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선유도 - 의도치 않게 섬에 갇혔던 여행

택강아지2013.10.24
조회155,081

어머, 어머~~

 

주말에 살인적인 웨딩포토 스케쥴을 소화하고 피곤에 쩔어있던 차에,

 

네이트 판 메인에 올라있는 제 글을 봤어요.

 

톡커님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저의 글과 사진을 좋아해 주셔서~~

 

피곤이 싹 가시네요~

 

아, 그리고 올 해 신시도에 있는 산을 탔다가, 공사 안내도를 보고 선유도 다리 연결 완공이 올해인 줄로 착각했네요. 잘못된 정보 죄송합니다~~

 

섬으로서의 선유도일 때 한 번 더 가렵니다. 그 땐 남편하고요^^

 

제 혼자 여행 이야기 조금 올리다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뜨거운 반응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다음편 갑니다~~

 

------------------------------------------------------------------------------

 

 

안녕하세요.

 

톡커님들이 사진도, 글도 좋게 봐주셔서 점점 더 용기가 생기네요.

 

저의 여행은 낭만도 있고,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참 고생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것 같아요.

 

근데 돌이켜 보면, 좋은 거 먹고, 편하게 자고, 슬렁슬렁 다녔던 여행은 별로 기억에 안 남더라구요.

 

이번 선유도 여행은 2012년 2월에 다녀왔어요.

 

무지함이 부른 무서웠지만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선유도 하면 피식 웃음나는, 그런 추억을 남긴 여행이었어요.

 

 

광주에서 당일여행 계획하고 떠났던 선유도 여행입니다.

 

선유도는 군산에 있고, 배 타고 1시간 정도 갔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날 날이 많이 흐렸어요. 바람도 약간.

 

제가 섬 산행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면서 섬을 참 많이도 다녔었는데요.

 

섬의 매력은 육지와 단절됨, 언제고 갈 수 없는, 그런 뭔가 묘한 매력이 있어요.

 

일기예보에선 날씨가 갤 거라고 해서, 순진한 저는 정말 그런줄만 알았어요.

 

 

배는 떠납니다.

 

 

저기 보이는 바위산이 '망주봉' 입니다.

 

제가 갔을 땐 입산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정말 한산하죠.

 

너무너무 추웠어요 정말.

 

사진 찍는 손이 오돌오돌 떨리만큼요.

 

 

아.. 바다도 휑 하네요.

 

그렇지만 저는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 이런 한산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어요.

 

겨울에 여행을 못한데다, 사정상 여행을 못 한지 오래되어서 추워서 콧물이 바람을 타고 날라도 그저 좋았어요.

 

몸을 가누지 못하게 불어대는 바람도, 바람이 혈액을 타고 돌아 내 몸 속 나쁜 기운을 내몰고 나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바닷물이 많이 빠져있어요.

 

바닷물이 빠지면 조개를 잡을 수 있다고 하니, 선유도 계획하시는 분들은 호미같은 장비를 챙겨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앉아 한가롭게 바람을 느끼고 싶었는데,

 

정말, 너무, 너무 추웠어요.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 없어 그냥 온 몸을 바람에 노출시켜야만 했죠.

 

 

봄이 코 앞이었는데도, 수풀은 아직 겨울이었어요.

 

 

선유도는 차가 없어요.

 

차를 아예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섬이예요.

 

스쿠터와 자전거가 이동수단이예요.

 

 

고장나 버려진 스쿠터..

 

 

엉망으로 안내 된 표지판 덕에 좀 헤매었는데요,

 

 

망주봉 뒷 편으론 이런 선착장도 있고, 식당도 있어요.

 

비수기라 텅 빈, 쓸쓸하고, 너무 적막해 약간은 무섭기도 했지만요.

 

 

 

 

 

 

 

이건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걸까요?

 

선유도에 정말 많던데..

 

 

 

몇 달 뒤 성수기 땐 엄청나게 붐벼댈 곳이, 이 땐 폐가 같죠.

 

 

노후되어 버려진 배예요.

 

뭔가 가슴이 찡 하네요.

 

 

여기가 선유도 사진찍기 좋은 곳/ 이랍니다.

 

정말 멋지죠?

 

 

다리를 건너 장자도로 넘어갑니다.

 

장자도에서 군산행 티켓을 끊어놨었거든요.

 

 

여기서도 세찬 바람.

 

바람 맞고 서 있으면 뒷걸음쳐 질 정도로 쎘어요.

 

근데 그 바람 맞으면 정말, 온 몸이 정화된 기분이랄까.

 

 

뭐랄까..

 

날도 흐린데, 아무도 없고, 사진이 모두 쓸쓸해 보이네요.

 

이때, 전 사실 머릿속이 많이 복잡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사진들이 쓸쓸해 보이는 것 같아요.

 

 

 

개 집 정말 멋지지 않나요 ㅋ

 

가까이 다가가니 저 문을 박차고 나오는데 어찌나 귀엽던지요.

 

 

 

이 섬이 장자도예요.

 

 

 

장자도 정상에서 내려다 본 바다입니다.

 

멋있죠? 제가 이 매력에 빠져 섬을 그렇게 돌아다니며 산을 탔었었죠.

 

섬엔 식당이 없어요. 필히 먹을 걸 준비해 가야 해요.

 

이 날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사 갔었어요.

 

정상에 앉아 이런 비경을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는데,, 아 그 맛은...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떤 맛있는 걸 가지고 와도 이 때 먹었던 샌드위치와 비교할 수 없어요.

 

 

 

 

모두 제 발 아래 있어요.

 

선유도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입니다.

 

 

 

배를 타야 할 시간이 되어서 선착장 근처를 거니는데, 파도가 부쩍 사나워졌네요.

 

뭔가 기분나쁜 동물적 감각이 맞지 않길 바라며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조금씩 불안해져요.

 

 

 

 

선착장에서 매표소 앞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뭔가 이상해요.

 

매표소는 문 닫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요.

 

티켓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어요.

 

결항이래요. 파도가 너무 쎄서 결항이래요.

 

순간 눈 앞이 깜깜해졌어요. 오만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엄습했어요.

 

군산으로 나가는 티켓까지 함께 예매를 했는데 왜 연락도 주질 않았냐고 따져보기도 하고, 오늘 나가야한다고 제발 나가야 한다고 애원도 하고,, 참 ㅋㅋ 어이없죠.

 

나갈 수 없다는 걸 완전히 받아들이고 난 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어요.

 

그냥 무작정 선유도 쪽으로요.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합니다.

 

집에다는 뭐라고 하지, 아무것도 없는데 뭘 어쩌지, 등등..

 

 

선유도를 그냥 정처없이 거니는데 민박집 카트가 지나갔어요.

 

무작정 택시잡듯 잡아타고 보니, 세련되어 보이는 여사장님께서 어떻게 혼자왔냐고 물으세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그냥 멍하니, 내일은 배가 뜨겠냐고, 이것부터 물었어요.

 

사장님의 오랜 섬생활로 인한 감으론 그 다음날도 배가 안 뜰 거서 같데요.

 

아... 좌절.. 그럼 출근은 어쩌고, 또 집에단 뭐라고 하고 등등등... 머리가 하염없이 복잡했어요.

 

현금이 있었길 망정이지, 현금조차도 없었음 전 길바닥에서 입이 돌아갔을지 몰라요.

 

사장님께서 진정하라고, 몸이라도 녹이라고 믹스커피를 타 주셨어요. 전 믹스커피를 안 좋아하는데도, 그때 절 조금이나마 안정시켜주었던 그 달디 단 커피맛을 다시 느끼고 싶네요.

 

방에 들어와 그냥 드러 누웠어요. 보일러를 최고 온도로 하고, 겉 옷도 못 벗고 그냥 드러 누워 한 숨 잤어요.

 

자고 일어나니 배가 고프데요. 참 ㅋㅋㅋ 인간의 육체란 단순하죠.

 

내려가 사장님네 가게에서 새우깡하고 컵라면을 샀어요. 사장님 김치까지 챙겨주시고, 칫솔과 부탄가스 등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요금도 받지 않으셨어요. 어찌나 고맙던지..

 

냄비에 물을 끓이며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 순간이 어찌나 어이없으면서 웃기던지요 ㅋㅋ

 

다음 날 따뜻한 물이 안 나와 저 냄비에 물을 끓여 고양이 세수하던 것도, 가지고 온 로션이 없어서 핸드크림으로 단장했던 것도, 핸드폰 배터리 아껴가며 기상특보 확인하고 좌절했던 것도, 저 바닥에 이불깔고 누워 창문 뒤 대나무 밭에서 들리던 음침한 바람소리가 '넌 내일도 못 나가' 라고 하는 것 같아 몸을 웅그리고 불았해 했었던 것도, 모두 이 한장의 사진에 추억으로 되살아 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요.

 

전 저 때 정말 무서웠었는데 말이죠.

 

 

약 14시간을 머물렀던 민박집 방입니다.

 

그냥 멍하니 벽의 액자를 응시했던 게 대부분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만가지 생각 다 하면서요.

 

이 때 티비에서 보았던 '넝쿨째 들어 온 당신' 이 첫방송 이었는데, 그 불안한 와중에도 그 드라마 보고 비실비실 웃던, 뭔가 어이없던 제가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그 드라마 마지막 회 까지 팬이 되어 재미있게 봤어요.

 

8시에 기상특보 확인하자 마자 군산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를 걸었어요.

 

오전 배 결항.... 좌절....

 

또 저 벽의 액자를 멍하니 응시하며, 핸드폰 배터리 아껴가며 기상특보를 확인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냈어요.

 

11시 쯤, 군산여객선 터미널에서 출항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 받으신 분이 마치 배를 내려주신 것 마냥 감사하다고 고개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했어요.

마음이 갑자기 여유로워 지더라구요 ㅋ

 

 

민박집 사장님께 인사드리러 내려가니, 추가요금 안받을테니 배 시간 까지 더 있다 가라고...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다시 꼭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여태 가보질 못했네요.

 

절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어요.

 

 

마음도 여유로워 졌겠다,

 

마지막으로 무녀도까지 와 봤어요.

 

 

 

사진 찍으러 바짝 다가섰던 지붕에선 새우깡 냄새가 나요.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바람도 많이 잦아졌구요.

 

그래도 눈물이 날 정도로 시린 바람이에요.

 

나갈때가 되니 이런 하늘을 보여주다니... 아쉽고, 배신감 느껴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사지 못하는 귀하디 귀한 티켓이에요.

 

손에 받아든 순간 그 기분이란..

 

 

 

 

 

 

배를 기다리는 시간.

 

여유롭네요. 사진에서도 느껴질 만큼.

 

 

두 번 다시 선유도 오지 않겠다던 내 다짐은,

 

돌아오는 배 안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돌려보며 눈녹듯 사라져 버렸어요.

 

다시 꼭 가고 싶네요.

 

그런데 선유도는 올해 12월에 육지가 돼요.

 

새만금방조제 쪽으로 해서 다리가 완공되거든요.

 

섬의 매력이 없어질 선유도. 그래서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지가 된 선유도에선, 그 때 느꼈던 기분을 더이상 느끼지 못하겠지요.

 

 

댓글 56

라라오래 전

Best이왕이면 둘이 여행가고싶다~ 추천누르는 사람들 애인생긴다.

ㅋㅋㅋ오래 전

Best머야....여의도에 있는 선유도 생각하고 클릭한건 나 혼자인거야?

오래 전

저도 여기 혼자 갔었는데 자전거타고 일주 했었는데.. 돌아온 군산항에선 차키를 잃어버려서 멘붕에 빠진.. 다음번 선유도 가면 차키 찾으러 가야겠네요 있을진 모르겠지만.. 한시간동안 멍때리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한군데 짚이는곳이 있어서..꼭 가보고싶네요 다시 혼자서 말고 둘이서

ㅇㅇ

삭제된 댓글입니다.

그리고오래 전

선유도.. 스무살때 여행 갔다가 눈와서 갇혔던 섬이었어요..ㅋㅋㅋㅋ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ㅇㅇ

삭제된 댓글입니다.

ㅎㅎ오래 전

저두 선유도 갔다왔어영ㅎㅎ

ㅇㅇ

삭제된 댓글입니다.

ㅇㅇ

삭제된 댓글입니다.

ㅇㅇ

삭제된 댓글입니다.

너무건전해오래 전

이런 내용을 기대하고 들어온게 아닌데...

000오래 전

다리가 완공되면 낭만은없겠지만 배끊겨서 못나갈일도 없어서 다행이네요 ㅎㅎ

닉네임을 다르게 변경할 수 있어요!
 님이
택강아지님에게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