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저수지가 싫어요

말띠아줌마2013.09.10
조회1,559
엽호판을 노골적으로 편애하며 챙겨 읽는 육십년대 출생자입니다.

비록 여기에 강림하시는 몇몇 인기작가님들처럼

엽호스타일의 스토리가 많지도 않고 글빨도 상당히 후지지만

이 소소하고 비루하고 미약한 존재를 이렇게 어필해 보려는 이유는... 없습니다 없어요.

그냥 빼겁시겁업시, 굳이 이유 찾자면 오늘 날씨가 꾸리꾸리하므로

한번 올려 볼라고 해요.

글은 올라갔는데

여러분이 반응을 안 보인다 해도 그것에 내가 반응 안 보이면 됨....뭐라는겨.응?



참고로 올리는 글은 제가 저희 대학동기들과 함께 하는 밴x에 올렸던 건데

살짝 수정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제부턴 반말로 갈껴.



십여년전 내가 신리 살 때 일임.

그 때 소양에 화심장어가 생겼는데 가격 부담없고 양이 많아 자주 갔었더랬지.

우리 아파트에서 소양가는 길이 따로 있었는데

시내쪽으로 나가지 않고 의암인가? 하는 시골쪽으로 가면 소양이 나왔어.

시골길이라 차도 많이 안 다니고 조용해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고

남편은 장어 먹음서 술 한잔 하고 나면 그쪽 길로 해서 집으로 오면 무사했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길이었지.

알어 알어 음주운전 나쁜 짓인거.

어쨌든 다 지난 일이야.지금은 절대 안 그러니까 패스해....

암튼 그 쪽 길로 가다보면 큰 저수지가 하나 있어.

남편이랑 산책하면서 거기까지 간 적도 많았는데

다리 위 에서 밑의 저수지 물을 내려다 보면 난 왜 그런지 자꾸 기분이 나빠지곤 했어.

물이 날 빨아들이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물 속도 깨끗하지 않고 안에 뭔가가 많이 들어 있는 듯해서

다리에서 분위기 잡고 저수지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려던 남편의 시도는

내가 그만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번번히 무산이 되곤 했지.



어느 주말이었어.

낮에 남편이랑 둘이서 소양쪽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예의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저수지에 다다르자 남편이 졸려서 도저히 운전을 못 하겠다면서 차를 세우더라구.

사실 그 전부터 난 차 속에서 꾸벅꾸벅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차를 세우자 눈을 뜨게 되었지.

같이 나가자는 남편한테 난 졸리니까 그냥 차 속에 있겠다고 하면서 차창 밖을 바라봤는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풀밭 같은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뭔가를 열심히 캐고 있었어.

그러거나 말거나 내 눈은 스르르 또 감기기 시작했고,

저수지 아래쪽으로 가면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남편의 뒷모습을 확인함과 동시에 난 또 그 웬수같은 잠에 빠져든거야.

근데 잠을 자는 동안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가위에 눌린거 같았어.

숨이 자꾸 막히는데 손발은 꼼짝할 수 없고 식은 땀이 막 나고...

남편을 부르고 싶은데 눈은 안 떠지고...

몸은 안 움직이는데 속으로만 난리부르스를 추고 있었더랬지.

그 순간이었어.

누군가가 내 왼쪽 뺨을 아주 강한 스매싱으로 짝 때리는 거야.

덕분에 내 눈이 번쩍하고 떠졌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고요해...고요해도 너~~~무 고요해...

좀 전까지 뭔가를 캐고 있던 사람들도 다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고 주변에 아무도 없이

오로지 나 혼자만 차 안에 있는거였어...

섬찟한 기분이 들어 차문을 열고 남편을 막 불렀지.

다행히도 남편이 저수지 쪽에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더군.

난 남편에게 빨리 집으로 가자고 채근을 했어.

남편이 차에 타면서,안 그래도 자기도 갑자기 가고 싶어져서 서둘러 올라왔다는 거야.

왜냐고 물으니까 잠깐 담배 한 대 피우는 사이에 주변이 너무나 조용하고 기분이 묘해져서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나더래.

때마침 내가 부르는 소리도 들려 서둘러 올라왔다고...

그러니까 남편이 잠깐 담배 한대 피우는 그 짧은 시간동안 난 차 안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얘기지....

가면서 내가 남편에게 물었어.

아까 당신 내려갈 때 풀밭에서 뭐 캐고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다 어디 간거야...

그걸 들은 남편이 그러대.

뭔 소리여.뭔 사람들이 있었다고.

나 차에서 내릴 때 그런 사람들 없었는데?

ㄷㄷㄷ...



그 무리들은 과연 누구였을까.왜 내 눈에만 보였을까...

차안에서 나한테 싸다구 날린건 또 누구였을까....



그 일이 있고 난 후 우린 저수지에서 잠깐 쉬었다 가는 행동을 끊게 되었지.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거기서 자살한 사람들이 꽤 된다더군...



왜 시시해?

그랬다면 미안.그저 그런 얘기 풀어놔서...

그래도 댓글 달리면 심기일전해서 하나쯤 더 써 볼까함.

쫌 더 쎈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