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민족주의사학(韓國近代民族主義史學)의 시조(始祖)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 9. 망명잡지 천고(天鼓) ⑴

참의부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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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한문체 반일잡지 발행

 

가족을 고국으로 보내고 다시 혼자가 된 단재는 1921년 북경에서 한문체 잡지『천고(天鼓)』를 발행하였다. 한문으로 잡지를 발행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독립의지와 한국의 역사를 일깨워서 한·중 공동으로 일제와 싸우게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창간호는 1921년 1월부터 3월까지 천고출판사 명의로 발간하고, 계속하여 제7호까지 발행하였다. 현재 국내에는 1권과 2권의 복사본이 전하고, 1~3권의 원본은 중국 북경대학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나머지는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다.『천고』1권은 일본인 와타나베 마나부 교토대학 교수가 1970년대에 단재 신채호 선생 기념사업회에 보내주어 그 일부가 개정판『단재 신채호 전집』별집에 수록되었다.

 

제2권은 필자가 신문사에 근무할 때인 2000년 6월 연변에서 입수하여 국내에 소개되었다. 최광식 고려대학 교수는 1999년 1학기 북경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천고』1~3권의 고대사 부문을 복사하고, 1권과 2권을 대본으로 하여 역주하고 원문을 부가한『단재 신채호의 천고』를 간행하였다. 국내에서『천고』의 일부가 간행되기는 이것이 처음이다.

 

필자는 2001년 7월 중국인 쉬중텬[許中田]《인민일보(人民日報)》총편의 초청으로 인민일보사를 방문하여 쉬 총편에게 단재의『천고』제3호의 복사와 나머지 호의 소장 여부의 확인과 열람·복사를 요청하였다. 이에 그는 관계 부처에 연락하여 소식을 전하겠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신문사를 떠나면서 이 문제는 중단되고 말았다. 아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천고』는 지금까지 단재가 북경에서 심산의 도움으로 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자명(柳子明) 후난농업대학 명예교수는 박승병의 도움으로 그의 집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상록수』로 유명한 문학인 심훈(沈熏)은 3·1운동에 참가하였다가 옥고를 치르고 중국 북경으로 탈주하여 마침 단재가 개인잡지『천고』의 원고를 집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마침『천고』라는 잡지를 주간하였는데, 희미한 등하에서 모필로 붉은 정간을 친 원고지에다가 철야 집필을 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그 창간사인 듯 “천고, 천고여. 한 번 치매 무슨 소리가 나고, 두 번 두드리매 머리가 울린다”는 의미의 글인 듯이 몽롱하게 기억되는데, 한 구절 쓰고는 소리 높여 읊고, 몇 줄 또 써 내려가다가는 붓을 멈추고 무릎을 치며, 위연히 탄식하는 것이 마치 글에 실진(失眞)한 사람같이 보였다. 붓 끝을 놀리는 대로 때묻은 ‘면포자(棉袍子)’의 소매가 번쩍거리는데, 생각이 막히면 연방 엽초에 침질을 해서 말아서는 태워 물고 뻐금뻐금 빤다. 그러다가 불시에 두 눈에 이상한 섬광이 지나가는 동시에, 수제(手製) 여송연(呂宋煙)을 아무데나 내던지며 일변 붓에 먹을 찍는다. 나는 그 생담배 타는 연기에 몇 번이나 기침을 하였다.〃- 심훈,「단재와 우당」,『개정전집』下.

 

심훈이 지켜본 대로 단재는 1921년 망명지 북경에서 거의 혼자 힘으로 순한문 잡지『천고』를 발행했다. 한문으로 잡지를 발행한 것은 중국인들에게 한국 독립의 필요성과 한국 역사를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이다.

 

단재는 북경(北京) 북신교(北新橋) 초두호동(炒豆胡同)에서 셋방생활을 하면서 독립운동과 역사 연구의 일환으로『천고(天鼓)』를 발행했다. “하늘의 북소리”란 뜻의 이 잡지는 때로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등 동지들의 도움을 받으며 매호 60쪽 안팎으로 만들었다. 심훈도 잠시 ‘심부름’ 정도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고』는 그 해 1월 창간호를 낸데 이어 7호까지(3호까지란 설도 있음) 발간되었다. 글은 대부분 단재가 집필하였다. 목차에는 여러 사람이 쓴 것처럼 나와 있지만 단재의 또 다른 필명이거나 가명이 많다.

 

단재는 이 무렵 경제적으로 매우 곤궁한 상태에 있었다. 당시 망명 지사들의 처지가 모두 비슷했지만 ‘남산골 샌님’ 단재는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더 곤궁했었다.

 

『천고』의 제1권 제1호(창간호)의 목차를 살펴보자.

 

▷권수 삽도:책머리의 첨부된 사진. "독립운동시 희생자 독립운동 유혈지 여사 여사." - 독립운동 당시 희생자. 독립운동 당시 피를 흘리신 여사(女士), 여사(女士)(원문에는 의사(義士)와 성별로 대칭되는 의미에서 여사를 쓴 것으로 생각됨. 그러나 문맥상 여사, 여사 두 번 쓴 것은 오기(誤記)로 생각됨. 즉 한번은 의사로 써야 사진 설명의 문맥이 더 매끄러워짐. “독립운동 당시 피를 흘리신 의사와 여사”).

 

▷천고신년신간축:새해에 천고의 발간을 축하함(본문에는 축하문 셋과 천고를 노래사는 ‘천고송’으로 구성돼 있다). - 본사동인.

 

▷천고 창간사 - 편집인

 

▷축 대조선 군정서지 대파 왜병:대조선의 군정서가 왜병을 대파한 것을 축하함 - 대궁(大弓)

 

▷조선독립과 동양 평화:조선독립과 동양 평화 - 진공(震公)

 

▷왜 소위 친선자 여시:왜(일본)가 친선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다. - 절굉생(折肱生)

 

▷일본제국주의 말운장지:일본제국주의의 종말이 다가왔다. - 아관(我觀)

 

▷논 일본지 유악 이 무공덕:일본의 해악과 잘못을 꾸짖는다. - 철추(鐵椎)

 

▷천고의 신년:천고와 새해. - 신인(新人)

 

▷고고편:역사를 돌아보며 - 지신(志神)(본문은 인언, 즉 이끄는 말과 ①승군(僧軍), ②화랑(花郞)으로 구성돼 있으며 다음호에서 계속 이어지게 구성돼 있다. 이끄는 말은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로 시작된다. 1단락 승군 편은 “고려사 최영전에 따르면, 최영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로 시작. 2단락 화랑 편은 “삼국사기 가운데 화랑에 대해 기록한 것은 비록 적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꼽자면 1천편은 족히 될 것~”으로 진행된다).

 

▷폴란드 광복 약사:폴란드 광복의 간략한 역사. - 동루(同淚).

 

▷화우 기송지 양대저:두 중국인 벗이 보내는 두 편의 격려의 편지(대저는 천고의 탄생을 격려하고 기대하는 글).

- 쟁자유적 뇌음:자유의 천둥소리를 얻기를 바라며(이 편의 대의는 다음과 같음. 한반도의 문제는 단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평화와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천고의 소리가 어둠의 미동을 깨뜨리고, 천고의 뇌성이 잠들어 있는 자들을 깨우고, 지하의 악마들까지도 놀라게 하라며 격려. 그래서 자유의 뇌성벽력을 쟁취하라고 격려).

-논 중국유설 중한친우회지 필요:중국에 중·한 두 나라 친우회를 설립하는 것의 필요성을 말한다.

 

▷대한독립군 파왜 르포:대한독립군이 왜국의 군대를 격파한 것을 널리 밝힘. - 대궁

 

▷애도 강우규 선생:강우규 선생을 애도함 - 초민(肖民)

 

▷모살 전황태자지 기문:(왜놈의) 전황태자를 죽이려했다는 기이한 소문에 대해(문장은 지난 봄 일본 동경 유학생 서상한이 전황태자를 죽이려했다가 성공해지 못했다-로 시작). - 대궁

 

▷군정서 포고 전황:군정서가 (왜놈과의) 전황을 밝힌다 - 대궁

 

▷양대전상보:두 큰 전투의 상세한 소식.

 

▷북간도 전란 휘보:북간도의 일본의 만행을 모은 소식(“외국의 각 신문에서의 발췌”라는 부제가 붙어있음). - 아관

 

▷내국시문:나라 안의 새소식(나라 안의 항일투쟁과 애국활동의 간추린 소식). - 초민

 

▷일병우란훈춘잔살 아국동포지죄악사:왜놈의 군대가 훈춘 지역에서 우리나라 동포를 마구 학살한 죄악의 역사에 대해(목록에는 이 제목은 빠져있고 다만 본문에는 나와 있음).

 

▷해외잡조:세계의 소식(세계 각 지역의 민족자결운동과 약소국들의 애국활동과 세계 소식을 모은 것). - 세안(世眼)

 

☞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저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