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기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마져 잊을까 두렵습니다

PJT.LS2013.08.28
조회1,862

제가 그사람을 만난 건 2년 전 쯤 입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가장이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 마저..병으로

 

저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유일한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저 혼자 남아버렸습니다.

 

대학도 포기한채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그때 제나이가 21살 이었어요.

 

작은 회사의 경리부터 화장품 영업사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아침8시에 나가 밤 10시가 돼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제게 돈버는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의미없이 살기위해 몸부림 치는 하루 하루를 보내던중 제 인생을

 

내리막으로 끌고 갈뻔한 사건이 생기는데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웬 남자가 자꾸만 쫓아 오는 겁니다. 무서워서 뒤돌아보면 그 남자도 멈춰서

 

딴곳을 보며 모르는 척을 하는거에요. 너무 무서워서 냅다 뛰었더니 그 남자도 저를 막 쫓아 오는거에요.

 

그 날 너무 피곤하고 무리한탓에 몸이 좋지 않아서.. 결국 얼마 가지 않아 그남자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 남자는 마구 잡이로 제 머리채를 잡고 어리고 끌고 가려고 하더라구요.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나오지 않고 아픈것도 모르고 그냥 온힘을 다해서 버텼습니다.

 

진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어요..

 

 그 때 어디서 호루라기 소리가 나는거에요. 저는 경찰인가 했죠...

 

그 소릴 듣고 절 덥쳤던 남자는 도망을 갔구요. 저는 반 실성한 상태로 눈물만 계속 흘렸습니다.

 

나한테 왜 이런 일만 생기나.. 진짜 어디가 바닥일까 더 떨어질 곳이 있는건가... 죽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웬 남자가 손을 내밀더라구요.  

 

근데 너무 놀랬던 터라 그 손을 보자 마자 도망을 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런 일을 당하고도 저는 살기위해 또 그 위험한 세상속으로 나가야만 했어요.

 

정말 맘같아선 영원히 집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날 이후로 저는 가방에 과도를 넣어가지고 다녔어요... 진짜 세상이 무섭다는걸 그제서야 진심으로 알았거든요.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그런일이 있었는지... 전 또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이었습니다.

 

그리고 퇴근을 하는데 또 어떤 남자가 쫓아 오는거에요...

 

저는 가방속으로 선을 넣어서 과도를 찾아 쥐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쫓아 오던 남자가 느닷없이 호루라기를 부는거에요..

 

뭔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겁먹지 마세요.. 저 얼마전에 여기서 .. 맞죠? 이러는거에요..

 

그때 호루라기를 불어서 절 도와줬던 사람이었어요.

 

일단 안심이었지만 가방속에서 손을 빼진 않았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대로 서서 그냥 그사람을 보고만 있는데...

 

저한테 다가와서 말을 못하냐고 하더군요... 그때도 소리를 안질러서 보지 못했으면 그냥 지나칠뻔 했다면서...

 

저는 고맙단말을 하기가 부끄럽고 또 제 형편에 어떻게 사례를 해드리기가 어려워서 그냥 거짓말을 했습니다. 뭐 다시 볼 사이도 아니라고 생각 하기도 했고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구십도로 감사하단 인사를 했어요. 벙어리 인척...

 

그랬더니 아 그러시구나 라고 하면서...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는 겁니다.

 

뭐 집이 거기서 한 백걸음 정도 가면 됐기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구십도로 인사를 두번했어요..

 

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 날 이후로 집에 갈때마다 그 장소에서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일주일을.. 벙어리인척했네요...

 

집까지 가는 길에 그사람은 이런 저런 자기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그냥 듣기만 했구요...

 

그러면서 그냥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매일 똑같고 지친 제 일상에 변화를 준사람이기도 했고... 본의 아니게 거짓말한 벙어리 짓이.. 조금 재밌기도 했어요...

 

그리고.. 더이상 그사람을 속이면 안돼겠다 생각을 했고... 첫마디를 열었어요...

 

저 벙어리 아니에요 라고... 무지 놀라더라구요...  왜그랬냐고...

 

그렇게 시작한 저희는 2년을 연애하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서 제 인생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돈이 많은것도 아니고 힘든 형편이 크게 낳아진 것도 아니었지만 가족이 다시 생겼고 저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바보같은 남편이 무서운 세상의 울타리가 돼주어서... 정말 너무 행복했습니다.

 

남편 부모님께서 반대를 많이 해서 .. 남편이 부모님과 인연을 끊은 것을 빼곤 말이죠...

 

너무 미안해서 떠나려고도 많이 했는데.. 그사람도 저도 서로 너무 사랑하고 있었던거 같아요...

 

떠나지도 보내지도 못하고 결국 아픔을 딛고 이렇게 결혼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 제가 또 이 행복을 깨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제가 어디에 가려고 나왔고 왜 길가에 서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겁니다....

그리고 한참을 멍때리다가 기억을 해냈습니다.

 

건망증이 심하긴 했지만... 진짜 생전 처음 격어보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냥 건망증이 또 도졌나보다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오질 않는겁니다... 이상해서 전화 했더니...

 

남편이 저에게 되려 어디냐고 묻는거에요...

 

그 날은 남편의 생일이었고...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만나기로 했다는데 저는 기억이 안나는 겁니다...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남편이 무슨소리냐고 하면서 황당해 하더라구요...

 

그 때 불현듯 제가 몇일전에 뭔가 샀던 기억이 나서 안방을 뒤져보니

 

장농 안에 포장된 선물이 하나 있더라구요... 다급하게 뜯어봤는데...

 

제가 남편에게 쓴 카드도 같이 있더라구요... 그걸 보고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났어요....

 

이게 무슨 일인지.. 그리고 몇일뒤에 남편하고 병원을 갔는데... 초로기 치매라고 하더라구요.

 

알츠 하이머라고 더 많이 알려진 병이죠... 드라마에서나 봤지.. 제가 이렇게 걸릴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진짜 세상에 신이 있다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나요.. 어렵게 찾은 행복인데...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놓고... 한순간에 다 뺏어가버리다니...

 

차라리 그날 남편이 절 구해주지 않고... 그 괴한에게 당해서 그냥 죽어버렸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정말... 한탄했습니다....

 

남편은... 괜찮다고.. 그냥 아주 심한 건망증 같은거라고... 자기가 정신줄 놓지 않게 단단히 잡고 있으라고... 하면서... 진짜 하염없이 울더라구요...

 

너무 미안합니다. 남편한테.. 왜 저같은 여자를 만나서...

 

이제 종종 기억을 잃을때마다.... 불안해 지네요... 이러다가 영화나 드라마처럼... 저 고마운 사람을... 제가 진짜 잊으면 안될 사람을... 잊게 될까봐...

 

남편에게 그냥 시설로 보내달라고 애원도 많이 했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그러지 말라면서...

 

자기가 더 잘할테니... 제발 포기 하지 말라고 비네요...

 

그런 모습을 보면.... 진짜 그사람을 위해서라도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지는 기억.. 그리고 어느 날 남편이 기억나지 않았을때...

 

남편의 심정을.. 생각해보면...

 

그냥 죽고만 싶습니다....

 

지금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와 함께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미 진행이 많이 된 상태라서...치료가 쉽지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진단을 받고... 인간극장하고... 투명인간 최장수 같은.. 저와 비슷한 사례의 영상을 봤는데...

 

정말 끔찍하더라구요....

 

곧 저도 저렇게 돼겠죠? 저렇게 추한 모습으로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데...

 

너무 힘이 드네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또 제가 지금 뭘 하는게 가장 현명할까요...

 

아침마다 혹시라도 기억을 잃을까봐... 제가 제 인생 내용과 지금의 상황 그리고 남편에 대해서 자세히 써놓은 글을 머리 맡에 두고 잡니다....

 

그 글의 일부입니다.

 

지금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서 혼란 스럽지...

일단은 크게 숨을 쉬고 이 글을 차분히 읽어줘

이 글은 기억을 잃기 전에 너를 위해서 니가 직접 준비한거야 

.

.

.

.

첫번째로 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지금 니 눈앞에 너를 자기라고 부르는 낯선 남자가 있다면... 그사람이 니 남편일꺼야...

기억은 안나겠지만 '여보 사랑해'라고 말해줘...

그리고 아무 없다면... 아마 남편은 너를 위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꺼야

그럼 '힘내 남편 사랑해'라고 문자 한통해줘...

그사람 많이 상처 받고 아플테니까 이게 내가 발라 줄수 있는 유일한 약이니까 꼭 부탁해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기억해줘...나를 그리고 남편을... 절대로 잊으면 안돼...

 

이런 내용으로 제가 기억을 잃을때를 대비해서 준비했는데... 가능할까요??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제가 정말 어떻게 하면... 남은 시간을 이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고...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댓글 12

궁금한이야기Y오래 전

안녕하세요. 궁금한 이야기Y 입니다. 선생님 사연과 관련해서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자세한 얘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연락바랍니다. 02-2113-5555

못난나오래 전

기적은 기적을 낳는데요.기운 내시구요.치료제가 어서 나와서 도움이 되길 바래요. 남편분 많이 사랑해주시구요.힘내세요.

오래 전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보고 기억이 나셨다고 했는데, 치매는 기억이 지워져서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던데요. 벙어리가 되는 이유가 청각장애인 것도 모르시는 것 같고. 자작이길 바라며 딴지 걸고 갑니다. 자작 쓰시기엔 연륜이 한참 부족하신 듯.

유후오래 전

우선 희망잃지마시고 님과 남편분을 위해 더 힘내시란 말씀 드리고싶어요 화이팅하시는거예요^^ 저는 십개월가량 어머니일로 너무힘든 한사람으로서 님의 글이 제마음을 더아프게하는것같아요 님과의 일하곤 별개이지만 우리같이 힘내요! 우선 현재 메모습관 좋은것같아요 그리고 남편과의 사진을 집에 많이걸어 두셨으면해요 그리고 남편과의 통화내용녹음도 좋을거같구요 집밖 외출시엔 저또한 자주 깜박해서 가스불이나 헤어매직기 코드안빼고온건 아닌가? 불안해서 다시 집에 가곤하거든요 그러니 님은 현관문앞에 가스불확인. 전기코드확인 등 크게 써놓으셨으면좋겠어요

ㅇㅇ오래 전

자작이자나!! 자작일꺼야!!! ;ㅁ;

24ㅇ오래 전

항상 메모장같은걸 휴대하고계시나요? 적는 습관과 남편분과 사진같은거.. 많이 찍으세요... 추억이있고 그기억이 되살아나게하는 매개체가 있다면 좀 더 나을듯싶네요 .. 꼭,이겨내세요..

젠장된쟝오래 전

힘내세요 ..

ㅠㅠ오래 전

읽는데 눈물이 나네요.. 님도 힘드시겠지만 사랑하는 남편을위해 기억력향상에 힘쓰시고 긍정적이고 밝은모습으로 남편과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시길바래요..

사냥개오래 전

236명이나 봤는데;; 댓글이 이렇게 적다니... ㅠㅠ 무심한 사람들...

파이팅오래 전

힘내세요!사랑하는 남편분께서도 잘해주실거에요 ㅎㅎ 잊을거같은 것들은 메모하는거 잘하시는거에요 그냥 깜빡하는거네하고생각하시고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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