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다가 잡념에 시달려서, 그 잡념의 내용을 확 글로 쓴 글.

jek9177201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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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잡념에 휘둘리는건지

그 잡념을 끊을 의지가 왜 없는건지

나 스스로 공부를 할라치면 왜 머리가 굳어버리는 게 단 한 문제도 풀 수가 없는지

정말 모르겠다.

 

*      *      *

 

머리가 미쳐버린 것 같아.

공부에 필요한 머리도

생활에 필요한 머리도

다 정지되어버렸어.

이상해. 내 머린데 하나도 작동이 되질 않아.

하얗게 굳어버리는 게

미친것같아. 그래서 미칠 것 같아.

 

근데 더 미치겠는건,

머리의 중심부를  둘러싼 부분에선

온갖 종류의 잡념이 휘몰아치는거야.

잡념 중의 하나는, 나라는 찌질한 인간이 갖고 있는 열등감이야.

그 열등감이 어떤건지 이렇게 낱낱이 써서 표현하지 않으면

내 속안에서 잔뜩 곪아버려 폭발 직전인 열등감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별로 쓸모없는 얘기기도 하지만 일일히 쓸게.

 

우리반에 김세련이라고 진짜 잘난애가 있거든?

걘 외모도 연예인급이고(수지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급이야. 주관적으로 예쁜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예뻐. 반 애들도 다 얘 부러워한다. 이쁘다고.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얜 몸매도 진짜 좋아. 날씬하고 다리도 일자로 뻗어서 이쁜애가 가슴은 또 얼마나 큰지. 내가 볼 때 c컵 정도는 되는것같애. 내 지인이 b컵인데 얜 것보다 훨씬크거든) 운동도 잘하는 애가 머리도 좋고 성실해서 공부도 잘 해. 야자 때 공부하는 거 봤거든? 집중력이 장난 아니더라. 그래서 얜 지금 특별반이야.

전엔 이런 일이 있었어. 미술시간 수행평가로 명화 패러디해서 조원끼리 사진 찍는 일. 우린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을 했거든? 김세련 얘가 신부역할해서 화장하고, 내가 가져온 예쁜 원피스 입고, 내 친구가 가져온 하얀 면사포 쓰고 분장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글쎄 너무 예쁜거야.

뭐, 당연하지. 본판도 오지게 이쁜애가 꾸미기까지했으니 얼마나 이뻤겠어. 진짜 거짓말 안보태고 수지 급이었다. 중 2때부터 3년동안 계속 봐왔던 나도 얘가 너무 예뻐서 눈을 못떼겠는데, 고등학교 1학년때와서 얘를 처음 본 애들 눈에는 얼마나 더 예뻤겠어. 한 명은(김세련 단짝친구) 보자마자 얘 얼굴을 살짝 누르면서 "이~뻐! 완전 이뻐!!" 이렇게 대놓고 칭찬해주고, (명화 패러디 주제를 외모지상주의로 했거든. 그래서 그 명화에 나오는 거울 속에, 못생긴 애가 우두커니 서있는 걸로 했지. 그 못생긴 애 역할은 내 친구가 했어.) 내 친구보고 "뭐야 ㅋㅋㅋ 완전웃겨!ㅋㅋㅋ" 하면서 웃더라. 또 한명은 자존심이 되게 센 애였나봐. 그래서  예쁜 김세련보고 잠깐 얼어있다가, 내 친구보고 "얘 뭐야? 바보야?" 이렇게 얘기하고. 또 한명은 되게 잘웃고 웃긴 애였는데, 김세련보고 엄청 시무룩하게 있더라. 그 때 얘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남아. (정작 본인은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지만)

"부럽다. 어쩜 저렇게 이쁘냐."

그러게... 어쩜 저렇게 예쁘냐. 근데 젤 신기한 건 뭔지 알아?

 

걔는 그 상황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당했다는 거야.

 

"에이~ 아냐 왜이래!" 이렇게 얼굴 붉히지도, "ㅋㅋ 고마워!" 라고 하지도 않았어.

너무 자연스럽게, 너무 당당하게 그냥 그 자리에서 씩 웃고있더라.

 

그 때 알았지.

아. 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겠구나.

그래서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당하겠구나.

의례적으로 이쁘다는 말 한마디만 들어도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고민하고 괜히 혼자서 들뜨는,

그런 나의 상황하고는 비교조차 못하는 상황이구나.

 

얜 정말 특별한 애구나.

 

이런 생각.

그리고 내 친구는, 비록 분장이라고는 하지만 "못생긴 애" 라서 애들이 보고 깔깔 웃어만 대.

이거보고 이런생각도 들었어.

 

지금 이 상황을 사회에 대입해볼 때.

김세련은 예쁘고 능력좋아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런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고,

내 친구는 착하고 현명한 앤데(못생긴 애 역 자기가 하는것도 아니면서 슬픈표정 지어라 어째라 감놔라 배놔라 하는 어떤 애한테 웃으면서 "네가 이 역해야 되는거 아냐?" 라고 딱 말하더라. 당연히 걔는 할말 없어서 조용히 있었고)못생겨서 비웃음 당하는 그런 사람이고,

나는... 찌질함의 절정을 달리는 사회 하층민? 그 정도 되지 않을까나.

 

그리고 내가 지금 고 1인데 얘랑 중 2때부터 계속 같은반이었어. 중학교 때도 얜 예쁘고 밝은성격이라 남친도 많이사귀고 여자애들이랑도 잘 놀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춤도잘추대. 이렇게 놀 거 다 놀고 즐길 거 다 즐기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고등학교 와서도 남친이랑 계속 잘 지내고 여자애들이랑도 잘 놀고. 난 정말 찌질한 심보로 얘 친한친구들이 얘 뒷담하는 거 듣고싶었는데 ㅋㅋㅋㅋ 와 진짜 찌질하다. 그랬는데 뒤에서도 애들이 다 칭찬하대. 세련이, 세련이 하면서.

부러웠어. 진짜 부러웠어. 난 내 친구들이 뒤돌아서 내 칭찬해줄거라는 생각 한번도 한 적 없어. 이렇게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 객관적인 외모가 이쁘지도 않고 공부도 못하고 어둡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귀가 안좋아서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맨날 우울하고 심란하다며 찌질대는 내 단점에 대해서, 욕은 안하더라도 나때문에 기분 상한 적이 있었다 이런 얘기 할 지 어떻게 알어.

 

근데 언제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살고, 열심히 듣고 열심히 말해서 늘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운이 따른다고.

그리고 언제 언니한테 들은 적이 있어.

며칠 전에 외대 다니는 언니가 왔다고. 그 언니 특별반 후반대 정도 성적이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입사로 대박쳐서 외대갔다고.

 

그 말 듣고 나 걔 생각났다.

 

내가 진짜 미치도록 부러워하는, 운이 따를 수 밖에 없는 애.

그리고 실력+운으로 해서 대박을 친 대학생 언니.

 

아, 김세련은 진짜 대학도 좋은대로 가겠구나.

자기말로는 연세대 포기해야겠다, 전에 이랬는데

어쩌면 입사나 수능을 대박쳐서 갈 수도 있겠구나.

 

나는?

1학기 학기말 성적이 국어 3등급 영어 5등급 수학 6등급. 다른 내신은 다 3등급.

(저기요~ 고등학교 3등급이면 잘 하는 거 아니에요? 라며 어떤 순수한 분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수업 시간 때에 선생님이 하는 말씀만 귀기울여 듣고 두 자리수 이상의 곱셈은 때려 죽어도 암산못하는 그런 안좋은 머리로 밑줄 쳐가면서 무식하게 보기만 하면 이 점수 나온다. 쉽게 말하면 적당히 수업듣고 적당히 시험기간에 애들 하는 거 따라해서 무식하게 외우려고 덤비기만 하면 받을 수 있는 매우 흔하디 흔한 점수라는거.)

 

망했지.

진짜 망했지.

이 성적으로 3학년때까지 쭉 가져간다는 가정을 한번 해보고 자폭 좀 해보자면,

 

서연고? 차라리 천국에 입학하겠다는 게 현실적이야.

서성한? 나 따위가 가겠다고 나댔다가 학교측에서 명예훼손시키지 말라고 욕먹어도 할 말없어.

중경외시? 감히 올려다보지도 못해.

그럼 어느대 갈 수 있냐고?

이름도 모르는 지잡대 ㅋㅋ

아차, 베재대 얘기나와서 말인데 유아교육과 절대 못간다. 이 성적으로 무슨. ㅋㅋㅋ 내 인생 참 거지같아.

 

 

 진짜. 진짜. 정말. 부럽다, 진짜 부럽다.

이런 생각밖에 안들대.

 

머리로는 "김세련이 덜 행복해야 내가 열등감을 안느껴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더 찌질한 일이겠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어."

아니면 "걘 잘났지. 근데 나도 내 나름대로의 삶이 있는거잖아"

하는데,

 

그건 그냥 머리일 뿐.

똘똘 뭉쳐버린 열등감은 종양처럼 머릿속을 후비고

사고방식을 삐뚤게 만들어 버려.

미쳐버릴것같아.

 

공부하는 와중에도, 나보다 훨씬 잘나고 특별한 애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의욕이 꺾인다.

참 희한해.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공부 하나 안하나 걔는 잘난 애니까, 나는 공부를 해야 하는게 옳은건데도 그게 답인데도, 걔가 존재하건 안하건 내가 내 삶 제대로 살려면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옳은 걸 잘 알고 있는데도

 

 

이 빌어먹을 열등감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의욕을 왕창 꺾어버린다.

 

그리고 잡념 또 하나는.

 

나 여태껏 인생 망쳐왔다.

중 2때 가히리에 중독되서 맨날 가히리 생각하면서 실실 웃어댔어. 그리고 중 3때까지 웹툰 오덕이었고.니네 반에서 보면 애니 좋아해서 그런 얘기하고, 그외 자기 생활 열심히 하는 "오타쿠" 말고, 자기생활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없이 그냥 애니에만 미쳐서 주구중창 파대는 그런 "오덕"있잖아?

 

나 그런애였다.

 

만화에서는 되게 캐릭터마다 그냥 특징이 한줄로 설명할 수 있잖아? 민폐캐, 나쁜남자캐, 능력있는여자캐, 싸가지없지만속은착한캐 등등.... 나 그런식으로 내 개성을 표출하겠답시고  잘 떠드는 반장한테 논.리.적.으.로. 내 학습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어쩌고저쩌고 지랄해댔다.

생각해보면 걘 인기 많아서 주변에서 말 걸어오는거에 대답해줬을 뿐이었는데. 그나마 걔가 착하고 만만하니까 나는 걔한테만 온갖 짜증을 다 냈어.

왜냐고? 걔한테 말 걸어오는 애들은 다 잘나가는 애들이라 무서웠거든. (참고로 그 중 한명이 김세련이였지. 난 걔를 부러워하는데, 걘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무시해. 피해의식이 아니라 사실이야. 아까 미술 수행평가로 명화 패러디 했다고 했잖아? 내가 그거 관련해서 할 말 있어서 걔한테 갔는데 걘 날 쳐다보지도 않고 제 하던 거 마저 하더라. 그리고 체육시간에 걔가 실수로 나 쳤는데, 미안하다고 사과도 안하고 오히려 날 이상하게 쳐다보고. 전에 내 자리에 걔가 앉아 있어서 "저기 나 앉아야돼서.."이랬더니 뒤에서 "깜짝이야 나 남자야돼서 이러는 줄 ㅋㅋㅋ"이러면서 같은 특별반애들이랑 웃더라)

 

 

그리고 진짜 생각이 없었어. 한번은 별 생각없이 내 허접한 자작소설에(오글거려. 제목은 달빛을 가르다), 내가 5분의 1정도 쓴 공책을곁들여서 줬어. 걔 입장에선 얼마나 기분이 나빴겠어? 쓰던거 준 거 아냐. 걔가 집에가서 쓰려고 봤는데 내가 쓴 페이지가 나왔대. 헐!(근데 한편으론 궁금한게, 그 페이지에 내가 뭘썼는지가 궁금해. 막 일기쓰고 그런거 아냐? 헐, 멘붕)

그리고 내가 논.리.적.으.로 나댔다고 했잖아? 그 친구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저, 00아. 네가 그러면 분위기가 좀... 많이 썰렁해줘. 그러니까 같이 놀 때는 그만해줬으면......" 이렇게 했는데 그냥 막 눈물나더라. 개성 표출하겠답시고 여태껏 노력(그 당시엔 이게 노력이였지. 아주 잘못된 방향의 노력)이 그냥 지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거니까.

 

 

그리고 수학 선생님이 되게 착하셨는데 종교를 강요하시고 되게 보수적이신 분이었거든? 그 쌤을 그렇게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 나 엄청 욕했다. 애들이랑 같이.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어. 그냥 애들이랑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나? 아니면 그 쌤 단점만 기억났나? 그래서 내가 그 쌤 욕하는 거 보고 어떤 노는 남자애가 진짜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한 명은 녹음까지 해서 쌤한테 들려준다고 얘기했을 때도 나 정신 못차렸다. 참 이상해. 그 땐 그게 한심한 일인지 몰랐나봐.

 

그리고 지금도

망상장애(혼자 멍하니 있으면 웹툰생각부터 시작해서 별별생각이 다 든다. 그리고 나도 뭐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맨날 남한테 훈계하는 망상도 하고. 맨날 "네가 그렇게 공부했다면 그 정도 성적일 수가 없어! 제대로 좀 해!" 하는 망상하는데 나도 성적 거지야. 수학 기말에서 17점 맞아본 적 있어?)에, 것때문에 두뇌회전도 안되서 맨날 바보짓하기 일쑤고, 열등감에 쩔어서 산다. 성적도 거지고.

나 정말 이렇게 살고있어.

 

 

 

참 거지같은 내 인생.

망한 내 인생.

그래도 쓰고나니 속이 후련하다.

 

신기한 사실 하나 알려줄까?

미칠것같이 힘들때는,

그냥 힘들다고 글을 쓰거나 말을 해서 내가 왜 힘든지, 그거에 대해서도 정말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거야.

그럼 해결방안은 안 나오는데

속은 뻥뚫리고,

그냥 내 상황이 다  인정이 돼.

열등감도 그냥 인정이되고, 괴로움도 다 인정이 되.

김세련이 정말 잘난 애고 특별한 애다. 난 지금 열등감에 쩔어 살고있다.

이런 상황이 그냥, 그래. 그렇구나. 하고 인정이 돼

그래서 "아니야 그게 아니야!! 난 열등감 안느낄거야. 김세련이나 나나 그래도 인간적으론 평등하다구!!"

 로 부정했다가 "아닌데? 걘 특별하고 난 찌질한데? "

해서 내 인생 참 거지같다... 살기 싫어 라는 레퍼토리의 무한 반복으로

괴로워하는 일은 없어져.

물론  씁쓸하지. 하지만 찌질한 레퍼토리 반복보다야 그냥 그 사실에 대해서 씁쓸함을 느끼는 게 낫잖아?

 

아무튼

어줍잖은 힐링글보다는 이렇게 제대로 자가폭발하는 게 훨씬 나은 것같아.

적어도 속은 후련해지고, 같은 문제로 찌질찌질 울 일은 없어지게 되니까.

 

 

아무튼...

내 거지같은 인생에 대해 하소연해댄 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