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의료기부서

허지훈2013.09.10
조회116
"여어."
"앗, 왔구나, 코다카랑 코바토!!"
우리들이 누가의료기부실에 들어가자, 세나가 방긋 웃음을 지었다. 누가의료기부실 가운데엔 이웃사촌부원 4명이 모여 있었다. 세나와 요조라, 유키무라, 그리고 고문인 마리아.
...리카가 없었다.
"리카는?"
"아직 안 왔어."
요조라가 언제나 짓는 불만스럽다는 표정에,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듯한 표정이 섞인 채 대답했다.
"아직이라고? 그럼 영화는?"
요조라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들이 이렇게 아침 일찍 모인 건 물론, 문화제가 시작하기 전에 모두 함께 완성된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불안함을 느끼며, 우리들은 딱히 아무런 하는 것 없이 리카를 기다렸다. 언제나라면 독서를 하고 있었을 요조라도, 게임을 하고 있었을 세나도, 지금은 말없이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하지만 문화제 개시 30분 전이 되어도, 리카는 부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요조라가 몇 번이고 문자를 보내 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누가의료기문화제가 시작돼 버리겠군.."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요조라의 말을 신호로, 난 의자에서 일어났다.
"코다카?"
"...잠깐 보고 올게."
짧게 말한 뒤 부실을 나선다.
가는 곳은 과학실.
정말 왠지 모르게였지만, 그녀는 등교한 게 아닌, 과학실에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 교실 동(棟)인 2층에서, 과학실로 발길을 향해, '섹터 시그마'라고 하는 알림판이 달려 있는 과학 준비실 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기선 카드키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으니, 일단 노크를 해 봤다.
"야~ 리카?"
....답이 없었다.
몇 번이고 불러 봐도,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없는 건가..
그리 생각하고 무심결에 문 손잡이에 손을 대고 누가의료기문을 열자, 문은 손쉽게 열려 버렸다.
"우왓!?"
...조심성 없는 녀석일세, 일부러 카드키를 준 의미가 없다.
"들어갈게.."
천천히 문을 열어, 과학실 안으로 들어갔다.
시구마 리카는 과학실 안에 있었다.

....제대로 말하자면, 교실 바닥 위에 쓰러져 있어싿.

심장이 폭발할 듯이 뛰어오르고
"리카!!!!!!!!"
비명을 지르듯 외치고, 난 리카에게 달려갔다.
"리카! 정신 차려!!"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리카의 몸을 뒤집고, 몸을 안아 일으켰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심한 다크서클이 져 있었다.
"큭...!"
급히 양호실로 옮기기 위해 그녀의 몸을 안아올렸다.
그러자
"아... 선... 배......"
리카가 눈을 살짝 뜨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야! 리카.. 괜찮아!?"
그러자 리카는 미안한 듯한 미소를 흘리며
"....죄송해요, 영화.. 아직 완성 못 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기다려 주세요..."
"그런 걸 신경 쓸 때야! 자, 빨리 양호실로 가자고!"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리카를 말없이 안아올렸다.
"아아.. 선배가 해주는 공주님 안기라니.. 왠지 꿈만 같아요.."
"이걸로 두 번째야, 바보야."
"네?"


"확실히 130일만이네."
리카와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런 식으로 안아올린 뒤 누가의료기양호실로 옮겨다 주었다. 내 말에 리카는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아하.. 그 때에도 공주님 안기를 해 줬었나요.. 잠들어 버린 것이 정말로 유감이네요.."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한 뒤, 눈을 감는 리카.
"제기랄.. 방해되잖아! 비켜!!"
기이한 시선을 보내 오는 다른 녀석들에게 큰 소리를 쳐 길을 열며, 난 양호실로 달려갔다.

"감기라고 하더라."
이웃사촌부 누가의료기부실에서, 난 다른 녀석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양호실에 리카를 옮긴 뒤 양호선생님에게 물어보자, 단순한 감기라고 하셨다. 수면부족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겠지.
"정말.. 걱정 좀 끼치지 말아 줬음 좋겠어."
세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부원들도 일단 안심한 모양이다.
"...약간 그 녀석에게만 너무 부탁을 한 건지도 모르겠군."
요조라가 툭, 하니 중얼거렸다.
"그렇네.."
영상 편집작업을 끝내는 작업을 리카에게만 맡겨둔 걸 반성하게 되었다. 리카의 컴퓨터 기술은 이웃사촌부 내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우리들이 도와줄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렇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만 됐었을 것이다.
....그래도, 편집 작업을 직접 도와주는 건 불가능해도, 뭔가 가능한 일은 있지 않았을까?
.....아니, 그게 아니지.
아무리 방해가 된다고 해도, 작업 효율 면에서도, 작품 퀄리티 면에서도 손실이 간다고 해도, 그래도 리카 혼자에게 맡겨두는 게 아닌, 모두 함께 같이 했어야 한 일이었다. 왜냐면 이 일은, 하나의 작품이기 이전에, 이웃사촌부의 누가의료기출품물이기 때문이다. 완성도보다도 중요한 게 있었을 것이다.지금까지 경험해 온 문화제에서는 배당받은 역할을 기계적으로 해 내 왔을 뿐이고, 계획의 주요 멤버 중 한 명으로서 누가의료기문화제에 참가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난 그 점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후우..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겠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담담히 말을 꺼내는 요조라.
"그런 말.. 이라니.."
어딘지 냉정하게 들리는 그 말투에, 약간 반발심을 갖게 되는 나. 요조라는 그런 나에게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일어섰다.
"반성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작업에 착수하도록 하지."

 


 

 "작업?"
리카의 말로는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영화가 완성된다고 했으니, 우리들끼리 누가의료기영화의 마무리 작업을 하자는 얘기인 걸까.
"상영회는 중지다. 붙여 둔 포스터를 떼어 내야 겠지."
"중지라고!?"
깜짝 놀라는 내 옆에서, 세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약간 아쉽네.."
"다 완성하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잖나."
요조라는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처음 볼 때엔 7명이서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난 그 말에 무심코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세나도, 유키무라도, 코바토도, 마리아도 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모두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