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일지) * 따뜻한 커피라도 사먹어! *

irish152013.09.17
조회170

 

 

 

 

 2층에 신문을 넣고 골목길을 되돌아 나와 오토바이를 출발하려던 때였다. 근처 전봇대 방범등 아래에 서 계시는 한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나에게 다가오셨다.

 

 “00 일보예요?”

 “예. 그런데요.”

 “어휴.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는데..”

 “예? 저를요?”

 “응. 그냥 갔으면 어떡하나 하고 여기까지 나와봤지. 저기 저 집에 신문 넣잖아요.”

 

 할머니께서 가리키시는 집 대문이 열려있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그 집은 아까 신문을 넣고 지나쳐왔던 독자 집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문이 활짝 열려있기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대문 주위로 쓰레기 봉지와 재활용 쓰레기 등이 놓여있어, 지금 쓰레기 정리를 하는 중이라고 짐작해 대문을 닫지 않고 신문만 던져 놓은 채 지나쳐왔던 것이다.

 

 곧 할머니께서는 주머니를 뒤적여 하얀 봉투를 꺼내 내게 내미셨다.

 “이거 받아. 만 원짜리 한 장 달랑 봉투에 넣어주기도 미안하지만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 줘.”

 “예?..”

 나는 그제서야 할머니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 분께서는 매년 명절이면 어김없이 내게 만 원을 봉투에 넣어 건네주시던 할머니셨다.

 

 “아까 1시 30분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시간을 헤아려보니 약 30분 정도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아까 대문이 열려 있었던 까닭이 그것 때문이었구나. 서둘러 나오시기 위해..’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건네 받은 하얀 봉투는 할머니의 주름 가득한 손만큼이나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내 두 손을 꼭 잡으시고는 푸근한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따뜻한 커피라도 사먹어!..”

 

 할머니께서는 자녀들과 함께 미국에서 사시다가 몇 해 전 할아버지와 두 분만 귀국해 이곳에서 살고 계신다고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동네 노인회 회장이시고, 할머니께서는 매일 새벽 교회에 나가신다고 하셨다. 신문을 일찍 배달해줘서 교회 가기 전에 볼 수 있어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다.

 

 노란 방범등 불빛 아래 서서 나에게 오래도록 손을 흔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백미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제법 쌀쌀한 새벽 하늘 위로 달이 무척이나 밝다.

 올해도 할머니께서는 변함없이 건강해 보이신다.

 그것이 나는 가장 기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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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김명대오래 전

마음이 따뜻한글 고맙게 잘봤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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