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자 혼자 떠나는 파이팅 넘치는 여행기

덥다20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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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기위해 여행을 다니는 20대 직장인임ㅋㅋ 

 (내 자전거 퍼랭이. 똥이 아님.)

 

 학생 때 돈 없어서 차비대신 튼튼한 팔다리, 밥값대신 코펠을 들고 십 년 묵은 똥 자전거와 함께 2박 3일로 시작했던 자전거 여행이 이제는 나에게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음. 그래서 취업 후 첫 여름휴가 계획도 코스만 다를 뿐 전부 자전거 여행이었는데,

 

1. 강릉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탄다.

2. 부산에서 강릉까지 자전거를 탄다.

3.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한다.

 

요 세 가지 중에서 뭘 할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음.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음. 여행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였던 스쿠버다이빙 때문인데 단기간에 교육을 끝낼 수 있고, 내 예산 범위(다행히 위메X의 도움으로) 안에 들어가야 했음. 그래서 제주도로 결정하게 되었고, 인천항에서 제주도로 떠나는 배표를 예매하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표가 없어당황 인터넷 뒤져보면서 겨우 여행사 통해서 예매를 하려는데 당일예약은 안된다고 전화해야 된대서 허둥지둥 대다가 은행일도 보고, 짐도 아직 안 쌌고, 친구에게 맡겨놓은 자전거도 찾아야 해서 암튼 되게 정신없었음.

 

 그래서 울 엄마는 내가 제주도를 간다는 걸 (당일취소거나 일주일 이내 취소라)환불이 안 되는 모든 입금이 끝나고 떠나기 세 시간 전 쯤 알게 되었음. 왜냐면 난 정신이 없었고 나도 내가 제주도에 간다는 걸 다섯 시간 전쯤에 알았으니까.

 

  그렇게 후다닥 준비를 끝내고 나니 또 다른 걱정과 고민이 몰려왔음. 사실 난 이번 휴가를 못 갈 수도 있었음. 제주도 떠나기 이틀 전 병원에서 퇴원했고 입원했던 이유가 교통사고 였기 때문임. 그것도 자전거 타고 가다가 차에 치임. 그래서 한 열흘 누워있었나? 오만검사 다 하고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겉보기엔 멀쩡하고 일상생활 또한 전혀 지장이 없으며 운동해도 된다 그랬고 그럼 자전거도 타도되는 걸 거고, 심지어 잠수도 해도 된다고 했음(내가 물어봄ㅋ).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추진했지만 막상 말을 하려니까 더 나중에 하고 싶어지는 거임. 집에서 자전거 내다 버린다고 자물쇠 비번대라고 하도 협박해서 친구한테 니네집에 좀 맡아 달라 했을정도로. 그런데 잘 다녀오라고 할 것 같지가 않았음. 그래서 집에다가 스쿠버다이빙 하러 제주도 간다고 말하고 나옴. 나머지 일정은 제주도 관광한다 함음흉음흉

 

  그렇게 헬멧을 배낭에 숨겨서 집에서 나와 근처에 숨겨놓은 자전거를 타고 난 인천항으로 떠남. 그리고 삼십분만에 도착ㅋㅋ 표 받았다 신난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위해 엄마한테 콜함. 배 탔다고. 퍼랭이도 같이 탔다고. 엄마는 너 그럴 줄 알았다 하심ㅋㅋ 그리고 조심히 다녀와라로 시작해서 뭘 먹고 보고 잤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하라는 말을 길게 늘려서 하심윙크

 

 기다리던 시간도 끝나고 자전거를 화물칸에 싣고 부푼기대를 안고 배에 올랐으나, 나 너무 늦게 올라옴.당황당황당황 열 세시간동안 배타는데 혼자 뭔 재미를 누리겠다고(가 아니라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고) 제일 저가 등급 표를 샀는데, 거기는 이미 풀 방임. 빼곡히 깔려있는 담요에 내 자리따위 존재하지 않음. 선실 내 소파에 앉아있다가 로비로 나갔다가 갑판 갔다가 카페도 갔다가 오만데를 다 돌고 더 이상 할 게 없던 내 눈에 제주도 안내책자가 눈에 들어옴. 알다시피 난 당일예약, 당일출발, 무계획 상태이며 앞으로 열댓시간은 혼자 있어야했음. 전화도 카톡도 수신이 됐다안됐다 지맘대로라서 나에게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음. 잠도 못잠. ㅇㅇ 구매함짱

 

 나는 한적한 복도에서 의자에 앉아 안내책자와 지도를 펴들었음. 그리고 안내책자와 함께 산 모나미펜으로 가고싶은 곳에 똥그라미를 치기 시작함. 더우니까 동굴에는 가야해 만장굴? 똥그라미, 근처에 미로공원이있네? 똥그라미, 성산일출봉 뭔지 암 똥그라미 ㅇㅇ

 

 그리고 제주도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일행을 만나게 됨. 배낭에 헬멧달고 지도에다 뭔가를 끄적이는 내 모습에 내가 되게 제주도와 자전거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줄 알고 말을 걸으셨다는 분이었음ㅋㅋㅋ 사실 나도 처음인데부끄  어쨌든 말을 트게 되었고 친구 둘이서 제주도로 여행을 왔으며 자전거를 렌트해서 제주도를 여행할 예정이라고 하심. 그렇게 우리는  여러 대화와 맥주와 갑판의 강풍속에서 내일 같이 자전거를 타기로 함. 그리고 표에는 없는 무지막지 넓고 사람은 적은 선실을 알려주어 편하게 잘 수 있었음.

 

 그리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본 일몰과

 

 일출,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제주도

 

 

 끊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었는데, 진짜 내가 못쓰는건지 더럽게 오래걸리네요. 시작도 안했는데 세 시간이 지나버리는 건 무슨경우임. 폐인

그래서 다시 이어쓰기 함.

 

 

 

 그리하여 인천에서는 분명히 혼자 탔는데 내릴 때는 셋이 내리는 신기방기한 일이 일어남ㅋㅋ 새로 생긴 일행들이 예약한 자전거 렌탈샵에서 픽업이 왔고 우리는 제주항 근처의 렌탈샵으로 이동해서 자전거를 빌렸고 그길로 밥을 먹으러 ㄱㄱ함. 근데 먹은지 오래되서 이게 뭔지 이름 까먹음. 암튼 제주도에서 먹은 첫 끼였음.

 

 그리고 새로 만든 일행 덕분에 성수기 토요일에 당일예약으로 숙소를 잡을 수 있게 되었음. 그런데 시내에서부터 길 잘못들어버림ㅋㅋ 해안도로나 (첫날부터 막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탔던)1332도로를 타야했는데 엄한데로 빠져서 시작부터 업 힐. 변명하자면 난 입원을 열흘인가 했고 퇴원한 지 사흘 밖에 안되서 허벅지가 카스테라처럼 말랑말랑해져 있었음ㅋㅋㅋㅋ 기어변속 타이밍도 놓쳐서 결국 끌바. 나 잘탄다고 입방정 떨었는데 후회되고 부끄러고 창피함ㅠㅠ 그리고 더 이상의 끌바는 없다 다짐하며 경유1번까지 열심히 올라갔는데 거기 옆에 오름있음ㅋ 붉은오름.

 

 그와중에 일행중에 한 명이 낙오되시는 바람에 서우봉해변인가 김녕해수욕장에서 다시 만났다가 곧 다시 자진낙오 하시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게 되었음. 제주도 첫 라이딩 후기는 음... 바람이 정말 많이 부는구나. 였음. 해안 쪽으로 나가자마자 역풍맞고 멘붕옴ㅋㅋㅋ

 

 

 그리고 도착한 게스트하우스 둥지에서 난 약간의 오해를 하게 됨. 숙소에 도착해 짐 풀고(2층밖에 자리가 없었음ㅠㅠ 다리 후들려서 사다리 잡은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감) 씻고 한 숨 자고 기다리고 고대하던 그! 파티시간이 왔음. 여기는 방갈로 식으로 다 건물이 떨어져 있어서 파티하는 그 건물로 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여기 직원 참 많다 생각했는데, ㄴㄴ 직원아님. 다 말 그대로 게스트임ㅋ  나도 주방으로 소환되어 골뱅이소면을 만들기 시작함ㅋㅋ 내 인생에 첫 골뱅이소면이었음. 제주도에서 그것도 식당 주방에서 만들게 될 줄은 몰랐음.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섞여서 소금통을 건네주고, 양념장 맛을 보여주고 그리고 포스 쩌는 주인님의 튜닝을 거쳐 완성된 내 골뱅이소면과 다른사람들의 짜장떡볶이, 찜닭, 김치전 등등ㅋㅋ 메뉴도 다양하고 술도 다양한 그런 파티가 시작되었음. 물론 고기도 당연히 있었음. 그건 없으면 안됨.

 

 그렇게 한라산도 마셔보고 멍뭉이랑도 놀면서 시간은 어느덧 열두시가 되었음.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자전거는 쭉 혼자 타게 됨. 하루일행이었던 그분들은 내일부터 차를 타기로 하셨기 때문방긋

 

 나는 다음 날 성산일출봉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방으로 돌아갔고 세시간 잤나? 그리고 일출 시간을 네이X로 검색한 후 시간(을 멍청하게) 맞춰 나옴. 그리고 (멍청하게) 일출 오 분 전에 도착함. 난 성산일출봉이 그렇게 높은지 몰랐음. 잘 모르겠지만 5분 만에 올라갈 높이는 아닌 듯 해 보였고, 난 걷는거 뛰는거 질색팔색 하며 등산은 그 중간 쯤으로 싫어함. 표는 끊었고 고민하는 차에 해가 뿅하고 떠버림해 

 

아쉬움을 뒤로하며 근처 식당에서 오분자기 뚝배기를 먹음. 전복사촌이래요. 우와 하면서 먹었는데 이틀 뒤에 난 또 오분자기 먹음. 스쿠버다이빙 교육받다가 짬뽕 배달해서 먹었는데 거기서 오분자기와 재회함ㅋㅋ (그런데 저기 안에 새우사촌같은거 먹는거 맞아요? 그냥 국물만 내는건가. 애 철갑두른 줄 암)

 

 

 배부르게 먹고 정말 천천히 먹고 나왔지만 성산에서 우도가는 첫 배를 타려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했음. 일출보겠다고 나왔다가 일출은 보지도 못하고 배는 기다려야되고 하...실망

 

그리고 도착한 우도! 내리자마자 비옴ㅋ 그래도 꿋꿋하게 난 이 미니제주도를 한 바퀴 다 돌아 일주해서 나갈거임 하며 갔는데 막다른 길 나옴ㅋㅋ 그 타이밍에 맞춰 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지기 시작함ㅋㅋㅋ

 

 

 일단 다시 항구쪽으로 피신하고 외부노출 계단 아래서 비를 피함. 그리고 가까운 카페에 가서 비가 잦아들 때 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하고 오분도 안되서 도착함. 정말 가까웠음짱 노닐다라는 카페였는데 게스트하우스도 같이 하는 곳이었음. 비 쫄딱맞고 들어가려니 죄송스러웠지만 다행히 천의자가 아니었을걸? 그러니까 앉았겠죠? 왜 확실히 기억이안나지땀찍 암튼 정말정말 너무 친절하신 사장님이 계셨음.

 

 커피 하나 딸랑 주문해서 밍기적 거리고 있는 나에게 아침 안드셨지 않냐며(오분자긱 먹었어요라고 말 할 타이밍을 놓친거임) 머핀을 서비스로 주시고, 숙박속님 조식서비스로 새로 구운 머핀 가져다 주시며 이왕이면 따뜻한거 드시라며 새로 또 가져다 주신 너무 친절한 사장님이셨음.

 

 그리고 비어차피 그칠것 같지 않은데 비맞으면서 타는것도 좋을 것 같다는 사장님의 말씀에ㅋㅋㅋ 정말 진심으로 느꼈음. 나 쫓아내는거 말구요 진짜로ㅋㅋ 그래서 다시 출발하고 신나게 산호해변에서 놀고(저 밑에 똥그라미안에 강아지같지 않음??ㅋㅋ) 경치 감상하며 이제는 비 맞는 것도 즐기며 슬슬 가고있는데 읭? 지갑(이라 쓰고 주머니라 읽는다. 자전거 프레임이나 배낭끈에 탈부착 할 수 있는 구형 휴대폰 쏙 들어가는 크기의 주머니임)이 없네?ㅋㅋㅋㅋ 자전거에 달려있거나 내 배낭에 달려있어야 할 지갑이 없어짐. 카드와 현금과 신분증과 돌아가는 배 표 까지 들어있는 지갑이 통째로 없어짐...

 

 

  우도에 도착할 때 쯤 비가오기 시작한 건 이 날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한 복선정도 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