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힘드네요

으하하2013.09.05
조회210

요즘 무더운 날씨 탓인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들에 짜증이 가득한 것 같네요.

저는 백화점에서 꽤 오랜 시간을 일해 오고 있는 사람입니다.

서비스직, 감정 노동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로 힘든 일 중에 하나 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 와중에 보람을 찾으며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중 하나 입니다.

요즘 진상 고객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 오고 있는데요,

저도 다년간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넋두리 한 번 하고자 합니다.

일단 고객이 매장을 방문 하시면, 미소를 머금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합니다.

저보다 먼저 인사 하시는 고객들도 계시고, 인사를 일일이 받아 주시는 고마운 고객들도 계십니다만, 대뜸 반말부터 하는 경우는 뭔지... 아직도 적응이 안될 때가 많습니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 같으면 이해 합니다.

동생같고 딸 같아서 그러시는 거려니..

문제는 20대 초반 분들:::

"이거... 보여주면 안되나?" "얼마야?" "이거 다른 색상 없어?" 등등...

정말 제 귀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들이 종종 아니, 요즘은 자주 발생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고객인 것을...

끝까지 응대를 하고 나면 바람과 함께 휘리릭 사라져 버립니다.

아니, 그냥 사라져 주면 고마운데.. 조금이라도 말투나 표정이 자신에게 거슬린다 싶으면, 컴플레인으로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자기 친구들도 같이 있었기에 자기 친구들도 기분 나빴다며, 자기 친구들 한테도 일일이 전화해서 사과 하라던 어떤분이 스쳐가네요^^

상품을 사러 오셨든, 그냥 구경만 하러 오셨든... 만져보고, 착용해 보시는 건 저희도 환영 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설명도 드리고, 궁금한 사항도 답해 드리면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잊지 않고 가시는 고객님들 보면 보람도 느끼고요.

그런데, 아무리 디피 상품이라고는 하지만, 어쩜 그리 험하게 다루 시는지 ㅜㅜ

진열대나 행거에 있는 상품을 마구 잡아 당기는 건 다반사고, 그냥 집어 던지는 분들도 계시고, 무엇을 알고 싶으신 건지, 이리 저리 잡아 당겨 보시고, 손톱으로 긁어 보기까지...

휴~

제가 수입 잡화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가죽의 경우에는 스크레치에 민감 하신 고객도 있고. 수분과 열에 약하기도 하고, 저희도 최상의 상품 상태를 유지 해야 합니다.

수입품은 디피한 상품까지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입된 양만큼 소비가 되야 하니까... 재입고가 되는 경우도 몇 달을 기다리셔야 하는 불편이 있어서, 문제가 없는 한 디피 상품까지 판매 합니다.

그래서, 장갑을 착용하고 상품을 보여 드리는 거구요.

정말 심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양해을 구합니다.

이러이러한 경우 때문에 조금만 주의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물론, 소용이 없습니다.

양해를 해 주실 분 같으면, 애초에 그러지도 않으셨겠죠..

기분 나쁘다며, 사람보다 그깟 가방이 더 중요 하냐며 또 컴플레인 ㅜㅜ

예전에 어릴 때 엄마랑 시장에 갔다가 좌판에 있는 무엇인가를 만졌다가 집에 가서 정말 심하게 맞은 적이 있습니다.

돈 주고 사지 않은 이상, 네 물건이 아닌데 왜 함부로 손을 대는 거냐고..

그때는 마냥 서운했는데, 나이가 들고, 이 일을 하다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맛있게 도너츠를 드시며 들어 오셔서 설탕, 토핑 바닥에 다 떨어 뜨려 주시고, 그 기름기 가득한 손을 도너츠 봉지에 한 번 슥~ 닦고 상품을 만지려고 하신던 분들...

요즘 들어 참 여러 분 보네요 ^^::

수입제품은 면세점, 인터넷 상품들과 가격이 다를 수 있고, 백화점에서 A/S를 받으실 수 없습니다.

인터넷 상품이 더 저렴하다구요?

네~그럼.. 불편을 감수하고 구입 하시는게 맞는거죠.

백화점에서 이거 저거 다 물어보고, 착용해 보고...

결국 인터넷에서 사서, 진품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죄송한데 저희쪽으로 들어오는 상품 아니고는 확인이 안된다고 말씀드려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시고..

한참 바쁠 때는 이것도 정말 미칠지경인데, A/S 왜 안되냐며.. 설명해 드려도 묻고 또 묻고, 결국 컴플레인..

원하는데로 해 주지 않았다고, 백화점 고객의 소리에 없던 일 글로 올리셨던 여자 분..

나중에 백화점 담당이 전화 했을 때, 설명 들은 거 맞다고, 글도 정확하게 사실은 아니지만, 제가 웃는게 기분 나빴다고요?

웃으면 웃는게 기분 나쁘고, 안 웃으면 고객을 무시 한다하고..

어찌 해야 하나요?

지갑 사가서 15일 사용 하시고, 환불해 달라시던 그 분..

사용하신 상품이라서 안된다고 했더니, 사용도 안해 보고 교환, 환불을 어떻게 하냐고 전화로 고래고래 소리치셨죠?

7주일을 하루에 세 시간 이상 괴롭혀 주시면서, 자기가 성격이 이상한 거냐고 말도 안되는 질문을 무한반복..

시달리다 시달리다 저는 더이상 해 드릴게 없다고 딱 잘라 말씀 드렸더니, 컴플레인..

컴플레인 거시면 백화점에서 뭐든 다 해 줄거라 믿으셨죠?

결국엔 안되니까 매장으로 전화해서 쌍욕까지 해 주시는 센스를 발휘해 주셨네요

무한질주 본능을 보여 주는 아기들... 그 아기들을 통제하지 않는 어머니들...

집기에라도 부딪치기라도 할까봐 정말이지 맘이 조마조마 하네요.

전화통화 하며 들어와, 매장 소파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지시는 여러 분들..

물론, 쇼핑 다니시다 지쳐서 그러실 수도 있죠.

하지만, 통화 소리는 좀 줄어 주시면 안될까요? ㅜㅜ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에게까지 고객님의 일상을 들려 주실 필요까지는 없으실 것 같은데요.

서너 명 우르르 몰려와 온 매장에 있는 상품들 다 착용해 보고, 그 틈에 같이 온 친구 분은 편안하게 앉아서 매장 거울 보며 화장까지 하고 계시데요..

화장 끝남과 동시에 일일이 상품 트집 잡으면서 우르르 몰려서 나가 버리고...

사용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 안했다고 환불 해 달라시던 정말 교양 철철 넘치셨던 아주머니..

가방 안쪽 포켓에서 나온 화장품 샘플은 어쩌실 건가요?

아니라고, 우기시기도 정말 징글징글 하게 우기시던데..

포장도 안 뜯은 상품 일일이 매의 눈으로 5분이상 확인 하셨던 건 잊으셨나봐요?

느닷없이 들어 오셔서 명함 달라던 분...

명함에 핸드폰 번호가 없다며 번호 알려 달라던 멀쩡하게 생긴 그 분..

규정상 알려 드릴 수가 없다고 하자, 고객인데 왜 안되냐며..

폐점 후에 백화점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시던 그 분...

정말 그러고 싶으세요?

자신들이 원하는데로 해 주지 않으면, 일단 소리 지르고 물건 집어 던지고 보는 분들..

사람들이 다 쳐다 보니까 영웅이라도 된 줄 아시죠?

무식인증을 하시니, 쳐다봐 드리는 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으시죠...

서비스직...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고 일해야 하는 직업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사람 입니다.

몸종 부리듯이 하고 싶으신 마음도 알겠고, 스트레스 풀려는 의도도 알겠고, 안되는 거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냥 우겨 보시는 심정도 알겠는데요..

사람이라면, 배려라는 건 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밖에서 보시면 그냥 하루종일 서 있다가 말 몇마디 하고, 달라는 상품 주면 되는게 뭐가 힘드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 8시반, 9시에 퇴근 하고요,

상품을 팔기 위해서 해야 하는 작업도 정말이지 많습니다.

거기다가 매출 스트레스에, 모니터 스트레스, 전산작업, 재고관리 작업 등등..

하루종일 머리가 지끈거리고, 퇴근하고 나면 다리가 부어서 터질 것 같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도 당한 날에는 가슴에서 뭔가 계속 치밀어 올라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경우도 많고요..

이 일을 해 보시지 않는한 이해하지 못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 정도는 지켜 주셔야 하는게 맞지 않습니까?

그래도,

마땅히 해 드려야 하는 일인데도 친절하게 응대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 해 주시는 분들, 수고하라며 음료수 하나 건네 주시는 분들, 저번에 추천해 준 상품 넘 잘쓰고 있다고 주변에서 이쁘다고 난리라고 만족해 하시는 분들, 선물한 제품 상대방이 너무 맘에 들어 한다고 흡족해 하시는 분들, 말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하고, 이런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힘은 들지만, 힘을 내서 일 해 봅니다.^^

백화점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계신 모든 분들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