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지옥의 숲 上

나요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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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대 - 디스종결자 님

 

복구글은 시간에 관계없이 랜덤으로 올립니다.

 

 

소나무와 밤나무가 우거진 산 속 깊은 곳에 현대식 건물로 신축한 ‘하늘 정원’이라는 이층짜리 산장이 하나 있었다. 산장 앞마당에서는 모닥불이 피어져 있었고, 한 켠에 있는 바베큐 숯불구이 설치대에서는 돼지고기가 쇠막대에 끼어져 노릇노릇 익고 있었다.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구레나릇 아저씨는 산장 주인으로 익은 돼지고기를 잘라 십여 명에 이르는 투숙객들이 식탁을 중심으로 서서 식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한국대학 3학년생과 2학년생들인 하병무 일행은 남자 셋, 여자 셋이었는데, 등산을 마치고 하룻밤 쉬어가기 위해 이곳에 투숙했다. 남자 셋은 3학년이었고, 여자 셋은 2학년이었다.





병무의 애인인 리나는 어깨를 덮는 갈색머리였고, 눈이 크고 입술이 도톰한 미인이었다. 그녀의 외모에 매료되어 교제를 신청한 병무는 그녀가 사귀는 것을 허락하자 충만한 행복을 느꼈었다. 그녀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2년간의 열애 기간 내내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었다.

그녀의 외모에 못지않은 병무는 아몬드형의 눈과 오뚝한 콧날, 좀 큰 입술을 가진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의 소유자로, 경제학과의 수석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수재였다. 그는 취미로 축구를 하는데, 학교 대표 축구선수 후보이기도 하였다.





“많이 먹어, 리나야”

병무는 옆에 서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 리나를 보고 다정하게 말했다. 리나는 언제 봐도 기분을 유쾌하게 한다. 병무는 그런 그녀를 가슴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오빠도 많이 먹어. 알았지?”

리나가 싱긋 웃었다. 볼에 깊은 보조개가 패는 리나는 주인이 가져다 놓는 고기를 한 점 집어 병무의 밥그릇 위에 올려 주었다.





“고마워, 리나야”

병무는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이번 산행은 미팅을 겸한 것이었다. 병무의 친구들과 리나의 친구들을 서로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들은 금세 친숙해져 각자의 파트너 옆에 서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 이거 한 잔씩 해요.”

주인아저씨가 과실주를 가져와 투숙객들에게 한잔씩 돌렸다. 산 속의 밤공기는 쌀쌀했고, 어디선가 부엉이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가고 있었다.

병무 일행 외에 커플로 보이는 두 쌍의 연인이 있었고,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있었다. 남자 둘은 친구 사이로 보였는데, 병무 일행이 투숙하려고 산장에 들어가자 홀 탁자에 마주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었다. 그들은 인상이 사나웠는데, 힐끗힐끗 리나를 바라보는 눈 속에 욕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병무는 그들을 마음속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멀리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에요?”

리나의 친구 윤진이가 입으로 가져가던 수저를 멈추며 놀란 눈으로 물었다. 겁이 많은 윤진이는 눈이 크고 단발머리였는데, 약간 뚱뚱한 병무의 친구 상혁의 파트너였다.

“귀 담아 듣지 말아요. 산 아래 동네에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처녀가 하나 있어요. 아마 그녀가 내지르는 소리일 겁니다.”

주인아저씨는 아무 걱정 말라며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신통하게도 여자의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거기, 아가씨 이름이 뭐요?”

인상이 사나운 두 명 중 한 명은 초록색으로 머리를 염색했고 다른 한 명은 스포츠머리로 왼쪽 볼에 이 센티미터 크기의 흉터가 대각선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 중 초록색머리가 리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왜 물으십니까?”

병무가 경계심을 드러내며 반문했다.

“그냥 이름이나 압시다.”





“알 거 없어요.”

병무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초록색머리가 조소를 머금었다.

“거 너무 비싸게 구는 거 아니요. 같은 투숙객끼리 이름이나 알자는데 뭐 그리 튕기십니까?”

스포츠머리가 과실주를 단숨에 비우고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병무는 그들이 폭력배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체격들이 우람하고 어깨가 단단해 보였다.





“리나예요. 강리나요.”

리나의 친구인 고은이가 험악해 지려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중재하듯 말했다. 그녀는 검은머리를 뒤로 한데 질끈 묶고 있었는데, 시원한 마스크로 호감형이었다.

“이쪽부터 말씀드리죠.”

고은의 파트너인 진수는 좀 마른 체구에 검은색 뿔대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진수는 고은이의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병무, 리나, 윤진, 상혁, 고은, 그리고 제 이름은 김진수입니다. 됐죠?”

“고맙소.”

스포츠머리가 헛기침을 한 후 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투숙객들은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밝힐까 고민하는 눈초리들이었다. 보름달이 태평스럽게 하늘을 떠가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아까 들렸던 비명소리가 멀리서 다시 들려왔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자, 한 잔씩 더 해요. 그리고 사이들 좋게 지내요.”

주인아저씨가 고기를 더 가져와 놓고 과실주병을 들어 각자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초록색머리가 리나를 힐끔거리며 잔을 받아 들이켰고, 병무는 놈의 시선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다.


















여자는 맨발이었다. 긴 머리는 헝클어지고 표정은 공포로 가득차 있었다. 여자는 사팔뜨기 눈에 들창고로 무릎을 덮는 치마를 입었고 윗옷은 꽃무늬 남방이었다. 여자는 죽을 힘을 다해 숲속을 달리고 있었다. 여자의 뒤로 낫을 든 사내가 뒤쫓고 있었다.





“거기 서!”

사내는 간격이 좁혀지는 여자를 응시하며 달려 나갔다.

170여센티미터의 키에 약간 살이 찐 사내는 얼굴에 진흙을 묻힌 듯 시꺼멓게 보였다. 그는 희멀건 눈동자를 굴리며 표적을 향해 성큼성큼 뛰었다. 여자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곧 잡힌다. 사내는 여자를 아슬아슬하게 잡았다가 놓아줬다가 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여자를 보는 것이 그는 좋았다. 하지만 이제 그만 즐길 때도 됐다. 밤이 깊어 가고 있었고, 허기가 졌다. 그의 허기를 가중시키는 것은 어디선가 풍겨오는 돼지고기 냄새였다. 사내는 그곳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투숙객들이 몇 명인지도 알았다.





사내가 여자를 처음 본 것은 밤나무에 올라가서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산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몸매가 그럴 듯한 여자가 들꽃을 꺾어 손에 쥐고 올라오고 있었다.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고, 보름달이 하늘에 떠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사내는 길을 꺾어 산 속으로 방향을 바꾸는 여자를 보고 나무에서 내려왔다. 몸이 근질거렸다. 투숙객들 중에 눈을 사로잡는 여자가 있었지만 그녀를 노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사내는 천천히 여자의 뒤를 밟았다. 여자가 눈치 채고 겁을 집어먹기를 바라면서. 전주곡 같은 존재! 사내는 여자를 그렇게 간주했다.

“휘리리릭!”

여자가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고 덤불 사이를 헤치며 나아가자 사내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휘파람을 불었다. 여자가 뒤돌아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아까보다 훨씬 못 생겼다. 기운이 다리 사이로 빠져나갔다.





“뛰어. 그러면 넌 살 수 있어!”

사내는 빈정거리듯 말해 보았다.

“나! 히히!”

히죽거리고 웃는 것이 미친 여자 같았다. 그러나 치마 밑으로 빠진 다리는 희고 날씬했다. 가슴도 적당히 부풀어 오르고 허리선은 잘록했다. 다시 몸이 근질거렸다.





“그래, 너. 뛰어. 안 그러면 넌 내 손에 죽을 거야.”

사내는 허리참에 끼어 놓았던 낫을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여자가 뒷걸음질했다. 사내는 낫으로 나무를 찍었다. 낫이 나무에 박혔다. 여자의 태도가 일순 돌변했다.





“아저씨, 무서워!”

여자가 뒷걸음질 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내는 흙을 파서 얼굴에 발랐다. 그리고 휘리리릭 휘파람을 불었다. 여자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내는 다리 사이로 부풀어 오르는 것의 존재를 의식했다. 못 생긴 여자에게도 성욕은 일어난다. 여자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지자 사내는 뒤쫓기 시작했다. 전율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살인전주곡!





여자는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고 호흡이 가빠왔다. 날 죽일지 몰라. 여자는 두려움이 밀려들자 사력을 다해 달음질쳤다. 가시덤불에 걸려 넘어졌다. 구두가 벗겨졌다. 여자는 뒤돌아보았다. 사내가 가까운 거리에서 뒤쫓아 오고 있었다. 신발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여자는 맨발인 채로 달렸다.





“휘리리릭! 휘리리릭!”

여자는 남자의 휘파람 소리가 무서웠다. 그 소리는 그녀를 희롱하는 것 같았다. 여자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닥친 위험한 상황은 충분히 인식했다. 맨발에 작은 돌맹이와 가시가 박혔다. 종아리에 날카로운 풀잎이 스치면서 피가 맺혔다. 그러나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아아아악!”

사내에게 어깨가 잡히자 여자는 비명을 내질렀다.

“쌍년! 고작 이 정도의 거리밖에 못 도망쳐! 이 씨팔년!”

사내가 낫을 휘둘렀다. 여자가 몸을 옆으로 돌렸고, 낫은 어깨를 살짝 스쳤다. 스친 곳에서 서늘한 것이 느껴졌다. 피가 흐르는 모양이었다.

“빨리 뛰지 못해!”

사내가 명령했다. 여자는 아픔도 잊은 채 내달렸다.





‘날 죽일 거야. 날 죽일 거야.’

여자는 턱까지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익숙한 길이 나왔다. 여자는 비탈 아래로 내달렸다. 그러나 비탈길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사내가 달려 내려와 낫을 휘둘렀다.

“아아아아악!”

휘두르는 낫에 남방이 찢어지고 살갗이 깊이 파였다. 사내는 짐승을 도살하듯 여자의 몸에 낫을 마구 내리쳤다. 남방이 피로 금세 물들었다.





“사, 살려 주세요.”

여자는 피를 흘리면서도 목숨을 구걸하듯 애원조로 사정했다. 사내는 낫을 내던졌다. 그리고 여자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자신의 남성을 여자의 몸속으로 밀어 넣었다.


















병무 일행은 모닥불에 둘러서서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홀짝였다. 저녁 식사 후에 마시는 커피는 구수하고 달콤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산장 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괜찮을까, 오빠?”

한동안 말이 없던 리나가 불안한 얼굴로 병무에게 물었다.





“너무 걱정 마. 그냥 이름이 알고 싶었을 뿐일 거야.”

병무는 리나를 안심시켰다. 그녀를 지킬 자신이 있었다.

“흔히 있는 일이잖아, 리나야.”

고은이 리나의 지난 기억들을 상기시켰다. 리나는 어디가나 사람들의 선망 어린 시선과 맞닥들였다. 늘씬한 키에 아름다운 외모. 리나를 압축시켜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였다.





“평범한 사람들 같지 않잖아.”

리나가 고은을 보고 말했다.

“그건 그래. 옷차림새 봤어? 산행 온 차림새가 아니야.”

윤진이가 커피 잔을 비우며 말했다.

초록색머리와 스포츠머리는 운동화를 신었을 뿐 도심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한 옷차림새였다. 양복 바지에 흰 드레스셔츠 차림으로 정상에 올라가지 않은 듯 땀에 절인 모습들이 아니었다.





“그럼 여기에 왜 있을까? 혹시 깡패들 아닐까?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 중인 깡패들 말이야.”

상혁이 파트너인 윤진의 말을 받았다.

“얼굴에 상처 있는 거 봤지. 그리고 머리 봐. 감방에서 갓 출소한 듯 짧잖아.”

윤진이 일행의 동조를 구하듯 말했다.

“그렇다고 이 밤 중에 하산할 수도 없잖아. 오늘 하룻밤이니까, 조심하자고.”

진수가 괜히 일행들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는 듯이 자책감을 가지며 말했다.





산장에 투숙하게 된 동기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보자는 데 있었다. 하룻밤을 묵으면서 서로의 과거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샐 생각이었는데, 인상이 사나운 자들이 투숙하고 있는 바람에 그런 일은 물 건너 가 버린 듯 하였다.

“미안해. 난 분위기가 안 좋아서 리나 이름을 말해 준 거야. 괜찮지, 리나야?”

고은이 속상한 얼굴로 리나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 고은아. 이름 안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잊어 버려.”

리나가 웃는 얼굴로 고은에게 말했다.

그 광경을 이층 중간 방에 투숙한 초록색머리가 창문을 열어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스포츠머리는 침대에 벌렁 누워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울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불광동파’ 라는 폭력조직의 행동대원들로 나이트클럽 이권 다툼 문제로 경쟁파의 보스를 칼로 찌르고 은신 중에 바람을 쐴겸 이곳에 투숙한 것이었다.





“어떻게 할 셈이야?”

스포츠머리가 넋을 놓고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초록색머리에게 물었다.

“갖고 싶어.”

“리나 라는 여자?”

“그래. 그런데 남자친구가 힘 좀 있게 생겼어. 우리를 경계하는 것 봤지? 눈치가 빠른 놈이야.”

“걱정 마. 내가 그 놈을 맡을 테니, 리나 라는 여자 너 가져.”





“그래 주겠어.”

“그래.”

“고마워.”

초록색머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 커피를 마시던 자들이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가자. 녀석들이 일을 벌일 모양인데.”

“그래. 어떤 일?”





“짝짝끼리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초록색머리는 리나와 그의 파트너가 사라지는 숲을 응시하고 말했다. 스포츠머리가 가방에서 칼을 꺼내 양말 안쪽에 찔러 넣었다. 열어둔 창문 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길이 나 있지 않은 숲속은 마치 정원의 잔디를 손질하지 않은 듯이 잡초들이 무릎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병무는 리나의 손을 잡고 저녁 식사 후의 산책을 겸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숲속을 거닐었다. 보름달은 사물을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았다.

“사랑해, 리나야.”

병무는 잡초들이 우거진 숲을 벗어나자 리나를 자신에게 돌려 세우고 말했다. 밤이슬이 내린 땅엔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었고 보름달의 빛을 받아 반들거렸다.





“나도 오빠 사랑해.”

리나가 병무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리나는 병무를 사랑했다. 병무 없으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만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평온이 느껴졌고, 한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키스해도 되겠니?”

병무가 부드럽게 속삭이자 리나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병무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자신에게로 당긴 후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리나는 촉촉한 입술의 감촉이 그녀의 입술에 살짝 와 닿자 전신이 녹아내리는 듯한 황홀감이 느껴졌다. 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벌렸고, 병무의 혀가 부드럽게 들어오자 그것을 받아 삼키듯 쭉 빨아 당겼다. 온 몸의 세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전율이 전신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이쪽으로 사라졌는데.......”

어디선가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해?”

“확실해. 놈들은 서로 만나지 않을 거리를 두고 흩어졌였어. 리나는 분명히 이쪽이었어.”

병무와 리나는 화들짝 놀랐다. 리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보니 인상이 사나운 작자들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우리를 찾는 것 같아.”

병무가 포옹을 풀며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그들이 왜 나를 찾지?”

“빨리 산장으로 돌아가자. 산장이 숲속보다 안전해.”

병무가 리나의 손을 잡아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 광경을 가까운 곳에 있는 밤나무 위의 굵은 가지 위에 앉아 옥수수를 갉아먹고 있는 사내가 지켜보고 있었다. 사내는 리나의 늘씬한 몸매를 주시했다. 안고 싶었다. 그런데 리나가 애인으로 보이는 작자와 키스를 나누었다. 놈을 향한 분노가 창자 아래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었다. 죽여주지, 씨팔놈! 사내는 욕지기를 속으로 내뱉었다. 그런 후 저 여자를 내 마



누라로 삼아야겠어.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여자야! 사내는 왜곡된 성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가학적인 행위를 한 후 섹스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소위 성도착증환자였다. 사내는 리나가 숲 속으로 걸음을 옮기자 나무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적들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놈들이 리나의 파트너를 죽여줄지 모르는 일이었다. 지켜보자. 사내는 나무에서 내려와 다리를 쪼그리고 앉아 휘파람을 불었다.





“저쪽인 것 같아. 뛰자.”

가까운 곳에서 남자 둘이 뛰어 나왔다. 그들은 주변을 휙 둘러보고 한 방향을 정하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정확히 리나가 사라진 쪽이었다.

사내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겨 가며 그들을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