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정치, 분단의 정치

참의부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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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보다 후퇴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우리의 소원’을 작곡한 분은 중학교 때 음악을 가르쳐주신 안병원 선생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분의 신사답고 훤칠한 풍모가 떠오르기도 해서 느낌이 각별해진다. 가사는 단순·소박하지만 메시지는 핵심을 관통하고 있고, 선율은 서정적이면서도 장중한 편이어서 옷깃을 여미게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안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지 50년이 흘렀고, 그분은 캐나다에 이민 가셨다. 그동안 ‘통일’이 가까워지는 듯해서 희망으로 부풀던 때도 있었고, 멀어지기만 해서 안타까운 절망의 시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통일 염원이 간절하고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쯤 적어도 민간인의 남북왕래와 서신교류, 경제투자 등 ‘준(準)통일’ 정도에라도 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분단국가로서 우리와 자주 비교되던 독일이 통일된 지도 23년이 지났다. 독일은 지금 유럽에서 가장 안정된 발전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준통일’ 상태를 이루어 별 갈등과 긴장 없이 각자의 길을 걸은 지는 그보다 더 오래다. 우리만 못난 민족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 이래 우리 주변에서는 ‘우리의 소원’조차 잘 들리지 않는다. 진지한 통일논의도 자취를 감추었다.

현 정부는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통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길을 가고 있다. 무지해서가 아니다. 보수 정부·여당과 그 정권과 같은 궤도를 걷는 수구언론이 정략적으로 선택한 길이다. 그러나 독일과 대만의 예에서 보듯이, 그 길은 남북 간 상호발전으로 뻗어 있지 않다. 당장은 북한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 현책인 듯해도, 곳곳에 위험과 파괴가 도사린 단견이며 민족의 험로다.

새누리당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이라는 거짓 모략을 집요하게 꺼내 든다. 거기에서 불리한 국면을 벗어남과 동시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축적된 통일노력을 무력화하고 분단을 고착화하려는 반역사적 의도가 읽힌다. 또한 정부·여당과 수구언론들은 틈만 나면 “친북 세력, 종북 세력”하면서 우리의 통일 염원에 찬물을 끼얹고 정치적 모욕과 불이익을 주려 한다.

그때마다 악의에 찬 매카시즘이 사회에 음습하고 파괴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곤 한다. 야당과 국민은 새누리당과 수구언론의 의도대로 그들이 조작한 프레임에 갇혀 있다. 야당은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치 비전을 제시하기도 전에, 새누리당과 수구언론이 씌운 야비한 투망을 벗어나기에 바쁜 형편이 된다.

박근혜 정부는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에까지 인색하다. 통일부는 지난달 2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북한 어린이 6만 명에게 줄 밀가루와 옥수수, 분유 등을 막았다. 월드비전이 수해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려 한 밀가루 지원도 금지시켰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민간 지원 규모는 41억 원어치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도 최저치인 지난 해 118억 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장 인명진 목사조차 이런 점을 개탄했다. 인 목사는 “현 정부의 인도적 지원의 개념이 이명박 정부보다 후퇴했다. 국민은 오해하고 있다. 굉장히 우려스럽다. 대북정책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다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나”고 지적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정치사회적 부조리와 모순의 근저에는 국토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좌절이 깔려 있다. 그것은 온갖 비리와 부자유, 미성숙, 야만성, 폭력성 등의 뿌리이기도 하다. 한 예가 지난 대선 때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댓글공작에 대거 가담한 사실이다. 국민을 경악과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은 이들의 공작 역시 정권을 잡기 위해 남북분단 상태를 악용했다.

분단이 기약 없이 계속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계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편협하고 옹졸한 단견의 정치가 아니다. 넓은 시야와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남북관계를 전망한다면, 결코 와서는 안 될 전쟁 상황은 일단 제외하기로 하자. 그러면 우리는 평화통일 지향의 정치를 지지할 것인가, 분단지속이나 분단고착을 바라는 정치를 지원할 것인가를 늘 선택해야 한다.

물론 통일 지향이다. 통일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겪는 불이익은 국민의 비정상적 사고, 사회의 피폐화, 전쟁 불안, 엄청난 국방비, 주변국과 경쟁에서의 불리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를 봐도, 국가발전의 커다란 동력은 국토와 인구의 크기에서 나온다. 통일이 안 된 상태로는 예속과 질곡이 있을 뿐 결코 일류 국가ㆍ국민이 될 수 없다.

 

▶ 박래부 새언론포럼 회장《미디어오늘》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