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다름없는 나는 고3이다. 주변이 어수선하고 마음은 붕 떠서 막연한 미래가 두렵기도 한 반면에 또 젊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기대되기도 한다. 지난 여름방학에 나는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기 위해 방학중에도 학교엘 드나들었다. 난 평소에 여자같은 것은 관심도 없이 혼자서 조용히 할 일 하는걸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다. 상반기에 취업에 도전하였으나 주변의 기대는 물론이고 나 자신마저도 실망시키고 말았다. 그래, 나는 비루한 취업준비생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던 때가 아마 작년 그 맘때 즘, 작년 8월이었을 것이다. 학생회 면접을 보러 온 그녀는 예쁘지만, 매우 조용해보이는, 아쉽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여 이미 예비합격자가 있었기에 뽑아줄 수가 없는 들러리였다. 그녀는 천상여자였다. 내가 꿈꿔온 나의 이상형이지만 현실에선 참 재미없게 사는 듯해 보이는 그냥 동갑내기였을 뿐이다. 그녀는 내 바쁜 일상 속에서 그냥 그렇게 잊혀졌다.... 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학교에, 아니, 요즘 세상에 아직도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했다. 학교에서 마주쳐도 아는척 안하고 그냥 지나쳤지만 그 때부터 내 가슴엔 사랑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금방 겨울방학이 되고 졸업반이 됐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난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꼭 멋진 회사에 취업해서 그녀에게 멋지게 고백하리라는, 우습지만 나름 진지하고 또 간절한 그런 목표였다. 그러나 난 너무 자만하고 있었다. 근거 없지만 나는 될거라고 안일한 생각에 빠져서 결국엔 모두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야 말았다. 쪽팔리기도 했지만, 그 때 내가 떨어져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 편으로 들기도 한다. 그 때 붙었으면 난 콧대가 하늘을 찔러서 밥맛 없는 인간이 됐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내 목표가 좌절되었다. 한동안은 너무 우울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결국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나와 같은 보충수업을 들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 그녀는 정말 예뻤다. 긴 생머리, 하얀 피부, 적당한 165의 키, 그리고 앞니가 살짝 드러나는 토끼같은 웃음. 미쳤다.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냥 그녀를 구경하다가 집에 갔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녀 앞에서 이상하리만치 나는 작아졌다. 말을 걸기도, 인사 하기도 너무 어려웠다. 그녀의 친구이고 혹은 나와도 명목상 친구인 다른 여자아이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서는 괜히 그녀를 물어봤다. 참 병신같고, 그 친구에게 참 미안한 일이다. 찌질함의 정석, 프로토스 박정석도 울고가고, 수학의 정석 저자이시자 상산고 이사장님이신 그 분께서도 인정하실 수 있는 찌질함이었다. 역시 나는 까였다. 찌질이의 찌질한 최후였달까. 학교엔 금방 소문이 났다.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면서 연마한, 나름 나는 나 자신의 멘탈이 튼튼하다고 자부했는데도 내 멘탈은 산산이 조각났다. 아니, 순대국밥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순대는 그냥 먹는걸 좋아한대서, 다음에 같이 오돌뼈 먹자고, 그냥 좋아하게 생겼다고 말했을 뿐인데, 너는 왜 밥도 안먹을 거면서 응이라고 말했냐는 말이야. 나는 시도 잘쓰고 소설도 잘쓰고 랩도 잘하고 밥도 잘먹고 싸트도 잘풀고 못하는 게 없는데!! 너는 왜 나를 싫어하냔 말입니까. 한국인들, 참 잘해요. 자동차도 잘만들고, 선박도 잘만들고, 경제도 잘하고, 정치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데 왜 딱 하나, 연애는 못하냐는 말입니까. 여러분, 제가 말입니다. 일베충이 아니예요. 일베충이 아니지만서도!! 자꾸 나를 일베충이다라고 쭉빵하는 애들이 모함하면, 저는 일베충이 된 거에요. 여러분, 저희 집이, 아버지가 장남이십니다. 차례 지낼 때도 저희는 청주로 청하 밖에 안써요. 내가 처음 마신 술도 차례 지내고 아버지가 따라주신 청하라는 말입니다. 아 내일은 꼭 인사할 겁니다. 여러분, 제가 사랑을 합니다. 그 애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말이예요. 아, 저는 말입니다. 우리 엄마가 참 사랑하는 착한 아들이예요. 학교 강당 무대 위에서, 야 기분좋다!! 이거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이런 선량한 시민을 일베충으로 몰아세워시 마녀사냥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여러분, 사랑은 저를 살게 합니다. 여러분, 사랑은 저를 죽일 수도 있어요. 지금 사랑힌지 않는 자, 모두 유죄입니다. 이 말이 맞아요. 판춘문예.... 좋은 겁니다.
지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