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피부가 깨끗하지만,
중학생 시절,
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갑자기 원인불명의 피부병을 앓게 되었다.
양 옆볼이 달표면처럼 점점 울퉁불퉁해졌다.
중1때 피부가 달표면 같다고
별명이'박달' 이었다. (필자 활화산의 성이 박씨임.)
근데 같은 반놈들이 부를 때 발음을 세게 불러서
'박딸'로 불러댔다.
남자 체육선생님이 멀리서 애들이 날 박딸! 박딸! 하는 소리를 듣고
다른 뜻으로 오해하시고는
'적당히 쳐, 새꺄!' 라며 머리통을 후려갈긴 적도 있으셨다.-_-
아무튼 중학교 입학과 함께 찾아온
원인불명의 극심한 피부병으로
꿈많던 소년이었던 난
하루하루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그렇게 중학 1학년 1년을 박달로 힘겹게 보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중2로 올라가면서 큰 문제가 발생해버렸다.
1학년 때는 남학생반, 여학생반 분반이었는데
중2 때 갑작스럽게 남녀합반이 된 것이다!
남자애들끼리 있을 때도 피부가 너무 창피하고 신경쓰였었는데,
여학생들이라니!!!! ![]()
난 도저히 이 귤껍데기같은 피부를 가지고,
그녀들을 맞을 순 없었다!
거기다 당시 우리 반에 예쁜 여학생들이 유독 많이 몰리기까지 했다.
15살이면 한창 이성 앞에서 부끄럽고 신경쓰일 나이가 아니던가.
난 결국 지푸라기라도 움켜잡는 심정으로
동네에 있는 피부과 병원을 다니게 되었다.
열심히 치료를 받고
내 피부를 이렇게 만들고,
박달로 살게 만든 원인불명의 균을 뿌리채 뽑아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깨끗한 피부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간절했는 지
병원치료 받으면서 안 다니던 교회까지 나가 기도했다.
난 매일매일 깨끗한 피부를 되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혼과 열을 다해 기도했다.
진짜 미친듯이 기도했다.
이러다 방언터질까 무서웠다.
난 단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피부과를 다녔다.
그리고 내 기도에 하늘도 감동했는 지...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던 내 피부가
슬슬 호전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은 물론이요, 같은 반 친구들, 선생님까지
조금씩 좋아지는 내 피부를 보며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은혜스러워했다.
그렇게 희망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날.
힙겹게 찾아가던 내 희망을 산산조각내버리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피부과에서 주는 약은 매우 수면제기운이 강했다.
약이 그렇게 독했던 걸 보면, 당시 내 피부가 진짜 심하긴 심했던 것 같다.
의사선생님께도 너무 심하게 졸릴 수 있으니
약을 되도록 하루에 한봉씩만 먹으라고 당부하셨다.
두봉 먹으면 영원히 잠들 수도 있다며
어린 내가 알아듣기 쉽게 자상하게 말씀도 해주셨다.
그런데 나날이 피부에 약발이 잘 먹히니까
의사선생님 말 안듣고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얼른 낫고 싶은 마음에 아침과 점심 무려 두번이나 연속으로 먹은 것이었다.
말할 나위없이 학교에서 하루종일 갤갤대고
수업중에 자다 쳐맞고, 자다 쳐맞고를 무한반복했다.
한 다혈질 선생님은 대놓고 엎어져 자는 나의 정수리에
분필을 연속 다섯개를 명중시켰다.
진정한 퍼펙트 골드였다.
하지만 피부과 약은 무서웠다.
그래도 졸렸다.
극강의 수면제 기운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혼미했고...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없었다.
전신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어린이집 기린반 1짱이랑 맞짱떠도 질 것 같았다.
더구나 아침부터 계속 비까지 와서,
수면제 기운이 더욱 더 진하게 전신을 녹여냈다...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바로 거실에 뻗어버렸다.
그렇게 깊은 잠에 스르르~ 빠져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 피부를 생각하니, 결코 병원을 거를 순 없었다.
하루라도 째면 피부가 원상복구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쌓였다.
난 약기운에 그 쓰러져가는 와중속에서도
병원을 가기위해 교복을 벗고 편한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병원가면 매일 주사를 맞았기에
츄리닝이 엉덩이 까기 좋아서 병원갈 때마다 입고갔었다.
난 그렇게 다시 집을 나와
비틀비틀~ 필사의 힘을 다해 피부과로 향했다.
평소 집에서 병원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20분정도의 거리였다.
하지만 그날은 약기운에 거동조차 힘들어
40분이 넘게 걸린 것 같았다.
수면제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신호등 빨간불이랑 파란불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피부 치료 받겠다는 그 정신력하나로
간신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달 넘게 다니고 있었던 지라,
의사선생님께 따로 진료받을 필요없었고
늘상 그래왔듯이 오자마자 간호사 안내에 따라 주사실로 들어갔다.
간호사누나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며 밖으로 나갔다.
난 침대 앞에서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병원의 약냄새때문인지,
밖에서보다 더욱 강하게 수면제기운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바닥이 출렁거리고
주사실 천장이 길거리 이벤트 뽑기판처럼 마구 회전하고 있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서있는데도 눈이 자꾸 감겼다.
난 얼른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가서 바로 쭉 뻗고 자고 싶었다.
간호사의 "바지내려!" 구령만 조급히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간호사 누나가 주사실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네... 안녕하세요..."
"등치에 안맞게 츄리닝바지 귀여운 거 입었네?"
"아... 이거요..?"
참고로 내 츄리닝 바지는
왼쪽 허벅지부분에 미키마우스 얼굴이 크게 그려져 있어서 아주 깜찍했다.
초6때 엄마가 시장에서 사다주신 레어템이었다.
아무튼 간에...
수면제기운은 깨지긴 커녕, 더욱 날 한없이 혼미하게 만들었다.
주사맞다 이대로 쓰러질까 무서웠다.
심정 같아선 간호사누나한테
10분만 눈붙이고 일어나서 주사맞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싶기까지 했다.
하얀 침대 앞에 있으니 더욱 수면기운이 기승을 부렸다.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러던 그때.
간호사 누나가
"바지내려!" 라고 군대 조교처럼 외쳤다.
한달동안 그녀에게 주사를 맞아왔지만
언제 들어도 너무나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바지내려!" 였다.
웬지 자기 남친한테도 그럴 것 같았다.
헤헤...*-_-*
한달간을 주사를 맞아오다보니...
아무리 정신이 혼미해도 바지내리는 것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녀의 바지내려 구령에 난 바로 신속하게 츄리닝바지를 내렸다.
그녀의 목소리에 바로 반응하는 최첨단 음성인식 로보트같았다.
그녀와 난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 호흡이 거의 WWE 프로레스링 테그팀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약기운에 취해있어도,
역시 주사인지라
그 순간만큼은 잠시 긴장타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살벌한 주사바늘이
내 청순한 히프를 찌를, 그 순간을 잠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꿀꺽...'
그...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 능숙하던 간호사누나가 주사를 놓지않는 것이었다.
평소같으면 내가 바지내리고 자세를 잡으면,
늦어도 바로 엉덩이 탁탁탁 찰지게 두들기고
2~3초내에 주사를 놓았었던 그녀가 아니던가!
왜 그러지...? 하고 곁눈질로 슬쩍 옆에 간호사누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뭔가 의욕을 잃은 듯
밑을 쳐다보며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어? 뭐야? 왜 저래? 귀찮은 건가?'
정말 이상했다.
그녀는 그동안 이런 적이 없었다.
그녀의 처음보는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그 짧은 순간 난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주사를 안 놔주고 저러고 있는거지...?
내 엉덩이에 혹시 뭐가 묻었나...?'
아니다! 난 분명 집에서 팬티도 새로 갈아입고 나왔고...
혹시 몰라서 똥꼬도 깨끗이 씻고 나온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왜 그녀가 주사를 놓지 않고 저러고 있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극도의 초조감이 전신을 조여왔지만
뭔가 그녀도 사정이 있겠지 하고,
난 처음 자세 그대로 일말의 흐트러짐없이 요지부동이었다.
난 죽을 힘을 다해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흔들림 없는 모습!
그게 바로 남자가 아닌가.
주사실에는 태풍전야같은 고요한 정적이 흘르고 있었다.
살벌한 기운마저 흘렀다.
그렇게 츄리닝바지를 내리고 자세를 잡은 후,
약 10초정도가 흐른 듯 했다.
엉덩이를 까고 10초라면...
2시간과 맞먹는 긴 시간인 것이다!
무책임한 그녀 앞에
내 엉덩이는 점점
을씨년스럽게 빛을 잃고 시들어가고 있었다...
난 왜 그녀가 내 히프에 주사를 놓지않는 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은 택시기사로 치면
엄연한 승차거부였다.
'어린 중학생이라고 이딴 태도를 보이는 건가?
매일 오니까 너무 편해서 만만히 보는 건가?
아~놔! 이 여자가 정말!!!!!!'
참다참다 난 결국 폭발했다.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강력하게 따져야만 했다.
그녀는 지금 분명 내 엉덩이를 아무 이유없이 거부하고 있었다.
이것은 명백히 인권유린이었다.
폭발한 난 간호사 누나에게 따질려고
자세를 풀고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따지긴 따지되,
엉덩이를 깐 채로 따질 수는 없었다.
엉덩이를 까고 따지면 뭔가 강력함이 떨어질 것 같아,
일단 미키마우스 츄리닝을 올리려고 손을 뒤로 엉덩이쪽으로 가져갔다.
"아니, 누나 주사 왜 안놔주시......"
아...아니!
그...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자세히 보니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왼쪽 허벅지에 있어야 될
미키마우스 면상이...
무릎팍에 있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엄청난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제...제길...
화장실에서 쉬야할 때
나 혼자서만 은밀히 봐야될...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할.......
그...그...그것이...
지가 마치 주사맞는 히프인냥
츄리닝 밖으로 나와서는
날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렇다...
그날 약기운에 취한 난
혼미한 정신에 엄청난 과오를 저지른 것이었다.
간호사누나의 바지내리라는 말에...
내려도 너무 내려버린 것이었다......
그 순간
그날 처음으로
수면제 기운에서 말끔히 깨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는 지
충격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초 간 나와 그녀는
마치 헤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어색한 연인처럼...
아무말 없이 멍하니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도 슬펐고...
하늘도 슬펐다...
밖에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잔인할 정도로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난 머리를 쥐어뜯고 벽에다 머리를 쾅쾅 박으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것 같아
한편으로는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충격에 흔들리던 눈동자가 계속 떠올랐다.
앞을 오픈한 아픔보다도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 더 날 괴롭게 했다.
그녀가 얼마나 놀랬을까...
집에는 잘 들어갔을까...
그놈의 약만 아니었어도...
약을 자제 못하고 쳐먹어댄 내 자신이 한없이 저주스러웠다.
일단 나부터 가슴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이럴 때 일수록
난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래! 넌 고작 중2야. 15살이라구!
아니, 생일 아직 안 지났으니...
겨우 넌 14살밖에 안됐어!
맞아~ 난 14살 어린 애라구!
간호사 누나에 비하면 난 완전 애야.
간호사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야.
난 어리다구!! 어린애일 뿐이란 말이야!
괜찮아! 짜식아! 힘내!!! 음하하하하~'
난 힘겹게 마인드콘트에 성공할 수 있었고
간신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음이 편해진 난 거실에 걸려있는 전신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난 웃으며
"그래! 어린앤데 뭐! 봤으면 어때?
전혀 충격 안받았을 거야!"
라고 말하며 천천히 미키마우스 츄리닝바지를 내리고
반 전라의 내 몸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제...제길...
부담스러웠다.
어린 애라고 하기엔 너무 야성적이었다.
거울에 중2 어린 애가 아닌...
왠 장정이 하나 서 있었다..
그렇다...
중2는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느새 난
너무나도 성숙해져 있었다...
난 그렇게 밑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체
거울 앞에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
난 그 빌어먹을 병원약 남은 것들을 모두 다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렸고,
그 병원에 두번 다시 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무릎에서 웃고있었던 미키마우스.
분노를 못이기고 미키마우스 츄리닝을 찢어 갈길 뻔 했다.
하지만 엄마가 사준 소중한 옷.
차마 찢진 못하고 대신
바닥에 츄리닝을 펼쳐놓고,
미키마우스 얼굴을 주먹으로 미친 듯이 쳐갈겼다!
"죽어! 죽어! 죽어버려!!!"
그러나...
영원한 어린이의 친구! 미키마우스는
날 조롱하듯
그저 해맑게 미소짓고 있을 뿐이었다......
<끝>
글쓴이- 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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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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