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본 최악의 자살법.

황금마스크2013.08.25
조회176,932

토요일 오전이었다. 그날 나는 전공의 2년차로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섰다. 유난히 하늘은 맑았다. 응급실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산홋빛 푸른 봄바람이 내 몸의 피곤을 풀어주었다.


갑자기 전쟁 같은 하루를 알리는 구급차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어린 여자 아이 세 명이 들어왔다. 여섯 살, 세 살, 육 개월. 세 자매였다. 입술 주위가 파랗게 변했고, 입 안은 모두 헐어 있었다.

아이들은 고통에 울부짖었다. 아이들 입을 통해 나오는 역한 냄새가 매우 낯익었다.
얼마 후 서른여덟 살의 젊은 남자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역시 같은 냄새였다.

그라목손이라는 농약 음독이었다. 가정 불화로 부인이 가출한 뒤,
이를 비관한 아버지가 세 딸에게 그라목손을 먹이고 자신도 뒤따라 마신 뒤,
119대원에게 실려 온 거다. 삶이 녹록지 않았나 보다.

그날 난 의사로서의 의무감, 책임감과 그 아버지를 향한 모멸감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라목손 음독은 워낙 치사율이 높으며, 마신 양과 소변 검사를 통해 보았을 때
아이들과 아버지 모두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상했다.

그러나 난 의사였기 때문에 어린 자식들까지 끝없는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그 아버지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얼마 가지 않아 아이들 모두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는 며칠 후 힘든 삶을 끝냈다.
지금 생각해도 내 의사 생활 중 몇 안 되는 고통스런 순간이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그라목손 음독으로 많은 환자가 병원에 온다. 거의 모두 자살목적으로 마신 것이다.

그라목손이라 불리는 파라쿼트는 제초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농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파라쿼트는 산화 과정을 통해서 인체 내에 독성을 나타낸다.

음독 후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구강 내 타는 듯한 느낌이 나타나며,
48시간 내에 입술, 혀, 인두에 궤양이 나타난다.

또한, 식도 궤양이 발생하며 이는 식도 천공까지로 진행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역적인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데,
이는 산화 과정을 통해 독성을 나타내는 파라쿼트가 체내에서
산소 이용도가 가장 높은 폐에 밀집되기 때문이다.

또한, 파라쿼트는 주로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음독 후 24시간 이내에
신 세뇨관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파라쿼트는 음독 후 짧은 시간 내에 다장기 부전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제초제이다.

그라목손이 정말 무서운 건 이렇게 몸이 죽어가는 와중에, 마지막까지 정신은 거의 멀쩡하다는 거다.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보통은 문진과 검사를 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현재의 상태 및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그러나 그라목손 음독의 경우에는 언제나 결론부터 설명한다.

“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소생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참 괴로운 순간이다. 고통에 울부짖는 환자, 그 옆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보호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오래 알고 지내던 할아버지 한 분이 부인과 크게 다투고 그라목손을 마신 후 유명을 달리하셨다.
칠십 평생, 굴곡진 삶을 참 잘 견뎌 오시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하셨다는 게 안타까워
스산한 마음이 잘 접어지지 않아 몇 자 적어본다.

추1) 자살을 염두에 두고 마셨더라도, 막상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추2) 다른 나라에선 그라목손 판매를 금지하거나, 농도를 얕게 희석시킨 제품만 판매를
허가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출처 - [깜신의 작은 진료소] http://jinmedi.tystory.com/153

댓글 79

김민석오래 전

Best난 들어오는 지하철에 투신하는거. 진짜 기사아저씨들에겐 살아도 얼마나 큰 고통이겠음...

물음표오래 전

Best죽을꺼면자기혼자죽지왜얼마살지도못한자식들까지저렇게아픔을주었는지모르겠네요..혼자죽기는싫었나..?

ㅇㅇ오래 전

으.. 무서운 음독사

ㅠㅁㅇ묘나오래 전

정부가 제정신인가

이거오래 전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이라는 책 내용아닌가요? 낯이 익은데..

것보다오래 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었으면 자식들까지 저 독한약 먹이지 않았겠지..

오래 전

자살 슬퍼서, 절망감에 하는것 같죠? 아니에요 어떤 대상에 대한 참을수 없는 분노때문에 하는것입니다 의지박약에 아무것도 못하는 저 시달림만 받고 천덕꾸러기로만 살고 못나서 가족에게 화풀이나하고 원망만 하던 제가 정말 미치도록 싫었어요 진짜 일저지르는거 한순간이데요 이성으로 어찌 될 수가 없더라구요 쓰레기같은목숨 언제죽던 알바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죽는다고 생각한순간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어요. 아 이럴거면.. 이렇게 허무하고 고통스러울거면 뭐라도 좀 해볼걸.. 어떻게 살아도 지금보단 나았을 텐데.. 살고나니 정말 삶 자체에 의미를 가지고 열심히 삽니다 가족들한테도 잘하려고 노력하고... 안되더라도 실망하기보다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했고요.. 왠만한건 다 헤쳐 나갈 수 있겠더라구요. 살아만 있음 뭔들 못할까 생각이 듭니다. 자살 생각지 마세요. 죽을 각오 고통이면 안될거 세상에 없어요 뭐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좀더 넓게 멀리 바라보고 살아요 우리.. 지금 힘들다고 해서 미래가 결정된 건 아니예요.. 지금 고통수러운 것으로 인해 내가 무언가를 깨우쳐서 더 나은 미래로 이끌수도 불행한 일이 원인이 되어도 그로인해 좋은 미래가 다가올 수 있는거에요. 힘든 시기지만 힘내 봐요 우리..

ㅇㅇ오래 전

이름까지 다 알려주시고 비록 유명한 농약이라지만 적어도 글쓴이는 이름은 비표시해야 하지 않나요. 정말 정부차원 대책을 원한다면 국가 기관에다 의견을 냈겠지 인터넷에다 글쓰겠나 그라목손으로 자살하라고 조장하는 것과 다른게 뭔지요.

고고오래 전

자식들에게 농약을 먹일때 아비의 심정은 또한 어땠을까.. 차라리 아이들은 시설같은곳에 맡기고 혼자 가시지..

오래 전

그어린 자식들은 무슨죄냐 죽을라면 혼자죽을것이지. . 아이들이불쌍하다ㅠ.ㅠ...못된.아비같으니..

굿오래 전

난 자살한단 그런 포부로 더 악으로 깡으로 살아보겠다

접니다오래 전

이거.... 사망보험금 탈려고 일부러 먹는 사람도 봤는데, 정신 멀쩡하니까 온갖 거짓말 다 하고.... 그리고 죽습니다. 그래서 보험금? 못 탑니다. 죽는 것 빼고는 어떤 목적도 못 이루니까 드시지 마세요. 산채로 천천히 불타는 것과 같은 느낌일꺼에요. 돌이킬수도 없고,

닉네임을 다르게 변경할 수 있어요!
 님이
황금마스크님에게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