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미래가 찍히는 어느 사진관

핫뇽2013.08.21
조회17,631

출근하자마자 '완전체 남친' 톡 보고 멘붕왔음..

 

세상엔 참 여러부류의 인종들이 많은 것 같음.. 하아..더위

 

 

출처 : 웃대

 

 

 


하늘이 점점 까맣게 물들어 가더니 기어코 물방울을 두어 개 내던지는 어느 날 오후.

한적하다 못 해 적막한 마을 분위기를 시끄럽게 달궈놓은 것은 다름아닌 소나기였다.

가로수 나뭇잎에 미끄러지면서 길바닥에 커다란 웅덩이를 그려 넣고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길을 걷고 있는 한 여자의

노란색 우산도 인정사정 없이 짓밟았다. 하지만 여자는 멈추려는 제스처 하나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이었다.

또각또각 걷는 하이힐 소리가 공허한 도로를 가득 채우는 와중에 저 멀리서 환하게 비추는 조명이 모습을 드러내자,

어두침침한 공기가 곧 환하게 밝아졌다. 여전히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로 길을 걷던 노란색 우산은, 조명 앞에서

사지가 접혀 돌돌 말렸다. 잠깐 사이에 비를 홀딱 맞는 여자의 머리카락이 빗물을 뚝뚝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문을 열 때 들리는 종소리에 습관적으로 인사를 하며 돌아 보니,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이미지와 길쭉한 다리가 괜스레 내 얼굴을 붉혔다. 먼지가 쌓여 있던 필름 보관함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손에 쥐고 있는 물수건를 한 쪽 구석에 던져놓았다.


“사진 찍으러 오셨나요?”

“……”

“아니면 사진 찾으러 오셨나요?”

“……”


아무 대답 없이 그저 고개를 떨군 채로 서 있는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는 것을 느꼈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아주

조그맣게 들려서, 겨우 내 귀로 들어온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계속 되었다간 미친 여자로 오해해서 쫓아 낼 심정이었다.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조그마한 거울을 이루어 당황한 내 모습을 비추었다.

여전히 멈추지 않는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몸에 얼룩진 빗물은 어느 새 증발해 있었다.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지만 마음 좀 가라앉혀야겠어요”

“……”

“커피 좋아하세요?”

“……”

‘물어본 내가 바보지’


서랍을 열어 커피스틱을 두 개 꺼냈다. 지극히 내 취향적인 맛을 강요하고 싶지 않은 탓에 고개를 돌려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그만 두었다. 어차피 돌아오는 대답은 없을 것이기에, 먼저 만든 커피를 그녀에게 권했다. 미동도 안 하는 손에

억지로 쥐어주느라, 정작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 했다.


“..….세요”

“네?”

“사진…… 찍어 주세요”

“아, 맞다. 커피 다 마시면 여기 앉으세요.”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혀서 본업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서둘러 카메라를 셋팅하고 인화기를 점검했다. 편집 프로그램을

재실행시키는 동안 곁눈질로 힐끔 쳐다볼 때마다 그저 고개를 푹 떨구고 훌쩍이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뭣 때문에 저리 슬퍼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을 뿐 더러, 억지로 그녀의 입을 여는 방법 또한 없었다.

남자친구에게 차였거나 친한 친구가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자 왠지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저기……”


관두자. 더 이상 질문하는 것은 오히려 실례라고 느꼈다.


“다 준비 되셨으면 여기 앉아주세요”


말 없이 일어나서 내가 가리킨 의자에 앉은 그녀는 여전히 내가 쥐어준 커피를 감싸고 있었다.

정면을 보라는 제스처를 날리자 슬쩍 고개를 들었다. 자세히 보니 카메라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 속의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여전히 표정에는 그로테스크한 우울함이 가득 맺힌 채로.



“좀 웃어보실래요?”

“……”

“우울해 보여요. 활짝 웃어봐요”

“……”


그녀의 입 꼬리를 올리는 것은 보통 내기가 아니었는지 내가 무슨 말을 하던 웃지를 않았다. 심지어 생판 모르는 남

앞에서 처음으로 말장난이라는 것을 했음에도 효과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웃는 법을 배우지 못 한 사람 같았다.


“어쩔 수 없네요. 일단 한 장 찍어 볼게요”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관이 번쩍였다. 그 섬광도 잠시, 무거운 분위기가 제자리를 찾은 듯 했다.

다행히도 훌쩍거림은 멈췄는데, 또다시 푹 떨군 고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을 뒤로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진이 자동전송 된 것을 확인하고 클릭하는 순간, 눈을 여러 번 비빌 수 밖에 없었다.


“어… 왜 아무것도 안 찍혀있지?”


자세히 설명하자면, 조명기기와 그녀가 앉았던 의자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만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한 것 같네요. 다시 찍을게요”


렌즈에 맺힌 여인을 여러 번 눈에 각인시키고 셔터를 눌렀다.

찰칵 – 하는 소리와 같이 컴퓨터로 달려갔다. 자동전송 된 사진을 확인하고는, 마우스를 탁- 내리쳤다.


‘왜 안 찍혀있지?’


혹시나 조명기기에 의한 역광 때문에 발생한 건지 반사 판을 조금 움직여보았다. 바닥을 긁는 반사 판의 다리가 기분

나쁜 소음을 냈다. 내 신경도 같이 긁음으로써, 극도의 흥분상태로 젖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다시 한 번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사진을 확인했다.


또 셔터를 눌렀다.


또 셔터를 눌렀다.


묵묵히 앉아있던 그녀가 일어섰다. 내가 렌즈 박스에서 렌즈를 고르는 사이에 벌써 우산까지 집어 들었다.


“잠시만요! 렌즈 문제인 것 같은데 금방 교체할게요”

“커피… 잘 마셨어요”

“내일, 내일 또 오세요. 그 동안 고쳐……”


카운터에 올려 놓은 커피는 이미 차갑게 된지 오래였다. 아직까지 식지 않은 것은 그녀가 잡고 있던 자국의 온기였다.

묵묵히 그 것을 바라보는 도중에, 딸랑 – 하고 종이 울렸다. 아까보다 조금 줄어든 비가 그 틈으로 새어 나왔다.

벌써 사라지고 없는 노란 우산 대신 커피를 집어 들었다. 아까부터 마시지도 않을 거면서 왜 들고 있었지?

절반도 먹지 않은 양을 버리기가 아까워서 대신 마시려는데 커피 밑에 왠 종이조각이 깔려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종이를 펼쳐보다가, 곧바로 뛰쳐나갔지만 그녀는 저 멀리 시야를 건넌 후였다.


‘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어요.’



















어제의 일로 잔뜩 움츠러든 어깨 너머 눈부신 햇살이 슬쩍 가게를 비췄다. 차가운 커피를 올려놓던 카운터를 비롯해

훌쩍거리면서 앉았던 의자, 렌즈 너머로 나를 쳐다보았던 자리를 순서대로 감싸 안았지만, 내가 지금 바라보는 컴퓨터

속 사진만은 그러지 못 했다. 스튜디오 안의 텅 빈 의자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이상하네, 분명히 기기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애꿎은 카메라를 이것 저것 눌러보는데, 딸랑 – 하고 종이 울렸다.


“아, 마침 잘 오셨어요. 여기 앉으세요”

“…...”


오늘도 말이 없는 여자. 울고 있지는 않았지만 웃고 있지도 않은 그야말로 무표정이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커피를 혹시나 해서 권했는데 의외로 받아 들었다. 그 전에 내 것은 단숨에 들이킨 뒤였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카메라 앞에 앉혔다. 오늘은 기필코 찍어보겠다고 다짐함으로써 부담감이 조금 떨어졌다.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 나서 셔터를 천천히 눌렀다. 아주 천천히. 총알을 발사하기 전 방아쇠를 살살 당기듯.


찰칵 – 찰칵 – 찰칵…….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셔터 소리가 정확히 10번 울렸을 때, 반사작용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모래성을 높이 쌓았지만 그 것을 통째로 짓밟은 범인은 바로 어제와 같은 결과였다.

그 사진 속에 있어야 할 진짜 주인공은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반대로 난 고개를 숙인 채 절망에 빠져있었다.

순간 무엇인가 생각이 났던 나는, 이윽고 그녀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당신 정체가 뭐야? 그리고 그 이유라는 것이 도대체 뭔데?”


존댓말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내 감정에 충실할 뿐이었다. 그 감정이야말로 공포와 경계심, 호기심이

어우러진 합작품이었다. 이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모델이란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죄송해요. 이제 그만 찾아올게요.”


묵묵히 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으려는 동작 하나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애초에 그녀를 잡을 수 없었던 것 아닐까?

오늘따라 불쾌한 종소리가 울리고 그녀가 사라졌다. 울먹이면서 내게 무언가를 말했었는데,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미친 여자 맞네’


씩씩대는 내 앞으로 빈 종이컵이 홀로 서있었다. 혹시나 해서 집어 들자, 마찬가지로 종이조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ㅇㅇ시 ㅇㅇ구 ㅇㅇ동 ㅇㅇㅇ번지 지하 102호. 우리 집이에요.’


“알게 뭐야”


쪽지를 손으로 꽉 쥐었더니 힘 없이 우그러졌다. 휴지통으로 던지는 와중에, 뒤통수를 강하게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직접 써놓은 주소. 이 주소는 다름아닌 우리 집 주소였다. 비로소 그녀가 한 말이 확실해졌다.

가게고 뭐고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서둘러 옷을 챙기고 가게를 잠근 뒤에 지나가는 택시를 무작정 불러 세웠다.

가는 도중에 집에 전화를 걸었다. 내 초조함을 알았는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딸깍 – 하고 전화 받는 소리가 났다.


“여보세요?”

“당신!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뭐야, 자기 오늘 쉬는 날 아니잖아?”

“글쎄 그러니까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나도 모르게 신경질을 냈다. 전화를 끊음과 함께 온갖 상상들이 머릿속에서 뛰쳐나왔다. 집에 있는 부인이 신경 쓰여서

택시를 타고 있는 내내 부들부들 떨었다. 집 앞까지 도착하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음에도, 부랴부랴 내려서

집으로 힘껏 달려갔다. 열린 문 너머로 부인이 거실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아… 다행이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현관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슬리퍼가 방 바닥으로 튀어나갔다.

그것을 쥐어 잡으면서 아내가 내게 물었다. 자세히 보니 그녀와 이목구비가 닮았다고 느낀 것은 착각이었을까?


“당신… 오늘 왜 그래?”

“나… 할 말이 있어”


아내를 와락 끌어안고 귀에다가 속삭였다.


“우리, 애 포기하지 말자.”

“여보…”

“지금은 비록 가난해서 우리 먹고 살기 빠듯하지만, 애는 포기하지 말자. 내가 막노동을 뛰던, 배달을 하던 노력해볼게”


아내가 눈물을 글썽인다. 눈가에 맺힌 반짝이는 별빛들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렀다.




그래, 처음 그녀가 왔을 때에도 울고 있었지.




이젠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돼.




아내를 감쌌던 손으로 배를 어루만졌다.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가게를 나서는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제 손에 쥐어주었던 따뜻한 커피의 온기처럼 사랑해주세요. 아빠’

 

 

 

 

 

 

댓글 14

오래 전

Best축하합니다~딸이네요~

오래 전

근데 이내용은 기묘한이야기랑 비슷하네용ㅋ

오래 전

캐잼

떠나라오래 전

슬퍼 ... 흑.. 눈물날거같음

요단강사색향기오래 전

핫뇽님.. 나 이번이야기는 쫌 이해가안가요 ㅜㅜ 쫌 알려주세용^^

허허오래 전

쫌...작위적이네요 허허

와우오래 전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요 ㅠㅠ

키미오래 전

오오미.... !! 굿

이렇게오래 전

정주행 완료! 재밌어요!!!!

우왕오래 전

잘 봤습니다~ 근데 출처는 좀 흐리게 적으셨네요? ㅎㅎㅎㅎ

뽕냥오래 전

팬이 되겠습니다 ㅠㅠ 사... 사랑합니다 핫뇽님♡ 최고예요 -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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