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2013.10.01
조회1,271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사는 회사원, 평범한 20대 중반 여자사람입니다.

저는 모태솔로는 아니구요. 21살 때 딱 2번 사겨봤어요.

처음에 한 번은 그 남자가 제 앞에서 바람피는 목격하고 어이없게 헤어졋구

두번째 마지막 사람은 1년정도 사겼는데 그 사람은 저 말고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일단 가장이라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지금이나 그 때나 많지 않은 딱 150만원으로 아버지까지 책임지고 있었거든요. 일단 가정환경이 여유가 없었고 장거리 연애였거든요. 서서히 지쳐갔던 거 같아요.

그러다 큰 싸움으로 헤어졌구요. 그 뒤로 제가 몇 번 매달려봤는데 그 사람은 정말 냉정하게 바로 돌아서더라구요. 그리고 한 1년여를 힘들어 했어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술만 먹다 보니 몸무게가 37키로까지 떨어지데요... 이것도 상관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그 때쯤에 뭘 자꾸 계속 잊어버렸거든요. 핸드폰은 한 세 번정도 잊어버리고, 디카에 엠피까지 몽땅 다 잊어버리고 다녔어요.

그렇게 힘들어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그 뒤로 한창 예쁠 때에 연애경험이 없더라구요.

남자는 많이 만나봤어요. 그 사람도 잊어버렸으니까 이제 다른 사랑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웬만해선 남자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다 잡아서 모든 자리에 다 나갔어요. 근데 안 되더라구요.

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람이 조금만 더 다가온다 싶으면 도망가는 거에요. 조금만 가까워 진다 싶으면 연락을 피하게 되요.

저는 아직도 그 사람과의 이별에서 그 상실감을 잊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 사람은 잊었는데도요.

그게 무서워서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 지 간에 저는 제가 마음을 주기 전에 믿어버리기 전에 좋아버리기도 전에 피해 도망가버리는 거 같아요.

저는 말 그대로 '연애불능자' 가 된 거 같았어요.

그러다 얼마 전에 소셜로 알게 된 남자가 한 명 있었어요. 저는 서울이고 그 사람은 수원사람이었지만 전화하고 메신저 하면서 마음도 말도 잘 통하더라구요. 그 사람도 싱글이었구요.

그래서 어렵게 한 번 만났는데 그 뒤로 그 사람이 정말 연락도 자주 하고 애정표현을 자주 하더라구요. 저도 조금씩 마음 열고 한 달 동안 세 번정도 만났어요.

며칠 전엔 제 생일이라 미역국까지 끓여서 서울에 왔더라구요.(2시간정도 걸린데요) '정말 이 사람 나 좋아하는 구나. 이 사람이라면 이별을 먼저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나도 다시 연애라는 거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까지 했거든요.

근데 제가 술 취할 거 같으면 앞뒤 생각안하고 그냥 집에 가버리는 술버릇이 있거든요. 그런 걸 귀소본능이라고 하죠? 처음 만났을 때도 제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이 그 날도 '나 언제 버리고 갈거냐?'고 농담하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놀다가 제가 또 술이 좀 되서 택시를 타고 그냥 집에 와버렸거든요. 그 다음날 원래 같이 공연보러 가기로 했는데 전화해서는 취소했냐고 그러는 거에요. 화가 난 거 같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나도 좀 미안하더라구요. 아무리 알고 있었어도...

그래서 내가 메신저로 갑자기 그렇게 가버려서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고 했거든요. 근데 그 사람이 선물은 어떻게 주냐는 거에요. 선물을 인터넷으로 시켜서 그 다음날 그 사람 집에 오기로 했었거든요. 나는 미안해서 (그리고 선물 줘버리고 다신 안 볼 사람처럼 말하길래) 안 줘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한동안 연락안하더니 제가 준 명함에 써있는 회사주소로 오늘 택배로 보냈네요. 제가 선물했던 책이랑 같이요.

이거 어떻게 생각해야 해요? 정 떨어졌으면 굳이 안 보내줘도 될 걸 회사까지 택배에 보내고..

본인이 그냥 필요없어서 그런 걸까요? 저한테 감정이 남아있긴 한 건가요? 그건 아니겠죠?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허무하게 가버리네요. 그 사람의 고작 그만큼의 감정이라면 시작하지 않은 게 잘 된 일일까요?

진짜 매일 판 읽기만 하고(사실 댓글도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처음으로 써 보는 거라 엉망진창인 글이지만 제 3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어서 글 써봤습니다.

나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적당한 충고는 새겨 듣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