임신한 몸으로 ‘도리안’ ‘불의 기둥’ 등 작품에 출연했다. 처음에는 별로 티가 나지 않았으나 점점 더 배가 불러와 관객들도 알아볼 정도가 됐다고 최근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현재 서른 네살인 켄트의 남편은 발레단의 예술 조감독 빅터 바비. 발레리나는 보통 결혼과 임신을 심사숙고하기 마련이고 격렬한 동작 때문에 임신 중 발레는 위험할 수도 있다.

 

켄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발레 인생이 끝날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기다릴 수 없었다”며 “춤추는 것이 내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신 너무 격렬한 동작이 들어가는 작품이나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어야 하는 작품은 레퍼토리에서 제외했다.

 

출연 작품에서도 남녀 무용수의 배가 서로 강하게 부딪히는 동작은 뺐다. 과거 한 유명 발레리나는 ‘사과 1개를 세 쪽으로 잘라 한끼에 하나씩 먹었다’고 자서전에 적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여성인 켄트는 “평생을 깡마른 발레리나의 몸으로 살다가 배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너무 웃겼다”고 말했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200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