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늪에 빠져 살았어요
남편과는 큰 문제 없이 살아 왔다 생각 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나봐요 ㅎㅎ
말 그대로 착각의 늪 속에서 살아 남겠다고 발버둥치고
좋은 미래만 있을거라고 위로하고 기도 하는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생각하니 참 세상 사는 것 부질 없다 싶어요
결혼을 결심하고 시댁에 첫 인사 간날
시부모 내외, 시누이 그렇게 사람이 좋을 수 없더라구요
식구가 다 빼빼 말라 인상은 날카로워 보였지만
서글서글하고 정이 뚝뚝 흘러내리는 말투
겉보기에 좋게 속고 또 당했어요
결혼하고 몇 주 되지 않아서 시어머니
신혼집에 캐리어 끌고 와서 자리 잡았어요
방 두개 19평짜리 월세방에요
시아버지가 그렇게 유명한 바람둥이었는데
큰 아들 시집보냈으니 시어머닌 할 일 다 했다며
이제 맏이 덕 좀 보자 했죠 ㅎㅎㅎ
갓 결혼해서 겪는 일이 이런거라 너무 황당했고
남편은 어머니가 오해 하는거라고
시어머니가 일년에 한두번 시아버지랑 크게 부딪힌다고
일이주면 화해하고 돌아 가실거라고
미안하다고 참아달라고 참아달라고
그동안 거짓말, 나쁜짓 한번 없던 남편인데
어찌 그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겠어요?
그냥 유별난 시어머니고 약간 과장하는건가보다
남편 말 믿을 수 밖에 없었죠
그게 몇년이나 될 줄은 아무도 몰랐네요
아니, 나만 몰랐겠죠?
한달 쯤 지나서 시어머니는 본색을 드러냈어요
맞벌이인데도 아침 5시반이면 문을 열고 들어와 깨우고
밥 차려서 남편 출근 준비 시키라고
뭣 모르고 시키는대로 했죠
아침 7시 40분에 집에서 나가면
집에 9시에 오는데 남편 저녁 밥도 못 차려 주는 그딴 직장
그만 두라고 매일 피를 말리고 말리고
그땐 다 그렇게 사는지 알았어요
맘 급해 회식도 야근도 다 모른척하고
허겁지겁 집 앞 마트에서 두부나 콩나물등 간단한 재료
사 와서 밥 하고 남편 오면 차려주고
같이 앉아 한술 뜰라치면
빨래 해라 방 닦아라
가정부도 이 보단 나은 취급 받을거예요 ㅎㅎ
남편은 시어머니 앞에서는 그러지마라
늘 말은 했죠
그리고 뒤 돌아선 우리가 조금만 이해하자 양해하자
노력하고 있다
시어머니 앞에선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다 이해하자 양해하자
노력하고 있다
몇달을 시달리다 문득 정신이 들었어요
평생 종살이하다 끝나겠구나
그때부터는 좀 달라졌죠
아침에 깨워서 밥 하라하면
어머니가 해 주세요
어차피 어머니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시잖아요
저도 일하면서 집안살림까지 싹 다 하긴 힘들어요
평생 못 들을 욕 다 들으면서도
싫으면 댁으로 가세요
저도 어머님 안 보면 좀 살 것 같아요
이전까진 상상도 못할 말들 내 뱉으며
서로 상처주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매일 저녁 서너차례 부부침실 문 열어 제끼고
그게 싫어 문 잠그면 열때까지 문 두들기고
의자로 문을 치고 이웃 집에서도 민원 들어오고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 결혼 7개월 만에 간단하게
짐 싸들고 회사 근처 모텔에서 38만원짜리 달방 끊어 두달이나 살았어요
이혼 할 작정으로 나왔는데
친정에는 죽어도 못 말 하겠더라구요
원래 자존심도 쎄고 좋은 말만 듣고 살았는데
결혼 생활 원만하지 못하다는 걸 누구에게 말하겠어요
근데 생리가 없어 확인하니 임신,,
세상 다 산것 같았어요
남편하고 상의 끝에 집에 다시 들어가기로 했어요
시어머니 시댁으로 들어 가셨다 하고
남편하고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니
서로 다시 건실하게 잘 살아 보자
아이 태어 나기 두달 전까지 일 열심히 하고
처음으로 신혼다운 신혼 느끼며 살면서
친정 도움으로 28평짜리 아파트 대출 끼고 사서
이사했어요
애 낳고 첫날 시부모, 시누이 오는 것 빼고는
애기 두돌 전까진 시부모 보기는 커녕 시댁 근처에도
안갔어요
그러다가 시어머니 간경화 와서 입원 했다는 통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말 하면 나쁜년 같겠지만
또 발목 잡힐 것 같았거든요
불행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약 4개월 입원 끝나고 시댁까지 내려가긴 힘들다는 이유로
며칠 쉰다며 자리 잡은게 또 몇개월,,
이 때 애 돌보랴 일 하랴 집안일 하랴 정신 없이 사느라
시어머니하고 부딪 힐 자신이 없었어요
너무 힘에 부치더라구요
시어머니도 느낀바가 있는지 크게 요구 하는 것 없이
조용히 있어 그냥 나도 모르겠다 하고 방관 했던 것도 있구요
간경화 때문에 약 먹고 병원 데려다 주고 하는 것도
고스란히 내 몫이였고
애 아침에 놀이방 데려다 주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알지도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애 울고 있고
매일 같이 고스톱판에 술판에
그냥 다 포기했던거 같아요
스톡홀롬 증후군 같은거요
남편도 불편불만도 없는 저 보면서
그냥 다 이해 하는구나 했겠죠
그 와중에 시누이는 몇년간 사귄 남자에게 프로포즈 받고
폭행 당하면서도 결혼을 하고
시아버지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조선팔도 유랑한다고 바쁘고
저는 둘째 임신하면서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일 관두고 자격증 공부 하기로 했어요
프리랜서로 나가면 페이도 지금 만큼은 받을 수 있고
일 하는 시간도 탄력적이니
뭔가 지금 생활보단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근데 시어머닌 그 꼴도 못 보더라구요
멍청한 년이라고
일은 왜 때려치우냐고
서방 등골 빨아 먹고 살고 싶으냐고
이제껏 니가 해 온게 뭐가 있냐고
자존감은 이미 낮아 질대로 낮아져 있어서
남편한테 뭐라 말도 못하고 그러다가 결국 이혼하자 말 꺼냈어요
이혼을 하니 못하니 하고 또 그걸로 질질
이년은 끌고 넘어갔죠
뭐 결국엔 시어머닌 남편 손에 끌려 나갔어요
저도 몰랐었는데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저 천하의 못 된 년에 폐륜녀에 알콜중독자등등
안 좋은 건 다 갖다 붙였더라구요
그걸 알게 되면서 남편도 참다 지쳤는지 시어머니 끌어내고
이사하고 연락 뚝 끊고 살았네요
시아버지는 면목 없다면서
간간히 전화오고 통화하는 정도고 시누이는 큰 일 있을 때 한두번 보고
시어머니랑은 저는 전혀 연락하지 않는 상태였고요
그러다가 작년에 시어머니가 반성하고 있고
두번다시 우리집에 오지 않겠다
그저 한번씩 통화하고 명절에 손자들 얼굴이라도 보고싶다등등
시아버지 편으로 연락 해 오고
남편의 끊임없는 설득에 그래도 손자들과의 연 끊는건
너무한가 싶어
정말 말 그대로 명절과 시아버지 생신 때만 딱 갔어요
시어머니도 한번씩 전화와서 미안하다
내 생활이 팍팍하고 그러다보니 너무 큰 욕심 부렸다보다
사과하고 크게 피해 안 끼치려 하는게 눈에 보이고 하니
마음도 풀리고는 있었고
그냥 평범한 부부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정 되는 느낌이 들었고
결혼한 이례로 제일 행복한 시간이 되어간다 싶었는데
이 거지같은 인간이 바람이 났어요 ㅎㅎㅎ
스물네살짜리 모델지망생이래요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요? 그쵸?
왜 그랬냐 하니
집에 오면 숨이 막힌데요
시댁에 잘 못하는 마누라, 놀아달라 칭얼대는 애새끼들이
언젠가부터 부담스럽기 시작하더래요
그래서 내가 못한게 뭐가 있냐 했더니
일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둘째 가지면서
돈도 못 벌어 오면서 시댁 우습게 보는게 마음 아팠데요
자기 엄마 앞에 고개도 못 들정도로 위축 되었었는데
그걸 스물네살짜리 모델지망생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고 치켜 세워주고 위로 해 줬데요
자긴 많은 걸 바란적도 없고
며늘아, 네 어머님
하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가정을 갖고 싶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됐다고 하데요 ㅎㅎ
그 자리에서 웃었어요 저
이혼 해 줄게
그 스물네살짜리하고 새살림 차려서 잘 살아봐
그건 또 아니래요
한 때 지나가니 바람이라 부르는거 아니겠냐고 하는데
우습죠?
그때 저 딱 정신 확실히 들더라구요
아 외줄을 타고 있었구나
지난 8년을
내가 수채구멍에 흘려 버리고 있었구나
이미 끊어진 인연인데
내 욕심으로 억지로 이어 붙이고 있었구나
그래도 아비없는 자식 소리 듣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 부모 가슴에 대못 치기 싫었을 뿐인데
이혼녀라는 타이틀이 아닌 그냥
평범한 가족이고 싶었던것도 다 욕심이구나 느꼈어요
그 후로 친정측에 지난 8년 있었던일들
어느정도 오픈하고 도움 받아서 이혼 소송을 중에 있어요
며칠 뒤면 끝나요
이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이요 ㅎㅎ
물론 제가 다 백프로 잘 했다고는 생각 안해요
그냥 사람 보는 눈이 없었고
세상 너무 쉽게 생각했고
처음에 그런 일 터졌을 때 다 그러려니 했던 것도 잘못이고
그래도 이제는 결혼생활이 중심이 아닌
나 자신과 우리 아이 둘을 위한 인생을 살아 나가려고 해요
사실 지난 주까지만해도
또 다른 잘못 된 선택을 하는건 아닐까 후회도 했고
남편이 반성하는 기미도 많이 보였는데
오늘 낮에 시어머니가 카톡 보낸거 보고 마음이 확실히
정리 되더라구요
그 스물네살짜리 모델지망생 소개 받았는데
이쁘고 싹싹해서 아무 마음에 쏙든데요 ㅎㅎ
너 밖에 없다 뭐한다 본처, 조강지처가 최고도 울부짖던
남자의 바닥까지 보고나니 그나마 있던 미련도
아이 아빠에 대한 존중심도 다 바닥 났네요
더 화가 나는건 뭔지 아세요?
매일밤 저희 아이들을 위해 정화수를 떠 놓고 빈데요
시어미니란 인간이요
악독하고 못된 어미 빨리 하늘이 데려가라고요
천륜을 끊는 못된년은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라면서요
카톡 할 줄도 모르는 시어머니 대체 누가 저런 카톡을 써줬을까요?
아까워 마지 않는 자기 아들일까요 딸일까요
스물네살짜리 예비 새 며느리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집안의 늪에 빠진걸까요?
오랜만에 애들 재우고 술 한잔하니
딱히 이야기 터 놓을 상대가 없더라구요
이제 취기가 슬쩍 드나봐요
말을 써 내려가긴 하는데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오랜만에 속을 터 내려가니
한결 편해지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해요
좋은 일도 아닌 글 길게 써서
이만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