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새 삶을 살 수 있을까요? 4편

아름방송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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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녀석을 처음 본건 무척 더웠던 여름밤이였습니다.

 

겁도 많은 녀석이 배고픔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행색을 보니 그냥 지나칠수 없어 부랴부랴 근처 슈퍼에 들려 간단하게 요기거리 할만한것들을 주었더니 멀찌감치 떨어져서 음식물이 놓아지는것을 확인한다음 가까이 다가와 먹어줍니다.

 

무엇이도 그렇게 불안한건지..

연신 제쪽과 차도쪽 골목사이사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허겁지겁 먹더군요.

 

녀석이 캔과 소세지를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세지 냄새를 맡고 길냥이 한마디가 녀석 가까이 나타나 같이 음식물을 먹더군요.

대부분 강아지들은 고양이를 보면 쫓는 습성이 있고 공격하는 본능이 있는법인데 오히려 녀석이 길냥이를 보고 도망칩니다.

 

무슨 사연으로 이곳을 떠도는지는 몰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무시하고 그냥 지치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녀석을 만나는 순간부터 안쓰러운 마음에 매일같이 녀석을 밥을 챙겨주러 그곳으로 가게된거 같았습니다.

녀석을 챙겨주면서 근처 사시는 폐지줍는 할머니를 알게 되었는데요.

그 할머님께서 녀석의 행적에 대해서 저에게 알려주셔서 녀석을 못보는날에도 녀석이 오늘도 무사하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녀석과의 거리는 좁혀질 가망도 없어보였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도움을 주시겠다고 선뜻 나서주시는분 또한 없었구요..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낼수만은 없다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알게모르게 수소문도 해보고 조언도 들어보고 어떤게 정말 그 녀석을 위하는것인지를 생각만 하던 어느밤 이였습니다.

 

매일 똑같은 녀석을 챙겨주려고 녀석을 만나던 도로쪽으로 걸어가다가 폐지줍는 할머니도 보이고 녀석도 한쪽을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녀석에게 가져온 캔이랑 사료를 주려고했는데 저를 보자마자 또 위험하게 차도쪽으로 쏜살같이 역주행하며 달려가는것입니다. ㅠㅠ

따라가면 더 위험한 사고가 날까봐 그저 멀어져가는 녀석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그래도 녀석이 내가 주는 밥을 먹으러 왔었구나 생각하는데

할머니께서 저에게 말씀해주시더군요.

 

얼마전부터 다리 절뚝거리는 아저씨를 따라다니는걸 봤다고..

주인이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녀석을 잡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할머니의 희망적인 말을 듣고 녀석을 만나러 갔습니다.

녀석을 만나러가는쪽 인도쪽에 세분과 그 녀석이 나란히 제 쪽으로 걸어오더군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그자리에서 서서 계속 그들을 지켜봤습니다.

제옆을 스쳐 지나가려고 하길래 일단 붙잡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던거 같네요.

 

다리 절뚝거리는 아저씨와 그부인이신 아주머니 그리고 중년의 한남자 세분이 어디선가 술을 잔뜩 드시고 걸어오시는 길이였던거 같았습니다.

다짜고짜 불러 세운 그곳에 저를 그렇게도 피하기만 했던 녀석이 다리 절뚝거리는 아저씨를 애뜻하게 바라보고 있더군요.

누가보면 정말 키우는 강아지 같았습니다. 주인을 따르는 녀석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 다리 절뚝 거리는 아저씨에게 이 강아지 키우시는거냐고 여쭤봤더니 아니랍니다.

그러면서 녀석의 사연을 저에게 짧게 이야기해주시더군요.

원래 키우던 주인할머니가 계셨는데 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렇게 떠도는거라고 근처 살아서 자기를 따른다고 합니다.

다리 절뚝 거리는 아저씨를 많이 따르는거 같은데 녀석 밥은 챙겨주시냐고 했더니 안그래도 자기가 밥을 챙겨 줘봤는데 녀석이 안먹어서 우유를 조금 챙겨줬다고 하더군요.

 

그럼 키우시는거 아니면 녀석을 좀 잡아 줄수 있냐고 제가 데려가서 키우겠다고하니 망설임도 없이 바로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해가나 싶었는데 옆에 계시던 중년의 남성분이 당신이 뭔데 얘를 데려가려고 하냐고 하더군요.

자기가 키울꺼라면서..

자기는 개를 40년도 넘게 키워봤다면서 저보고 신경끄고 갈길 가랍니다.

그래서 그럼 아저씨 개 키울때 기본적인 사료를 주셔본적있으시냐고 예방접종은 시켜보셨냐고 구충제나 심장사상충이 뭔지는 아시냐고 했더니 아무말도 못하시다가 그런거 없어도 잘 산다네요...

 

중년의 아저씨의 말에 할말을 잃고 서있는데 다리 절뚝거리는 아저씨가 저보고 데려가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이동장을 가져오면 그안에 넣어주시겠다며 오늘 밤 8시에 이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로했네요.

 

그렇게 그 세분과 헤어지고 그자리에서 한참을 생각해봤습니다.

과연 내가 잘하는건지..

 

30분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있는쪽으로 다시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아마 다리 절뚝거리는 아저씨와 헤어지고 먹을것을 찾아 다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멍하니 녀석을 바라고 서있는데 녀석이 저를 보더니 차도로 뛰어가 다시 역주행을 하더군요..

 

이 녀석이 정말 행복하게 살 수있는쪽으로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술김에 한말을 기억못하고 혹은 귀찮아서 오늘밤에 안나오실지도 모를 아저씨를 기다릴꺼 같은 불안감도 듭니다.

아저씨가 나와서 녀석을 잡아 저에게 인계후 녀석이 저를 따라와 행복할지도 의문이구요.

그렇다고 아저씨에게 제가 키운다고했지만 제 형편상 그럴 입장도 아니니 정말 잘하는짓인가 싶기도 합니다.

 

원래 자기를 키워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현재는 다리절뚝거리는 아저씨를 의지하며 살고 있는데 제가 괜한짓을 하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방치하면서 그냥 따르는 강아지로 살게 할 수는 없기도 하구요.

보니까 집안에 들이는거 같지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