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참의부2013.11.06
조회88

정부가 어제 통합진보당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다. 제1공화국 시절인 1958년 죽산 조봉암이 이끈 진보당의 정당등록이 취소되고 강제로 해산된 적은 있지만, 일방적 행정조치였을 뿐이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은 통진당의 운명을 가르는 의미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포괄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청구는 통진당이 강령 등에 나타난 목적뿐만 아니라 핵심세력인 'RO(혁명조직)'의 내란음모 등 활동까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는 등의 통진당 강령이 북한의 고려연방제통일방안과 닮았고,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강령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배치된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RO 회합 녹취록을 통해 알려진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러나 편견 없이 통진당 강령이나 당헌을 살피면 계층적 편향은 뚜렷해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곧바로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RO 활동의 북한 추종 경향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이 확연하더라도, 그것이 통진당 일부의 일탈인지, 주된 활동인지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재가 독자적으로 신속한 판단에 이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제소에 즉각 반발하며 의문을 던지거나 심판 청구에 무조건 동조할 게 아니다.

우선은 민주주의가 정당해산 등 폭력적 수단에까지 의존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에 치명적 상처를 준' 역사적 경험이나 '민주적으로' 등장한 독일의 나치 정권이 인간 존엄성과 자유ㆍ평등ㆍ정의 등 민주적 기본가치의 파괴자로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 경험이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원리를 불렀고, 위헌정당 해산 제도도 그 중 하나다.

민주주의의 외피만 뒤집어 썼을 뿐 목적과 활동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체제의 교란ㆍ전복을 겨냥했다면 개인이든 단체든 그 권리를 적법절차에 따라 제한하거나 박탈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37조2항에서 국가안보와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일반적 기본권 제한의 근거를 명문화했고, 특별히 8조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가 그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정부의 제소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지워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에, 필연적으로 종북 및 색깔 논쟁으로 치달을 사회적 논란의 불길을 댕긴 것은 현재의 정국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이념ㆍ노선 논쟁이 한국사회에 또 하나의 단층을 만들 게 께름칙하다. 그런 논쟁을 거치며 사회가 보수우경화로 흘렀던 기억 때문에라도 그렇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국민 모두가 정치권의 자기주장과 거리를 두고 차분한 눈길로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 주길 기대한다.

▷《한국일보》, 2013년 11월 6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