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 달콤하고 순수했던 나의 지난날.

뚜루뚜루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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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진하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하물며 처음 사랑은... 모두에게 첫사랑은 특별하다. 
나에게도.
나는 고등학생 때 그를 만났다.그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았다. 
그와의 첫만남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그의 첫 모습은, 울적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나는 그를 볼 수 있었고, 그 하루가 나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모두가 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때, 언제나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던 나에게 그 사람은 항상 웃음을 주었고, 스스럼 없이 친동생을 대하듯 해주었다. 
처음에는 친오빠가 생긴것 같은 마음에 기뻤다. 
내가 그를 남자로 느끼게 된 순간은 그에게 집을 물었을 때였다. 집이 어디냐고 묻는 나의 손을 잡고 아파트 한 층 한 층을 가리키며 알려주던 그가 좋았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다정하지 않았던 그 때, 그 사소한 친절과 부드러움이 나에게 사랑이었다. 
자연스레 가까워진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세 번... 만나기 시작했다. 
나는 마냥 좋았다. 오빠가 생긴 것 같아 좋았고, 나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좋았고, 누군가를 남몰래 좋아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나는 그렇게 짝사랑을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친한 오빠와 동생으로 만났다.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3년이라는 시간을 짝사랑 하며 보냈다. 
그 시간은 내게 지옥같았고, 동시에 천국이었다. 
3년동안 그는 한 번은 내 손을 잡고 본인의 추억이 깃든 거리를 걸어주었고, 한 번쯤은 안아주었다.그러나 그에게 나는 친한 동생일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날 여자로 보고 있을까, 정말 친한 동생이라서 그랬던 걸까.. 항상 궁금했다. 
그의 곁에서 줄곧 나는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오랫동안, 그를 보고 싶었고 함께하고 싶었다. 어느 날은 그가 너무 보고싶고 생각이 나서, 밤새 그의 사진을 보며 초상화를 그렸다. 언젠가는 전해줄 수 있을거라는 마음으로 그렸지만, 끝내 주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 진학하며 우리는 각자의 사정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그를 볼 수 없는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아픈 마음으로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도 나를 여자로 보고있던 걸까. 
헤어지기 전, 그 순간에 그가 나를 안고 입을 맞춰주었다. 나의 첫키스였다. 
그의 입술은 부드러웠고, 달콤했다. 그 달콤함이 입술에 맴돌아서 몇 번이고 눈을 감고 되감았다. 그의 향기가 내 옷에 남아, 옷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래서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그를 잡을 수 없었다. 내 마음을 천분의 일, 만분의 일도 보여주지 못했지만.잡을 수 없었다. 
다만 가슴이 아팠을 뿐이었다. 3년동안 지켜온 내 사랑을, 결국 이렇게 망쳐버린건 아마도 나의 욕심 때문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를 보냈다. 
내가 아니어도 많이 힘들 그 사람을 생각하며그저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아파하며
눈이 와도 추운 줄 모르고, 아파도 아픈줄 모르고, 아무것도 먹지않아도 고픈줄 모르고, 
그렇게 몇날 며칠을 울고, 걷고, 지쳐 잠들며 보냈다. 그 해 겨울, 백지영의 총맞은것처럼 이라는 노래가 나왔다. 정말로, 내 가슴에 총 맞은 것 처럼, 아프게 아프게.. 그를 보냈다. 

그렇게 나는 스무 살, 대학생이 되었다. 꽃 피는 봄날, 그를 잊고 싶은 마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하지만 그를 잊을 수는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남몰래 혼자 울며 말했다. '당신 참 밉다.' 라고.
그제서야 미웠다. 나를 버린,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그 사람이 미웠다. 아픈 만큼 미웠고, 그만큼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갔다. 
주지 못한 사랑이 그대로 내 가슴에 남아, 잊혀지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몇 명의 남자친구를 사귀며, 그와의 이별로 인한 아픔을 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날, 그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태연하게 답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잘 지내고 있느냐고. 


어색한 통화가 끝이 나고, 나는 한 동안 다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야했다. 

그러나 그 뒤로 그는 연락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우리는 만났다.어느 술집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안부를 묻고. 
나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그를 잊으려 노력했다. 내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며, 할 수 있는게 그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 뿐이라 여기며.



그리고 나에게도 그를 잊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 K이 나타났다.
죽을만큼 나를 아프게하고, 힘들게 하는 K군을,그럼에도 불구하고목숨을 걸고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 
K군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나를 아프게 하지만, 그 아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해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K를 사랑하며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나와는  너무 다른 K군으로 인해 참 많이 외로웠고, 지쳤고, 힘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았던 나의 첫사랑도, 이미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더 이상 그를 보고 설레지 않는 내 마음이 야속했지만, 인정해야했다. 
오랜시간이 흘러 우연히 보게된 그 사람은, 과거에 내가 사랑했던 그와는 참 많이 달랐다. 
그는 변함없었다. 단지 내가 변했을 뿐이다. 

나에게 있어 첫사랑은,떠올리면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시큰거리고, 때로는 너무나 그립고 아픈 사랑이다. 
그러나
그그리움의 대상은 그가 아니다. 순수한 마음으로,진정으로 누군가를 위하고, 사랑했던 그 때의 내가 

너무나 그립다. 


지금은 현실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내가,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지난 날의 나를 그리워할 뿐이다. 
첫사랑은 그래서 쉽게 잊지 못하는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