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랑과 서로 아이디를 알고 있어서 아는 언니 아이디로 씁니다.
저는 이십대 중반, 평범한 여자이고 예랑은 삼십대 초반 평범한 남자입니다.
만난지는 2년 좀 안됐고, 결혼 준비 중 입니다. 둘 사이는 잘 맞고 별 문제가 없는데, 친구들만 만나면 제가 마음이 불편합니다.
짧게 말하자면 예랑에게는 중고등학교를 같은 동네에서 같이 다닌 5-6명 가량의 친한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와 똑같이 엄청 친하지는 않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은 동네에 살아서 최근에도 종종 모이는 편입니다. 지금은 예랑이 이사해서 좀 멀리 살아요.
그 분들 중에 4명이 먼저 결혼하고 예랑과 또 다른 친구만 남았는데 둘 다 거의 모쏠 수준이라서 4 커플 + 두 남자가 모여서 잘 놀았다고 해요. 언니들 (친구 부인들)이 두 남자를 잘 챙겨주고 소개팅도 해주고 때 되면 같이 밥도 먹고...
근데 모두 다 학벌, 집안 형편 등등이 비슷하거든요. 부인들 나이도 비슷...동갑이거나 한 살 연상... 그래서 잘 놀았나 봅니다.
저와 사귀고 나서도 자주 커플끼리 어울려 놀기를 바랬는데, 처음에는 저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 않는 게 서운해서 싫었는데 오빠가 연애에도 서툴고,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이건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근데 만나면 너무 거북했어요. 제가 그 언니들 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니까 뭔가 좀 막내고 심부름 해야 하는 그런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저는 그 분들 보다는 학벌도 좋고 집안 여유도 있는 편인데, 나이도 어리고...제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외모도 평균 이상은 됩니다. 그래서 오빠랑 처음 사귈 때도 절 칭찬하는 것처럼 하면서 '뭘 보고 OO씨를 사귀냐, 아깝다. 아직 어려서 남자를 잘 모른다.'는 식으로 놀리듯이 얘기해서 기분이 나빴구요.
무엇보다 제가 좀 비싼 옷, 가방, 악세서리 등을 하고 나가면 관심 보이면서 '이런 거 좋아하면 돈 못모은다.' 'OO씨가 나중에 부인 치장하는 거 돈 댈려면 힘들겠어.'라고 깔깔대면서 이야기 하는데 짜증났습니다. 그리고 사귀고 100일째 되는 날 오빠가 저한테 명품 가방을 사주려고 했는데 '어리다고 다 해주면 버릇 망친다.' 등등 거북하게 계속 놀려서 오빠가 기분이 상해서 안 사준 적이 있네요.
전 오빠한테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다 저희 부모님이 20살 넘어서 부터 가끔 사주시거나, 제가 모은 돈으로 산 겁니다. 선물 못받은 건 기분 나쁘지 않는데 자기들이 돈 없어서 못 사거나 남편이 안 사주면 거기다가 불평하지 왜 뭉쳐서 저한테 이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 결혼 준비 중인데요...
저는 솔직히 아직 어려서 결혼 생각이 없고 돈도 많이 못모았는데 오빠가 서른 넘었고 빨리 하고 싶대서 저희 부모님께 본인이 알아서 다할테니 저는 몸만 오라는 식으로 졸라서 허락 받은 거구요.
저도 거지근성 있는 건 아니지만, 본인이 저렇게까지 얘기 하니 전세금 정도는 있나 보다 싶었구요.
저희 부모님도 남부럽지 않게 해줄거라고 예랑 예물이랑, 혼수 같은 거 다 원하는 데로 해주신다고 하셨고...
근데 알고 보니 돈이 별로 없대요. 그래서 지금 그 친구들 중에 두 커플이 원래 살던 동네에서 살거든요? 집이 좀 싸서... 거기에 구하자고.
근데 골목도 너무 많고 밤에 무서울 것 같고... 그리고 집이 너무 작아요. 부모님이 해주신다는 혼수는 들어오지도 못할 것 같아요.
아니, 그럼 날 더 기다렸다가 둘이 돈 합쳐서 하자고 하던가... 부모님한테 큰 소리를 쳐 놓고...
그리고 집 값에 최대한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하니까 스드메도 무조건 제일 싼 걸로 하고 웨딩 촬영도 하지 말고, 신혼여행도 땡처리로 알아보고... 다 그러재요. 저도 일생에서 한 번 뿐인데 로망이 있고... 또 제가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몇 년만 기다리면 제 능력으로 모아서 제 로망대로 할 수 있는데 왜 남친 나이랑 자존심 생각해서 다 참아야 되나요. 진짜 싸웠는데...
근데 이 걸 또 그 언니들이... 언니들도 별로 부유하지 않아서, 웨딩촬영, 앨범 생략하구 진짜 간소하게들 했거든요. 그 언니들 맘은 알겠는데 제 주위에서는 사실 아무도 안 그렇게 했고 기본은 했는데...
근데 언니들이 사람이 사정 봐가면서 해야 되는데 제가 아직 어려서 이기적이고 허영심이 많은 것 같다고 더 어른이 되야 정신을 차린다는 둥, 자기들은 그런 거 안해도 잘 산다는 둥 그러면서 오빠한테 '좋은 여자는 이럴 때 알아본다.' 이랬다는 거에요.
어쨌든 지금도 결혼을 하네, 미루네... 머리 아픈 중인데요...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건, 모임에서 유일하게 여자친구가 없는 모쏠 오빠가 여자 친구가 생겼어요. 근데 사짜 달린 전문직 여성이고 동갑이래요.
다른 오빠들도 은근히 부러워 하는 눈치구요, 막 그 언니가 자리에 나오면 농담처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아주 그냥 막...-_-
솔직히 직업이나 학벌은 좋은데, 외모는 정말 평범하고 집안도 가난한 편이래요. 그리고 저도 주변에서 같은 일 하는 분들이 있어서 아는데 30대 중반 넘기 전까지 월급도 그냥 일반 회사원 수준이고... 그 분을 폄하하는 건 아닌데 전 정말 자격지심이 없어요. 전 저 좋은 조건에서 선도 많이 들어왔었구요.
아, 그 언니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전문직 언니가 명품들고 모임 오면 저한테는 그렇게 사치 부려서는 돈을 못모은다고 타박 주던 언니들이 그냥 조용히 암 말도 안하구요, 예랑이 저한테 선물로 비싼 거 사줬다 그러면 별 소리 다하던 분들이 그냥 좋겠네, 부럽네 소리만 해요...
그리고 지금 그 분도 결혼 준비를 하는데 진짜 전문직 언니는 거의 아무 것도 안하고 집은 모쏠 오빠네 부모님이 사주시고 예단, 예물 다 생략했대요. 이것도 제가 뭐 알아내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모임하다 보면 그냥 말 나오는 건데 그 전문직 언니가 '오빠가 너무 잘해줘서, 바쁘다고 신경 아무 것도 쓰지 말래요.' 라는 식으로 은근히 얘기 하니까 아는 거고.
사실 이게 진짜 조건 보고, 여자가 몸만 가지고 시집 가는 거 아니에요? 솔직히 그 언니가 저렇게 편하게 살려고 시집가는구나... 싶고.
결혼도 저희보다 먼저하는데, 집에 가구 다 들여놔서 얼마 전에 집들이를 미리 했는데 집도 넓고 너무 좋은 거에요. 부럽고... 나도 몇 년 더 모아서 이렇게 시작하고 싶은데 싶고...
그래서 다들 헤어지고 가는 길에 그냥 '집 좋네, 언니는 좋겠다.' 그 말 한 마디 했더니 예랑이 갑자기 화를 벌컥 내더니 '너는 허영심이 너무 많다. OO씨는 다 그 동안 노력한 게 있고 앞으로 돈 도 잘 벌거고 하니까 저 정도가 적당하지. 왜 맨날 너보다 잘난 언니, 동생들하고만 비교하냐.' 면서 화를 내더라구요. 그러더니 니가 친구들 와이프들 사이에서 제일 어리고, 돈 많고, 학벌 좋고 해서 우월감을 느끼다가 OO씨가 오고 나서 그게 안되니까 자격지심을 느껴서 더 그러는 것 같다고, 철 좀 들래요.
근데 진짜, 그 언니가 자기 노력으로 잘 한 건 인정하는데 솔직히 저 하나도 안 아쉽고 안바꾸고 싶거든요. 그리고 이런 세밀한 생각 따위를 할 수 있는 건 남자 머리로는 안될 것 같은데 또 그 언니들이 오빠 뒤에서 저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친구들만 안 만나면 저랑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꾸 이러니까 원래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 나이도 많고 능력도 그저그런데 왜 사귀었냐고 하시면...-_- 저희 아버지가 워낙 잘생겨서 주변에 여자가 많고 어머니한테 애정 표현을 안하셔서 엄마가 여자는 남자 사랑 받고 사는 게 최고라고 해서요, 저도 다른 분들께 대쉬도 받고 그랬지만 나만 바라보고 나를 공주처럼 대해줄 수 있는 남자를 원하는 마음이 있었네요.
지금도 오빠는 너무 착해서 둘 만 있을 때는 제 모든 것에 맞춰주려고 노력해요... 근데 친구들하고 얽히면 그게 안되니까 오빠와 결혼하고 싶던 제 첫번째 믿음이랄까... 그런 거 자체가 흔들리는 거고...
이런 게 결혼하면 고쳐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