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성 / 미나토 가나에 *

irish15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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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림에 사랑이 흘러넘친다면 그건, 나와 아버지가 네게 사랑을 듬뿍 주고 키워서가 아니라 네가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일 거야.” (11p)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엄마는, 이 세상에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너를 가졌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 두 배로 기뻐. 내 생명이 지금보다 더 먼 미래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걸. 어릴 적에는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끊임없이 고민했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이대로 죽어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내가 이 세상에 있으나 없으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나란 존재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너를 가졌을 때 생각했단다. 나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해도, 내 아이가 무언가 남길지도 모른다. 내 아이가 남기지 못해도 내 아이가 낳은 자식이 무언가 남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려면 나라는 존재가 먼저 있어야겠지. 번듯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만 하는 거야. 역사 속에 점이 아니라 선으로 존재할 수 있다니, 이렇게 멋지고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겠니?” (25p)

 

 

“모성이란 무엇일까.

옆자리 국어 선생님에게 사전을 빌려 찾아보았다.

 

여성이 자기가 낳은 자식을 보살피며 키워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인 성질.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자식의 돈을 빼앗아 파친코를 하러 다니는 여자도 이러한 성질을 갖추고 있을까. 세간에서는 여자, 암컷에게 모성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취급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선천적으로 모성이란 것 자체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고, 여자를 가정에 묶어두기 위해 남자가 제멋대로 만들어내고 신성화한 속임수를 가리키는 단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면서 체면을 차리려는 인간은 모성을 의식해서 익숙해지려 하고, 체면을 차리지 않는 인간은 그 단어의 존재조차 무시한다.

 

모성은 인간이라면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학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모성애가 없다고 지탄받으면 그 엄마는 학습 능력이 아니라 인격을 부정당하는 착각에 빠져서, 자기는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틀림없이 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말로 위장하려고 한다.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기른 딸...” (55p)

 

 

““싫어요, 싫어. 저는 엄마를 구하고 싶다고요. 아이는 다시 낳으면 되잖아.”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을까?

두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물론 그렇게 할 것입니다.

한 사람밖에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를 낳아준 이를 구하는가, 자기가 낳은 이를 구하는가. 이 결단을 내리는 데 제가 얼마나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느꼈는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래가 창창한 이를 남겨야 한다는 등 엄마라면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등, 탁상공론 따위는 딱 질색입니다. 그런 사람은 분명히 어느 쪽도 구하지 못한 채 도망칠 것입니다.” (73p)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대체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울을 보자 여드름투성이인 얼굴이 비쳤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엄마가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엄마에게 미움받는 내가 미웠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나의 존재를 받아줄까 고민했다.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나라도 나를 인정해야 한다. 내가 나를 좋아한다.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된다. 엄마처럼 되면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언젠가 엄마도 나를 좋아해줄까.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다. 무엇을 생각하든 종착지는 언제나 같았다.” (223p)

 

 

“동시에 결혼 전에 다도코로가 말한 ‘아름다움 집’도, 어떤 모습인지 막연하게나마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정원에 계절별로 꽃이 피고, 말끔히 정돈된 실내의 모습은 시댁이나 고지대의 집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다도코로는 그런 것을 가리켜 ‘아름답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족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아름답다고 한 건 아니었을까요. 폭력과 성난 목소리가 난무하지 않는, 마음 편안하고 자기를 자유롭게 하는 보금자리. 다도코로가 그런 보금자리를 원했다면, 고지대의 집은 저뿐만 아니라 다도코로에게도 이상적인 집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집’을 완성한 것입니다.” (2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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