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꿈

하리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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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와 웃대에도 올린 자작소설입니다 오해 말아주시고 이쁘게 봐주세요 ㅎㅎ

 

 

 

 

화장실에 갔다가 밥 두어 숟갈을 억지로 먹으려 했지만 내키지 않아 다시 침대로 돌아와 수면제를 찾았다.

 

수면제에 의존해 그를 만난지도 3달

 

집 밖은 나가지도 않고 있은지 3달

 

약에 의존하지 않고 만난 것 까지 합하면 4달이다.

 

굳이 수면제를 안 먹어도 되지만 더 오래 만나고 싶기에 물도 없이 꿀떡 삼키고는 자리에 누웠다.

 


"기다려..곧 갈..게.."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잠만 자느라 앙상하게 말라버린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처음엔 단순한 꿈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벌써 두번째네요" "또 만날 줄 알았어" "기다렸어,어서와"

 


날이 갈 수록 단순한 꿈이 아니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내 고민,푸념,소소한 일상을 들어주는 그가 너무 좋았다.

 

그 감정이 너무나도 커져 연애 감정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니,연애감정이 되어버렸다.

 


"기다렸잖아.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서 놀랐어"

 

"갑자기 친구한테 전화와서...많이 기다렸어?"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그래도 이렇게 왔으니 됬어"

 


꼬옥 안아주는 그의 품이 현실처럼 포근하고 따뜻했기에 나도 행여 사라질까 허리를 꼭 끌어 안았다.

 


"우리 이제 뭐할까?"

 


한참을 서로 안으며 이마에 입을대고 있던 그가 말을해서 간질거리는 이마를 뒤로 하고 대답했다.

 


"으음...나 놀이공원가고 싶어!"

 

"훗.그래 여긴 모든게 가능하니까"

 

"그냥 꿈은 싫어 당신이 있어야 좋아"

 


부끄러운 말을 하고 고개를 숙여 볼을 밝히는 내 머리 위로 기분좋은 그의 웃음소리가 번진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크게 울리는 따르릉-따르릉- 전화기 소리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며 그 틈새로 큰 어둠이 엄청난 속도로 몰려 왔다.


벌떡 일어나 보니 엄마 전화였다.

 


"후..."

 


숨을 크게 들이 마쉰뒤,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응 엄마..난 잘 지내요..아빠는?응...응..나 정말 괜찮아..네..그럼 끊어요"

 


힘겹게 전화를 받은 것에 반해 전화를 끊기는 매우 간단했다.


힘없이 축 처진 내 어깨를 누군가 톡톡- 두들긴다.그다.

 

현실에서는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뻥끗거리는 그의 입을 봤다.

 


"또...엄..마..냐고..?응 또 엄마야 지겨워 죽겠어"

 


내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처럼 그도 들을 수 없기에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또박또박 말 했다.

 

그가 현실에서도 보이기 시작한건 꿈속에서 그를 본지 한달 조금 지날 때 부터였다.

 

처음엔 히끗한 현상이 점점 뚜렷해졌고 이제는 물건을 톡- 건드리면 툭-하고 물건이 떨어지기 까지 한다.

 

그 대화를 끝으로 침대옆 책상에서 수면제를 찾아 먹고 누웠다.


렘과 논렘 경계선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이제 곧 있음 죽을 것 같아"

 

"그래?아무리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지만 지겹지 않냐?"

 

"그래도 어쩌겠냐.뭐,조금만 더하면 되니까 양기 긁어 모아서 빼앗고 버려야지"

 

"니 물주 보니까 징그럽더만"

 

"뭐 그래도 이번 물주는 마음에 들어"

 

"그래.나도 내 물주한테 가련다.또 보자"

 

"그래 잘가라"

 


익숙한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의 대화는 이걸로 끝이 났다.

 

무슨 소리지?


꿈속에서 눈을 뜨자 그가 환하게 웃으며 뒤돌아 본다.

 


"왔어?"

 


꿈속에서는 현실처럼 앙상하게 말라버린 흉측한 모습이 아니기에 자신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다정한 그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지 환청인가보네


그와 한참을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데 또 하늘부터 무너져 내리며 초인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띵동-띵동-

 


경기를 일으키 듯 깨서 문 쪽을 노려봤다.

 

사람이 없는 척 하고 싶지만 경기일으키듯 깨면서 옆에 쌓인 책더미를 무너뜨려 하는 수 없이 힘 없는 다리를 질질끌다 싶이 하며 갔다.

 


"효주야 오랜만이다"

 

"너 또 밥 안먹었니?날이 갈 수록 마른다 너"

 

"으..응.."

 

"이런 날엔 바깥바람도 쐬고 그래야지!"

 

"얼마나 안 먹었길래 밥에서 쉰내가 나니?"

 


지루한 잔소리가 문앞에서 부터 시작되어 지겨워 지는 찰나 그가 개구지게 웃어 보이며 한 친구의 어깨를 툭 쳤다.

 


"어맛!방금 뭐가 날 밀었어!"

 

"시덥잖은 농담은"

 

"일단 방에나 들어가자 효주야 앞장서"

 


나는 삐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방으로 안내했다.

 

이런 비밀은 그와 나를 더 끈끈하게 하는 것 같아 좋다.

 


친구들은 내 방을 보고 한숨을 쉬며 잔소리를 했다.

 

지겨운 잔소리를 듣고 있는데 그가 친구들 뒤에서 재미있는 표정도 짓고 가끔 친구들을 골탕먹이는 걸 보느라 그리 지겹지 않았다.

 


"우리 다음에 또 올게 효주야"

 


안 와도 되는데.

 


"그래.다음에 또 와"

 

"그동안 밥 좀 먹고 그래!"

 

"우리 간다!"

 

"잘가"

 


얼른 꺼져버려

 


"후..드디어 갔군"

 


뒤를 돌자 그가 환하게 웃으며 자기가 앉은 침대 옆자리를 통통 친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 어깨에 기대있다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없거니와,이런 앙상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수면제를 찾았다.

 


"아..신발..."

 


수면제를 아무리 탈탈 털어 보아도 한 알도 나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모자만 푹 눌러 쓰고 밖으로 나왔다.

 


"아..맞다..."

 


돈 다 써버렸지

 

바보같이 집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그가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친다.

 

뒤를 돌자 그가 특유의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열심히 뻥끗뻥끗 거리며 말을 하였다.

 


"좋..은...방..법이..있다..고..?
뭔데 궁금해!"

 


앙상한 몸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그들이 더욱 안쓰러움과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웅성거리며 지나갔다.

 


"허공에 얘기를 하다니 미쳤군..."

 

"젊은 나이에 쯧..."

 

"기분나빠 빨리 지나가자"

 


그들을 무시하고 그가 알려준 좋은 방법을 들었다.

 


"바보같이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걸 진작에 했으면 귀찮은 잔소리도 수면제도 없이 당신과 영원히 있을 수 있었는데!"

 


나는 행복에 겨워 웃으며 차도로 뛰어갔다.

 


"꺄악!!구급차!!"

 

"아 시발 일진 사납네"

 

"흐엉-엄마아-무서워-"

 


그가 알려준 좋은 방법은 죽음

 

죽지 않더라도 식물인간이 되어 깨어나길 거부한다면 영원히 그와 함께다.영원히-

 


좋은 방법을 알려준 그의 손을 잡고 당당히 트럭 앞에 섰고 트럭에 치였다.

 

한여름의 더위로 인해 뜨거운 아스팔트위로 앙상한 뼈다귀가 뒹구는 꼴은 참 우습겠지.

 


몇 바뀌 돌다가 멈춘 내 몸은 뼈가 으스러지고 아스팔트와의 마찰로 인해 쓸데없는 가죽덩어리에서 쓸데없는 피들이 흘러 나와 커다랗고 이쁜 빨간 구덩이를 만들었다.

 

내 피가 이렇게 고왔었나.

 

뼈가 으스러진 고통은 없고 지꿎은 강아지가 장난스레 살짝 할퀸 정도의 고통과 마찰로 인해 피를 하염없이 토해내는 모습과는 달리 되려 햇빛에 말린 이불의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이 날 감싸왔다.

 

하얀 티셔츠가 예쁜 빨강으로 물들어 갈 때쯤 손가락 까딱하기 힘들어졌다.

 

TV나 소설책에서 묘사되는 끔찍하고 괴로운 죽음과 달리 평온하고 행복하기 그지 없다.


욕짓거리를 하며 어딘가로 전화하는 트럭운전사와 사람들의 비명은 들리지 않고 한 아이의 칭얼거림만 뚜렷이 귓가로 다가와 귀에 박혔다.

 


"엄마아-흐엉-집에갈래애-무서워-"

 


아아- 나도 저렇게 엄마손을 잡으며 장보러 가곤 했는데.

 

그립다...다신 그때로 돌아갈 순 없겠지.


그래도 그와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어

 

우리를 가로막던 장애물들이 다 사라진거야

 


그걸 깨닫자 행복감에 젖어 웃음이 힘겹게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사람들이 나릉 쳐다본다.

 

그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이도 있었다.

 


훗.이제 내 인생은 끝난 것 같지?

 

아니야.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거야.그와 영원히

 


점점 의식의 끈을 놓아 갈 때 쯤 사람들 사이로 그가 보였다.

 


이제 당신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

 

빨리와 나를 일으켜줘.

 


말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좋아.

 

곧 있으면 당신의 품에 안길 수 있으니까.

 


사람들 사이로 여태 보지 못했던 눈이부신 미소를 그가 지었다.

 

그래, 당신도 행복하지?나도 그래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허리를 숙여 트럭에 치이면서 반동으로 인해 떨어진 모자를 주워 툭툭- 먼지를 털더니 머리에 푹 눌러썼다.


그가 입을 벌렸고 이제 현실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그 동안 고마웠어.잘 가"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사람들 사이로 깊이-더 깊이 사라져 버렸다.

 

내 의식도 어둠속으로 깊이-더 깊이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