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사이코vs싸이코

나요2013.11.07
조회10,031

[출처] 웃대 - 와이구야 님

 

복원글은 시간에 관계없이 랜덤으로 올리겠습니다^_^

 

 



경상북도에 위치한 분교인 '행복초등학교'는 학생 아홉 명이 전부인 작은 학교이다. 학생 수는 적지만 언제

나 웃음소리가 가득하며, 멋진 풍경과 맑은 공기가 어우러져 학교 이름처럼 행복해 보였다. 그곳에 서울에

서 자란 은지는 열 번째 학생으로 전학을 왔다.

"안녕하세요? 은지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은지의 자기소개 후 여덟 명의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구석에 혼자 동떨어진 남자 아이만이 무관심 한 듯

엎드려 있다. 은지는 빈자리에 앉았고, 반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조금은 통통

한 남자 아이가 말했다.

"우와 나 서울사람 처음 본다."

그러자 고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그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임마 우리 쌤도 서울사람 아이가."

아이들은 은지의 머리띠를 궁금해 했고, 입은 옷과 신발을 궁금해 했다. 어제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빨간

색 가방은 유난히 빛이 났고 부러워했다. 그런 아이들이 낯설고 부담스러운 은지였다.

"니는 열 살이제? 그럼 니랑 동갑인 애는 동욱이 밖에 없다."

고학년 여자아이는 구석에 동떨어져 있던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뾰족한 연필심으로 책상은 긁

고 있었다.

'드르르륵'

연필심이 갈리더니 결국은 부러진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책상을 긁는다. 듣기 거북한 소리는 아

니었으나, 은지는 동욱의 기괴한 행동이 신경 쓰였다.

"쟤랑은 가깝게 안 지내는 게 좋을끼다.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해가지고."

은지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이상한 행동?"

"별거는 아닌디, 간가이 책을 찢거나 맨발로 등교하기도 허고 지 혼자 풀숲을 뛰어 댕기질 않나, 누구랑 싸

웠는지 얼굴엔 상처가 난 상태로 오지를 않나, 하여튼 우리랑은 쪼매 다르다이가."

은지는 동욱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순간 고개를 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무섭도록 차가운 눈빛에 움찔

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렸고, 왠지 자신의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왔니?"

집에 도착한 은지를 엄마가 맞이했다. 은지는 불편한 표정으로 집안을 두리번거렸다.

"아빠는?"

"좀 전에 나가셨어."

은지는 조금 편해진 표정으로 방에 들어갔다. 오늘 전학을 와서 새로운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욱이였다. 그의 기괴한 행동과 소문, 그리고 너무나 차가워서 소름이 돋던 눈빛.

가깝게 지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 했지만, 왠지 그가 다른 아이들의 비해 낯설지는 않다. 그는 무엇을 하

며 지내는 것일까? 풀숲은 왜 돌아다니며, 얼굴에 상처는 왜 났던 것일까? 정말 별거 아닌 일이였지만 그

소문은 은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느새 밤이 됐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지는 굳어진 표정

으로 방전등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어디 갔다 왔어?"

들어오는 은석을 보며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냥 주변 좀 둘러보고 왔어."

"여기까지 와서 밖에만 돌아다니면 어떡해? 은지랑 시간 좀 보내주라고. 애가 당신 불편해 하는건 알기나

해?"

"미안 일찍 다닐께."

은석은 은지의 방문을 열고 불을 켰다.

"은지야 안자는거 아니까 잠시만 일어나봐."

은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몸을 일으켰다. 은석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은지야 혹시 내가 불편하니?"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은석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소름이 돋는다.

"아빠가 그동안 미안했어... 앞으론 은지랑 많은 시간 보낼꺼고, 그러려고 이곳에 온거니까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응?"

은지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석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머리를 몇 번 더 쓰다듬은 후, 방문을 나갔

다. 그의 진심어린 말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지만, 아직 가슴 속 때가 다 지워지지는 않았다.




다음날 은지는 등교 중 길 외곽에 있는 동욱을 발견했다. 그는 풀 사이를 세차게 달리고 있었다. 은지는

못 본 척 앞만 보며 걸었다.

“등교 하냐?”

어느새 다가온 동욱이 말을 걸었다. 흠칫 당황한 은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어... 등교 중이야... 넌 학교 안가고 뭐하니?”

동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탐험.”

“탐험? 그게 무슨...”

정말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 한 은지였다.

“닌 서울아라서 이런게 을마나 재밌는지 모르제? 저~짝으로 가믄 신기한 것도 많고 내 동물 친구들도 있

고 아지트도 있다 아이가?”

동욱은 풀숲 깊숙이 가리키며 말했다.

“아지트도 있어...?”

“당근이지! 궁금하나?”

은지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믄 핵교 마치고 함 가볼래? 초대 할게!”

은지는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안가도 괜찮아. 다음에... 다음에 시간나면 가볼게...”

“니 혹시 내가 무서버서 그라나? 내 소문 땜시 그라냐고?”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라믄 가자! 내 니가 생각하는 만츰 나쁜아 아이다. 그냥 니랑 친해지고 싶은거 뿐이다.”

은지는 어제와는 너무나 다른 동욱의 행동이 의아했다. 하지만 계속 된 그의 권유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람 핵교 마치고 보제이~”

미소와 함께 사라진 동욱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방과 후 집으로 향하던 은지는 생각했다. 학교 안에서 동욱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보통아이들과는 다른 이상

한 아이였다.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노트에 낙서만 하고 있었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조금 기괴한 그림을

그리는 듯 보였다.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은 그런 동욱을 신경 쓰지 않았고, 그녀조차도 그를 무시하려 노력

했다.

“안녕?”

별안간 불쑥 동욱이 나타났다. 은지는 흠칫 했다.

“어.. 안녕..”

“오늘 내랑 한 약속 그새 이자뿌릿나?”

“미안, 깜빡했어... 근데 그 약속...”

“잔말 말고 따라 온나!”

동욱은 은지의 손을 붙잡고 달렸다. 엉겁결에 풀숲을 가로 질러 갔다. 그렇게 몇 분여 달렸을까? 은지는 숨

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허억.. 허억... 어디까지 가는 거야? 너무 힘들어...”

“다 왔다! 째매만 참아라.”

순간 동욱이 멈춰 섰고, 가쁜 숨을 몰아쉬던 은지가 고개를 들자 멋진 풍경이 눈 속에 가득 찼다.

“우와..”

그녀의 의지와 다르게 감탄이 흘러 나왔다.

“멋지제?”

꽃과 나비가 가득한 들판에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었고, 예쁜 뭉게구름이 한 폭에 그림을 만들었다. 밝은 분

위기속에 엄숙함마저 드는 묘한 아름다움 이였다. 상쾌한 바람이 은지의 머리칼을 간질였다. 동욱은 가방에

서 먹을거리를 꺼내었고, 어디선가 토끼, 산비둘기, 다람쥐 등 동물들이 모였다, 그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신기하제? 이 시간에 맨날 와서 주니까 모이드라.”

은지는 신기한 광경을 말없이 지켜봤다. 밝게 웃는 동욱은 결코 이상한 아이가 아니었다. 어느새 은지도 그

의 옆에서 먹이를 나누어 주었다. 새로운 경험에 웃음이 났다.

“조금 더 가면 내 아지트도 있다! 따라 온나.”

곧 폐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철로 만들어졌고, 녹이 많이 슨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다. 동욱은 자신보다 큰

문을 열며 말했다.

“들으가라”

외부는 생각보다 깨끗했고 넓었다. 벽엔 많은 양에 흰 종이가 붙어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림이 그려져 있

다. 꽤나 잘 그린 그림이다.

“이거 네가 그린거야?”

“물론! 화가가 내 꿈 아이가.”

그림은 주로 아까 본 동물들이 그려져 있고, 간간이 인물화도 있다, 해맑게 웃는 소녀의 그림이 인상적이

다.

“학교에서도 그림 그리고 있었지?”

은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이주까?”

동욱은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어 펼쳤다. 소녀와 소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학교에선 기괴한 그림이라 생

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그의 행동과 분위기에 착각해서 그렇게 보았을 거라 생각했다.

“여기 앉아봐라. 니 얼굴 그리 줄게.”

은지는 허름한 의자에 앉아 미소를 지었고, 동욱은 그녀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밤이 돼서야 집에 도착한 은지는 엄마에게 혼이 났다. 소파에 앉아 있던 은석이 다가와 말렸고, 은지를 데

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뭐하다가 지금 들어왔니?”

“친구랑 놀다가 늦었어요... 죄송해요...”

은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은지야, 아빠는 지금 혼내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단지 우리 딸이 오늘 뭐했는지 궁금해서 묻는 거뿐이니

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알았지?”

“네...”

“그래, 뭐하며 놀다 왔니?”

은지는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빨간색 지붕인 집이 있는데 거기서 풀숲으로 난 작은 길이 있어요.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너무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졌어요. 그곳에서 동물친구들한테 먹이를 주고, 제일 큰 나무가

있는데 그 방향으로 쭉 들어가니 아지트란 곳이 나왔어요. 낡고 허름한 건물이라 조금 무서웠는데 막상 들

어가니 전혀 무서운 곳이 아니었어요. 같이 간 동욱이란 친구는 처음엔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좋은 아이였어요. 아지트엔 걔가 그린 그림들이 많이 붙어 있었고, 제 초상화도 그려서 붙였어

요.”

어느새 은지는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은석의 대한 불편함마저 잊어버렸다. 은석은 그녀의 머리를 쓰

다듬으며 말했다.

“다음에 아빠랑 꼭 가보자.”

은지는 더 밝게 웃었다.

“응!”




다음날은 어버이날이라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은지는 조금 편해진 아빠에게 줄 카네이션을 만들

자 뿌듯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빨간색 가방을 등에 메던 은지에게 동욱이 다가왔다.

“오늘도 내캉 가치 놀자.”

“응!”

은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지트에 도착한 둘은 나란히 엎드려 그림을 그렸다. 동욱의 비해 은

지 그림은 낙서 수준이었다. 민망해하는 은지를 위로하고 가르쳐주며 시간을 보냈다.

“닌 서울아가 여긴 왜 왔노?”

“나.. 사실은 병이 있거든..”

“병? 무슨 죽을병이가?”

“아니.. 그건 아닌데.. 단기 기억상실증이라고 가끔씩 기억을 잃어버려.”

“우야노? 고거 큰일이네.”

“서울생활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시골로 왔어..”

“그래? 형제는 읍나?”

“남동생이 하나 있어. 근데 걔는 서울 병원에 입원해 있어.. 많이 아프다고 전화도 못하게 해.”

“아.. 글나..?”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림 그리는 것이 싫증 난 은지는 아지트 안을 둘러보았다. 여러 그림들을 감상하며

돌던 중 어제는 못 보았던 문을 발견했다.

“여기는 어디로 통하는 문이야?”

“지하실로 가는 문이다이가.”

“지하실? 구경할래!”

“어두워가 무스블껄?”

“괜찮아 대낮이잖아.”

“아라따 들으가봐라.”

끼이이익- 녹슨 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습한 공기가 훅 하며 끼친다. 비릿한 냄새도 조금 섞여

있다. 금방이라도 부숴질듯 한 나무 계단이 펼쳐졌고, 햇빛이 닿지 않는 아래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있

다.

은지는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찬찬히 밟고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비릿

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더는 못 참고 다시 올라가려는데 어느새 동욱이 계단을 막아 선채로 있었다.

“나 그만 나갈래 무서워 여기...”

“더 내리 가바라. 가치 내리 가줄게.”

“싫어.. 나가고 싶어..”

하지만 동욱은 비켜서지 않았다.

“비켜봐.. 나간다니까?”

“내리 가라.”

순간 동욱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뭐..?”

“내리 가라고!”

동욱이 은지를 발로 찼다. 괴성과 함께 계단을 굴렀다. 머리를 부딪쳤는지 비릿한 액체가 흘러 나왔다. 괴

로운 듯 신음소리를 내며 계단 쪽을 응시했다. 끼익- 끼익- 동욱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려움이 엄습했고, 상황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순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켜졌다. 소름끼치게 웃고 있는 동욱이 보였고, 주변을 둘러보자 피로 칠

갑이 된 곳에 각종 동물 시체가 널려 있었다. 전부 목이 잘려나간 상태였다.

“꺄아아악!”

고함이 터져 나오고 눈물이 흘렀다.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동공이 흔들리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모습

이 재미있는 듯 동욱이 보고 있었다.

“무습나?”

“너 정체가 뭐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키키키, 여가 내 작업실 아이가.”

“작업실이라니..?‘

“여서 내 작품을 만드는기라! 저것들은 재료고.”

“그럼 나는..?”

“당연히 니도 재료지. 키키키”

동욱이 흉측하게 웃었다. 은지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동욱은 옆에 있던 톱을 든다, 은지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오지마... 오지마!”

순간 물컹한 것이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 목이 잘린 고양이 시체였다. 소름이 몸 전체를 휘감았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어느새 다가온 동욱이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그리고 톱을 목에 대었다. 차갑고 뾰족

한 것이 목이 닿자 두려움이 훨씬 증폭된다. 살려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흔

들리는 동공으로 녀석의 얼굴을 본다. 섬뜩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내도 인간 죽이는 건 처음인데, 확실히 이기 재밌네. 그 사람이 왜 그리 좋아하는지 이해하겄다이가”

은지는 이해 할 수도, 아무 말도 할 수도 없었다. 톱날이 살갗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피가 주르륵 흘

렀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은지는 동욱의 팔을 밀치고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꽉 잡은 머리채를 놓지 않았

다. 순간 바닥에 떨어진 못이 눈에 들어왔고, 재빨리 손을 뻗어 그것을 집었다. 동욱이 톱을 들어서 내리치

려는 순간 못으로 그의 발등을 찔렀다.

“으악! 씨벌!”

동욱은 괴성을 지르며 머리채를 놓쳤다. 발등을 움켜쥐며 동동 굴렀다, 그사이 은지는 계단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굴러 떨어질 때 다리를 다쳤는지 빨리 뛸 수가 없었다. 한 발을 절뚝거리며 최대한 빨리 계단을 올

라갔다. 뒤에선 동욱이 눈이 시뻘게진 채로 쫓아왔다.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린다. 목에서도 피가 꽤 많이

흘렀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문이 코앞까지 다가왔고 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어느새 쫓아온

동욱이 다시 한 번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는다.

“이 쌍년이 어디 도망갈라꼬?”

은지는 모든 것이 끝이란 생각이 들었고 몸에 힘이 다 빠졌다. 정신이 몽롱했다. 동욱은 그녀의 몸을 돌려

세웠다.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차갑고 매서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동욱은 그 표정이 익숙하지만 무서웠다.

“뭐꼬... 니...?”

은지는 동욱이 쥐고 있던 톱날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진득한 피가 흘러내려도 전혀 표정에 변화가 없다. 마

치 통증이 없는 무감각의 인간처럼.

동욱은 힘을 주어 톱을 빼내었고, 톱날에 베인 그녀의 손은 너덜거렸다. 톱을 번쩍 들어 목을 겨냥했다, 하

지만 그녀는 섬뜩하게 웃어 보였다.

“이 신발년이... 뒤져버려!”

서걱- 톱날이 은지의 목을 뚫고 들어왔다. 가녀린 꽃의 목이 떨어진다.




“여보, 은지가 아직 안 왔어..”

은지의 엄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밤 9시가 넘었고, 밖은 어둡고 적막했다. 은석은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선생님 은지가 아직 집에 오질 않았어요.”

선생님도 놀란 듯 말했다.

“아직요? 카네이션 들고 곧바로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아버님 너무 섣부른 생각은 하지 마시고.. 일단 제가 그쪽으로 갈테니 같이 찾아봅시다.”

십 분이 지난 후 선생님이 도착하였고, 손전등을 하나씩 쥔 채 은지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한참을 찾았을

까, 갑자기 선생님이 소리쳤다.

“여, 여기요! 여기로 오세요!”

곧바로 은석과 아내가 달려갔다. 그곳엔 질겁한 표정에 선생님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한 곳을 응시하고 있

었다, 이내 아내가 울분을 토하며 쓰러졌고, 은석도 멍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나뭇가지엔 은지의 목만이 매

달려 있었고, 거꾸로 뒤집혀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을 듯 축 늘어져 있었다. 눈은 뒤집히고 혀는 삐죽 나와

있다.

“은지야! 흑흑..!”

아내는 은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대성통곡 하였다. 선생님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눈이 동그래졌다.

곧바로 은석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버님.. 저 이 모습 어디서 본적 있습니다..”

“어디서 말인가요?”

“그게.. 저희 반에 조금 이상한 아이가 있는데.. 최근에 책상을 연필로 긁더니 이상한 그림을 그렸어요..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은지의 저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런가요..? 그 아이의 이름이 뭐죠?”

“동욱이요, 김동욱.”

“동욱이라...”

순간 어제 은지와의 대화가 생각났고,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그녀석이 범인이다.

아내는 숨넘어가듯 울더니 정신을 잃었다. 놀란 선생님이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어머님! 어머님! 괜찮으세요?”

아내는 눈이 뒤집힌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켜보던 은석이 말했다.

“선생님 죄송한데 제 아내 좀 집에 데려다 주세요. 전 가볼 곳이 있어요.”

“네? 어딜 간다는 말씀이세요? 경찰에 신고 해야죠!”

“신고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선생님은 걱정 마시고 아내만 잘 데려다 주세요.”

말을 끝마친 동욱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갔다.

“아버님! 아버님!”

선생님의 외침은 어두운 밤하늘에 번지며 사라져갔다.




한참을 달리자 빨간 지붕에 집이 보였다. 작은 길이 보였고 그 길을 따라 쭉 달렸다. 넓은 들판이 펼쳐졌

고, 눈에 띄게 큰 나무가 보였다. 그 방향으로 조금 더 가니 낡은 폐건물이 나왔다. 은지가 설명한 대로이

다. 녹슨 문을 열자 괴기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건물 안은 불이 켜진 밝은 상태였고, 한 남자아이가 의자

에 앉아 있다. 그 옆엔 목이 잘려나간 소녀의 시체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고, 등엔 빨간 가방을 메고 있

다. 잘려나간 목 위론 은지의 초상화가 연결되어 붙어있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그림 속 은지는 밝게 웃

고 있다.

“아이씬 뭐고? 내가 초대한 손님이 아인데?”

“난 은지 아빠다..”

“아.. 그래?”

동욱은 입을 막고 낄낄 웃었다. 은석은 그와 시체를 번갈아 보았다.

“아이씨도 이년처럼 뒤지고 싶어서 왔나?”

“어린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와~ 이 아이씨 나이 좀 먹었다고 깝치네.. 내는 방금 당신 딸을 직인 놈이야. 한 둘 더 직이는 건 어려

운 일이 아니라고. 내는 당신 직일려고 덤빌 건데, 아이씬 내 직일수 있나? 막기만 할라면 당신은 내 절대

이길 수 없다카이. 어이, 아이씨 사람 직여는 봤나? 키키키.”

“사람 죽여 봤냐고? 풋..”

순간 은석의 표정이 변하면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동욱은 그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은석은 바지와 속옷을

내리더니 은지의 시체를 보며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머...뭐꼬! 아이씨 지금 뭐하는 짓이고!”

“기다려봐.. 하아.. 기분 좋다..”“도랐나? 고만 하라고!”

은석은 동욱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전율이 온몸을 감싸고 짜릿했다. 피범벅이 된

은지의 시체는 그에게 오르가즘을 선사했다. 동욱은 다가가지 못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몇 분이 지난

후 정액이 흘러나왔고, 은석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바지와 속옷을 다시 입는

다.

“사람 죽여 봤냐고 물었지? 크크.. 정말 가소롭다 너.. 내 취미가 뭔지 알아? 바로 이렇게 시체를 보며 자

위를 하는 거야. 이 쾌락을 참을 수 없어서 벌써 수도 없이 죽였지. 한 번은 은지가 그 모습을 본적이 있는

데, 다행인지 은지는 충격을 받으면 기억을 잊는 병이 있어서 말이야.. 그 덕분에 죽이지 않고 살려뒀는

데, 이렇게 죽어버렸네.. 근데 다른 시체보다 내 딸의 시체를 보니까.. 더 좋은 거 있지? 흐흐.. 너무 짜릿

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아.. 하아..”

동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친 새끼...”

“네가 그런 소릴 할 처지인가? 내 딸을 죽인 건 너잖아? 너도 똑같은 놈인 거 아니야? 무엇보다 좋은

건.. 이제 난 널 죽여도 되는 이유가 생겼어. 내 딸을 죽인 놈이니까 아빠로써 복수를 해줘야 하지 않겠

어? 흐흐.. 그럼 난 영웅이 되는 거야.. 사람을 죽이고도 영웅 대접을 받는다.. 생각만으로도 짜릿해.. 쌀

것 같아..”

은석은 두 눈이 충혈 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괴기한 표정으로 낄낄 웃었다, 동욱은 톱을 집어 든다. 마

른 침을 꿀꺽 삼키며 의자에 내려와 섰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은석의 눈이 매섭게 변하면서 달려들었

다. 동욱은 못에 찔린 발등에 통증으로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그가 다가오기만을.

“죽어!”

가까워졌을 때, 동욱이 톱을 크게 휘둘었다. 은석은 몸을 뒤로 빼 피했고, 곧바로 복부에 발차기를 가했

다. 체격과 힘 차이가 상당했다. 동욱은 배를 움켜쥐고 바닥을 뒹굴었다. 숨 쉬기가 버거웠다, 은석은 그

의 왼팔을 발로 밟았다. 우지직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크아아악!”

동욱은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렸다. 오른손에 쥔 톱으로 은석의 발목을 찔렀다. 톱날이 살 깊숙이 박히

며 그가 쓰러졌다.

“으악! 이 신발새끼가!”

동욱은 기어서 구석에 있는 철제 캐비넷 앞까지 왔다. 그 속엔 여러 흉기들이 들어 있었다. 작은 도끼를 집

어 들고 캐비넷을 닫는다. 은석은 발목에 박힌 톱을 뽑았다. 한 발을 질질 끌며 동욱에게 향했다.

“강아지가.. 곱게 죽을 것이지.. 신발!”

동욱은 등 뒤로 도끼를 숨기고 기다렸다. 둘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동욱은 더 이상 힘이 없었다, 마지

막 한방을 노렸다. 조금 더, 조금 더 가까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3미터쯤 다가왔을 때, 도끼를 힘차게 던

졌다. 심장을 노렸지만 아쉽게 왼쪽 어깨에 박힌다.

“크학!”

화가 난 은석이 발목에 통증도 잊어버린 채 달려와 발길질을 했다. 얼굴과 배를 수십 차례 가격했다. 동욱

은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죽어! 죽어!”

이성이 끊긴 듯 무자비하게 발길질을 했다. 그 충격으로 옆에 있던 캐비넷이 흔들렸고, 이내 동욱의 옆으

로 쓰러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흉기들이 떨어졌다. 동욱은 손을 뻗어 칼을 집었다. 곧바로

은석의 발목을 또 한 번 그었다.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베였다.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동욱은 피를 뱉으

며 일어나 은석에게 달려들었다. 칼을 들어 찌르자 왼손으로 막았다. 칼이 손바닥을 뚫고 관통했다. 동욱

은 힘으로 눌러보지만 힘 차이는 컸다, 은석은 그를 옆으로 밀치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두 눈을 감

고 손에 박힌 칼을 뽑았다,

“끝이다.. 신발새끼..”

은석은 동욱의 배에 칼을 쑤셨다.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둘 은 바닥에 누운 채 숨을 몰아쉬었다.

동욱은 힘을 짜내어 말했다.

“하아.. 하아.. 내가 지뿟네.. 아이씨 마지막으로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울 아부지는.. 내 눈앞에서

울 어무이를 직였다.. 직이고 나서 내한티 한 말이 뭔지 아나? 니는 살려 줄텐게 어무이 시체를 땅에 묻어

라 캤다. 내는 너무 무서워가 어무이 시체를 직접 땅에 묻었고, 그때에 내 나이가 일곱 이었다이가, 일곱.

이 건물에서 아부지는 수십 명에 사람을 직이고 그 모습을 내한테 보라 캤다. 다 끝나면 정리하고 시체 묻

는 건 내 일 아이가. 다 끝나면 언제나 아부지가 말 하는기, 니는 살려준다고.. 내 말만 잘 들으면 그림 그

릴 수 있게 종이랑 연필도 사주고 목숨도 살려준다고.. 그래서 묵묵히 했다이가. 아부지가 내 만날 때려도

직이지는 않는다이가. 그르케 자라온 내는 어느새 괴물이 되었드라. 정신 차리니 동물 시체가 내 주위에 널

려 있고, 결국 사람도 직여뿟다이가 크크.. 내가 직인 시체로 작품을 만들어가 아부지한테 보이줄라고 기다

리고 있었다.”

“그게.. 네 아버지한테 복수 하는 건가?”

“복수? 크크크크.. 울 아부지는 오히려 좋아할끼다. 자신이 만든 괴물을 보고 기뻐할게 분명하다이가. 오

늘이 어버이날 아이가. 이건 선물이지, 선물!”

“정신 나간 부자구만..”

“빨리 도망 가는기 좋을껄? 이제 곧 아부지가 올끼다. 그름 아이씨도 죽는기라.”

“말은 고마운데 도망 갈 힘이 없다..”

그 순간 문 밖에서 중년 남자소리가 들려왔다.

“씨벌놈이 대가리 좀 컸다고 누구한테 오라가라고?”

문을 세차게 열고 들어온 동수는 눈앞에 광경에도 놀라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동욱의 시야는 점점 흐

려졌다.

“뭐.. 이것도 그리 나쁘진 않네..”

동욱은 편안하게 눈을 감고 숨을 거두었다. 다가온 동수가 동욱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임마 이거 니가 이랬나?”

“그렇다면?”

“씨벌.. 내 장난감 직이뿌면 우야노? 환장 하겄네.. 인자 누가 뒷정리 하노? 니가 할래?”

“키키키.. 보다시피 네 아들이 발목을 아작 내서 못하겠다.”

“그람 니도 필요 없네? 내 아들도 직였겠다.. 내도 니 직이도 된다이가?”

“뭐.. 나도 그 생각으로 왔던 거라 안 된다곤 못하겠네..”

동수는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주웠다, 은석은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깨닫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동수는 도

끼를 들어 올려 그의 목을 내리쳤다. 푸욱, 푸욱. 주위가 붉게 물들어 갔다.




*Epilogue*

방 안 괴성에 놀란 은석과 그의 아내가 달려갔다. 문을 열자 손에 과도를 쥔 은지가 보였고, 남동생은 목에

서 피를 꿀럭꿀럭 흘리며 괴로워했다. 놀란 아내가 남동생에게 달려들어 안았고, 은석은 은지를 안았다. 은

석은 묘한 쾌락을 느끼며 흥분되는 걸 참았다. 은지는 혼이 빠진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갑

자기 눈이 뒤집히며 몸이 축 늘어졌다. 그렇게 그녀는 정신을 잃었고, 그날에 기억은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End-



댓글 6

굴비녀오래 전

역시나 이건 다시봐도... 여..여..역.. 핳 여기까지 말안해도 아시리라>.~ 잘읽고가용 나요님♥

러뷰러뷰오래 전

중복이에요 ㅠㅠ

띠용오래 전

새아빠가변태였지만...자식을사랑은했나..?!ㅎㅎ

우왕오래 전

헐....소름...무섭...ㅠㅜ

희융오래 전

후이ㅠㅠ다시봐도무서워요ㅠㅠ...........

ㅡㅡ오래 전

오...오.. 첫댓글의 영광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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