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순진한게 아니라 바보같았던 대학 1학년에 알바를 하던 중 단골업체 직원이었던 남자에게 납치?를 당해 그 남자와 일년을 만나다 아기가 생겨 결혼을 했는데요. (나중에 들으니 같은 회사 동료와 내기를 했답니다. 저를 꼬실 수 있는지 없는지...)
그땐 온 가족이 공모를 했는지 저를 공주같이, 왕비같이 대해주고 가족이 모이면 화목하기만 했던 집에서 자란 이 남자와 아기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들 사는 드라마내용처럼 다 행복해 지는건줄 알고 월세 10만원 단칸방에서 결혼생활 시작했습니다. 신혼첫날밤에 엄마와 통화 후 우는 저에게 "다 잡은 고기 밥 안주는거 알제?"라고 했던 이 남자...
정말 멋있죠?
어린 나이에 입덧으로 물조차 마시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가는 상황에 다른 식구들 먹다 남은 음식 내 입에다 처리하지 않는다고 빌어먹을 년이라 하는 시어머니와 고3인데도 학교는 안가고 술집 알바에 임신해서 애 뗀다고 돈 구하며 돌아다니는 시누 성질 맞춰주기...
알콜중독과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남편, 가족끼리 매일매일 동네가 떠나가도록 싸우며 사는 신기한 집안에서 겨우겨우 분가한 초라한 월세 집에
"엄마가 돈 벌어오라고 하도 악을 써서 같이 살수가 없다."며 외국에서 온 술집여자를 데리고 의논 한번 없이 들어와 당장 우리 세 식구 생활비도 없어 일회용 기저귀 한번 못 사보는 형네집에서 24시간 방에 틀어박혀 먹고 자고 그짓하고 또 먹고 자고 그짓하며 사는 시동생에...
그렇게 매일을 살얼음 걷듯 살다 일이 터진 어느 밤 저는 아이와 당장 필요한 몇가지 짐들과 함께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날이 제가 처음으로 속으로만 다짐했던 이혼 이야기를 꺼낸 날이고 그날 이후 단 한번도 돌아가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날은, 친정 아버지가 아이도 있는데 그냥 다니기 힘들다며 사 주신 허름한 중고차로 시동생과, 딸린 외국여자, 저와 딸아이를 데리고 논다며 음주운전으로 여기저기 쏘다니다 술만 먹으면 나오는 버릇인 금반지 사기 때문에 싸움이 있었어요.
그날도 역시 말리는 나를 무시하고 주얼리샾으로 들어가 본인이 좋아하는 띠동물문양반지를 사고 또 그 외국여자에게 주어야 한다며 귀걸이를 사는 모습을 보고 우리 상황에 금반지가 왠 말이며 저 여자에게 금 귀걸이는 왜 사줘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따지는 나에게 귀걸이를 저 여자만 사줘서 질투하는거냐 또 몰아부치기 시작...
시동생은 형이 오랫만에 기분내려는데 옆에서 기분 잡치지 마라며 형 편을 들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내 싸우다 결국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드디어 때가 된 것 같다"라고...
결혼 후 현실에 눈을 떠가며 이렇게는 안되겠구나... 능력을 키워 2010년에는 이혼을 하고 홀로서리라 다짐하며 살아왔었는데 "때가 되었다"라고 말을 한 그 날은 2003년 겨울...
그 길로 아이와 언니집으로 들어가 이혼준비를 하며 지냈고 결혼 후 단 한번도 힘들게 살고있다 말하지 않았던 친정에 처음으로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했습니다.
변호사는 커녕 법무사를 만나 볼 돈도 없어 혼자서 이혼서류를 준비해가며 6개월간의 싸움끝에 겨우겨우 이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혼 신청 때도 위자류, 양육비 1원도 요구하지 않았고 오직 양육권과 친권, 그리고 다시는 만날일을 만들지 말것만을 요구해 그나마 빨리 끝난 경우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혼 서류를 준비하며 확인하니 시부모님도 이혼과 재결합을 세번 이상 한 상태였고 빚이 9억...
그리고 결혼생활 당시 저에게도 보증을 세워 전남편 빚이 천만원 가량 있었어요.
(이 빚은 결국 그 쪽에서 갚지 않아 제가 혼자 아이를 키우며 갚아나갔습니다...)
그 후로 친정이 있는 고향으로 올라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마트일에서 시작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가며 아이를 키웠고 남편이 있을때도 단한번도 사줘보지 못한 아이의 신발을 제가 번 돈으로 처음 사주던날 얼마나 울었는지 시간이 지난 지금은 눈물도 말랐는지 요즘 눈물도 많이 줄었네요.
그렇게 2010년까지 아이와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지요.
재혼은 커녕 남자 조차도 끔찍해서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도
"나는 남자를 이용만 하지 깊은 관계는 만들지 않는다."라고 벽을 쳐가며 남자혐오증 비슷한 사상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2010년 여름 회사를 옮기면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새로 출근한 회사에 관리자 중 키가 큰 총각대리님이 있기에 처음엔 정말 솔직히 말해서
저 남자랑 연애만 하면 재미나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남자혐오증이 발전해 남자는 놀다가 버리는용이다라고 생각하는 나쁜여자가 돼 있었어요...)
전남편의 키가 제 키보다 4센치나 작았기에 키가 크고 가슴이 넓은 남자에 대해 로망이 있었던것도 사실인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만나서 놀기만 하는 연애이지 남자라는 동물과 깊은 관계는 가지지 않는거다라고 계속 생각하며 살던 때였어요.
그런데 이 남자는 제가 출근하고 2주가 되도록 회사의 다른 사람들처럼 새로 여직원이 왔다고 슬쩍슬쩍 훔쳐보거나 함부로 농을 걸거나 하지 않고 사무적인 인사만 하는 정말 점잖은 남자였기에 나랑은 관계가 없겠다... 생각하고 그냥 관심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제 업무가 그 대리님과 둘이서 해야하는일이 제일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됐고, 이 분이 무뚝뚝하지만 때로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라는걸 느끼게 됐어요. 둘이 업무도 잘 맞아 진급도 빨리 빨리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벽을 더더더 높게 친것 같습니다. 이 사람과는 장난으로 놀다 치우는 그런 관계가 되지 말아야지... 직장 동료 이상으로는 그 무엇도 되지 말아야지... 내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다~ 나같은 여자 말고 좋은 사람 만나면 정말 잘해줄거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가끔은 회사 밖에서도 연락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가 됐는데 이 과정은 여느 커플들이 그렇듯 정말 자연스럽고 그 누구도 "작업"을 거는게 아닌, 만약 내가 참한 아가씨였다면 이렇게 시작하는 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 싶을 정도로 설레고 달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그 분이 자연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그때도 저는 똑같이 말했었어요.
"아시다시피 저와 평범한 관계는 만들 수 없을겁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는 대리님한테 큰 상처를 주기 위해서 애를 쓸거고 더 큰 벽을 치면서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어버릴거에요!"
뭐 이런... 손발이 오그라들고 말도 안되는 소릴 해가며 감정을 추스려보려 했는데...
밖에서 몇번 만나는 동안 이 사람의 매너와 배려에 점점 더 끌려가게 되는 나를 얼마되지 않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ㅠㅜ
그렇게 만나는 동안 이 사람은 나를 전혀 건드리지(?)않고ㅠㅜ
감정만 발전해 가고 있는데 회사에서 하루종일 보고, 퇴근해서 보고, 집에가서 전화통화를 몇시간씩 하는걸 2년동안 하면서도 단 한번도 소홀해지거나 이기적으로 굴거나 아이때문에 본인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나를 이해 못해주거나 하지 않았어요.
그런걸 보면서 굳게 닫아야지 닫아야지 하던 내 마음의 문도 열려버리고...
내가 또 지옥문을 들어가면서도 바보같이 모르고 있는건가 다시 돌아보기도 많이 하고~
그러는 와중 오랜시간 심사숙고 해서 딸아이와도 만나고 딸아이가 또 그 사람을 너무나 잘 따르고 이 사람도 자기 딸처럼 우리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걸 보면서 완전히 항복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작년 드디어 결혼을 했어요.
무슨 촉이 있어서라기보다 70년 세월을 사시면서 자연스레 생긴 사람보는 눈이 있으신 아버지는 전남편을 처음 봤을때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엄청난 반대를 하셨었습니다. 그냥 인간 됨됨이도 안된데다 혼전 임신까지 시켜서 너를 고소하지 않는것만도 다행으로 알라며 내치셨었고, 어리고 무지했던 저는 임신이 혼자 되는것도 아니고 나도 같이 잘못했다. 저 사람 좋은 사람이다 라며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고 결혼을 했었지요.(어쩌면 그래서 힘든 결혼생활을 부모님이 모르길 바랐던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는 결국 부모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내고 제일 이뻐해가며 키워주신 늦둥이 막내딸이 나이 스물넷에 아이딸린 이혼녀가 되는 꼴을 보셔야 했는데...
이 사람을 처음 딱 보시고선 바로 승낙을 하셨어요.
이유는 모릅니다. 여쭤볼 용기도 없었고, 말씀이 많은분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 사람을 처음 만나고 이야기를 몇번 나눠보시고선 승낙을 하신것이...
어릴때 하셨던 반대의 이유를 몰라보고 결국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그렇게 보내버린 나에게 아버지가 주시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스물에 했던 실수를 서른이 넘은 이때까지 되돌아보면서 부족하나마 사람 보는 눈을 좀 키우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고요.
지금도 늘 생각합니다.
부족한 내게 저런 사람이 와주다니...
겉으로는 늘 웃고있는 귀엽기 그지없는 딸이지만 속으로는 아빠라는 존재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원망했을지 모르는 딸에게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큼 좋은 아빠가 되어주는 저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니...
아직 2년이 안되는 시간 같이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많지만 지금까지 우리 생활은 교과서에 나오는 듯 완벽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가끔 투닥거리는 일이야 사람 사이에 없진 않습니다만 대부분이 제가 제 성질머릴 못되게 써서 일어나는 일들이고요.
여기 결시친에서 보는 남편과의 문제들, 남편의 형제, 시댁 문제들... 다~~~ 저에겐 전남편이 남긴 악몽일 뿐이고 지금은 전혀 해당이 없네요.
다 커서 처음 본 우리 딸, 조카 생겨서 좋다며 용돈 챙겨 주시는 아주버님(처음엔 인정하기 힘들어하셨지만 지금은 이렇게 잘해 주십니다.)
딸이 뭐 가지고 싶은건 없는지 늘 살펴주시는 시아버님...(아버님도 처음엔 반대하셨었는데 결혼 전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그때 저를 처음 보시고 제가 처신하는 모습들에 마음이 녹으셨는지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전화해라, 찾아와라, 돈을 달라, 뭐해라 이래라 저래라?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네요. 오히려 제가 음식이라도 해서 가져다 드리면 이것 때문에 일부러 힘든길 나섰냐고 고마워하십니다. 혼자 계시기에 저희랑 같이 계시자고 해도 혼자가 편하시다며 한사코 거절하시구요ㅠㅜ
마지막으로 우리 남편...
맞벌이하면서 아침으로 미숫가루나 토스트, 마 갈은거 챙겨주면 너무 고마워합니다.
가끔 신랑이 일찍 출근해야 할땐 자기때문에 나도 깰까봐 노심초사하구요.
제가 해주는 음식은 뭐든 제일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회식, 친구와 술자리? 속썩이는적 없네요.
OO(제 이름불러줍니다.)이 있는 집이 최고라고, 그리고 제 애교를 봐야 피로가 풀린다며 회사 마치면 바로 집으로~
아! 결혼전엔 같은 회사 다녔지만 결혼 후 지역을 옮겼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회사지만 같은 건물 아래위층이라 심심하면 만나서 뽀뽀^^
퇴근시간도 저보다 훨씬 늦고 힘들지만 저만 보면 다~ 풀린다고 보약이라도 먹자 하면 제가 보약이라 하네요^^
혹 예상치못한 보너스라도 생기면 딸아이 뭐 해줄거 없나 챙기고, 외근이 잦아 다니면서 찾은 핫플레이스 있으면 늘 서프라이즈로 데리고 나가 드라이브 시켜줍니다.
오빤 하고 싶은거 없냐고 물으면 제가 좋아하는거 보는게 제일 하고 싶은거라고~
좋은데 있으면 신나서 전화오고^^
운동시켜 준다면서 못빠져나가기 놀이(?)같은걸 하는데 잡고 못 빠져나가게 하며 놀아요ㅋㅋㅋ(쪼끔 19금인거 같기도 하고 흠...)
명절 지내고 나면 고생했다고 보약도 한재씩 먹여주고~
이것저것 행복한 일들이 소소하게 많은데 그것보다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인연이라는거 있다는걸 저도 지금은 믿는다는겁니다.
왜냐면
전남편을 처음 만나(만남부터가 잘못되었었지만 어린 마음에 그게 저를 너무 좋아해서 한 행동들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너무 잘해주니 그게 인연이다 운명이다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깨지면서 사랑따위? 흥! 인연? 운명? 다 웃기는 소리 말라그래~라며 살아온 세월이 성인으로 살아온 세월의 근 9할이 되다보니 이 사람을 만나기전까진 아니 만나고도 힘들게 힘들게 마음을 열기까지 믿지 않았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믿게 되었습니다.
그걸 깨닫기까지 너무나 많은 고통이 있었고 시간도 오래 걸린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아마도 그건 제가 너무너무 무지해서, 철이없고 늦둥이 막내라 칠랑팔랑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살아와서, 하늘에서 너 같은 애를 깨닫게 하려면 이 정도 상처는 안아야 할거다 생각을 해서 이렇게 된거라 생각합니다.
재혼하면 이혼율이 더 높다고 하죠?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제 이혼의 유책배우자가 전남편이었지만 그런 사람을 지혜롭게 책임감있는 가장을 만들지 못하고 가정을 깨버린 저도 무조건 피해자다 할수만은 없는 문제고요. 또 그 결혼전에 제가 정상인이었다 해도 그 결혼생활과 피해의식으로 저도 같이 미쳐가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결혼을 하게되면 제가 유책배우자가 되어 이혼을 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렇지만 저의 부족한 점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지금의 신랑을 만나서 저는 가끔 생각해봅니다.
내가 전생에 지구를 구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사람이 나에게 왔을리 없어~
이 생각은 자격지심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생 지켜가야 할것 같습니다. 또 그래야 같은 실수를 두번하지 않을것 같구요.
인연이라는거 있을까 궁금하셨던 님~
댓글쓰려다 길어져 쓰다보니 쓸데없이도 길어진 이야기가 되었지만
있다고 믿으세요.
단지 그 인연이 억지로 엮이는게 아니니 인내의 시간이 길지도 모릅니다만 한번의 실패를 겪고 서른이 되어서 만난 저같은 인연이 있으니 믿어보시는거 손해는 아닐거 같아요.
제 글 읽으시느라 시간 낭비 하신분들께는 죄송합니다ㅜㅠ
저같이 사는 사람도 있다는거 그냥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럼 덥고 축축한 날씨 다들 잘 이겨내시고 다가오는 가을을 생각하며 다 같이 행복합시다요~~
아! 사진은 신랑이랑 달달한(제 기준에) 대화들...
다른분들 올리는거 보고 저도 부러웠거든요ㅠㅜ
옛날껀 많이 올라가서 못찾고 그냥 몇개만~
감자전인데ㅋㅋㅋ 오타~
테솔과정이라고 영어교사 단기과정 학교 졸업식날 졸업식 참석한다고 일찍 도착해서 교실까지 올라왔다가 저러는거에요^^ 마지막 수업에 누가 나에게 완벽한 남자가 누구냐 물어서 마이 허즈번드라고 이야기하는 도중 왔다가 다시 내려감~
인연이라는게 정말로 있을까요? 물으신분께 드리는 말씀~
길게 써도 될까요?
댓글로 쓰려다보니 한계가 있어 부득이 부끄러운 글을 올려봅니다.
전 순진한게 아니라 바보같았던 대학 1학년에 알바를 하던 중 단골업체 직원이었던 남자에게 납치?를 당해 그 남자와 일년을 만나다 아기가 생겨 결혼을 했는데요. (나중에 들으니 같은 회사 동료와 내기를 했답니다. 저를 꼬실 수 있는지 없는지...)
그땐 온 가족이 공모를 했는지 저를 공주같이, 왕비같이 대해주고 가족이 모이면 화목하기만 했던 집에서 자란 이 남자와 아기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들 사는 드라마내용처럼 다 행복해 지는건줄 알고 월세 10만원 단칸방에서 결혼생활 시작했습니다.
신혼첫날밤에 엄마와 통화 후 우는 저에게 "다 잡은 고기 밥 안주는거 알제?"라고 했던 이 남자...
정말 멋있죠?
어린 나이에 입덧으로 물조차 마시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해 가는 상황에 다른 식구들 먹다 남은 음식 내 입에다 처리하지 않는다고 빌어먹을 년이라 하는 시어머니와 고3인데도 학교는 안가고 술집 알바에 임신해서 애 뗀다고 돈 구하며 돌아다니는 시누 성질 맞춰주기...
알콜중독과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남편, 가족끼리 매일매일 동네가 떠나가도록 싸우며 사는 신기한 집안에서 겨우겨우 분가한 초라한 월세 집에
"엄마가 돈 벌어오라고 하도 악을 써서 같이 살수가 없다."며 외국에서 온 술집여자를 데리고 의논 한번 없이 들어와 당장 우리 세 식구 생활비도 없어 일회용 기저귀 한번 못 사보는 형네집에서 24시간 방에 틀어박혀 먹고 자고 그짓하고 또 먹고 자고 그짓하며 사는 시동생에...
그렇게 매일을 살얼음 걷듯 살다 일이 터진 어느 밤 저는 아이와 당장 필요한 몇가지 짐들과 함께 그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 날이 제가 처음으로 속으로만 다짐했던 이혼 이야기를 꺼낸 날이고 그날 이후 단 한번도 돌아가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날은, 친정 아버지가 아이도 있는데 그냥 다니기 힘들다며 사 주신 허름한 중고차로 시동생과, 딸린 외국여자, 저와 딸아이를 데리고 논다며 음주운전으로 여기저기 쏘다니다 술만 먹으면 나오는 버릇인 금반지 사기 때문에 싸움이 있었어요.
그날도 역시 말리는 나를 무시하고 주얼리샾으로 들어가 본인이 좋아하는 띠동물문양반지를 사고 또 그 외국여자에게 주어야 한다며 귀걸이를 사는 모습을 보고 우리 상황에 금반지가 왠 말이며 저 여자에게 금 귀걸이는 왜 사줘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따지는 나에게 귀걸이를 저 여자만 사줘서 질투하는거냐 또 몰아부치기 시작...
시동생은 형이 오랫만에 기분내려는데 옆에서 기분 잡치지 마라며 형 편을 들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내 싸우다 결국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드디어 때가 된 것 같다"라고...
결혼 후 현실에 눈을 떠가며 이렇게는 안되겠구나... 능력을 키워 2010년에는 이혼을 하고 홀로서리라 다짐하며 살아왔었는데 "때가 되었다"라고 말을 한 그 날은 2003년 겨울...
그 길로 아이와 언니집으로 들어가 이혼준비를 하며 지냈고 결혼 후 단 한번도 힘들게 살고있다 말하지 않았던 친정에 처음으로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했습니다.
변호사는 커녕 법무사를 만나 볼 돈도 없어 혼자서 이혼서류를 준비해가며 6개월간의 싸움끝에 겨우겨우 이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혼 신청 때도 위자류, 양육비 1원도 요구하지 않았고 오직 양육권과 친권, 그리고 다시는 만날일을 만들지 말것만을 요구해 그나마 빨리 끝난 경우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혼 서류를 준비하며 확인하니 시부모님도 이혼과 재결합을 세번 이상 한 상태였고 빚이 9억...
그리고 결혼생활 당시 저에게도 보증을 세워 전남편 빚이 천만원 가량 있었어요.
(이 빚은 결국 그 쪽에서 갚지 않아 제가 혼자 아이를 키우며 갚아나갔습니다...)
그 후로 친정이 있는 고향으로 올라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마트일에서 시작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가며 아이를 키웠고 남편이 있을때도 단한번도 사줘보지 못한 아이의 신발을 제가 번 돈으로 처음 사주던날 얼마나 울었는지 시간이 지난 지금은 눈물도 말랐는지 요즘 눈물도 많이 줄었네요.
그렇게 2010년까지 아이와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지요.
재혼은 커녕 남자 조차도 끔찍해서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도
"나는 남자를 이용만 하지 깊은 관계는 만들지 않는다."라고 벽을 쳐가며 남자혐오증 비슷한 사상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2010년 여름 회사를 옮기면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새로 출근한 회사에 관리자 중 키가 큰 총각대리님이 있기에 처음엔 정말 솔직히 말해서
저 남자랑 연애만 하면 재미나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남자혐오증이 발전해 남자는 놀다가 버리는용이다라고 생각하는 나쁜여자가 돼 있었어요...)
전남편의 키가 제 키보다 4센치나 작았기에 키가 크고 가슴이 넓은 남자에 대해 로망이 있었던것도 사실인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만나서 놀기만 하는 연애이지 남자라는 동물과 깊은 관계는 가지지 않는거다라고 계속 생각하며 살던 때였어요.
그런데 이 남자는 제가 출근하고 2주가 되도록 회사의 다른 사람들처럼 새로 여직원이 왔다고 슬쩍슬쩍 훔쳐보거나 함부로 농을 걸거나 하지 않고 사무적인 인사만 하는 정말 점잖은 남자였기에 나랑은 관계가 없겠다... 생각하고 그냥 관심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제 업무가 그 대리님과 둘이서 해야하는일이 제일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됐고, 이 분이 무뚝뚝하지만 때로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라는걸 느끼게 됐어요. 둘이 업무도 잘 맞아 진급도 빨리 빨리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벽을 더더더 높게 친것 같습니다. 이 사람과는 장난으로 놀다 치우는 그런 관계가 되지 말아야지... 직장 동료 이상으로는 그 무엇도 되지 말아야지... 내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다~ 나같은 여자 말고 좋은 사람 만나면 정말 잘해줄거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가끔은 회사 밖에서도 연락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가 됐는데 이 과정은 여느 커플들이 그렇듯 정말 자연스럽고 그 누구도 "작업"을 거는게 아닌, 만약 내가 참한 아가씨였다면 이렇게 시작하는 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 싶을 정도로 설레고 달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중 그 분이 자연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그때도 저는 똑같이 말했었어요.
"아시다시피 저와 평범한 관계는 만들 수 없을겁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는 대리님한테 큰 상처를 주기 위해서 애를 쓸거고 더 큰 벽을 치면서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어버릴거에요!"
뭐 이런... 손발이 오그라들고 말도 안되는 소릴 해가며 감정을 추스려보려 했는데...
밖에서 몇번 만나는 동안 이 사람의 매너와 배려에 점점 더 끌려가게 되는 나를 얼마되지 않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ㅠㅜ
그렇게 만나는 동안 이 사람은 나를 전혀 건드리지(?)않고ㅠㅜ
감정만 발전해 가고 있는데 회사에서 하루종일 보고, 퇴근해서 보고, 집에가서 전화통화를 몇시간씩 하는걸 2년동안 하면서도 단 한번도 소홀해지거나 이기적으로 굴거나 아이때문에 본인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나를 이해 못해주거나 하지 않았어요.
그런걸 보면서 굳게 닫아야지 닫아야지 하던 내 마음의 문도 열려버리고...
내가 또 지옥문을 들어가면서도 바보같이 모르고 있는건가 다시 돌아보기도 많이 하고~
그러는 와중 오랜시간 심사숙고 해서 딸아이와도 만나고 딸아이가 또 그 사람을 너무나 잘 따르고 이 사람도 자기 딸처럼 우리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걸 보면서 완전히 항복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작년 드디어 결혼을 했어요.
무슨 촉이 있어서라기보다 70년 세월을 사시면서 자연스레 생긴 사람보는 눈이 있으신 아버지는 전남편을 처음 봤을때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엄청난 반대를 하셨었습니다. 그냥 인간 됨됨이도 안된데다 혼전 임신까지 시켜서 너를 고소하지 않는것만도 다행으로 알라며 내치셨었고, 어리고 무지했던 저는 임신이 혼자 되는것도 아니고 나도 같이 잘못했다. 저 사람 좋은 사람이다 라며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고 결혼을 했었지요.(어쩌면 그래서 힘든 결혼생활을 부모님이 모르길 바랐던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는 결국 부모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내고 제일 이뻐해가며 키워주신 늦둥이 막내딸이 나이 스물넷에 아이딸린 이혼녀가 되는 꼴을 보셔야 했는데...
이 사람을 처음 딱 보시고선 바로 승낙을 하셨어요.
이유는 모릅니다. 여쭤볼 용기도 없었고, 말씀이 많은분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 사람을 처음 만나고 이야기를 몇번 나눠보시고선 승낙을 하신것이...
어릴때 하셨던 반대의 이유를 몰라보고 결국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그렇게 보내버린 나에게 아버지가 주시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스물에 했던 실수를 서른이 넘은 이때까지 되돌아보면서 부족하나마 사람 보는 눈을 좀 키우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고요.
지금도 늘 생각합니다.
부족한 내게 저런 사람이 와주다니...
겉으로는 늘 웃고있는 귀엽기 그지없는 딸이지만 속으로는 아빠라는 존재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원망했을지 모르는 딸에게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큼 좋은 아빠가 되어주는 저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니...
아직 2년이 안되는 시간 같이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많지만 지금까지 우리 생활은 교과서에 나오는 듯 완벽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가끔 투닥거리는 일이야 사람 사이에 없진 않습니다만 대부분이 제가 제 성질머릴 못되게 써서 일어나는 일들이고요.
여기 결시친에서 보는 남편과의 문제들, 남편의 형제, 시댁 문제들... 다~~~ 저에겐 전남편이 남긴 악몽일 뿐이고 지금은 전혀 해당이 없네요.
다 커서 처음 본 우리 딸, 조카 생겨서 좋다며 용돈 챙겨 주시는 아주버님(처음엔 인정하기 힘들어하셨지만 지금은 이렇게 잘해 주십니다.)
딸이 뭐 가지고 싶은건 없는지 늘 살펴주시는 시아버님...(아버님도 처음엔 반대하셨었는데 결혼 전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그때 저를 처음 보시고 제가 처신하는 모습들에 마음이 녹으셨는지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전화해라, 찾아와라, 돈을 달라, 뭐해라 이래라 저래라?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네요. 오히려 제가 음식이라도 해서 가져다 드리면 이것 때문에 일부러 힘든길 나섰냐고 고마워하십니다. 혼자 계시기에 저희랑 같이 계시자고 해도 혼자가 편하시다며 한사코 거절하시구요ㅠㅜ
마지막으로 우리 남편...
맞벌이하면서 아침으로 미숫가루나 토스트, 마 갈은거 챙겨주면 너무 고마워합니다.
가끔 신랑이 일찍 출근해야 할땐 자기때문에 나도 깰까봐 노심초사하구요.
제가 해주는 음식은 뭐든 제일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회식, 친구와 술자리? 속썩이는적 없네요.
OO(제 이름불러줍니다.)이 있는 집이 최고라고, 그리고 제 애교를 봐야 피로가 풀린다며 회사 마치면 바로 집으로~
아! 결혼전엔 같은 회사 다녔지만 결혼 후 지역을 옮겼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회사지만 같은 건물 아래위층이라 심심하면 만나서 뽀뽀^^
퇴근시간도 저보다 훨씬 늦고 힘들지만 저만 보면 다~ 풀린다고 보약이라도 먹자 하면 제가 보약이라 하네요^^
혹 예상치못한 보너스라도 생기면 딸아이 뭐 해줄거 없나 챙기고, 외근이 잦아 다니면서 찾은 핫플레이스 있으면 늘 서프라이즈로 데리고 나가 드라이브 시켜줍니다.
오빤 하고 싶은거 없냐고 물으면 제가 좋아하는거 보는게 제일 하고 싶은거라고~
좋은데 있으면 신나서 전화오고^^
운동시켜 준다면서 못빠져나가기 놀이(?)같은걸 하는데 잡고 못 빠져나가게 하며 놀아요ㅋㅋㅋ(쪼끔 19금인거 같기도 하고 흠...)
명절 지내고 나면 고생했다고 보약도 한재씩 먹여주고~
이것저것 행복한 일들이 소소하게 많은데 그것보다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인연이라는거 있다는걸 저도 지금은 믿는다는겁니다.
왜냐면
전남편을 처음 만나(만남부터가 잘못되었었지만 어린 마음에 그게 저를 너무 좋아해서 한 행동들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너무 잘해주니 그게 인연이다 운명이다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깨지면서 사랑따위? 흥! 인연? 운명? 다 웃기는 소리 말라그래~라며 살아온 세월이 성인으로 살아온 세월의 근 9할이 되다보니 이 사람을 만나기전까진 아니 만나고도 힘들게 힘들게 마음을 열기까지 믿지 않았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믿게 되었습니다.
그걸 깨닫기까지 너무나 많은 고통이 있었고 시간도 오래 걸린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아마도 그건 제가 너무너무 무지해서, 철이없고 늦둥이 막내라 칠랑팔랑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살아와서, 하늘에서 너 같은 애를 깨닫게 하려면 이 정도 상처는 안아야 할거다 생각을 해서 이렇게 된거라 생각합니다.
재혼하면 이혼율이 더 높다고 하죠?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제 이혼의 유책배우자가 전남편이었지만 그런 사람을 지혜롭게 책임감있는 가장을 만들지 못하고 가정을 깨버린 저도 무조건 피해자다 할수만은 없는 문제고요. 또 그 결혼전에 제가 정상인이었다 해도 그 결혼생활과 피해의식으로 저도 같이 미쳐가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결혼을 하게되면 제가 유책배우자가 되어 이혼을 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렇지만 저의 부족한 점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지금의 신랑을 만나서 저는 가끔 생각해봅니다.
내가 전생에 지구를 구했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사람이 나에게 왔을리 없어~
이 생각은 자격지심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생 지켜가야 할것 같습니다. 또 그래야 같은 실수를 두번하지 않을것 같구요.
인연이라는거 있을까 궁금하셨던 님~
댓글쓰려다 길어져 쓰다보니 쓸데없이도 길어진 이야기가 되었지만
있다고 믿으세요.
단지 그 인연이 억지로 엮이는게 아니니 인내의 시간이 길지도 모릅니다만 한번의 실패를 겪고 서른이 되어서 만난 저같은 인연이 있으니 믿어보시는거 손해는 아닐거 같아요.
제 글 읽으시느라 시간 낭비 하신분들께는 죄송합니다ㅜㅠ
저같이 사는 사람도 있다는거 그냥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럼 덥고 축축한 날씨 다들 잘 이겨내시고 다가오는 가을을 생각하며 다 같이 행복합시다요~~
아! 사진은 신랑이랑 달달한(제 기준에) 대화들...
다른분들 올리는거 보고 저도 부러웠거든요ㅠㅜ
옛날껀 많이 올라가서 못찾고 그냥 몇개만~
감자전인데ㅋㅋㅋ 오타~
테솔과정이라고 영어교사 단기과정 학교 졸업식날 졸업식 참석한다고 일찍 도착해서 교실까지 올라왔다가 저러는거에요^^ 마지막 수업에 누가 나에게 완벽한 남자가 누구냐 물어서 마이 허즈번드라고 이야기하는 도중 왔다가 다시 내려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