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Double Gore 1부 - 펌

그라시아스2013.08.30
조회648

에필로그..

 

 

요단강사색향기님 비롯하여.. 제 글을 기다렸다는 분이 계셔서 참으로 기쁘네요.

 

눈팅 족에서 벗어나 저도 다시 한번 활동해 보겠습니다.

 

저의 글의 출처는 맨 하단에 나와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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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야 빨리 일어나야지!!"

방문을 열어재끼며 한 여성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한손엔 후라이팬을 나머지 한손엔 밥풀이 몇알 붙어있는 나무 주걱을 들고있었는데
대체 방문은 어떻게 열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음..음..거긴...안돼..음음 그렇지...그렇게 쭈욱..."

그런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건지 하늘색 도톰한 베게를 끌어안고 실실 웃으며 중얼거리는 소년. 잠에 취해 뭐가 그리좋은지 입가는 오묘한 미소로 가득차 있다.
이제 갓 고등학생정도 되엇을까 싶은 앳된 얼굴의 소년. 베시시 웃는 얼굴이 귀여울법도 하지만 여성의 눈에는 썩 귀여워 보이지 않은가 보다.
성큼성큼 소년에게 다가간 여성은 들고있던 주걱을 주섬주섬 앞치마 주머니에 쑤셔넣는다. 그리곤 소년이 덮고있는 노란색 곰돌이 그림이 수놓여져있는 하늘색 이불을 냅다 끌어당겼다.

'스르륵'

적나라하게 속옷바람인 소년의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소년은 하늘색 베게를 더욱 꽈악 끌어안는다.

"아응 아응...자 그래 그렇지...조금더 가까이..."

"민기야?!"

"그래... 그거야 이리와 어서...냉큼 오시오...!"

"..."

여성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여성의 인내심이 한계를 맞이하고 있단걸 소년은 알았을까? 아니 아마 알았다면 번쩍 치켜든 여성의 손아귀에 들려있는 주걱을 보고 냉큼 일어났을터.

"일.어.나.밥.처.먹.어.강.민.기!!"

"...음!?"

귀를 찢어발기는듯한 여성의 짐승같은 포효소리에 소년의 감겼던 눈이 살짝 떠진다. 그리고 곧 큼지막하게 부릅떠지는 눈. 하지만 코앞까지 들이닥친 나무주걱을 피하기엔 늦은감이 없지않아 있었고,
소년의 동공에 한마리의 괴수와도 같은 일그러진 여성의 얼굴이 비춰쳤다.

'따악!!'

"쿠헐!!"



알수없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난 눈깜짝할 사이에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나며 누나를 쏘아봤다.
물론 얼굴에 묻은 밥풀을 떼어내는것도 잊지 않았다.


"아 진짜!! 내가 무슨 흥부새끼야!? 왜 매번 주걱인데!!"

"잠 다깼지? 얼른 나와서 밥먹어. 누나 출근해야돼!"

"아, 누나!!"

"빨랑 나오기나 하셔~"


역시나 평소랑 다름없이 자기 할말만 쏙 하고 방을 내빼는 누나. 난 벌개진 볼을 한손으로 매만지며 멍하니 누나가 나가 횡한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여튼 저 성질머리 하고는..."



















[나이트메어:Doublegore] 1부 - 인연의 고리




















씻고 거실로 나왔을때 나무로 된 탁자위에는 된장찌개를 비롯한 김치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등의 반찬들과 밥공기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중에서도 식탁 정중앙에 놓인 검은색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담백한 소리를 내며 끓고있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는 이른아침 나의 식욕을 돋구는데 그야말로 제격이었다. 수건을 목에 두른채 자리에 앉자 뒤돌아있던 누나가 반숙의
물컹물컹하게 덜익은 계란프라이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는다.


"누나, 나 반숙안먹는거 알잖아."

"그럼 네가 직접 해먹든지. 누나 늦었어, 빨리 먹기나해."

"에휴."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젓가락으로 물컹거리는 노른자를 꾹꾹 짓누르고 있는 내게 누나가 자리에 앉으며 묻는다.


"학교는 다닐만 한거야?"

"그냥 그렇지 뭐."

"얘는..."


물컹이는 노른자가 터지며 야들야들한 흰자위를 뒤덮자, 자연스럽게 내 표정은 살짝 일그러진다.


"누나야 말로 새로 옮긴 회사는 다닐만 한거야?"

"회사가 뭐 똑같지."

"요즘에 매일 늦게 들어오던데?"

"회식때문에 어쩔수 없어. 왜? 누나 늦게들어와서 서운해? 후후"

"내가 앤가 뭐. 그냥 걱정되니까 그러지."


젓가락으로 뒤적거리기를 수어번, 간신히 노른자에 젖지않은 흰자부위를 한웅큼 잘라내 입으로 가져가 질겅질겅 씹는다.


"으이구! 우리동생 착하네, 누나걱정도 다하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 누나.


"아, 그만해! 머리카락 떨어지겠다."

"아무튼 오늘도 학교가서 적응 잘하고, 이따 저녁에보자!"


누나는 앞치마를 걷어 의자위에 대충 올려놓고는 방으로 들어가 검은 정장자켓과 '바바리맨' 명품 숄더백을 들고 나온다.


"뭐야!? 또 밥안먹고 가?"

"어. 늦었어."

"그러다 진짜 쓰러지는거 아냐?! 밥은 먹고다녀라 좀!"


내말을 듣고있긴 하는건지 누나는 현관 측면에 달린 전신 거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곳저곳을 살펴보고는 흡족했는지 검은색 하이힐을 신는것을 끝으로 문을 열었다.


'철컥'


그리고 언제나 가면서 하는 한마디.


"뭐 먹고싶은거 있음 '따가워톡'해 올때 사다줄께~ 누나 간다~"

"아, 밥먹고 가라니까!"


'철컥'


'띠리리'


"....."


도레미 톤의 기계음만이 내게 되돌아올뿐, 역시나 내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 누나였다. 나직히 한숨을 쉬는 나. 괜시리 밥공기에 젓가락을 짜증스럽게 쑤셔박고는 수저를 든다.
보글보글 끓던 뚝배기속 된장찌개는 미적지근하게 식어버려 별로 손이가지 않았지만 누나의 정성을 생각해서 억지로 한입 먹어보기로 했다.

"아 뭐이렇게 짜!!"

수저를 입에서 떼기 무섭게 인상을 찌푸리는 나. 역시 우리누나 음식솜씨 하나는 기가막히게 형편없다니까. 난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된장찌개를 비롯한 찬거리를 냉장고에
하나 둘 집어넣었다. 맛은 둘째치고라도 혼자먹는 우울한 아침이란건 변함없었기에 식욕이 반감되는건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충 싱크대에 있는 손수건로 식탁을 한번 쓰윽 닦는것을
끝으로 난 방으로 들어왔다.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는 하늘색 옷장문을 열어 아직은 조금 낮선 교복재킷을 꺼내든다.

"어라? 셔츠랑 바지가 어디갔지?"

옷장안을 구석구석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 셔츠와 바지. 옷장 문을 쾅 닫으며 설마 증발해버린건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던 찰나, 나는 침대 머리맡에 가지런히 개여져있는 녀석들를
찾을수 있었다. 재빨리 바지부터 낚아채 한쪽다리를 집어넣던 난 구김하나 없이 빳빳한 그 감촉에 마음이 짠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씻으러간 사이에 누나가 다려놓은게 분명했다.

"자기도 늦었다면서...이럴시간에 밥이나 먹지,참."

새하얀 셔츠의 단추를 채우고 검붉은 체크무늬 넥타이를 적당히 느슨하게 조여준다. 그리곤 미리 꺼내두었던 짙은 밤색의 교복재킷을 걸치고 나서야 옷장에 달려있는 거울앞에 서는 나.
길지도 않은 짧은 머리칼을 이리저리 매만지고 나서야 가방을 들쳐메고 집 현관을 나설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 연녹색의 두툼한 유리문을 손바닥으로 슬쩍 밀어 제끼자 '후웅' 하며
차가운 바깥공기를 듬뿍 실은 바람이 메몰차게 들이닥치며 내 얼굴을 쓸고 지나간다. 덕분에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잠의 찌꺼기가 날아가버리며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래서 아침이 제일 좋다니까."

뭐, 일어나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좋은건 사실이니까. 난 아직은 낮선 거리를 걸으며 이어폰을 귀에 꼽는다. 집앞에 있는 작은 놀이터에는 벌써부터 조그만 꼬맹이들이 유치원 가방을 메고
엄마 손을 꼬옥 붙잡은채 칭얼거리고 있었다. 나도모르게 입가에 훈훈한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저맘때가 있었지.'

내게 부모님이란, 아득한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작은 소망같은 것이었다. 학교에서 시험점수가 나오면 성적으로 고민하는 친구들과 달리 누굴 보여줘야할지 고민했고, 해마다 찾아오는
생일날에는 마지막으로 단 하루라도 좋으니,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과 보내게 해달라고 누나에게 떼쓰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누나는 나를 안아 등을 토닥거려주었고, 난 그런 누나의 품에서
울다 지쳐 잠이들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신후부터 누나는 무척 어른스러웠던것 같다. 매일같이 투정부리고 울기 바빴던 나와는 달리 고작 나보다 3살 더먹은주제에,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날 달래고 챙기고 혼내고...자기도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텐데 내앞에서 내색하지않고 언제나 밝게 웃어주던 누나. 나 때문에 가고싶은 대학조차 포기한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하기 바빴던 누나. 정말이지 누나는 내게 엄마였고, 아빠였다. 괜시리 아까 자는거 깨웠다고 소리지른게 미안해지는 나였다.

"오늘은 누나 좋아하는 오뎅탕이나 끓여놔야겠군!"

엄마손 붙잡고 방방뛰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난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 길가로 향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30분가량 걸리는 탓에 아주 가끔을 제외하고는 지하철을 타고 등교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부터 누나와 나는 인천에 사시는 이모집에 얹혀살았었다. 그러나 누나가 서울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까지 서울로 오게 되었다. 처음엔 [이제 고3도 올라가는데
1년더 여기서 머물다 졸업하면 그때 나가는게 좋지않겠냐] 는 이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누나를 따라가겠다는 어린애 같은 내 고집에 결국 이모는 두손두발 다 드셨다.
누나도 처음엔 반대하더니 내심 나를 두고 가는게 영 내키지 않았던 모양인지 마지막엔 이모를 설득하는데 한몫했다. 그러니 이모로써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었다.
그렇게 이곳에 이사온지 3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으! 4월인데도 춥네!"

엄살을 부리며 지하철역 안으로 미끄러지듯 뛰어들어간다. 교복 재킷 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지갑을 챙겨 카드리더기에 올리자 [학생입니다!]라는 간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계단을 내려가 승강장에 도착하자 때마침 기다렸다는듯 문이닫히며 출발하는 열차. [조금만 빨리 뛸껄...] 하며 아쉬워하는 나. 하지만 1분도채 안되서 들어오는 열차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열차안은 그야말로 내게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기에 충분했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직장인들의 출퇴근길 시간에 열차안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한발짝을 떼기도 힘들만큼 바짝 밀착된채
옆 앞 뒷사람의 숨소리 땀냄새 샴푸향 향수냄새 그리고 따끈한 공기 등으로 복합적인 불쾌감을 느낀다. 여름이었다면 아마 더욱 끔찍하겠지? 날씨가 풀리면 무조건 걸어가야겠다 다짐하는 나였다.
귀에꼽은 이어폰에서 흐르는 노랫말 안주삼아 깊은 어둠속을 뚫고 맹렬한 속도로 달려나가는 열차에 몸을 맡긴다. 덜컹거리는 탓에 몸의 중심을 잃을 법도 하지만 밀착된 사람들로 인해
그럴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다.

[이 바람같은 사랑 ~♪ 이 거지같은 사랑~ ♬]

스마트폰에 내장되어있는 곡중 '현관'의 '그남자'가 한창 흘러나올 무렵 난 열차안 전광판에서 학교에 도착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 이윽고 열차 문이 '치익' 소리를 내며 열리자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사람들. 난 그틈에 끼어 불쾌감으로 반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6번출구로 향한다. 물론 리더기에 교통카드를 올리는것 역시 잊지 않았다.

[학생입니다!]

역 밖으로 나오자 신선한 겨울바람이 얼굴을 기분좋게 쓸어준다. 역시 불쾌감보다는 추운게 난것 같다. 난 6번출구 바로 정면으로 길게 뻗어나 있는 운치있는 오솔길 느낌의 아담한 길을 걷는다.
저만치 나와같은 짙은 밤색 재킷을 걸치고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있는 학생들이 제법 눈에 띈다. [왜 저렇게 바쁘게 걷지? 지각이라도 했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손목에 차여있는 전자시계로
시선을 떨궜다. 그리곤 순간적으로 헛바람을 들이키는 나.

[07:45]

걸어가다간 지각이나 다음없었다. 난 자리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신호마저 무시하며 미친듯이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속까지 메스꺼워 지는 거북한 상황이었지만 멈출수는 없었다. 이정도 속도면 100M 달리기에서 10초도 걸리지 않을것 같았다.
제법 많은 밤색 재킷들을 제치고 마치 산행을 방불케하는 언덕길을 올라, 짙은 녹색 바탕에 금빛 색상으로 [정학고등학교] 라고 휘갈겨져있는 문패를 확인하고 나서야 난 점차 속도를 줄일수 있었다.

[07:48]

아무래도 지각은 면한 모양이었다. 금방이라도 숨넘어갈듯 '헥헥' 거리며 교문을 들어서는 나를 보고 학생주임 선생님이 씨익 웃어주셨다. 입은 웃고있는데 눈은 웃지않는 그런웃음 말이다.
마치 [아깝다!] 하며 입맛을 다시는듯한 표독스러운 그 눈빛. 심장이 철렁이는 순간이었다. 거의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만큼 지리적 여건이 열악한 이곳 정학고등학교.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때만 해도 내가 지금 등교를 하는건지 등산을 하는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한다 했던가? 적응이 안되던 나 역시 등교한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생긴것인지 제법 적응되어 있었다.

"그래도 이건 아직 마스터는 힘든 레벨인데..."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내부와 연결되는 살인적인 높이의 수직 계단앞에서 나는 비명을 질러데고 있는 내 두 다리를 성심성의껏 다독여줄 뿐이었다.

정확히 54계단을 걸어올라 학교 건물 내부에 진입해서 또 120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난 3학년 7반의 교실문을 열고 들어갈수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예우를 차려줘야 되는것 아닌가?
어떻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층씩 늘어가는건지...투덜거리며 이제는 완전히 녹초가 되버린 몸을 이끌고 바깥 창가쪽 1분단의 맨 끝에 있는 내자리로 가 쓰러지듯 걸터 앉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죽을상을 쓰는 나였지만 [07:50] 을 가르키는 전자시계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것은 잊지 않았다.

"세이프."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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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출처 웃대 - 못된 야옹 -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