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건 가끔은 저주스럽다.

-2013.11.06
조회589
블로그에 썼다가 좀 더 큰 대나무숲이 필요해서 여기다가 옮겨요. 반말이라서 죄송합니다.ㅡㅜ쓰면 좀 속이 후련해질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네요. ---------------------
가끔 사회생활 하다 보면 재수없게 마주치는 꼰대들이 있다. 학교던지, 더 높은 확률로는 직장.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 큰 노력 없이도 그럭저럭 살다 불황 역풍 맞고 씹망하고 현재는 빌빌대는데 능력 없으면서 큰소리 치고, 무조건 본인이 옳고, 까고 싶으면 깔 건덕지도 안되는 손톱만한 것이나 일절 관련 없는 일까지 끌어와서 기어이 까야 하고, 본인의 실패나 저조한 실적은 불운 때문이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타인들은 자신을 존중하고 존경해주지 않는 배은망덕한 인간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더러운 심보가 얼굴에도 묻어나 인상 자체도 더럽다. 
나는 운좋게도, 여러 번의 아르바이트나 인턴 생활에도 이런 인간은 만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최악은 설사병 나서 나한테 약사오라고 시키던 스크루지 학원 원장이었다. 
나는 운나쁘게도, 저런 인간을 아빠로 두고 있다. 
저런 사람이 그냥 직장 상사거나 주위에 있으면 적당히 하하 거리고 정 안될 경우에는 때려치는 해방구라도 있는데, 부모가 되면 정말 답이 없다 싶다. 평소에 참 나는 인복 많다고 자부하면서 살았는데 생각해 보면 부모운이 개판인걸 보니 신이 그나마 밸런싱을 하려고 노력이라도 한 흔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엄마는 괜찮은 편이다. 
중고등학교때 공부 안하면 사람 취급 안하던 거야 그나마 내 미래 생각해줘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고는 싶다. 생각하고는 싶다, 생각하고는 싶..... 아무리 생각해도 친척들에게 자랑할 건수가 필요했던 것 같다. 돈 잘벌고, 젠틀하고, 자상한 완벽남이어서 온 가족의 사랑을 받는 고모부 앞에서 센척하고 허세부리고 가르치려 들려면 최소한 자식들이 그쪽집안 애들보다 공부를 잘해야 했거든. "영어는 이렇게 가르쳐야 되고, 블라블라....". 당시 다큐멘터리를 보고 무척 관심있어 했던 한동대 얘기를 하자 그런 지잡대 따위에 관심갖다니 공부하기가 싫으면 공장이나 가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 본인이야말로 본인이 말하는 소위 '지잡대' 나왔다. 본인이 거지같은 대학 나왔는데 자식들 공부하라고 들들 볶으면 안 쪽팔린가? 나는 정말 궁금했다. 어쨌든 이 당시 나는 이를 득득 갈며 대학만 가면, 이라는 희망을 한줌 가지고서 그래도 사랑의 리퀘스트에 나오는 막장 아빠는 아니니까 괜찮다고 자위하면서 그럭저럭 버텨 냈다. 
동생은 못버텨냈다. 그 병신같은 새끼는 나처럼 성격이 더럽지 않아서 꾹꾹 참다가 어느날 폭발했고, 그렇게 나는 졸지에 외동딸이 되었다. 나는 그 애의 자살의 책임은 전적으로 아빠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애를 끝까지, 진짜 끝까지 몰아세워서 동생은 성적표를 위조했었고 그게 들키자 아빠한테 사람취급을 못받았다. 닭을 한마리 사와도 저런새끼 줄 필요 없다고, 공부하는 방 안에 들리게 소리질렀었다. 미친 새끼.
어쨌든 나는 이런 일련의 상황에서 아빠가 최소한 자신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고쳐야겠다던지 하는 생각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결국 자식 죽게 한 건 본인이라 알 것인데 개선의 의지가 없으면 그게 사람인가. 
그 일 이후 5년동안 내가 느낀 것은 아무래도 이사람은 사람 70%에서 멈춰있다는 것이었다. 50%는 단순 외관이라고 생각하자. 
동생을 배은망덕하게 생각하고, 나를 배은망덕하게 생각하고 총체적으로 본인은 자식운이 매우 없다고 말한다.    본인이 고학을 시켰냐, 밥을 굶겼냐 등으로 부모로서의 도리는 아름답게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한 놈은 자기 싫다고 죽어버리고, 한 놈은 가장 혹은 아빠에게 가지는 존경심도 없거니와 가족으로 생각도 안해준다고 울분을 터뜨리는데..
자식 양육에 사랑이나 관심은 전혀 없어서 늘 가족은 내가 돌아갈 품이 아니라 도망쳐나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매우 조기교육으로 시켜준 사람이 저런 말 하니까 그냥 기가 막혔다. 또 돈은 충분히 보태준것처럼 얘기하는데, 나는 대학 입시까지 사교육을 거의 안받았고 대학때도 큰 돈이 든 일은 없었다. 아, 갑자기 생각나는데 나 등록금이랑 기숙사비 합친 500만원이 비싸다고 난리치며, 배은망덕한 자식인 너는 돈이 필요할때만 손을 벌리는 샹년이고 우리는 지금 너무너무 장사가 안되서 망하기 직전인데도 너에게 주는 거다-이런식으로 온갖 생색과 나의 불효함을 성토했다. 그런데 그 다음주에 집에 가보니까 멀쩡하던 차 팔고 주택 담보대출로 삼천만원짜리 새차 뽑았더라. 
 교환학생 갈 때에는 취직할 생각 안하고 자기 하고싶은건 다 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년이라고, 너는 사람같지도 않으며 내가 너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볼 거라며 악담을 했다. 워킹홀리데이를 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 다 부모의 도움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비행기표와 여행 자금은 알바로 미리 벌어서 갔고 등록금은 학자금대출로 걸고 갔었다. 물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았겠지만 과에 흔하게 널려있는, 사교육 빵빵하게 받고 입학해 어학연수나 여행도 부모돈으로 즐겁게 하면서 심지어 행복한 가정 안에서 사는 애들을 보면 가끔 비참했다. 웬만하면 위쪽을 보면서 자괴감 느끼며 살지 않으려 했는데, 아래만을 바라보며 자위하는 인생도 참 비참하다 싶었다. 네이트 판에서 또라이 부모나 나쁜 부모 이야기가 나오면 꼭 클릭해서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런 부모보다는 못견디게 싫지만 아빠가 낫겠지. 어제는 그런 식으로 네이트 판을 뒤져가는 내가 끔찍하게 느껴졌다. 타인의 불행으로 자위하는 건 대체 어디가 낫다는 것인지. 학교 심리상담실에 상담 예약을 걸면서 참 우울해지더라. 
 일요일에 오랜만에 할머니댁 가는 길에 따라가려 했는데, 갑자기 너는 가지 마! 평소에 혼자 찾아가지도 않고 연락도 안드리는 배은망덕한 너는 갈 필요가 없어! 라길래 나는 어이를 잠깐 상실했다. 그 주에도 나는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고 할머니가 아프니 다음에 오라는 말에 알겠다고 하고 안갔었다. 그렇게 화를 내니 오지말라고 진짜 안오냐고 펄펄 뛰었다. 그 이후로 냉전이었다. 그러다 어제 잠깐 나갔다 낮에 들어가니 있길래 그냥 무시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더니 난리가 났다. 또 평소처럼 그냥 넌 짖어라 나는 듣는척은 해 주겠다는 폼으로 계속 가만히 있었다. 10년 넘게 볶임을 당하면서 습득한 태도다. 이러고 있을때 제일 생지랄이 빨리 끝나더라. 그러다 중간에 자신이 한 말에 "네"라고 대답을 안했다고 뺨을 세게 쳤다. 몇 대 쳤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손찌검한 적이 처음이라 멍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결국 내용의 요지는 내가 자신을 존경하지 않고,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이기적인 년이어서 자기는 너무너무 자식복이 없다는 것이었다. 죽고 싶다나. 그럼 제발 죽지 왜 이 지랄일까, 라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진심으로 이 인간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신만 죽었으면 동생도 죽지 않고 살아 있을텐데. 죽지 그러니 좀. 암 같은거 안걸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권력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기울던 사업을 몽땅 접고 엄마를 사장으로 부동산을 하면서 아빠는 점점 더 무력해졌고, 최근 1년간은 부동산에 채 한 5시간정도 붙어 있다가 집에 와서 낮잠을 서너시간씩 자고, 술을 마셨다. 부동산에서는 몇시간이고 게임을 했고. 그냥 솔직한 말로 백수같았다고 하겠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아빠를 한심하게 봤고, 엄마가 힘들게 일하는 걸 보면 더욱 그랬다. 이렇게 집안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위치에서 가장 쓸모없는 위치로 내려간 자신에게 자괴감도 들었을 것이고, 내가 본인을 인간으로도 존경하지 않고, 가족이나 아빠로서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못참겠지. 그런데 그렇다고 어떡해. 좀 사랑을 주면서 키우지 그랬니. 
엄마는 나는 늘 남자보는 눈 없어 결혼 잘못했다가 자식 앞세운 착하지만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대화하다가 꺠달았다. 엄마는 대학 입학 이후로 아빠가 나에게 선사해준 트라우마에 대해서 나한테 그렇게 꽁하게 쌓아두면 어떡하니, 아빠가 그런건데 잊어버려 라고 했다. 꽤 충격이었다. 이혼 안하고 계속 사는게 신기했는데(엄마도 아빠한테 맨날 쓸데없는걸로 들들 볶인다.) 그래도 지금까지 같이 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엄마가 이러면 안되지. 그렇게 꽁하게 쌓아두다가 죽은 애도 있는데. 
어쨌든 엄마는 그렇다쳐도 나는 아빠를 요새 심각하게 증오한다. 어떻게든 빨리 집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어' 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 넘실넘실대는데, 내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이라도 받아야겠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최대한 안보고 사는게 답이겠지. 나중에 아빠가 죽을병 걸려서 수술실 들어간다고 할 때 수술비 부쳐주고 나는 아빠보다 백배는 좋아하는 돈을 부쳐줬으니까 그 이상의 문안은 바라지 말라고 쏘아주는 찌질한 상상을 한다. 증오한다는 건 이렇게나 사람을 찌질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아빠의 막말이나 시비는 나를 죽일 수 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르지만 스트레스로 수명이 깎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 내 인생에서 아빠라는 존재가 어서 사라져서-사망이던 안보고 살던-내 웰빙에 기여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난 배은망덕하다. 당신에겐 지구 끝까지 배은망덕하고 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