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체육 시간, 평균대 운동을 하다 미끄러져 다리뼈가 부러 졌습니다. 한동안 병원에 입원했는데, 무료한 생활에 그나마 낙이 있다면 중앙 복도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목발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복도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나보다 먼저 와서 텔레비전을 보던 소녀가 있었습니 다. 소녀의 목발은 나보다 하나 많았습니다. 어느 날 단둘이 텔레비전을 보는데 소녀가 불쑥 음료수를 건냈습니 다. "우리 자주 마주치는데 통성명하지 않을래?" 그렇게 시작된 그녀와의 만남은 병원 생활의 색다른 활력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날 이 갈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고 마침내 연인 사이로 발전했습니 다. 그런데 달콤한 시간도 잠시, 나는 통원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곧장 병원에 가자 그녀가 말했습니다. "나를 만날 때 마다 십 원만 주지 않을래?" 이유를 묻자 그녀는 미소로 대답을 했습니다. 3개월이 지나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녀를 만나 기 위해 병실로 향했습니다. 한데 그녀의 어머니만 자리를 지키셨습 니다. "네가 우리 딸 병원 친구니?"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그녀 의 건강상태를 들었습니다. 루게릭병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될 수 없는 병. 게다가 건강이 악화됐으니, 앞으로 는 찾아오지 말라는 그녀의 말도 전하셨습니다. 봄이 다가왔을 무렵, 더는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가족이 아닌 이상, 환자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냉담한 말뿐이었 습니다. 방황하던 나는 영장을 받고 바로 입대했습니다. 군 생활보 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지요. 고된 훈련을 마치고 첫 휴가를 나와 보니 책상 위에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그녀였지요. 편지에는 내게 받은 십 원짜 리를 모아 편지지와 봉투를 샀다고, 둘이 함께 만든 추억을 선물하 는 거라는 내용과 더불어 편지를 받을 때쯤 자신은 이미 세상에 없 을 거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그날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것 같습 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생각해봅니다. 이젠 그녀를 놓아 주어 야겠다고 말이에요. 그녀와의 추억을 묻어 두기보다 따뜻한 그리움 으로 간직하려 합니다. 그녀가 편지에 남긴, 하늘의 별이 되어 지켜 주겠다는, 부디 아프지 않게 자신을 추억하길 바란다는 말...... 그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못난 나이기에, 그 바람은 지켜 주고 싶습니다.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잊는 것도 사랑인 것을....... -<좋은 생각> 2010년 10월호 중- 26
실화) 한 고등학생의 사랑
고등학교 체육 시간, 평균대 운동을 하다 미끄러져 다리뼈가 부러
졌습니다. 한동안 병원에 입원했는데, 무료한 생활에 그나마 낙이
있다면 중앙 복도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목발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복도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나보다 먼저 와서 텔레비전을 보던 소녀가 있었습니
다. 소녀의 목발은 나보다 하나 많았습니다.
어느 날 단둘이 텔레비전을 보는데 소녀가 불쑥 음료수를 건냈습니
다. "우리 자주 마주치는데 통성명하지 않을래?" 그렇게 시작된
그녀와의 만남은 병원 생활의 색다른 활력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날
이 갈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고 마침내 연인 사이로 발전했습니
다.
그런데 달콤한 시간도 잠시, 나는 통원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곧장 병원에 가자 그녀가 말했습니다.
"나를 만날 때 마다 십 원만 주지 않을래?" 이유를 묻자 그녀는
미소로 대답을 했습니다.
3개월이 지나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녀를 만나
기 위해 병실로 향했습니다. 한데 그녀의 어머니만 자리를 지키셨습
니다. "네가 우리 딸 병원 친구니?"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그녀
의 건강상태를 들었습니다. 루게릭병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될 수 없는 병. 게다가 건강이 악화됐으니, 앞으로
는 찾아오지 말라는 그녀의 말도 전하셨습니다.
봄이 다가왔을 무렵, 더는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는
가족이 아닌 이상, 환자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냉담한 말뿐이었
습니다. 방황하던 나는 영장을 받고 바로 입대했습니다. 군 생활보
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지요.
고된 훈련을 마치고 첫 휴가를 나와 보니 책상 위에 편지 한 통이
있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그녀였지요. 편지에는 내게 받은 십 원짜
리를 모아 편지지와 봉투를 샀다고, 둘이 함께 만든 추억을 선물하
는 거라는 내용과 더불어 편지를 받을 때쯤 자신은 이미 세상에 없
을 거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그날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것 같습
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생각해봅니다. 이젠 그녀를 놓아 주어
야겠다고 말이에요. 그녀와의 추억을 묻어 두기보다 따뜻한 그리움
으로 간직하려 합니다. 그녀가 편지에 남긴, 하늘의 별이 되어 지켜
주겠다는, 부디 아프지 않게 자신을 추억하길 바란다는 말......
그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못난 나이기에, 그 바람은 지켜 주고
싶습니다.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잊는 것도 사랑인 것을.......
-<좋은 생각> 2010년 10월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