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책) *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 안효주 *

irish1520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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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는 이문을 남게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최인호 씨의 소설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이 목숨처럼 지키는 원칙이다. 사람보다 이문을 먼저 보면 결국 사람이 떠나고 이문 역시 낼 수 없게 된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익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쫄딱 망하게 되어 있다. (-) 요리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을 남기려고 해야 단골이 생기고 단골이 생겨야 오래도록 장사를 할 수 있다. 이 원칙은 장사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사람이 한 평생 살아가면서 사람 말고 남길 게 또 무엇이 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죽은 이후 남긴 것이라고는 돈밖에 없는 사람, 그래서 그를 추모하는 사람보다 그가 남긴 돈만 탐내는 이들이 많은 사람의 생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친구든 직장 동료든 간에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 사람은 없고 이문만 있는 쓸쓸한 생이 되고 말 것이다.” (58p)

 

 

 “농구 경기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항상 이길 수는 없고 항상 손님들의 칭찬을 받을 수는 없다. 때로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를 낼 수도 있다. 같은 요리만 내놓으면 금방 도태되고 마니까 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로는 전에 먹었던 요리가 더 맛있다고 할 것이고 또 때로는 맛이 더 좋아졌다는 감동적인 칭찬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정성스런 마음을 준비하고 깨끗한 식당을 준비하고 좋은 재료를 준비해서 온 마음 다해 요리하는 것만은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든 요리는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핀잔이나 비난을 듣지는 않는다. 그리고 준비에 정성을 다하면 결과도 대체로 좋게 나온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132p~133p)

 

 

 “경험이 많은 요리사는 초밥 나무통에 밥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밥이 되게 되었는지 질게 되었는지 적절한지를 안다.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감각에는 기특하고 놀라운 데가 있어서 하나에 집중하면 무서우리만치 발달하게 된다. 신라호텔에서 3년 동안 밥짓는 일이 주 임무였던 적이 있었고 효에서 밥을 담당하고 있는, 지금은 나보다 밥을 더 잘 하는 직원도 3년이 되었다. 3년이면 1000일이 넘는다. 그동안 밥 짓는 거 하나에만 미쳐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는 되는 일이 없고 미쳐서 되지 않는 일도 없다.” (155p)

 

 

 “초밥을 쥐는 것도 그렇다. 배울 때는 혹시 양이 적을까 해서 몇 번을 쥐었다. 놨다 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보면 밥알이 뭉개져서 몹쓸 초밥이 되는 일이 허다했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니 지금은 손님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신경을 집중해서 일하다보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온다.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면 평생 신경을 써야 한다.

 

 초밥 한 알에 들어가는 밥알은 약 350개. 이것을 기준으로 덩치가 큰 손님은 조금 더 크게 하고 입이 작은 사람은 양을 적게 쥔다. 입이 미어지지도 않고 허전하지도 않을 정도의 양,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편안하게 씹을 수 있는 양이 적정량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손의 놀라운 능력이 발휘된다. 굳이 ‘저 손님은 덩치가 크니까 크게 잡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함께 온 손님이라도 제각각 양이 달라진다. 혹시라도 초밥집에 가서 자기만 양이 적다고 불평하지 말 일이다.” (163p~164p)

 

 

 “한중일 3국은 젓가락 문화가 발달해 있다. 국물을 빼놓고 젓가락으로 먹지 못할 음식은 없다. 그러나 초밥은 손으로 먹는 것이 좋다. 젓가락으로 먹어도 큰 흉은 아니지만 손을 사용하는 것이 초밥 요리사들의 입장에서는 좀더 격조 높은 방법이다. 먼저 요리사와의 교감이라는 측면이 있다. 초밥은 맨손으로 만들어 요리사의 체온이 녹아 있으니 손으로 집어야 그 체온을 느낄 수 있다. 요리사에 대한 예의인 셈이다. 젓가락으로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 요리사는 없다. 다만 손을 사용하면 속으로 ‘아, 이분은 초밥을 제대로 드실 줄 아시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83p)

 

 

 “말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혀가 하는 일은 대체로 간사하다. 같은 음식을 자주 먹다보면 질리게 되어 있고 말을 많이 하다보면 속에 없는 말도 하게 된다. 말을 많이 하는 대신 마음을 많이 쓰고 자주 먹는 것보다는 가끔 먹는 게 좋다. 내 입장에서는 열흘에 한 번꼴로 오시는 분이 제일 좋은 손님이다. 섭섭지 않은 간격으로 내 요리를 먹어주시고 오랫동안 즐겨주시기 때문이다. (-) 외식도 어쩌다가 해야 별식이지 자주 하면 그 즐거움이 사라진다. 열심히 일한 다음에 짬을 내서 쉬는 휴식이 달콤하지 내내 놀기만 하면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 좋아하는 음식일수록 아껴 먹어야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194p)

 

 

 “식당에서 가서 손해보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요리사가 그 음식에 담은 모든 것을 느껴보는 것이다. 참치등살의 붉은 빛깔도 감상하고 문어의 보라색과 흰색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도미의 투명한 백색이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보면 시각을 만족시킬 수 있다. 광어를 씹는 쫀득쫀득함과 오징어의 오돌오돌함은 어떤지 느껴보고 입을 통해 퍼져오는 고추냉이의 매운 향과 생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도 음미해보면 더욱 풍부한 맛이 찾아올 것이다. 밥알이 퍼지고 생선들이 입 속에 씹히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사람의 오감은 항상 배가 고프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음식 하나를 먹으면서 배고픈 오감을 전부 만족시킬 수 있다. 오감이 충만해지면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그리고 늘 허기에 시달리고 부족함을 느끼는 마음이 채워진다. 사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마음의 만족, 바로 이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사람을 향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면 그것이 물건이건 서비스건 행정이건 결코 망할 일이 없다.” (196p~197p)

 

 

 “맛있으면 맛있다고, 좋은 기술을 발견했다면 진심으로 칭찬해주면 요리사들은 엄청 좋아한다. 미각이 탁월한 손님들 중에는 초밥의 작은 변화를 알아보고 칭찬이나 지적을 해준다. 요리사가 좋아하고, 요리사를 긴장시키는 훌륭한 손님이다.” (202p)

 

 

 “일본에 연수를 갔던 선배들 대부분이 기술은 배웠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태도는 배우지 못한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차이, 그것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백날천날 연수를 가고 연습을 해도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장인정신, 프로의식, 내가 하는 일에 몸이든 영혼이든 시간이든 모조리 던져버릴 수 있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일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마음의 변화로 이어졌다. 생선을 곱게 다루는 건 생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먹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내 요리를 먹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정성을 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손님들에 대한 정성이 일에 대한 정성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내 인생에 대한 정성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238p~239p)

 

 

 “늘 그렇듯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점이다. 잘나갈 때 관리를 잘해야 한다. 조금 더 이익을 낼 욕심 때문에 재료의 질이 떨어지고 자만하는 마음에 요리 기술이 떨어지면 손님은 한순간에 식당을 바꾸어버린다. 식당에 대한 손님의 변심을 무죄, 모든 죄는 요리사에게 있다. 마음 한 번 잘못 먹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마음이란 놈은 끊임없이 밀어올리지 않으면 자꾸 낮은 데로 가려는 성질이 있는 것 같다. 순간순간 미끄러지는 거야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낮은 곳에 머무르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낮은 곳에는 자만심, 게으름, 적당주의가 있다.

 

 장인정신이 있다고 일에 대한 재미, 열정이 공짜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장인정신 역시 마음이 하는 일이라 태산처럼 요지부동 제자리를 지키지는 않는다. 스스로 끊임없이 즐겁다, 보람 있다고 최면을 걸어야 한다. 인상 쓰면 더 괴로워지고 웃으면 더 즐거워진다고, 이왕에 하는 거라면 웃으면서 감동적인 서비스를 하자고 스스로를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 시간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진심이 된다.” (274p~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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