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Double Gore 2부 - 펌

그라시아스2013.09.01
조회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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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동 댕 동!'

녹초가 된 몸을 의자에 기댄채 아침조회를 알리는 익숙한 종소리를 음미하듯 듣는 나. 어느 학교나 시스탬은 다 같거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종소리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이야기로 열을 올리던 몇몇 남학생들과 한창 뜨고있는 아이돌 그룹을 화제삼아 팬티가 보여도 상관없다는듯 짧은 치마가 올라가있던 말던 신경쓰지 않고 다리를 꼬고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져있는 여학생무리들. 또 그런 여학생의 다리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안경테를 만지작 거리는 음흉한 눈빛의 녀석까지...각양각색의 아이들은 종소리는 마치 다른세계의 이야기라도 되는듯
서로의 개성을 뽐내기 바빴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통일감이 없는 것이야 말로 남녀공학의 묘미인지도 모르겠다. 뭐 아니면 어쩔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껏 남자중학교 남자고등학교에서 생활
했던 내 주관적인 생각은 그러했다. 무엇보다 이곳 아이들은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았다. 자신감인지 멍청한건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어느샌가 슬그머니 내 옆에 바짝
다가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쪽지를 건내는 이녀석 '이수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었다곤 하나 바로 지척까지 다가올동안 눈치채지 못하다니, 아무래도 내가볼때 이녀석은 암살자의 재능이 다분해 보인다. 어울리지 않는 상큼한 미소를 한껏 지어보이곤
복도쪽 5분단 맨 끝에서 두번째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녀석. 정말이지 한달이 넘었지만 저 기묘한 움직임과 부담스러운 미소, 거기에 러브레터를 연상케 하는 이 쪽지만큼은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전학오자마자 가장먼저 말을 걸어주었던 녀석이기에 간신히 참아주고는 있지만, 180센티미터에 살짝 못미치는 내 키보다 적어도 10센티미터는 더 자라난 저 꺽다리의 체구로 귀여운 기집애들이나
주고받을 법한 이런 조그만 쪽지을 전하고 갈때면 인내심에 한계가 오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쪽지를 건내받았으니 읽어는 봐야겠지? 난 정확히 반으로 두번 접힌 쪽지를 조심스럽게
펼처보았다 되도록 반아이들이 이상한 추측을 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며 말이다.

-오늘 수업 끝나고 할 이야기가 있어. 교문앞에서 기다릴께...-

시발. 이런건 그냥 말로하라고. 뭐냐 이 문장은? 여태껏 받아본 쪽지중에 최악이다. 게다가 [...]는 대체 뭔데! 마치 수줍게 말끝을 흐리는것 같은 이 마침표 세개는 무어냔 말이냐.
슬쩍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약간 볼을 붉히며 웃는 녀석. 자기딴엔 싱그럽게 웃는다고 웃는거겠지만 내 눈엔 음흉한 미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 1교시도 시작하지 않았것만 벌써부터 오늘 하루가 피곤해지는 나였다.

'이곳으로 전학오는게 아니었어...'



















[나이트메어:Doublegore] 2부 - 인연의 고리




















담임교사의 간단한 출석체크로 아침조회가 끝나고 이내 1교시 수업 시작종이 울린다. 종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교실 앞문을 열고 이마가 훤히 드러나 반짝이는 두상의 소유자, 국사 과목의
코부리씨가 들어오셨다. 물론 코부리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그를 부르는 별명이다. 그는 코가 매의 부리처럼 휘어있는 전형적인 메부리형 코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거 하나만으로 코부리씨라고
하기에는 뭔가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었다. 나같으면 반들거리는 이마를 주제로 황비홍이라고 지었을텐데, 하긴 나이 50세가 넘으신분에게 황비홍은 너무 졸렬해 보이려나? 아무튼 딴건 몰라도
이 코부리씨가 수업시간에 자는꼴을 못보는것 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한번은 너무 피곤해서 깜빡 졸았었는데 갑자기 이마에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과 함께 가늘게 찢어진 이분의 표독스러운
눈을 코앞에서 목격한 나로썬 두번다시 졸고 싶어도 졸수가 없었다. 그 사람같지 않은, 마치 한마리의 커다랗고 징그러운 새를 보는듯한 기분이란...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다.
정말이지, 이놈의 학교엔 학생이나 교사나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 부류의 인간들만 있는것 같단 말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중 문득 누나가 생각난 나는 '따가워톡' 이나 하나 보낼 생각으로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오늘 일찍 들어와! 누나 좋아하는 어묵탕 끓여놓을께!-

만족한듯 '피식' 입꼬리를 올린 나는 휴대폰을 자켓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나저나 봄인데도 불구하고 왜이렇게 추운거야! 복도쪽 창가와 바깥쪽 창가 이렇게 양옆에 존재하는 낡은 히터.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1분단과 5분단의 특혜라면 특혜였으니, 난 그 특혜를 제대로 누려보기로 마음먹었다. 도저히 추워서 공부에 집중이 되질 않...는건 핑계고,
아무튼 추운건 딱 질색이니까. 난 생각을 곧 행동으로 옮겨보이며 창가쪽으로 조금씩 책상을 끌기 시작한다. 삐걱거리는 책상다리가 바닥에 끌리며 '삑삑' 소리를 낼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코부리씨의 레이더에 발각되는 일은 없었고, 이내 히터위에 손을 올리며 따뜻한 기운을 마음껏 누리는 나. 아, 이제야 살겠다. 이대로 잠이들어도 여한은 없을것만 같아.

'그래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

스르륵 몸이 녹아내리며 저절로 눈이 감긴다.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러나 내 자아도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불현듯 이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눈을떴을때 결국
난 코부리씨의 휘어있는 커다란 코와 표독스럽게 번뜩이는 찢어진 눈의 기묘한 움직임을 한동안 마주해야만 했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소리마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꿀꺽...'





심각한 정신적 딜레마에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를 수차례.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반가웠고 매혹적이었으며 달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난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구나!'

아, 이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이란 말인가. 책을 '쾅'하고 덮기무섭게 잽싸게 교실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뒤에서 어깨를 잡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아침도 대충 먹었겠다, 무엇보다
코부리씨와의 정면대결로 갖고있던 칼로리를 전부 소진한것 같아 매점을 가려던 나였기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치미는건 당연했다. 자연스럽게 목소리는 매섭고 거칠었으며 차가웠다.

"아놔! 뭐야!!?"

고무줄을 늘렸다가 튕기듯 목을 '획' 하고 돌아보는 나. 그런 나를 어깨에 손을 올린 주인공은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커다란 눈망울로 쳐다보고 있었다.

'박정혜?'

순간 얼굴이 불에 데인듯 화끈거렸다. 분명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졌을터인데 이 무슨 겉과속이 따로노는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내가 무슨 껍질을 까도까도 속을 알수없는 양파같은 남자야?!
남의 속도 모르고 정혜는 말까지 더듬거리며 내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아..미...미안해!!"

'박정혜' 그녀가 누군가? 마치 내가 이반으로 전학온걸 '행운으로 알고 감사해라' 라고 말하는것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아이. 그것도 반 아이들중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이쁘기까지 한 아이가
아닌가? 물론 콩깍지가 씌인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말이지만...여하튼 전학와서 한달여간 박정혜란 아이를 눈여겨본 결과 그녀는 고3 그것도 '여자' 수험생이라는 신분에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걸 알아낼수 있었다, 사슴같이 맑은 눈과 갸름하면서도 오똑한 콧날, 체리같은 입술에 백옥같이 흰 피부. 거기에 조막만한 얼굴. 잘록한 허리에 늘씬한 다리까지 그야말로 내
이상형인 예진아씨에 흡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것. 가슴이 살짝 빈약한것 같기도 했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내 기준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공부까지 잘해. 그것도 전교에서 노는게 아니라 전국에서 놀아. 얼굴도 이쁜데 공부까지 잘한다고, 근데 집까지 잘살아. 그냥 잘사는게 아니라 몹시 매우 아주 잘살아. 움직임 하나하나가
귀티가 나. 쟤는 뭘해도 다 어울려. 천사야 아주. 럭셔리버스라도 타고다닐 기세야. 그런데 그런 고귀한 애한테 지금 내가 짜증을 냈어. 전학와서 지금까지 단한마디도 건내보지 못하고 우러러만 보던
그런 애가 처음으로 내 몸에 스킨쉽을 해줬는데 내가 짜증을 냈다고! [아놔! 뭐야!!?] 이렇게 싸가지 없게!! 지금 내 기분이 딱 [아놔!! 뭐야!?] 이 기분이야. 그런데 내가 사과해도 모자랄판인
이와중에 자기가 사과하고 앉아있어. 그러니 내가 돌아 안돌아!?

'후...침착하자. 침착!'

너무 흥분한 나머지 머릿속에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아주 원맨쇼를 하던 난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는다. 이내 한껏 목소리를 낮게깔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괜찮거든?"

"정말 미안해, 급하게 나가려다가 그만 다리가 꼬였지 뭐야...흐응."

기껏 목소리까지 깔고 침착하게 말한다는게 [괜찮거든?] 이라는 한마디라니, 더욱 더 싸가지 없어 보이는 이미지로 굳혀지는 순간이었다. 어쩜 이렇게 머리와 입이 따로놀수 있는지 나조차 의문이었다.
그럼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조곤조곤 설명하는 그녀를 보자 두가지 생각뿐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전형적인 감정 컨트롤의 '프로' 이거나 지나치게 '착해'빠졌다거나.'

그리고 난 당연히 후자일거라 판단한다. 역시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인 모양이다. 잠깐, 그러고보니 반아이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어느샌가 하나 둘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정도의 임팩트를 가진 놈이였던가? 아니, 녀석들의 관심은 내가 아니라 그녀라고 하는게 맞을것이다. 아무래도 이 반에는 나 이외에도 그녀에게 콩깍지가 씌인 놈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걔중에는 아까부터 안경태를 까딱거리며 여학생의 다리를 훔쳐보던 변태같은 자식도 포함되어 있었다. (애석하게도 아직 모두의 이름을 알지는 못하였기에 변태같은 자식이라 칭했다. 사실 별로 알고싶지도 않은 녀석이지만.)

"아무튼, 정말 미안. 헤헤... 그런데 매점 갈거 아니야?"

"응?"

[괜찮아, 나야 오히려 고맙지. 앞으론 종종 내게 넘어져도 돼.] 이런 입밖에 어차피 꺼내지도 못할 조악한 문장완성 기능을 구현하며, 칼로리를 소비하고 있던 나는 그녀의 매점이라는 말에 의아함을
감출수 없었다. 그탓에 얼떨결에 '응?' 하고 되물었고, 그녀는 그게 답이 되었는지 베시시 웃어 보였다.

"후후. 나도 매점 갈꺼거든, 빨리가자! 이러다 쉬는시간 끝나겠다."

"어?...아, 응..."

질투심인지 시기심인지 알수없는 애매모호한 몇몇 아이들의 표정을 뒤로한채 그녀와 난 어색하게 교실문을 빠져나간다.





우리학교 매점은 우리 3학년 층보다 한단계 더 위층인 4층에 존재했다. 3학년층이 매점과 가장 가깝다는것. 그게 3학년들의 유일한 메리트였다. 타 학교 매점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이학교 매점은
적어도 내가 이전에 다니던 남고보다는 훨씬 쾌적한것만은 분명했다.
매점 내부의 크기가 큰건 아니었지만 매점 뒷문으로 나가 10미터 남짓의 통로로 빠져나가면 제법 넓직한 공원과 이어지는데 이게 그나마 산과 밀접하게 붙어있는 이 학교의 장점인것 같다.
뭐 매점 내부에도 간이용 테이블과 의자등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수없이 왔다갔다 하는 아이들 틈에서 앉아있기엔 조금 부적절해 보인다. 학교측도 그걸 감안해서 이런 공원을 만들어 놓은것 같았다.
나는 1교시가 끝나면 언제나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하곤 하는데, 다른건 몰라도 전망하나만큼은 정말 기가막히다. 빵 껍질과 먹다남은 우유각등의 쓰레기가 없는 벤치를 골라 그녀와 나란히 앉는다.
딱히 그녀도 이곳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감상하며 떨림을 가라앉히고 있을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매일 여기서 먹는거야?"

"어? 아, 응."

"햐~ 경치좋다. 이렇게 좋은줄 미처 몰랐네."

그녀가 800원짜리 '싸니' 슈크림빵 껍질을 뜯으며 말했다. 자연과 가장 밀접한 공간에 있는탓일까? 두근거림은 사라지고 어느덧 마음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난 방그레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힘있게
꽃으며 물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대롱이 우유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처음 와보는거야?"

"아마, 그럴껄...이상하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이 학교에 다녔는데 3년간 한번도 와보지 않았다는게..."

"뭐, 그럴수도 있는거지."

"민기 너는 매일 오는거지 여기?"

"음, 비올때만 빼고? 나야 뭐 아침을 거의 안먹고 나오니까."

길다란 밀크스틱을 한입 베어물며 말했다.

"나돈데, 사실 너 여기 앉아있는거 자주 봤거든. 후후"

배고파서 허겁지겁 게눈감추듯 흡입하는 모습을 봤다고?! 그것도 자주?! 순간 '풉' 하며 입안에 오물거리던 밀크스틱을 뱉어낼뻔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다. 입밖으로 나오려는걸
되려 더 강한 목넘김으로 삼켜버린다. 그탓에 목이 메여 '켁켁' 거리기 일보직전, 재빠른 손놀림으로 바나나우유를 입에 가져갔다.

"휴, 큰일날뻔 했네."

"응? 뭐가 말이야?"

무심결에 생각하는걸 고대로 입밖에 꺼내버린 난 급히 얼버무리며 화제를 돌렸다.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아침은 왜 안먹고 오는거야?"

"그냥, 생각없어서. 그리고보니 너랑 이렇게 말해보는거 처음인것 같은데...맞지?"

"그러네..."

전학온지 2달이 되어가는데 처음 나눠보는 대화라...새삼 쓸쓸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커피우유를 한모금 들이키며 씨익 웃는 그녀의 얼굴이 심히 매력적이다. 양볼에 홍조를 띄는게 아주
살살 녹는구나 녹아. 무슨 야한 생각을 한것도 아닌데 괜시리 얼굴이 화끈거렸다.

"민기군은 수현이랑 친한것 같던데? 매점도 같이 오고 그래. 맨날 궁상맞게 혼자 뭐야."

"그다지..."

"옳소! 정혜말이 백번 옳소!!!!"

"어...어?!"

익숙한 목소리가 고막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 목소리는...뒤를 돌아보자 언제 온건지 꺽다리 수현이가 내뒤에 바짝 붙어있었다. 역시 이놈은 암살자다. 그렇게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아놔, 모처럼 처음으로 정혜랑 단둘이 있는 시간인데 이 방해물은 뭔데?!'

"수현이 안녕!"

그러나 내 생각과 그녀의 생각은 달라도 너무 다른것 같다. 손까지 흔들며 수현을 반갑게 맞이하는 정혜를 보자 이미 오늘은 글렀다는 걸 알수 있었다. '젠장!' 속으로 쌍욕을 하며 겉으론
사람좋게 웃으며 수현에게 밀크스틱 하나를 건낸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선조들의 속담에 한발 가까워지는 순간 이었다. 역시 옛 어른들 말씀중에 틀린건 하나도 없다니까.

"근데, 오물오물 단둘이 이곳에서 데이트라도 하는겨? 쩝쩝 수상한데?"

개걸스럽게 밀크스틱을 씹으며 수현이 묻자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게지던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까지 더듬었다. 너무 과도한 그 리액션에 아무래도 내가 당황할 틈은 없을것 같았다.
왜저렇게 당황하는걸까? 그녀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저정도는 아닌데...설마 정말 나를...?

"오~ 그런반응 좋아 좋아! 더 수상한 냄새가 폴폴 난다 나!! 쿡쿡"

"아니라니까!...그냥 아침...맞아. 아침을 먹고와서...헤? 아니 안먹어서 그런거야!!"

"......"

"......"

"아, 몰라!"


냉담한 나와 수현의 반응에 고개를 푹 숙이는 정혜. 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장난이야 장난! 뭐 이런거 갖고. 쿡쿡, 그것보다 정혜야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 돼?"

"왜!"

어느정도 당황스러움이 사라진 모양인지 정혜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내 차갑게 대답하는 그녀의 반응에 수현은 울상을 짓는다. 말처럼 길다란 얼굴이 살짝 짧게 보인것은 아마 착시현상
이겠지? 그래도 190센티미터에 가까운 기럭지 덕분에 특별히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균형이 맞는다랄까?

"어이어이,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말라고, 나 이래뵈도 여린 남자야."

"어이구, 그러셔요? 그것 참 야단났습니다. 그려!?"

"쿡쿡, 그래! 야단났다 야단났어! 쿡쿡쿡!!"

"에휴! 뭐 잘했다고 웃어!"

키득거리며 수현과 정혜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난 투명인간이 된듯 어느새 소외되있었다. 둘의 사이가 저렇게 좋았었나? 지금 저게 아침의 그 수현이가 맞나? 새삼 수현이가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다.

"보여줄게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끝나고 시간좀 내라고! 그리고 단둘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구!"

"너 또 무슨 오컬트같은 그런거 아냐?"

정혜가 예리하게 되묻자 순간 굳어지는 수현. 역시 오늘도 뻔한 그런거였나.

"아...이번엔 아니야!"

"이번엔 네가 수상한데?"

"아무튼! 민기랑도 이따 끝나고 보기로 했어. 즉, 내말은 나의 베스트프랜드인 너희 둘에게 보여줄게 있다는거지."

"베프?"

황당한듯한 내 물음에 또다시 울상이 되는 수현. 그 모습이 너무 웃겨 나도모르게 웃어버렸다. 이내 정혜까지 꺄르르 웃자, 수현역시 참지 못하겠다는듯 쿡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한동안 그렇게 우리셋은 세상모르게 웃었다. 2교시를 알리는 수업 종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종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그럼 이따 끝나고 봐! 나 먼저 내려갈께.] 라며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가는 정혜. 그녀가 사라진 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우리도 반으로 돌아가야 하는건 마찬가지였기에 슬슬 매점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보면
수현은 참 특이한 녀석인것 같다. 비현실적인 초자연현상 같은 그런것을 너무 좋아했는데, 뭐 그걸 딱히 남들앞에서 티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게는 항상 그런것을
보여주거나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오늘은 또 뭘 보여주려고 정혜까지 부른것일까? 내심 기대를 해본다. 사실 내가 기대하는건 수현의 취미생활이 아닌 정혜였지만. 괜시리 설레임에 들떠
오묘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데 수현이 돌연 입을 열었다.

"너 정혜 좋아하지?"

"어?"

"거짓말 하지 않아도 돼. 너 전학 왔을때부터 눈치 깟어 임마!"

평소완 다른 진지한 수현의 목소리에 나도모르게 압도된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한테 말했었나? 내가 정혜랑 같은 중학교를 나온거."

"아니, 처음 듣는데."

"정혜,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무슨 소리야?! 갑자기 조심하라니."

"정혜를 보면서 뭔가 이상한거 느끼지 못했냐?"

"이상한거...?"

잘모르겠다는 표정의 내가 답답했는지 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다. 아무튼 내말 명심해. 친구니까 말해주는거다."

"....."

대체 무슨 영문모를 소리를 하는건지 난 전혀 이해할수 없었다.

'설마 지금 [내가 찍은 여자다]라고 경고하는건가?'

멀어져가는 수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때의 난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3부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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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못된 야옹 -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