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Double Gore 3부

그라시아스2013.09.01
조회471

이 글의 출처는 맨 하단에 명시해 두었습니다.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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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의 정혜를 조심하라는 알수없는 한마디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전학와서부터 첫눈에 반해 지금껏 그녀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한 나인데, 대체 그녀의 어디가 이상 하다는거지?
물론 한두달안에 한사람의 성격을 전부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구지 그녀가 이상하다면 유독 우리반에서 잘났다는 것 뿐이었다. 이쁘고 공부잘하고 돈많은집 딸이니 시셈을 받을만도 하다.
그렇다고 수현이 그녀를 시셈한다고? 그건 말이되지 않는다. 그럼 지금까지는 왜 가만히 있었단 말인가. 웃고 떠들고 잘만 지내더구만. 오히려 좋아한다고 하는게 더 자연스럽겠지.
그럼 정말 정혜를 좋아하는것 때문에 경고차원에서 내게 말한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릿속에 있는 단백질량으론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후. 모르겠다 정말.'

수업의 내용은 내 귓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2교시가 끝나고 매 교시가 끝날때마다 어김없이 쉬는시간이 찾아왔지만 난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재잘재잘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귓등을 멤돌 뿐이었다. 신기하게도 수현과 정혜역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이 하는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무슨말인지 당최 하나도 모르겠는
4교시의 영어수업을 끝마쳤을때 나는 오늘 수업이 모두 종료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우리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들에게 한가지 특혜가 주어졌는데, 그건 금요일 수업이 4교시까지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4교시 이후부터는 남아서 자율학습을 할수있는 개인시간이 주어지지만 남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어쩌면 이탓에 아이들에게서 수험생의 느낌을 찾기 힘든것인지도 몰랐다.

담임교사의 간단한 종례가 끝나자 역시나 대다수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그리고보면 정혜만큼은 남아서 공부를 할법도 한데 지금까지 그녀가 남는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공부를 잘한다는건 정말이지 내게 있어서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평소라면 [집에서 하는거겠지] 라고 넘길 나였지만 오늘은 수현의 불미스러운 말 때문인지 의구심이 드는건
어쩔수없었다. 대충 가방에 필기도구와 책등을 쑤셔넣고는 어깨에 들처멘다. 수현과 정혜는 보이지 않는다. 벌써 교실을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어차피 같은반인데 같이 나가면 될껄 매번 왜
이렇게 내게 거리를 두는것 같은 행동을 하는건지 수현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현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것 역시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왕따라거나 그런게 아니라 뭐랄까 있는듯
없는듯 조용한 그런느낌이었다. 나야 뭐 전학온지 얼마 안되서 그렇다고 하지만 대체 수현은 왜그러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내일 보자!"

앞자리의 성호가 잇몸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딱히 친하다 할 사이는 아니었기에 간단하게 [그래.]라고만 대답했다. 성호가 나가는걸 끝으로 반은 정말이지 썰렁했다. 몇몇 여학생들이
책을 펴놓고 앉아 열심히 펜을 놀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아직까지 내겐 낮선 아이들일 뿐이었다. 잠시동안 멍하니 서있던 난 혹여라도 공부에 방해가 될까 조심스럽게 자리를 벗어났다.



















[나이트메어:Doublegore] 3부 - 인연의 고리




















살인적인 수직계단을 미끄러지다시피 내려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 내게 저 만치 교문앞에서 주머니에 손을넣은채 발로 모래를 뒤적거리고 있는 수현이 보였다. 난 약간은 빠른 걸음으로 녀석
에게 다가갔고, 수현 역시 나를 확인했는지 손을 흔들며 [여기!] 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혜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나보다 먼저 교실을 빠져나갔는데 어딜간거지? 눈을 굴리며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런 내 의아한 표정을 눈치챈걸까. 내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수현이 기다렸다는듯 선수를 쳤다.

"정혜 급한일 생겼다고 먼저 간다더라."

"아, 그랬구나."

순식간에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나는건 어쩔수 없는 현상이었다.

"쳇, 망할!."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냐"

분명 [쳇,망할!] 이라고 들었는데, 이상하리만큼 손을 휘휘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수현의 제스쳐에 난 뭔가 감추는게 있는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나저나 얼굴에 아주 아쉬움이 가득하구나, 가득해! 왜? 정혜 갔다니까 그렇게 서운하냐?"

"아, 아니거든?!"

"에이~ 얼굴에 다 써있구만. 지금까지 말 한마디도 안섞고 어떻게 참았냐? 쿡쿡."

녀석은 오늘 아침까지의 내가 알던 음흉한 눈빛의 수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내 마음속에는 이녀석에게 그리고 정혜에게도 일말의 의구심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수현의
모습조차도 마치 여러 가면의 모습중 하나일꺼라 짐작하는 나였다. 세상사람들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나역시 마찬가지였고 그 누구도 100퍼센트 진실되지는 못할터였다. 너무도 당연한,
이미 알고있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자라난 이 의구심이란 녀석은 순식간에 불신으로 변하여 내게 알수없는 불안감을 가져다 줬다. 자연스럽게 목소리는 차가워졌다.

"지금 뭐하자는 건데."

"어이, 장난인데 왜그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수현, 적잖히 당황한듯 보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정혜를 조심하라고? 남자새끼가 뭐그렇게 떳떳하질 못해. 너야 말로 니가 찜해놓은 여잘 내가 갖기라도 할까봐 걱정인거 아냐?!"

"...민기야, 나는 네가 걱정이되서..."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나 정혜 좋아한다. '중학교때부터 좋아했다' 라고말이야!"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입에서 나오는대로 내뱉을뿐 정작 머리는 텅 비어버린것 같았다. 뭐 그렇게 기분나쁠 일이라고 이렇게 화를 내는걸까 나는...

"날...믿지 못하는구나."

"뭐라고?"

"내가 민기 널 잘못 본 모양이다...알았어, 미안했다."

"....."

"대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께"

"뭐? 마지막? 지금 장난해?!"

"내가 힘 닿는데까지 막아보겠지만 말이야...만에하나 내게 무슨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네 영혼만은 소중히 하도록해. 그 어떤 간절한 염원보다 그게 먼저야. 알았지?"

"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 어이! 이수현!! 내말 아직 안끝났다고!!"

"....."

"야 이새끼야!!!!"

"....."

녀석은 그말을 끝으로 나를 지나쳐 터덜터덜 멀어져 갔다. 영문모를 소리만 해대는 녀석이다 정말. 저런 이상하고 비겁한놈과 친구였다니, 지금껏 녀석과 가까이 지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 가라 가!! 가버려!! 나도 너같은 놈이랑 더이상 웃고 떠들 생각 없으니까!!"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고 나니 조금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뒤도 안돌아보고 멀어져만 가는 녀석. 정말이지 최악이다. 그런데 왜일까? 녀석의 뒷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게 보이는 까닭은...

마치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버릴것 같은 그 모습에 난 한동안 넋을 잃은듯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수현..."





'띠리릭'

비밀번호를 누르자 익숙한 기계음이 울리며 금빛으로 202호라 적힌 묵직한 철문이 힘겹게 열린다. 힘없이 몸을 밀어넣고 구겨 신은 '니 밸런스'의 검정 운동화를 벗어던진다.
고요한 적막감이 감도는 와중에 냉장고 특유의 '부우웅'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던지듯 아무렇게나 내려놓는다. 책 대여섯권을 담고있던 빨간색 가방이 바닥에
'쿵' 떨어지더니 이내 무게가 쏠린듯 앞으로 고꾸라졌다.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맡기자, 매트리스가 출렁거리며 화답하듯 부드러운 몸으로 날 감싸안는다.

[힘 닿는데까지 막아보겠지만...내게 무슨일이 생긴다 해도...네 영혼만은 소중히...간절한 염원보다...]

녀석의 마지막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녀석의 말뜻을 전혀 이해 할수가 없다. 그렇다고 장난하는것 같지도 않았는데...

"아 진짜 뭐야...꼭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목을 옆으로 돌려 눕히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다고 마음이 편해질리 없었지만 난 애써 잊으려 눈을 질끈 감았다. 모처럼의 여유로운 금요일의 오후가 이렇게 재미없긴 처음이었다.





-"여기는?"

불현듯 눈을 뜬 나는 이곳이 내방 침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무슨 몽류병 환자도 아니고 잠결에 이런 으슥한 곳까지 걸어왔을리도 없을 터였다.
눈알을 굴리며 사방을 훔친다. 이내 처음 와보는곳이 아니라는 익숙한 느낌을 받은 나. 그랬다. 이곳은 내가 매일아침 1교시가 끝나면 향했던, 그리고 아까 아침에도 어김없이 왔었던
매점과 연결되있는 공원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순간 문득 느껴진 누군가의 인기척으로 인해 난 말끝을 흐릴수 밖에 없었다. 바로 등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감촉. 머리 속에선 절대로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수차례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먹지 말라면 왠지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보지 말라면 기필코 더 보고야 마는 인간의 호기심이란 녀석은 잔인하게도 경고를 무시한채 내 목을 기어히 돌려버리고 말았다.
호기심이 아닌 본능이었을까? 신을 거역한 우리의 첫 조상이 그러했듯, 어쩌면 나역시 본능에 충실한 것 뿐인지도 몰랐다. 후회할것을 뻔히 알면서도 불길로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인간은, 아니
나는 나약했다.

'헉!'

그곳에 서있는건 다름아닌 한 소녀였다. 한쪽눈을 긴 앞머리로 가린채 무표정하게 날 응시하는,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그 소녀에게서 난 알수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소녀에게선 마치 있어선 안되는 존재를 마주한것만 같은, 말로 형용할수 없는 불가사의한 이질감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소녀의 백짓장처럼 창백한 피부로 인해 더욱 돋보이는 새빨간 입술이 작게 들썩거렸다.

"원하는건 뭐지?"

눈앞에 소녀가 보이지 않았다면 내 귓속에 들어앉아 속삭인다해도 무방할 정도로 고막이 세차게 울렸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잠긴듯 나오지 않는다. 입을 누가 틀어 막은거라면 신음소리라도
흘릴수 있었을테지만 이건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닌것 같았다. 입은 뻥긋 거리고 있는데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 기묘한 감각을 느껴봤는가? 거기다 한술더떠 몸까지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런
기묘한 체험을 내게 선사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소녀는 이 세상의 인간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 주제에 소녀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없이 빤히 날 쳐다보고만 있다. 지금 장난하는건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걸 뻔히 알면서 설마 내 대답을 기다리기라도 한다는거야?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당장이라도 달려가 바디랭귀지로 내 뜻을 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섬뜩하면서도 불편한 침묵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불현듯 소녀는 알수없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너는 아닌것 같네."

그리곤 미세한 소리의 진동과 함께 홀연히 사라진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듯, 한폭의 그림같던 소녀는 그렇게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나는 아닌것 같다니...대체 무슨 말일까? 그리고보니 수현도 내게 비슷한 말을 했었다. [내가 널 잘못 본 모양이다.] 라고. 대체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나에게 지금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거냐고!!

그때였다. 수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죽어!!"

황급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피투성이의 정혜가 시선을 이쪽으로 향한채 누워있었고, 그 위로 눈을 번뜩이며 피로 범벅이된 식칼 하나를 번쩍 치켜든 수현이 있었다.

'푸욱!'

미처 [안돼!] 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정혜의 가슴에 내리 꽃히는 칼. 동시에 사방으로 피가 튀며 주변 벤치와 테이블등을 붉게 물들인다. 하지만 수현은 그게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불쑥 칼을 뽑아들고는 그대로 다시 내리 꽃는 수현. 입에서는 [죽어!!] 라는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러데며 칼을 뽑았다 꽃는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푹 푸욱 푸욱 푹 푹푹 푹 푹'

도데체 몇번이나 찔러넣는건지 셀수조차 없다. 입에선 아까부터 멈추라고 소리치는 나였지만 역시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칼을 내리 꽃을때마다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진다. 수현의 얼굴에도
정혜의 얼굴에도 말라 비틀어진 건조한 나뭇가지에도 벤치 옆에 놓여있는 작은 휴지통에도 온통 피로 얼룩져만 갔다. 공원안이 점점 붉어진다. 아니 세상이 피로 물들어 버리는것만 같다.
그녀는 이미 숨이 끊어졌는지 한치의 미동도 없다. 온전히 수현의 칼부림에 의해서 축 늘어진 몸이 들썩거릴 뿐이었다. 초점없이 풀려버린 동공은 여전히 내게로 향한채 그녀의 한쪽 입꼬리는
묘하게 올라가 마치 웃고있는것 같다.

'푸욱!'

'촤악!'

'푸슉!'

'푹푹!'

수현이 찌르고 찌를수록, 머리의 흔들림이 거세진다.

'푸우욱'

'푹 푹!'

이제는 몸뚱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파헤쳐져 흉측한 모습의 고깃덩어리가 되버린 그녀. 거기에 달린 가늘디 가는 목에 메달려 덜컹거리는 차안의 그것처럼 건덩거리는 그녀의 머리.

'촤악!!'

이런 끔찍한 칼부림을 저지르고 있는 가해자는 분명 수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쩐지 피칠갑을 한 광기어린 수현의 모습보다,

'푸욱 푸욱.'

그녀의 입꼬리에 걸린 싸늘한 미소가 점점 짙어지는 모습이 더 소름끼쳤다.

'씨익.'





옹골지게 틀어쥔 손마디가 저려오는 뻐근한 감각을 느끼며, 난 캄캄한 내방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4부에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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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의 출처는 웃대 -못된야옹-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