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빚,다 갚은 후유증

궁서체2013.08.25
조회408
안녕하세요. 이제 곧 서른이 되는 여자입니다.
저를 호되게 다그쳐 주세요.


아버지께 명의 빌려드렸다가 수천만원이 넘는 빚과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를 달았습니다.
복잡한 가정사로 인한 멍청한 실수였습니다.
형편상 가장노릇을 하는 맞이인지라 개인회생 신청 후 그 빚을 갚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네요.

대입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집세,동생들 학비,식비 모두 감당하고 있었어요.
다 떨어진 속옷을 입으면서 ,카레 한봉지로 만든 미음 먹으면서 악착같이 모았습니다.
동생들,미래의 배우자와 자식을 생각했기에 쉽게 돈벌수있는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삶을 이어오던 작년 겨울에 징그러운 그 빚 모두 다,싸그리 다 갚았습니다.
새로운 세상이,사람이 나를 기다려 주리라 생각했네요.

지금은 8월.
지금껏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저는 지친걸까요? 세상에서 도망치는 걸까요.


8개월동안 가족외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30kg넘게 살이 찌고 이제 돈도 없어요.
그동안 여행도,쇼핑도 하지 않았어요. 
립스틱 만원짜리 하나 살래도 그돈이면 반찬거리가 일주일친데 하는 구질구질한 생각에
집에다 모두 썼어요. 폭식과 폭음이 반복됩니다.


이대로는 사람 잡겠다 싶어서 이력서를 쓰려고 했습니다.
모니터 속 이력서 문서파일의 깜빡이는 커서를 보자 헛구역질이 났어요.
눈앞이 일렁거리고 흐려졌습니다. 
구인광고창을 들여다 봐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몇번의 시도도 늘 같은증상으로 끝나네요.
두통과 어지러움,구역질.

그 빚 다 갚으면 모두 잘될거라 생각했는데
저는 카프카의 소설속에 벌레가 된것같습니다.


부디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
저를 질책하고 책망해 주세요.
다시 일을 해서 고운 화장품도 사고싶고,인터넷에서 보던 멋진 식당에도 가고싶어요.
호되게 다그쳐 주세요..
여러분의 가르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