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전 오늘 죽을것입니다

붕어빵2013.11.08
조회30,358

출처) 웃대 - 와이구야 님

 

좋은 아침입니다^.^

 

 



전 오늘 죽을것입니다. 기필코 죽어버리고 말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말리더라도 죽어야만 하겠습니다. 도대

체 왜 이러냐구요? 좋습니다. 그럼 죽기전에 제가 왜 죽어야만 하는지 알려드리죠.

가슴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제 남편은 구타가 심했습니다. 욕설도 쉽게 내뱉는 그런 사람입니다. 절 조금

은 이해 하시겠나요? 그래요. 전 평화로운 한 가정을 꿈꾸던 평범한 여자였습니다. 그런 제가 이처럼 죽고

싶었진건 남편 때문입니다. 그는 처음엔 상냥하였습니다. 제가 어리석게도 속아버린 것입니다. 언제나 상냥

한 사람인줄만 알고 결혼을 해버렸습니다. 물론 신혼때는 좋았습니다.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꿈을꾸며 의욕

이 앞선 신혼 생활을 하였습니다. 벌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때 당시엔 그가 제 옆에 있

는것만으로도 매일 웃을수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허망된 꿈이였습니다. 남편이 변한건 순간

이였습니다. 어느날 만취상태로 귀가해 제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곤 몸을 휘청이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

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남편은 모든 잘못을 저에게로 돌렸습니다. 저 때문에 되는일이 없다고 했습니

다. 그리고 저 때문에 놓친 여자들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했습니다. 화가났습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남편의 언성은 점점 높아만 갔고, 가만히 듣고 있던 저도 참을수 없

을만큼 화가 났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리쳤습니다. 그 순간부터입니다. 남편의 구타가 시작된것은.

그 이후부터 남편은 구타를 하는걸 별수롭지않게 여겼습니다. 조금만 화가나도, 조금만 자기 마음처럼 안되

면 저에게 구타를 하였습니다. 그래요. 전 남편의 스트레스를 푸는 펀치 기계같은 여자였습니다. 매일같이

얼굴이 퍼렇게 물들어 집밖을 나가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울었습니다. 서러움에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

내었습니다.

매일 지옥같은 생활을 하였지만, 전 아직 남편을 믿고있었습니다. 언젠간 돌아 올것이란 바보같은 상상을

하고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죽고싶어졌습니다. 부엌칼을 쥔채 같이 죽자고 말하는 남편을 보며 정말 죽고싶

어졌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같이 죽자고, 너가 원하는데로 하자고.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습니다.

눈물이 뚝뚝 흘렀습니다. 남편은 용기가 없었습니다. 손을 부들부들 떨다 부엌칼을 놓쳤습니다. 그리곤 땅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저도 앉았습니다. 저희 둘은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었습니다. 정말 죽고싶었

습니다. 이런 생활은 이제 싫습니다. 그래서 전 죽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남편과 이별을 했습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사랑했던 그를 떠나는건 너무 가슴아픈 일입니다. 당분간 그

를 지켜보기로 합니다.

그는 저와 헤어진후 다른 여자를 만납니다. 저 때문에 놓쳤다던 여자중 하나인듯합니다. 그가 여자와 함께

웃습니다. 보기 싫습니다. 가슴에 멍이 듭니다. 어떻게 저런 미소를 지을수가 있는것입니까? 저는 이처럼

아픈데, 심장이 뭉게져 정신을 못차리겠는데!

행복했던 그가 울상입니다. 그 여자가 떠났습니다. 배신을 당한것입니다. 그의 입에선 이상하게도 제 이름

이 흘러 나옵니다......

계단을 오릅니다.

사람들이 팔을 잡고 말립니다.

뿌리칩니다.

전 오늘 죽을것입니다.

그는 여자가 떠난후 저를 보고싶어합니다. 자신을 지켜줄수 있는건 저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제가 보

고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매서운 눈을 가진 여자가 알겠다고 합니다. 전 모든것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

습니다......

옥상문을 엽니다.

시원한 바람이 맞이합니다.

사람들이 팔을 더욱 강하게 잡고 말립니다.

또 뿌리칩니다.

전 오늘 죽어버리고 말겠습니다.

매서운 눈을 가진 여자가 무엇인가 중얼거립니다. 왠지 모르게 그 소리에 제가 이끌립니다. 숨어있던 저는

그의 뒤편으로 서서히 다가갑니다. 아직 그는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점점 가까이, 더 가까이, 그와 몸이

닿습니다. 하지만 더 가까이, 전 그의 몸속으로 스며듭니다. 이제서야 그도 제가 온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

미 늦었습니다.

그와 저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하냐구요? 사실 예

전에 저도 믿지 못했던 일 입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니 안믿을수가 없겠군요. 매서운 눈을 가

진 여자가 말했습니다. 이것을 '빙의'라 한다고.

옥상 난간에 올라섭니다.

바람이 너무나도 상쾌합니다.

붙잡던 그의 가족들이 통곡합니다.

매서운 눈을 가진 무당도 당황했습니다.

그는 저를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저를 자신에게 빙의하여 느끼고 이야기하고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와 하고싶은 말이 없습니다. 언제나 이날을 꿈꿔왔습니다. 제가 떠난후에도 행복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사

라져 버리기를.

옥상 난간에서 땅을 바라봅니다.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그가 부엌칼을 쥐고 같이 죽자고했던 날.

제가 죽어버리자고 결심을 했던 날.

그날 한번 보고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그가 강하게 거부합니다.

하나가 된 저를 뿌리치려합니다.

하지만 어림없습니다.

그의 뇌는 이미 제가 조종합니다.

로봇처럼 그가 움직입니다.

저는 환하게 웃으며 땅을 봅니다.

그도 땅을 봅니다.

전 오늘 죽을것입니다.

이 더러운 육체와 함께.......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