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식은걸까. 너무 착잡하다

miao2013.10.03
조회3,671

오빠가 군대에 간지 벌써 반년도 넘었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더니

난 그말에 맞았나봐

오빠가 군대간다고 했을 때도 이런 걱정 많이 했었는데

내가 걱정했던 대로 마음이 조금씩 계속 식어가

일년간의 길다면 긴 연애기간 후에 보내는 군대였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 7개월의 장거리 연애에 솔직히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거든

생각해보니 지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오빠 얼굴을 본게 채 10번도 안 된 것 같네

사귀는 내내 내 무심한 성격 때문에

오빠의 투정부리는 성격때문에

크고 작게 다투긴 했는데

그래도 그땐 항상 연락할 수도 있고

둘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까

우리 둘다 서로를 많이 좋아하니까

결국 웃어넘기곤 했는데

군대에서는 그게 안되니 늘 쌓이고만 있는 것 같아

훈련소 들어가는 날,

그 전날밤 까지 생각보다 너무 담담해서

오빠도 티는 안냈지만 약간 서운해했었잖아

근데 막상 입대날되니 어떻게 멈출 수도 없이 펑펑 울어서

오빠가 계속 괜찮다 괜찮다 하고 달래줬었는데

한 일주일까지 카톡소리나면 오빤가 싶어 바보같이 확인하고

매일 매일 손편지 한통씩 꼬박 꼬박 써주고

인터넷 편지도 하루에 게시글 다섯개, 여섯개씩 130개도 넘게 썼었는데..

내 편지 받고 자랑했다고하고 고마워하고 기뻐하는 오빠가 보기 좋아서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인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설레던 오빠 편지가

어느 순간 그냥 아 또 왔구나.. 싶고

바로 읽지도 않고 하루이틀 미루게 되고

편지지 한장 빈 여백을 채우는게 힘들어지고

오빠 전화를 못받아도 전만큼 아쉽지 않고

잔뜩 쌓여있는 부재중 전화를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집착적으로 전화를 할까... 이런생각이 들더라

전화를 받으면 지난번에 왜 전화 안받았어? 하는 시무룩한 투정에

예전엔 그렇게까지 내 목소리 듣고 싶었나 보다 하고 괜시리 기뻣는데

이제는 지난 일 가지고 왜이러냐 기분이 상하고

면회는 언제오냐, 택배는 언제 보내냐, 오늘은 이게 힘들었다, 저게 힘들었다

좋고 유쾌한 이야기 하나 없고 내 안부 한번 안물어보는 전화에도

늘 나보다 더 힘드니까 군인이니까 좋아하니까 받아주는거 당연하고 하나도 안힘들었는데

이제는 솔직히 지친다

나도 밖에서 정말 힘들고 지칠 때가 많은데

누군가 나에게 기대는게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어

근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한 것 같아

그냥 아무 느낌도 감정도 없다는 듯이

그런 느낌이야

전화로, 편지로 내 변화에, 내 무심함에 서운해하는게 잔뜩 느껴지고

어떨 땐 마음아파 체념하기도 하고 슬퍼하는게 느껴지고

가끔 답답해하면서 화를 낼 때, 그런 오빠를 보면서

별 감정 없는 내가 느껴져

삐지고 화내면 예전엔 진짜로 미안하고 크게 화낼까 무섭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화내던지 말던지 삐지던지 말던지

이런식이더라

예전엔 주변에서 헤어질꺼다 오래 못갈꺼다 하는 농담식의 말에

진짜로 기분상해하고 화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지 그런가보지하면서 웃어 넘기더라

그래도 오빠는 여전히 이런 날 많이 좋아해줘서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려고 하는 모습이

전화기 넘어 목소리에 그게 다 느껴져서

이런 생각하는 내가 미안해

오빠는 남자친구로서 정말 좋은 사람이고 헤어지면 결국 후회하는 건 나일꺼야

머리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감정적으론 식어가는게 느껴져서 그런 내가 답답하다

오빠가 나를 좋아하고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게 제일 좋은데 자꾸 왜이럴까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건지, 그저 권태기인건지

미안해서 그냥 헤어지지 못하는 건지, 그냥 내가 조금 지친 것 뿐인건지

잘 모르겠어

내가 이런 상황인 것도 이런 마음인 것도 다 싫다

너무 힘들고 지쳐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