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마무리를 앞두며,,

하아2013.09.03
조회2,376

 

 

지난 8년간 늪에 빠져 살았어요

남편과는 큰 문제 없이 살아 왔다 생각 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나봐요 ㅎㅎ

 

말 그대로 착각의 늪 속에서 살아 남겠다고 발버둥치고

좋은 미래만 있을거라고 위로하고 기도 하는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생각하니 참 세상 사는 것 부질 없다 싶어요

 

결혼을 결심하고 시댁에 첫 인사 간날

시부모 내외, 시누이 그렇게 사람이 좋을 수 없더라구요

 

식구가 다 빼빼 말라 인상은 날카로워 보였지만

서글서글하고 정이 뚝뚝 흘러내리는 말투

겉보기에 좋게 속고 또 당했어요

 

 

결혼하고 몇 주 되지 않아서 시어머니

신혼집에 캐리어 끌고 와서 자리 잡았어요

방 두개 19평짜리 월세방에요

 

 

시아버지가 그렇게 유명한 바람둥이었는데

큰 아들 시집보냈으니 시어머닌 할 일 다 했다며

이제 맏이 덕 좀 보자 했죠 ㅎㅎㅎ

 

 

갓 결혼해서 겪는 일이 이런거라 너무 황당했고

남편은 어머니가 오해 하는거라고

시어머니가 일년에 한두번 시아버지랑 크게 부딪힌다고

일이주면 화해하고 돌아 가실거라고

미안하다고 참아달라고 참아달라고

 

 

그동안 거짓말, 나쁜짓 한번 없던 남편인데

어찌 그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겠어요?

 

그냥 유별난 시어머니고 약간 과장하는건가보다

남편 말 믿을 수 밖에 없었죠

 

 

그게 몇년이나 될 줄은 아무도 몰랐네요

아니, 나만 몰랐겠죠?

 

 

한달 쯤 지나서 시어머니는 본색을 드러냈어요

 

맞벌이인데도 아침 5시반이면 문을 열고 들어와 깨우고

밥 차려서 남편 출근 준비 시키라고

뭣 모르고 시키는대로 했죠

 

아침 7시 40분에 집에서 나가면

집에 9시에 오는데 남편 저녁 밥도 못 차려 주는 그딴 직장

그만 두라고 매일 피를 말리고 말리고

그땐 다 그렇게 사는지 알았어요

 

맘 급해 회식도 야근도 다 모른척하고

허겁지겁 집 앞 마트에서 두부나 콩나물등 간단한 재료

사 와서 밥 하고 남편 오면 차려주고

같이 앉아 한술 뜰라치면

빨래 해라 방 닦아라

 

가정부도 이 보단 나은 취급 받을거예요 ㅎㅎ

 

남편은 시어머니 앞에서는 그러지마라

늘 말은 했죠

그리고 뒤 돌아선 우리가 조금만 이해하자 양해하자

노력하고 있다

 

시어머니 앞에선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다 이해하자 양해하자

노력하고 있다

 

몇달을 시달리다 문득 정신이 들었어요

 

평생 종살이하다 끝나겠구나

 

 

그때부터는 좀 달라졌죠

 

아침에 깨워서 밥 하라하면

어머니가 해 주세요

어차피 어머니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시잖아요

저도 일하면서 집안살림까지 싹 다 하긴 힘들어요

 

평생 못 들을 욕 다 들으면서도

 

싫으면 댁으로 가세요

저도 어머님 안 보면 좀 살 것 같아요

 

이전까진 상상도 못할 말들 내 뱉으며

서로 상처주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매일 저녁 서너차례 부부침실 문 열어 제끼고

그게 싫어 문 잠그면 열때까지 문 두들기고

의자로 문을 치고 이웃 집에서도 민원 들어오고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 결혼 7개월 만에 간단하게

짐 싸들고 회사 근처 모텔에서 38만원짜리 달방 끊어 두달이나 살았어요

 

이혼 할 작정으로 나왔는데

친정에는 죽어도 못 말 하겠더라구요

원래 자존심도 쎄고 좋은 말만 듣고 살았는데

 

결혼 생활 원만하지 못하다는 걸 누구에게 말하겠어요

 

 

근데 생리가 없어 확인하니 임신,,

세상 다 산것 같았어요

 

남편하고 상의 끝에 집에 다시 들어가기로 했어요

시어머니 시댁으로 들어 가셨다 하고

남편하고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니

서로 다시 건실하게 잘 살아 보자

 

아이 태어 나기 두달 전까지 일 열심히 하고

처음으로 신혼다운 신혼 느끼며 살면서

친정 도움으로 28평짜리 아파트 대출 끼고 사서

이사했어요

 

애 낳고 첫날 시부모, 시누이 오는 것 빼고는

애기 두돌 전까진 시부모 보기는 커녕 시댁 근처에도

안갔어요

 

그러다가 시어머니 간경화 와서 입원 했다는 통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말 하면 나쁜년 같겠지만

또 발목 잡힐 것 같았거든요

 

불행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약 4개월 입원 끝나고 시댁까지 내려가긴 힘들다는 이유로

며칠 쉰다며 자리 잡은게 또 몇개월,,

 

이 때 애 돌보랴 일 하랴 집안일 하랴 정신 없이 사느라

시어머니하고 부딪 힐 자신이 없었어요

너무 힘에 부치더라구요

 

시어머니도 느낀바가 있는지 크게 요구 하는 것 없이

조용히 있어 그냥 나도 모르겠다 하고 방관 했던 것도 있구요

 

간경화 때문에 약 먹고 병원 데려다 주고 하는 것도

고스란히 내 몫이였고

애 아침에 놀이방 데려다 주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알지도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애 울고 있고

매일 같이 고스톱판에 술판에

 

그냥 다 포기했던거 같아요

스톡홀롬 증후군 같은거요

 

남편도 불편불만도 없는 저 보면서

그냥 다 이해 하는구나 했겠죠

 

그 와중에 시누이는 몇년간 사귄 남자에게 프로포즈 받고

폭행 당하면서도 결혼을 하고

시아버지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조선팔도 유랑한다고 바쁘고

 

저는 둘째 임신하면서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일 관두고 자격증 공부 하기로 했어요

프리랜서로 나가면 페이도 지금 만큼은 받을 수 있고

일 하는 시간도 탄력적이니

뭔가 지금 생활보단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근데 시어머닌 그 꼴도 못 보더라구요

 

멍청한 년이라고

일은 왜 때려치우냐고

서방 등골 빨아 먹고 살고 싶으냐고

이제껏 니가 해 온게 뭐가 있냐고

 

자존감은 이미 낮아 질대로 낮아져 있어서

남편한테 뭐라 말도 못하고 그러다가 결국 이혼하자 말 꺼냈어요

이혼을 하니 못하니 하고 또 그걸로 질질

이년은 끌고 넘어갔죠

 

뭐 결국엔 시어머닌 남편 손에 끌려 나갔어요

 

저도 몰랐었는데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저 천하의 못 된 년에 폐륜녀에 알콜중독자등등

안 좋은 건 다 갖다 붙였더라구요

 

그걸 알게 되면서 남편도 참다 지쳤는지 시어머니 끌어내고

이사하고 연락 뚝 끊고 살았네요

 

시아버지는 면목 없다면서

간간히 전화오고 통화하는 정도고 시누이는 큰 일 있을 때 한두번 보고

시어머니랑은 저는 전혀 연락하지 않는 상태였고요

 

그러다가 작년에 시어머니가 반성하고 있고

두번다시 우리집에 오지 않겠다

그저 한번씩 통화하고 명절에 손자들 얼굴이라도 보고싶다등등

시아버지 편으로 연락 해 오고

남편의 끊임없는 설득에 그래도 손자들과의 연 끊는건

너무한가 싶어

정말 말 그대로 명절과 시아버지 생신 때만 딱 갔어요

 

시어머니도 한번씩 전화와서 미안하다

내 생활이 팍팍하고 그러다보니 너무 큰 욕심 부렸다보다

사과하고 크게 피해 안 끼치려 하는게 눈에 보이고 하니

마음도 풀리고는 있었고

그냥 평범한 부부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정 되는 느낌이 들었고

결혼한 이례로 제일 행복한 시간이 되어간다 싶었는데

 

 

이 거지같은 인간이 바람이 났어요 ㅎㅎㅎ

 

스물네살짜리 모델지망생이래요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요? 그쵸?

 

 

왜 그랬냐 하니

집에 오면 숨이 막힌데요

시댁에 잘 못하는 마누라, 놀아달라 칭얼대는 애새끼들이

언젠가부터 부담스럽기 시작하더래요

 

그래서 내가 못한게 뭐가 있냐 했더니

일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둘째 가지면서

돈도 못 벌어 오면서 시댁 우습게 보는게 마음 아팠데요

 

자기 엄마 앞에 고개도 못 들정도로 위축 되었었는데

그걸 스물네살짜리 모델지망생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치켜 세워주고 위로 해 줬데요

 

자긴 많은 걸 바란적도 없고

며늘아, 네 어머님

하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가정을 갖고 싶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됐다고 하데요 ㅎㅎ

 

그 자리에서 웃었어요 저

이혼 해 줄게

그 스물네살짜리하고 새살림 차려서 잘 살아봐

 

그건 또 아니래요

 

한 때 지나가니 바람이라 부르는거 아니겠냐고 하는데

 

우습죠?

 

그때 저 딱 정신 확실히 들더라구요

 

아 외줄을 타고 있었구나

지난 8년을

내가 수채구멍에 흘려 버리고 있었구나

이미 끊어진 인연인데

내 욕심으로 억지로 이어 붙이고 있었구나

 

그래도 아비없는 자식 소리 듣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 부모 가슴에 대못 치기 싫었을 뿐인데

이혼녀라는 타이틀이 아닌 그냥

평범한 가족이고 싶었던것도 다 욕심이구나 느꼈어요

 

그 후로 친정측에 지난 8년 있었던일들

어느정도 오픈하고 도움 받아서 이혼 소송을 중에 있어요

며칠 뒤면 끝나요

 

이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이요 ㅎㅎ

 

물론 제가 다 백프로 잘 했다고는 생각 안해요

그냥 사람 보는 눈이 없었고

세상 너무 쉽게 생각했고

처음에 그런 일 터졌을 때 다 그러려니 했던 것도 잘못이고

그래도 이제는 결혼생활이 중심이 아닌

나 자신과 우리 아이 둘을 위한 인생을 살아 나가려고 해요

 

 

사실 지난 주까지만해도

또 다른 잘못 된 선택을 하는건 아닐까 후회도 했고

남편이 반성하는 기미도 많이 보였는데

오늘 낮에 시어머니가 카톡 보낸거 보고 마음이 확실히

정리 되더라구요

 

그 스물네살짜리 모델지망생 소개 받았는데

이쁘고 싹싹해서 아무 마음에 쏙든데요 ㅎㅎ

 

너 밖에 없다 뭐한다 본처, 조강지처가 최고도 울부짖던

남자의 바닥까지 보고나니 그나마 있던 미련도

아이 아빠에 대한 존중심도 다 바닥 났네요

 

더 화가 나는건 뭔지 아세요?

 

매일밤 저희 아이들을 위해 정화수를 떠 놓고 빈데요

시어미니란 인간이요

 

악독하고 못된 어미 빨리 하늘이 데려가라고요

 

천륜을 끊는 못된년은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라면서요

 

카톡 할 줄도 모르는 시어머니 대체 누가 저런 카톡을 써줬을까요?

 

아까워 마지 않는 자기 아들일까요 딸일까요

 

스물네살짜리 예비 새 며느리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집안의 늪에 빠진걸까요?

 

오랜만에 애들 재우고 술 한잔하니

 

딱히 이야기 터 놓을 상대가 없더라구요

 

이제 취기가 슬쩍 드나봐요

 

말을 써 내려가긴 하는데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오랜만에 속을 터 내려가니

 

한결 편해지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좋은 일도 아닌 글 길게 써서

 

이만 갈게요

 

 

 

 

 

 

댓글 14

유이오래 전

Best축하드려요. 그런 남편하고 시댁 ㅁㅜ식한 모델한테 넘기셨어요. 앞으로 잘되실거예요.

잉글사이드오래 전

아... 내가 이혼을 안했다면 지금 저렇게 돼 있을거 같아요... 정말 잘 하셨습니다. 뒤도 돌아보실거 없어요. 이혼확정받으시는날 세상이 달리 보일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다시 태어나시는거 축하드려요. 정말 보란듯이 행복하게 사실 수 있다는거 제가 확신합니다! 제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님 화이팅!!!

흐엉오래 전

술 친구라도 해주고 싶네요. 왠지 나이도 비슷할 것 같은데... 저도 요즘 사는 게 지옥이거든요... 그래도 아이들 위해 힘내세요~!!! 멋지게 새출발 하시길...

에구오래 전

괜찮아요,언니? 고생 많았죠.. 이제라도 다행이에요. 새 인생 살아봐요. 행복하게, 그렇게 다시 시작 할 수 있어요. 고생했어요. 곧 있으면 끝나니까 조금만 힘내요!

오래 전

그런 그지같은 인간 말종들~~~천벌 받아라.. 님 그동안 너무 힘드셨겠어요.. 용기내셔서 보란듯이 잘 사세요!!!

do오래 전

지금이라도 그곳에서 벗어나시니 다행입니다.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부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오래 전

애기들과 정말행복하게사시길바랄게요 그런미친놈 잊어버리세요!!

안알랴줌오래 전

언니 술 많이마시지마요 애기들 생각해야죠 힘내세요 헬게이트탈출 축하드립니다 고생많으셨어요

오래 전

잘되실겁니다..힘내요~!!

흐규흐규오래 전

덕쌓더니 복받으셨네요 다 잘될겁니다 지 버릇 개 못준다고 구런걸 닮아서리 그리고 그 모델인지 뭔지 하는애한테 애낳아달라고 하면되지 그 모델인지 뭐지가 애 키워준다 소리도 안한것같구만 ㅋㅋ

오래 전

아 정말 고생하셨어요!! 이제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꺼에요~ 정말 그렇게 바닥까지 힘들어 보셨으니 이제 올라가는일만 남으신듯 해요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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