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방에 들어가서, B가 본 게 뭔지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벽에서 들리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벽이 아니라 천장에서 들렸다고. 그래서 소리 나는 곳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가만히 보는데, 그 천장에서 뭔가 검은 얼룩 같은 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B는 넋을 놓고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얼룩 같은 것에서 사람 손이 튀어나오면서 벽을 막 긁기 시작했다. 그다음 차례로 사람의 머리와 몸통 다리.. 그리고 보니까 뭔가 상복처럼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왔는데, 보니까 체형이나 그런 걸 봐서 늙은 여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천장에 거꾸로 붙은 채로 앉아 있었다. 물론 앉은 상태로 계속 벽을 긁고 있고.. B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오른손으로 내 왼쪽 어깨를 만지며 [내가 그걸 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그 노파가 나를 보더니 막 웃기 시작했어. 내가 그걸 보고 도망치자고 한 거야. 아, 진짜 그 얼굴 못 잊겠다.] B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한순간 침묵했지만, A가 [야, 그거보다 D랑 E가 문제야. 최악이야!]라고 말했다. 나도 갑자기 그 소리를 듣고 화가 났고 우리는 D와 E가 했던 짓을 욕하기 시작했다. A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어서 화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내가 [저 애들. 그냥 도망만 간 게 아니야. 그때 발견한 시계도 훔쳐서 도망쳤어.]라고 말했다. 그날은 그대로 B의 집에 머물며 D와 E를 까는 말만 하면서 보냈다. 월요일. 학교에 가니까 D와 E는 예상대로 우리를 피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교실 밖에 나가고 다음 수업까지 돌아오지 않는 그런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D와 E의 이야기를 반 친구들에게 말했고 그때 처음으로 왜 여자들이 D와 E를 무시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D와 E는 여자들에게 반 남자아이들의 험담을 하거나 자기들 자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3일도 안 돼 D와 E는 반에서 완전히 따돌려졌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이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첫 번째 일은 B에게 나타났다. B가 말하길, 한밤중에 자고 있는데 B의 방 창문이 있는 곳에 그 노파가 나타나서 밤새도록 유리를 긁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시간에 A에게도 찾아왔다고 한다. 그냥 창문을 긁기만 하고 다른 피해를 주는 건 아니었지만, 그 집에서 그 노파의 얼굴을 봤던 B는 아주 무서워했다. 내 방에 노파가 찾아온 다음 날 아침, 그 일을 교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A가 휴대지도를 보여 주면서 [여기가 B의 집. 여기가 빈집...] 그런 식으로 설명하기 시작했고 A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문제의 집에서 가까운 사람 집 순서대로 노파가 찾아오고 있어.] [그럼 그 시계를 찾고 있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하지. 그런데 시계를 가져간 사람은 D랑 E야. 우리랑은 관계없어.] C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맞아. 그런데 왜 우리한테까지 찾아오는 거야?]라고 말했다. 확실히 시계가 원인이라면 굉장히 불합리하다. 어쨌든 다음은 C가 사는 곳에 노파가 찾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일단 방에 소금을 담아두고 주의하라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D와 E에게 일어나는거지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D와 E가 홈스테이하는 집은 그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A가 했던 말이 더 확실해보였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C가 입원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 보니, 입원했다고는하지만, 다음날 퇴원 할 정도로 가벼운 부상이란다. 방과후 우리가 병원에 가보니,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C가 새파란 얼굴로 누워있었다. 의식도 있고 딱 봐도 대단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우리는 C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았다. C가 밤에 자고 있는데, 우리가 겪었던 것 처럼 창문 근처에서 뭔가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다행히 C는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었고, 소금도 준비했기 때문에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는 곳이 창문 밖이 아니라 방 안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한 C가 창문 쪽으로 등을 돌리니까, 자신의 얼굴 바로 옆에 노파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고 한다. C는 이대로 있다가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서 방에서 도망쳤고 1층으로 내려갔는데 노파가 C를 쫓아왔다. 그래서 아예 집에서 뛰쳐 나와 밖으로 도망갔다. 그냥 생각없이 나왔기 때문에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밤길을 계속 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문득 눈에 띈 작은 신사로 도망쳤고 신을 모시는 곳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C는 여기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노파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C가 있는 곳까지 와서 C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C는 [아, 시발.. 내가 이런 일로 죽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느순간 기절한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신사에 청소하러 온 할아버지가 C를 발견해서 그대로 병원에 실려가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C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 할머니가 아니야... 말라서 그렇지, 할머니가 아니었어. 분명히 젊은 사람.. 아마도 20대 정도?] 터무니 없는 말이었지만, 가장 어이없던 것은 안전하다가 믿었던 우리가 죽음의 위협까지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그냥 단지 우연으로 살아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행히 C는 그 이상으로 피해를 입은 건 없었고, 그 날 바로 퇴원 할 수 있었다. 다음날은 1학기 종업식이라 빨리 끝났다. 그러나 담임이 우리를 학생 지도실로 불렀다. 담임의 이야기는 이랬다. 우리가 D와 E를 데리고 빈집에 담력시험을 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D와 E를 무시했다고. 그리고 학교에서 두 사람을 도둑 취급하고 반 전원이 무시하도록 만들었다고. 최악이다. 그게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D와 E가 최근 그렇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다니던데 그게 담임에게 고자질해서 우리를 완전히 나쁜 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담임은 D와 E를 부를 테니까 두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나도 A도 B도 C도 상당히 짜증 났지만, 우선은 오해를 풀어야 해서 담임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그대로 말했다. 하지만 전혀 상대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D군과 E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라며 성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 이야기는 처음부터 들으려 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사과 안 하면 내신도 깎고, 부모를 불러서 학생 지도까지 하려고 했다. 그 한마디에 우리도 완전히 열 받아서 담임과 말다툼을 했고 [부모님 부르세요! 불러요!] 대충 이런 말을 하고 학생 지도실에서 나갔다. 다음날 담임은 부모를 부르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시 학교로 불려 갔다. 학생 지도실에 들어서자 담임은 묘하게 실실 웃고 있었고, 어제 그토록 다퉜는데도 전혀 스스름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담임의 이야기는 이랬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거 같구나, 어제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마. 하지만 두 사람을 시험에 데리고 간 책임은 너희에게도 있으니, 이것은 너희가 책임지고 갚아 줘라.] 그렇게 말하며 그 오동나무 상자에 들어있는 회중시계를 테이블에 두었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예상대로, D와 E가 있는 곳에도 그 삐쭉 마른 상복의 여자가 나타난 건 확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 C가 당했던 것 이상으로 당했던 걸까. D와 E는 그날 아침에 역 근처에 있는 전당포에 회중시계를 팔려고 했지만 주인에게 의심받아 담임이나 홈스테이처 사람들까지 전당포에 불려 가게 되었다. 마침내 도망 칠 수 없게 되자, 사건의 진상을 자백했다고 한다. 그래서 담임의 태도가 바뀐 것이리라.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까지 말 그대로 농락을 당하고 그대로 실천할 마음 따윈 전혀 없었다. A가 [그럼 선생님이 답례로 가지면 되겠네요,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의무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대로 학생 지도실을 나갔다. 그 이후로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3가지 후일담이 있다. 우선 첫 번째. 방학이 끝나고 담임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개학식에서는 병 때문에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시계를 가져갔으니 아마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학교에도 못 나올 정도니까 크게 당하지 않았을까? 출가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확실한 진상은 잘 모르겠다. 그 후 내가 졸업할 때까지 담임이 학교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다른 교사가 우리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시계가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일은 세 번째 후일담에 말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적어도 그 집에는 시계가 없는 게 확실하다. 이어서 두 번째. 문제의 유학생 2명인데 놈들은 홈스테이를 끝내고 여름 방학에 모국으로 귀국했다. 그래서 그들을 배웅하러 학생회 임원 몇 명이 갔던 모양인데, 임원들 이야기로는 D와 E의 상태가 한눈에 봐도 이상했고 몸도 바싹 말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명 전부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리고 홈스테이를 했던 집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집 안에 향 같은 냄새가 자욱했고, 현관 부분에는 노골적으로 커다란 부적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D와 E의 부모님이 마중 나왔는데, 부모 이외에도 목에 묵주를 건 신부나 목사 같은 사람도 같이 따라와서 차를 타고 돌아갔다고 한다. 덧붙여서, 그 목사나 신부 같은 사람도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서 같은 나라 사람 같았다고 했다. 세 번째.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서 잘 몰랐지만 올해 다시 귀향하니까 그 집이 도로 확장 공사 때문에 부서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나랑 마찬가지로 본가로 돌아온 A에게 들은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중학교 때 A의 친구가 그 집 해체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한다. A가 궁금한 마음에 이상한 일은 없었는지 여러 가지 물었는데 작업하던 인부 중 몇 명이 상복을 입은 여자를 봤다고 말했다. 물론 A가 그 여자를 봤다는 사람들에게 생김새를 물어봤고 하나같이 여자의 생김새를 비쩍 마른 노파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 그 시계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물건이 현장에서 나오면 당연히 화제가 되는데 누구도 그런 것을 보거나 찾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마루 공간이나 상자는 친구도 기억하고 있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내 유년시절의 잊을 수 없는 추억담이다. 두서없이 막 써서 부족하지만,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http://blog.naver.com/outlook_exp/40196851816 괴담돌이의 괴담블로그 http://blog.naver.com/outlook_exp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7
[시리즈괴담] 상복의 여자 (2)
B의 방에 들어가서, B가 본 게 뭔지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벽에서 들리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벽이 아니라 천장에서 들렸다고.
그래서 소리 나는 곳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가만히 보는데,
그 천장에서 뭔가 검은 얼룩 같은 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B는 넋을 놓고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얼룩 같은 것에서
사람 손이 튀어나오면서 벽을 막 긁기 시작했다.
그다음 차례로 사람의 머리와 몸통 다리..
그리고 보니까 뭔가 상복처럼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왔는데,
보니까 체형이나 그런 걸 봐서 늙은 여자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천장에 거꾸로 붙은 채로 앉아 있었다.
물론 앉은 상태로 계속 벽을 긁고 있고..
B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오른손으로 내 왼쪽 어깨를 만지며
[내가 그걸 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그 노파가 나를 보더니 막 웃기 시작했어.
내가 그걸 보고 도망치자고 한 거야. 아, 진짜 그 얼굴 못 잊겠다.]
B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한순간 침묵했지만,
A가 [야, 그거보다 D랑 E가 문제야. 최악이야!]라고 말했다.
나도 갑자기 그 소리를 듣고 화가 났고 우리는 D와 E가 했던 짓을 욕하기 시작했다.
A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어서 화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내가 [저 애들. 그냥 도망만 간 게 아니야.
그때 발견한 시계도 훔쳐서 도망쳤어.]라고 말했다.
그날은 그대로 B의 집에 머물며 D와 E를 까는 말만 하면서 보냈다.
월요일. 학교에 가니까 D와 E는 예상대로 우리를 피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교실 밖에 나가고 다음 수업까지 돌아오지 않는 그런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D와 E의 이야기를 반 친구들에게 말했고
그때 처음으로 왜 여자들이 D와 E를 무시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D와 E는 여자들에게 반 남자아이들의 험담을 하거나 자기들 자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3일도 안 돼 D와 E는 반에서 완전히 따돌려졌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이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첫 번째 일은 B에게 나타났다.
B가 말하길, 한밤중에 자고 있는데 B의 방 창문이 있는 곳에
그 노파가 나타나서 밤새도록 유리를 긁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시간에 A에게도 찾아왔다고 한다.
그냥 창문을 긁기만 하고 다른 피해를 주는 건 아니었지만,
그 집에서 그 노파의 얼굴을 봤던 B는 아주 무서워했다.
내 방에 노파가 찾아온 다음 날 아침, 그 일을 교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A가 휴대지도를 보여 주면서 [여기가 B의 집. 여기가 빈집...]
그런 식으로 설명하기 시작했고 A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문제의 집에서 가까운 사람 집 순서대로 노파가 찾아오고 있어.]
[그럼 그 시계를 찾고 있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하지. 그런데 시계를 가져간 사람은 D랑 E야.
우리랑은 관계없어.]
C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맞아. 그런데 왜 우리한테까지 찾아오는 거야?]라고 말했다.
확실히 시계가 원인이라면 굉장히 불합리하다.
어쨌든 다음은 C가 사는 곳에 노파가 찾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일단 방에 소금을 담아두고 주의하라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D와 E에게 일어나는거지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D와 E가 홈스테이하는 집은 그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A가 했던 말이 더 확실해보였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C가 입원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 보니, 입원했다고는하지만, 다음날 퇴원 할 정도로 가벼운 부상이란다.
방과후 우리가 병원에 가보니,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C가 새파란 얼굴로 누워있었다.
의식도 있고 딱 봐도 대단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우리는 C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았다.
C가 밤에 자고 있는데, 우리가 겪었던 것 처럼 창문 근처에서 뭔가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다행히 C는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었고, 소금도 준비했기 때문에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는 곳이
창문 밖이 아니라 방 안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한 C가 창문 쪽으로 등을 돌리니까, 자신의 얼굴 바로 옆에
노파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고 한다.
C는 이대로 있다가 당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서 방에서 도망쳤고
1층으로 내려갔는데 노파가 C를 쫓아왔다.
그래서 아예 집에서 뛰쳐 나와 밖으로 도망갔다.
그냥 생각없이 나왔기 때문에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밤길을 계속 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문득 눈에 띈 작은 신사로 도망쳤고 신을 모시는 곳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C는 여기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노파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C가 있는 곳까지 와서 C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C는 [아, 시발.. 내가 이런 일로 죽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느순간 기절한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신사에 청소하러 온 할아버지가 C를 발견해서
그대로 병원에 실려가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C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 할머니가 아니야... 말라서 그렇지, 할머니가 아니었어.
분명히 젊은 사람.. 아마도 20대 정도?]
터무니 없는 말이었지만, 가장 어이없던 것은 안전하다가 믿었던
우리가 죽음의 위협까지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그냥 단지 우연으로 살아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행히 C는 그 이상으로 피해를 입은 건 없었고, 그 날 바로 퇴원 할 수 있었다.
다음날은 1학기 종업식이라 빨리 끝났다.
그러나 담임이 우리를 학생 지도실로 불렀다.
담임의 이야기는 이랬다. 우리가 D와 E를 데리고 빈집에 담력시험을 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D와 E를 무시했다고.
그리고 학교에서 두 사람을 도둑 취급하고 반 전원이 무시하도록 만들었다고.
최악이다. 그게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D와 E가 최근 그렇게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다니던데
그게 담임에게 고자질해서 우리를 완전히 나쁜 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담임은 D와 E를 부를 테니까 두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나도 A도 B도 C도 상당히 짜증 났지만,
우선은 오해를 풀어야 해서 담임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그대로 말했다.
하지만 전혀 상대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D군과 E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라며
성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 이야기는 처음부터 들으려 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사과 안 하면 내신도 깎고, 부모를 불러서 학생 지도까지 하려고 했다.
그 한마디에 우리도 완전히 열 받아서 담임과 말다툼을 했고 [부모님 부르세요! 불러요!]
대충 이런 말을 하고 학생 지도실에서 나갔다.
다음날 담임은 부모를 부르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시 학교로 불려 갔다.
학생 지도실에 들어서자 담임은 묘하게 실실 웃고 있었고,
어제 그토록 다퉜는데도 전혀 스스름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담임의 이야기는 이랬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거 같구나, 어제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마.
하지만 두 사람을 시험에 데리고 간 책임은 너희에게도 있으니,
이것은 너희가 책임지고 갚아 줘라.]
그렇게 말하며 그 오동나무 상자에 들어있는 회중시계를 테이블에 두었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예상대로, D와 E가 있는 곳에도 그 삐쭉 마른 상복의 여자가 나타난 건 확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 C가 당했던 것 이상으로 당했던 걸까.
D와 E는 그날 아침에 역 근처에 있는 전당포에 회중시계를 팔려고 했지만
주인에게 의심받아 담임이나 홈스테이처 사람들까지 전당포에 불려 가게 되었다.
마침내 도망 칠 수 없게 되자, 사건의 진상을 자백했다고 한다.
그래서 담임의 태도가 바뀐 것이리라.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까지 말 그대로 농락을 당하고 그대로 실천할 마음 따윈 전혀 없었다.
A가 [그럼 선생님이 답례로 가지면 되겠네요,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의무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대로 학생 지도실을 나갔다.
그 이후로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3가지 후일담이 있다.
우선 첫 번째. 방학이 끝나고 담임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개학식에서는 병 때문에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시계를 가져갔으니 아마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학교에도 못 나올 정도니까 크게 당하지 않았을까?
출가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확실한 진상은 잘 모르겠다.
그 후 내가 졸업할 때까지 담임이 학교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다른 교사가 우리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시계가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일은 세 번째 후일담에 말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적어도 그 집에는 시계가 없는 게 확실하다.
이어서 두 번째. 문제의 유학생 2명인데 놈들은
홈스테이를 끝내고 여름 방학에 모국으로 귀국했다.
그래서 그들을 배웅하러 학생회 임원 몇 명이 갔던 모양인데,
임원들 이야기로는 D와 E의 상태가 한눈에 봐도 이상했고
몸도 바싹 말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명 전부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리고 홈스테이를 했던 집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집 안에 향 같은 냄새가 자욱했고,
현관 부분에는 노골적으로 커다란 부적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D와 E의 부모님이 마중 나왔는데, 부모 이외에도 목에 묵주를 건
신부나 목사 같은 사람도 같이 따라와서 차를 타고 돌아갔다고 한다.
덧붙여서, 그 목사나 신부 같은 사람도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서
같은 나라 사람 같았다고 했다.
세 번째.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서 잘 몰랐지만
올해 다시 귀향하니까 그 집이 도로 확장 공사 때문에 부서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나랑 마찬가지로 본가로 돌아온 A에게 들은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중학교 때 A의 친구가 그 집 해체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한다.
A가 궁금한 마음에 이상한 일은 없었는지 여러 가지 물었는데
작업하던 인부 중 몇 명이 상복을 입은 여자를 봤다고 말했다.
물론 A가 그 여자를 봤다는 사람들에게 생김새를 물어봤고
하나같이 여자의 생김새를 비쩍 마른 노파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 그 시계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물건이 현장에서 나오면 당연히 화제가 되는데
누구도 그런 것을 보거나 찾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마루 공간이나 상자는 친구도 기억하고 있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내 유년시절의 잊을 수 없는 추억담이다.
두서없이 막 써서 부족하지만,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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