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修理(수리)

핫뇽2013.10.01
조회13,312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가을하늘도 참 이쁘고

가을바람도 살랑살랑 기분좋고

참 외롭고 좋네요..

 

남은 오후도 힘내세용안녕

 

 

 

출처 : 웃대 - 황금우산 님

 

 

 

 

 

 

 

 

 

 

 

 

 

녀석은 내게 다짜고짜 노트북을 들이밀었다.

먼지가 쌓이다 못해 굳어져버려 기분 나쁘게 변색되어버린 민수의 노트북은

 

작년에 출시된 새 모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 두 눈을 의심케 했다.

 

말 없이 안경을 고쳐 쓰자,

 

녀석의 당황한 눈빛이 잔상으로 나타났다.

 

 



“미안, 부탁할 사람이 너 밖에 없어서”

“그러니까… 부팅이 아예 안 된다?”

“너가 있는데 수리기사 부르는 건 사치잖냐. 이번에도 신세 좀 지자”

 

 



땀으로 얼룩진 민수의 손이 덥석 내 손을 휘어잡았다.

 

곧바로 손을 빼내서 녀석의 정수리를 향해 정조준 했지만,

뒤늦게 허리춤에서 꺼내든 녀석의 지갑을 보고 이내 관두었다.

 

민수는 지갑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야~ 우리 불알친구 아니었냐? 나름 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네?”

“미친. 뭐 하러 갖고 다니냐? 남자끼리 창피하게”

 

 



배경이 바닷가인 사진 속 두 꼬마는 온 몸이 물에 흠뻑 젖은 채,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얌전히 서있는 나와 달리,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서 있는 민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끼가 다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깐 노트북도 이 모양이지. 분명 게임 하다가 던지거나 다른 용도로 썼을 거야.

 


“난 그래도 너가 애인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

“아부 그만 떨고 나중에 술이나 사라”

“그럼 부탁할게. 친구”

 


인사도 없이 들어와서 인사도 없이 나가는 녀석의 뒤통수에

 

시원한 욕 한 바가지를 퍼붓고 싶었지만,

 

내 성질만 돋구는 쓸데없는 짓이었다.

 

민수가 남기고 간 노트북에 대신 화풀이를 하듯, 우악스럽게 집어 열었다.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것은 그렇다 쳐도,

 

자판마다 붙어있는 얼룩과 금이 가 있는 액정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러니 고장이 안 날수가 있나’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자판을 닦았다.

 

곧이어 묻어 나오는 누런 것들은 염치없게 잘 닦여지질 않았다.

 

힘줄을 세우고 때를 밀 듯 문질렀다.

 

특히 모서리 부분의 케찹을 흘린 듯한 얼룩은 머리에 핏줄을 생기게 만들었다.

정작 노트북을 고치는 시간은 20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청소하는 것으로 나머지 40분을 썼다면 말 다했다.

꾸역꾸역 1시간을 다 채웠더니,

 

온 몸이 피로해 지면서 소파에 눕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돼 버렸다.

빙글빙글 헛도는 천장이 최면을 걸어 왔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투덜거렸다.

 


“시발, 자기가 좀 고쳐서 쓰면 안 되나?”

 

 

 

 


작게는 볼펜부터 시작해서 결국엔 노트북까지.

 

민수가 부탁하는 물건들은 규모가 점점 커졌다.

언젠가 수업시간에 끙끙 앓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옆을 쳐다보니, 민수가 손이 까맣게 물든 채로 볼펜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심심해서 분해해버린 볼펜을 다시 조립하지 못 한 모양이었다.


‘내가 조립해줄까?’

‘너 이거 할 수 있어?’

‘당연하지’

 

 


녀석이 보는 앞에서 순식간에 볼펜을 조립해버렸다.

 

허무하게 보고 있던 민수의 눈빛이 곧 동경의 눈빛으로 바뀐 것을

 

알아 차렸을 때 그만 뒀어야 했는데,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다음 날 한쪽 스피커가 떨어져나간 이어폰을 내 책상위로 슬며시 올려 놓던 민수의 얼굴에는,

 

지금처럼 지어 보이는 엷은 미소가 서려있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이 자식, 뭐하고 있는 거야?”


노트북을 맡긴 지 사흘이 지나도록 녀석에겐 전화나 문자 한 통 없었다.

심심할 때마다 불티나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욕 하는 사이에,

 

오히려 적막한 전화기가 너무 낯설었다.

직장 일로 바쁘게 살고 있겠지 하며,

 

전화기를 침대 위에 던져두고 나도 같이 몸을 던졌다.

천장에 박혀 있는 형광등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또다시 신경이 쓰여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민수 대신에 대답하는 젊은 여성의 메시지는 나로 하여금 단념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알아서 찾아 오겠지…’

 

 

 


책상에 올려 놓은 녀석의 노트북을 슬쩍 훑어보고 거실로 나왔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해진 채로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도 할 수 없었다.

정수기에 컵을 올려놓고 냉수를 받는 순간에,

 

집 안을 울린 것은 다름 아닌 초인종이었다.


“누구세요?”

“택배 왔습니다”

“네, 잠시만요”

 

 

 


현관문을 열자 커다란 상자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는 배달원의 모습이 눈에 나타났다.

방금 받아놓은 냉수를 나보다 더 필요로 할 것 같은 배달원에게 권하자,

 

그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유난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쇼핑몰에서 물건 사는 것을 좀 자제해야겠어.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내가 물건을 주문했던 기억은 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사실 너무 무거워서 고생 좀 했거든요.

아 참, 여기 이것도 있어요. 그럼 수고하세요”

 

 

 



남자는 멀뚱히 서 있는 나와 상관 없이 품 속에서 꺼낸 흰 봉투를 상자 위에 올려놓고 사라졌다.

누군가 나에게 보낸 커다란 크기의 택배에 눈이 떼어지지 않았다.

 

서툰 솜씨로 밀봉되어 있는 상자의 테이프는 분명 선물이 아님을 나타내고 있었다.

 

상자 위에 올려 놓아진 흰 봉투를 열어보았다.

이내 편지 한 통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스르르 딸려 나왔다.


‘어제 좀 심하게 다뤘더니 고장 나버렸어. 미안한데 이것도 좀 고쳐줄 수 있어? 우린 친구잖아’







 



편지와 함께 떨어진 사진의 주인공이 민수의 여자친구임을 깨달았을 때에는,

그 사진이 상자 모서리에서 나오고 있는 붉은 액체들로 흠뻑 젖고 난 뒤였다.

 

 

 

 

 

 

 

 

 

댓글 12

뿅뿅오래 전

허르 ㅜㅜ 징글징글징글이 민수

요단강사색향기오래 전

민수시키나쁜시키~!~!~ 민수똘아이?고칠걸 고쳐달래야지.ㅋㅋㅋ 그리고보면 핫뇽님판엔 민수란 이름이 거의 쥔고이양~~ 나쁜짓만 골라하는 쥔공ㅜㅜㅜ

더버라오래 전

수리수리마수리

ㅇㅇㅇ오래 전

그렇게 주인공의 작업이 시작되고, 여자친구의 애인은 살아나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는데... 뚜둥뚜둥

살랑살랑오래 전

그나저나 이친구 직업이 머기에 ㅜㅜ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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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오래 전

으헐 왠일이야.. 또 다시 비가 올 것같은 그런 날이네요~ 핫뇽님도 오늘 하루 마무리 잘하세요~^^

여우비오래 전

헐... 또... 또라... 이...?

즐거운다람이오래 전

망할놈에쉐끼쉐끼! 친구라는 이름아래 쓰레기를 두었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눈먼시계공오래 전

외롭고 좋은날씨란말에 웃음 빵ᆢㅎㅎ 아무래도 핫님도 내가 수리를 좀 해얄듯ᆢ 항상 스마일 즐겁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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