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릭스 이론 : 지우지 마라

전문가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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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조어 자체가 그리 고급스럽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 근데 내가 만든 조어도 아니다. 여성의 성기인 "보X"라는 글자에 "매트릭스"라는 말을 합쳐 만들어진 글자다. `보스라치`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뭐 보술람 공화국 이런 말도 있지만, 이건 어떤 상징적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조롱에 가까운 말이니까 차치하고.

다음 스크린샷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있는 말이다. 연관검색어까지 있다. 알바는 이 글을 지우지 마라. -_-;;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사람들은 실제론 통속에 갖혀서 전기만 생산하지만, 자기가 현실세계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전기 자양분을 기계군단(?)이 빨아먹고 산다. "한쪽은 총체적인 착각을 하고, 다른 한쪽은 그 착각을 자양분으로 착취를 행하는 것"이 매트릭스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 착각에서 벗어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 투쟁하는 것이 네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엄마(=여자)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 여자 말 들어 손해날 것 없다. " 주로 아버지가 자신들의 말을 잘 안들어 속상하니 아들에게라도 그런 사상을 주입시키는 것 같다. 그리고 " 결혼해야 돈이 모인다 " 라고 속삭이지만 요즘은 웨딩 푸어도 흔하다. 결혼하면서 빚더미의 굴레에 들어서는 사람들. 웨딩 푸어가 에듀 푸어가 되고 에듀 푸어가 하우스푸어나 렌트 푸어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예전엔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돈을 아낄 줄 모르는 등 문제가 되었지만, 요즘은 그 반대인 것 같다. 결혼 전에 돈을 훨씬 많이 저축하는 쪽은 남자들이다. 즉, 두 말 다 이미 시대착오적인 말들이다. 하지만 저런 담론은 그칠줄 모르고 여기 저기서 재 생산 된다. " 남자가 쪼잔하게 굴면 못쓴다 " 는 둥. ( 여자는 쪼잔하게 굴어도 된다는 말인가? 여자는 원래 열등하니까?? ) 심지어 `여성 이기주의`를 눈감아주지 않으면 무조건 `쪼잔하다`는 비난부터 해댄다.

사회에서는 `여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여 돈을 벌기 위한 상술 가득한 드라마, 영화, 만화`들이 폭발적으로 생산된다. 주로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여자들의 돈을 털기 위한 판타지인데, 이런 것을 자주 접하게 된 남자들도 여자들에게 `젠틀하게 대해야 하고, 여자에게 손하나 까딱 하게 하면 나쁜 놈이며, 멋진 프로포즈를 준비해야 하는 건 남자쪽이고, 결혼해서 행복까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세뇌에 가까운 `미디어 교육과 간접적 사회교육`을 받게 된다. 그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남자는 여자에게 육체 노동을 시켜서는 안된다.
2. 남자는 여자에게 데이트 비용을 부담시켜선 안된다. ( 그런 말을 꺼내면 쪼잔한! 남자다 )
3. 남자는 여자에게 때때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 ( 그 역은 필요치 않다! )
4. 남자는 여자에게 때때로 이벤트를 행해 주어야 멋진 남자다. ( 역시 그 역은 필요 없다 )
5. 남자가 먼저 모든 기념일을 챙기고, 계획을 짜야 한다. ( 남자의 의무사항이다! )
6. 남자가 주거지 등의 대부분의 결혼 비용을 대야 한다. ( 남자 부모님이 괴롭다 )
7. 남자는 아내가 전업주부일지라도 `무조건` 가사를 분담해주어야 한다
8. 남자는 돈을 잘 벌어와야 한다. 안그러면 죽일 놈이 된다. ( 역시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
9. 남자는 모든 상황에서 여자를 먼저 배려하고 편의를 도모해 주어야 한다.
10. 남자는 한번 결혼했으면 죽어서도 여자를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보험들어라! )
11. 남자는 쌩판 처음 본 여자의 밥값도 모두 부담해야 한다. ( 소개팅! 선! )
12. 남자는 평생 `재벌3세남`처럼 아내를 호강 못시켜줘서 미안해하면서 살아야 한다
13. 남자는 무조건 `레이디 퍼스트`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14. 남자는 무조건 결혼을 해야 정상적인 남자다. 
15. 남자는 여자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야만 한다. ( 그 역은 성립치 않는다. )
16. 남자는 여자를 데릴러 가고 데려다 주는 택시 기사 노릇을 해야 한다.
17. 여자는 무조건 자기보다 잘 사는 집의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해야 시집 `잘` 간 거다.
18. 남자는 위와 같은 관념을 딸에게도 주입해야 하고 그런 남자를 권해야 한다.
19. 남자는 위와 같은 관념을 주위에게 설파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찌질남`이다!
( 그리고 이런 보트릭스에 포착된 남자들이 멀쩡한 여자들도 보스라치로 만들어 버린다! )
(12번 : 아내에게 호강 못시켜줘서 미안하다는 남자는 많아도, 남편에게 호강 못시켜줘서 미안하다는 여자는 아예 없다시피 하다. 여자는 남을 호강시켜줄만한 그런 능력 자체가 없는 열등 인간인가? 그렇다면 정규 교육은 왜 똑같이 받고 취직에서도 불리함이 없는가? )

여기서 남녀는 평등한 존재라는 외침은 현실적으로 힘이 없고, 저런 거대한 매트릭스의 힘이 훨씬 강하다. 왜 그래야 하고 왜 그게 옳은 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이 그렇게 한다. 그래야 한다고들 하고 그래야 왠지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상당수의 남성들이 나같은 `네오`들의 설득이나 주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보트릭스의 포로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야 그나마 여자와 사귈 수 있고 결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시 왜 그래야 하는 지는 모른다.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 역설적으로 애인, 아내, 딸은, 쉽게 말하면 자신의 행복을 자신이 개척할 능력이 전혀 없으며 매우 수동적인 인간으로 상정된다. 그러므로 남자가 이를 100%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야, 결혼하면 내가 행복하게 해줄께! 별도 달도 따줄게!"라는 말을 해대는 남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 `행복하게 해줄게`라고 약속하는 여자는 별로 없음에 주목하라 ) 

데이트, 연애도 선택이고 당연히 결혼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다. 어떤 가치관을 선택할 지는 각자의 마음이다. 어떤 결혼 생활을 할 것인지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해야 하며 딸에게도 자신의 일방적인 남녀 관계나 결혼관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여자에겐 무조건 양보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 사례: 대학 MT가면 무거운 물건은 무조건 남자가 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 내 아내는 2리터 짜리 생수병, 6개짜리도 혼자서 들 수 있다. 약한 척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난 여자 후배들에게도 일일히 짐을 나를 것을 명했다. 크고 깨끗한 방을 여자들에게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건 누가 세운 규칙인가? 내가 동아리 회장일 때는 그런 규칙 따윈 없애버렸다. ( 여성 회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호의를 권리로 착각했기 때문이지만, 그들이 내는 회비도 똑같았고 오히려 나는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해서 MT참가 비용을 대폭 낮춰주었다. )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자들만 MT가서 무거운 짐도 안나르고 크고 깨끗한 방에서 자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약자`에게 어느 정도 편의를 봐주는 것이 `강자`으로서의 도리이겠으나, 여자는 `무조건 약자`이니 `무조건` 일정 권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보트릭스에 포착된 남자다. ( 부잣집에서 태어나 서울대 나와 행정고시 합격한 여자가 약자인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도 못가고 일용직을 전전하는 남자가 강자인가? ) 데이트 비용 이야기 꺼내면 쪼잔한 남자라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 역시 보트릭스에 포착된 남자다. (끝없는 사회적 세뇌작용의 결과 ) 내 안에도 크든 작든 보트릭스가 있고 당신 안에도 보트릭스가 있다. 다만 나는 끊임없이 이것이 한쪽 `성`이 다른 쪽 `성`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룰이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을 세뇌당하고 있는 룰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회의하고 고민할 뿐이다.

p.s : 나는 성재기를 싫어한다. 그의 글을 진지하게 읽어본 적도 별로 없다. 그러니 성재기 드립 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