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

삼촌2013.09.05
조회260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내요.

 

저는 지금 26살에 5살 딸아이와 같이사는 대한민국 남성입니다.

 

우선.. 육아에 관해서는 여성분들이 해박하실거라 생각하여 아는누나아이디를 빌려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6살에 5살짜리 아이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결혼을 좀 빨리했내?' 라고 생각하실거 같은데

 

싱글입니다.

 

 

20살때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생겼고

사랑하는 사이에서 육체적인 관계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여친이 임신을 한거 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낙태를 할 것을 권유했고 방학이 끝나자 마자 군대로 가버렸습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고 누가봐도 미친짓이지만 저는 당연히 낙태를 할 줄 알고

책임이라는 단어는 생각도 안한채 그냥 인연 끊는다는 생각으로

도망치듯 가버렸습니다.

 

전역하고 나서.. 학기를 지내는데 시선도 불편하고 절보고 묘하게 수근 거리는거 같더군요

복학생이라 당연한 건줄만 알았는데, 같은 년도에 입학한 동기 이야기를 듣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연락이 끊긴 여친이 배가 부를대로 불러서 학교를 다니다가 결국에는 자퇴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하늘이 거꾸로 도는 것 같았어요.

태어났을 아이와 여자친구에 대한 죄책감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정신적으로나 건강상으로나 쇠약해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복학을 하고나서 거의 바로 휴학을 한뒤 미친듯이 태어났을 아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전 여친을 찾는게 훨씬 빨랐겠지만 제가 한짓에 대한 죄책감에 감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전여친의 지인들을 만나가며 받은, 제가 받아마땅한 수모들을 거쳐 정보를 얻고

아이가 태어난 날짜를 맞춰가며 근 2개월이 걸려 청주의 한 유아보육원에서

제 딸아이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찾아갔습니다.

 

보육원은 작은 앞마당과 한면이 유리샤시로 되어있는 주택집같은 곳이었는데

조그만 아기들이 20명정도 있더군요...

유리창너머로 제 아이를 찾으려고 하는데.. 참 신기하게도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제 딸아이만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제 딸아이를 보는데, 그냥 눈물이 나왔습니다.

제가 제 딸아이를 알아봤다는 신기함과 그렇게 작은대도 너무나도 대견하고

무엇보다 그런 아이가 3년동안 혼자서 살아왔을 것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혼자서 울고 있는데 직원분이 오셔서 아무말씀도 안드렸는데도

지금이라도 오셨으니 잘하신 거라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저 '아니에요'하면서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날로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갔지만 부모님께 쫒겨나고

고시텔에 주인할아버지내외분께 허락을 받고 산지가 3년 입니다.

 

그때부터 꾸준히 6시간정도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일을 하며 딸아이와 살고있어요

잠은 한 4시간정도 자고...딸아이와 2시간정도 놀아주는데

특별한 여가생활도 없지만 그냥 딸아이랑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살맛이 나더군요..

딸 사진 필름에 현상하는게 제 시급의 몇배가 넘는데도

일하다 한번씩 지갑에서 꺼내다보면 그만큼 좋은게 없더라고요.

 

아.. 사설이 너무 길어졌는데

 

질문드릴건 뭐냐면.. 제가 아직 제 딸아이에게 제가 아빠라는걸 안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삼촌이라고만 알려줬습니다.

저는 딸이 뭘 사고싶다고 한다면 구걸을 해서라도, 단돈 천원이라도 벌 각오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내가 아빠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제 딸아이가 나중에 커서 가난과 어미없을을 저에게 탓한다면...

아니, 탓하는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제 딸아이에게 제가 미움을 받는다면

정말 못견딜거 같아 그저 삼촌이라고만... 그렇게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크고있고 부모의 존재가 크게 힘이 될 나이가 될거고..

부족한 아비보단 차라리 함께 있어주는 삼촌이 더 낫지 않을지..

제가 아빠라고 말해주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