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아.... 왜 시집 안가냐고....
누구네집 딸래미는 좋은 집에 시집가고 아들도 낳고 딸도 낳고
누구는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 듣는데
나는 평생가야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 듣지도 못하고 죽을팔자인가보다
하는 부모님의 말씀이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아요....
엄마... 미안....
아부지.... 진짜 미안해요......
아무래도 내년을 기대해봐야할것 같아......ㅋㅋㅋㅋㅋㅋ
내일 아침에 고향으로 고고씽 해야하고 5일동안 고향집에서 펑펑 놀면서
자가사육하다가 와야되는데 ㅋㅋ
그때까지 여러분 보고싶을 거에요 ㅋㅋㅋ
그래서 짧은 이야기 하나 더 해드리고 가렵니다 ㅋㅋ
울 할아버지 얘기구요
무섭지는 않어요 ㅎ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글쓴이 할아버지의 경험을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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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의 도깨비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하늘나라로 가신지 20년쯤 됩니다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115세 정도 되셨을거에요ㅎ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는 우리나라가 대일항쟁기에 있었던 가슴아픈 시기였습니다
때는 한여름
할아버지가 열다섯살쯤? 되었을 무렵이라고 합니다.
날이 더워 몸이 늘어지던 할아버지는 대청마루에 누워있다가
마당에 머슴들이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머슴님들의 성함은 그냥 돌쇠, 먹쇠 등으로 대체합니다)
돌쇠 : 아즈씨, 저 외나무다리 건너서 옆동네 산비알(산비탈)에 있는 개울 가봤어유?
먹쇠 : 거긴 개울이 아니고 걍 또랑 아녀? 거기 왜?
돌쇠 : 거기서 요새 허벅다리마냥 굵은 미기(메기)가 잽힌댜
어제 덕팔이가 자랑질 하면시나 침튀기드라구유?
먹쇠 : 얘, 그짓말 하덜말어. 무슨 미기(메기)가 허벅다리만하것냐?
덕팔이 그눔이 괜히 허풍질 칠라고 그러는겨.
돌쇠 : 아녀어! 그 미기 대가리를 들구와서 자랑질을 했다니깐그러네!
그 대가리가 어린애 머리통만하더래니께유?!
먹쇠 : 아 뭔소리여 어디서 암거나 주서와서 그짓말 치는거 아닌겨??
와.. 참말이라면 덕팔이 그시키 영물 죽인거 아닌가 모르것네
그만침 자랄라면 일이십년 가지고는 되지도 않을거아녀?
돌쇠 : 참내, 영물이고 뭣이고 간에 잡힌놈이 억울한거지
하여튼 거기 한번 안갈뀨? 지랑 같이 가봐유ㅋ 한마리 잡아봐야것어나도
먹쇠 : 난 시려. 영물은 건드리는게 아니란거 몰르는겨?
그리고 그 또랑에서 한번도 그런거 안잽히다가 갑자기 잽혔다는건디
뭔가 이상혀. 옛날 으른들 말씀 못들어봤냐?
그 동네 산에서 도깨비가 하도 나와서 매년 지사(제사) 지냈대잖여
돌쇠 : 치, 지금은 안나오니께 지사(제사)도 안지내고 터만 남은거 아녀
요새같은 시상에 도깨비가 어딧다고 그래유
하여튼 간은 빼룩이(벼룩) 오줌보마냥 짝아가지고..
아 냅둬유. 똘이아범 꼬셔서 갈껴
궁시렁궁시렁대는 머슴들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있던 할아버지는 너무 궁금하더랍니다
귀신이 나오는 산비탈 바로 아래 있는 개울가
그곳에서만 잡힌다는 허벅지만한 메기
도깨비에게 제사 지내던 터
동네에서 제일 가는 말썽쟁이였던 할아버지는 귀가 번쩍 뜨였다고 합니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서 밤에 혼자 가보기로 하셨답니다
충청도 시골 양반가문의 장손이었던 할아버지는
불면 날아갈새라 쥐면 꺼질새라 귀하게 자랐는데
귀하게 자란만큼 엄청난 말썽꾸러기였대요
말리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몰라요ㅋㅋㅋ
개울가에 가볼 생각에 저녁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후딱 먹고는 오늘은 공부를 해볼란다~ 하고 방에 들어가서 책읽는 시늉을 했다고 합니다
늘 돌아다니면서 사고만 치는 아들이 오늘은 왠일로 공부를 한다고 하니
증조부모님께서는 궁둥이 뚜드려 주시면서 칭찬해주셨다고 합니다
아들이 몰래 도깨비터에 가볼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하냥 기특하다 하시던 증조부모님......................
책을 펴고 책상앞에 앉았는데 왜그렇게 글자가 눈에 안들어오던지
시간아 지나가라 빨리 지나가라 제발 좀 지나가라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이윽고 모두 잠이 들었는지 고요한데 동네 개들이 짖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올 무렵
할아버지는 망태기 하나 집어들고 살그머니 집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워낙 겁이 없고 담이 컸던 우리 할아버지는 깜깜한 밤인데도 무서움도 안타고
달빛에 의지해서 조심조심 마을과 마을을 잇는 외나무다리를 건넜다고 합니다
드디어 산비탈 밑 작은 개울에 도착을 했는데
달빛에 비친 개울가는 왠지 모르게 이질적이었다고 합니다
뭔가... 이승이 아닌 것 같은 그런느낌
개울로 들어가려고 바지를 동동 걷고 있는데
갑자기 수런수런 말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어요?
할아버지는 죄를 진 것도 아닌데 나무뒤에 바짝 웅크려 숨었다고 합니다
(절대로 무서워서 숨은게 아니고 무슨 일이 날까봐 할아버지 본인이 피해준거라고ㅋㅋㅋ)
여튼 나무 뒤에 숨어서 웅크리고 있었는데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서너명의 장정이 산비탈을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때당시 그 동네에서 덩치가 큰 사람이 몇명 없어서
누구겠거니 하고 일어나서 아는척을 하려다가
산비탈을 내려오던 모습이 이상해서 다시 몸을 바짝 숨겼다고 합니다
경사진 곳을 내려오게 되면 중심을 잡기 위해 자연스럽게 몸의 무게중심을 뒤로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 장정들은 비탈길에 직각으로 서서 내려오더랍니다
할아버지가 생각하기를
아 저것들이 사람이 아니라 요물이로구나 생각을 하셨대요
그 도깨비들은 개울에서 한참을 풍덩거리고 으어허 으어허!! 하면서 멱을 감더니
이제 잡자! 하고서 뭐를 막 잡더랍니다
그러다가 한 도깨비가 말을 하더랍니다
도깨비 1: 자 이제 그만 갑세
도깨비 2: 그려, 이만치 잡았음 된겨
도깨비 1: 몇마리나 잡았나?
도깨비 3 : 하나, 둘, 싯, 닛, 다섯... 다섯마린디?
도깨비 1: 우리는 니명(4명)인디 다섯마리 잡았으니 한마리는 놔주고 감세
도깨비 4: 놔주긴 왜? 수대로 딱 맞게 잡았구만
도깨비 3 : 우리 니명인디?!?! 너 지금 나 숫자 못센다고 바보취급 해는겨 뭐여?
그래도 나 아홉까지는 센단말여!
막 이러면서 지들끼리 싸움이 일어날것 같았답니다
원래 도깨비는 숫자를 열까지 밖에 못센대요ㅎ
할아버지는 가만히 엎드려서 그 광경을 보고있는데
갑자기 놔주지 말라던 도깨비가 피식 웃으며 얘기를 하더랍니다
도깨비 4 : 저 풀숲 나무 밑동에 납작 엎드려있는 어린놈 몫까지 다섯마리 맞구만 뭘.
그때 우리할아버지는 심장이 발밑까지 쿵 하고 떨어졌고 빨리 도망가고 싶었는데
그 도깨비들이 껄껄 웃으면서 슬슬 걸어오더랍니다
할아버지는 냅다 일어나서 뛰려고 했지만 몸이 안움직여서 도망도 못가고
그저 도깨비들이 오는것만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큰 덩치들이 점점 다가오는것을 보고 그 뒤로는 기억이 없었대요
기절하신거래요
깨보니까 할아버지의 방안이었고 한손에 빨래방망이 같은 나무를 꽉 쥐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한동안 할아버지는 방안에 가만히 누워만 계셨다고 합니다
그냥 몸에 힘이 안들어가서 하냥 누워만 있고 싶으셨대요
그러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마당을 슬슬 돌아다니려니까
그 개울 얘기를 하던 머슴들이 지나가더랍니다
갑자기 화가 빡 하고 난 할아버지는 머슴을 불러 세웠답니다
할아버지 : 돌쇠야! 일로 좀 와봐
돌쇠 : 야?? 지유? 왜유?
할아버지 : 너 저번에 마당에서 먹쇠랑 한 얘기 뭐여?
뭐 허벅다리만한 메기가 잡혀?!
돌쇠 : 어, 되련님 그럼 그 얘기 들으시구서 거기 가신규?
할아버지 : 야 너땜에 내가 진짜... 아요... 아후...진짜;;
먹쇠 : 되련님, 이놈이 실없어서 한소리유, 용서해주셔유...
할아버지 : 너 돌쇠 임마, 빨리 가서 일이나 혀
사월이 아범은 나 좀 보고 가....
그렇게 먹쇠(딸이 사월에 태어나서 사월이 아부지래요)와 단 둘이 남게 된 할아버지는
그날 본인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물었답니다
사월이 아버지가 해준 얘기는 이랬습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한다고 방에 들어가서 책을 보니까
증조할머니가 기특하다고 밤참을 만들어서 가져다 주라고 했답니다
사월이 아버지가 밤참을 가지고 할아버지 방에 와보니 불은 꺼져있고 사람이 없더랍니다
그래서 또 어디 마실가셨나 싶어서 그냥 나와서 방에 들어가 한참 새끼줄을 꼬고 있었는데
밖이 소란스럽더랍니다
여기 좀 나와보라면서 이집 아들 다 죽게 생겼다면서 막 그러더래요
그래서 헐레벌떡 나가보니까
할아버지가 온 몸에 흙탕물 범벅을 해서 한손에는 나무토막을 꽉 쥐고
마을 총각한테 업혀왔다고 합니다
그 총각이 옆마을 친구들이랑 한잔 하고 산비탈을 돌아서 걸어오는데
어디서 풍덩풍덩 어푸어푸 으허어으허어 소리가 나더래요
그래서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소리가 나는데로 가보니까
누가 개울에서 막 물장구도 치고 뭘 막 잡는 시늉을 하면서 좋다고 꺅꺅거리더랍니다
처음엔 귀신인줄 알았는데 웃는 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라서 자세히 들으니
우리 할아버지 목소리더래요
그 총각은 드디어 저 집 아들이 미쳤는가보다 하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가만히 보니까 미친게 아니고 뭐에 홀린것 같더래요
막 누구랑 얘기하는 것 처럼 말도 하고 껄껄 웃고 하면서요
그래서 가까이 가보니까 빨래방망이같은 나무 하나를 가지고
물에 담궜다 뺏다 담궜다 뺏다 계~속 이것만 반복하더랍니다
생각해봐요
혼자 중얼대고 낄낄대면서 나무때기를 물에 넣었다 뺏다 하고 있는 모습을요;;;
총각이 옆에 서있어도 계속 그러길래 총각이 말을 걸어봤대요
총각 : 저기....... 누구되련님 아니셔유? 저기유, 나 누군지 알쥬??
라고 말을 거니까 갑자기 중얼중얼낄낄을 딱 멈추고 총각을 바라보더랍니다
한번 쌜쭉 웃고
할아버지 : 어이구, 이놈 마중나온 손님이 계셨네? 우린 놀만침 놀았으니께 이만 가우.
배가 고파서 메기 잡으러 내려왔는데 심심해서 한번 놀았슈ㅋ
참, 우리 메기 훔쳐간 그놈, 잘먹고 잘사는지 지켜보겠다고 꼭 전해주시구랴ㅋ
메기는 다 잡었으니 이제 한 10년 동안은 못볼거라고 하구ㅋ 우린 가우.
하고는 팍 쓰러졌고
그 길로 총각은 할아버지를 들쳐업고 집으로 와서 대문을 두들겼다고 합니다
일의 전말을 듣고 난 후 할아버지는 본인이 도깨비에 홀렸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할아버지는 한동안 해가 지고 나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더이상 장난을 치고 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별로 안무섭죠?ㅎㅎㅎ
그냥 옛날에 도깨비들이 많았다면서 해주신 얘기였어요 ㅎ
아 갑자기 우리 할아버지 보고싶다 ㅎ
아빠가 늦둥이로 태어난데다가 결혼까지 늦게 해서
제가 태어났을땐 이미 할아버지가 팔순을 넘긴 나이셨어요ㅎ
저를 정말 예뻐해주셨는데 말이에요 ㅎ
전 이제 진짜로 추석이 지나고 오겠습니다
빠이염
아 그리고 그 허벅지만한 메기를 잡았다던 덕팔이라는 분은
강제징용에 끌려가서 죽었다고 합니다
덕팔이라는 분이 강제징용에 끌려가자마자
집안 사람들도 한명씩 병이 들어 죽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며느리 한명만 살아서 친정으로 도망치듯 떠났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