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단짝인 경훈이는 오컬트(occult) 매니아다. 처음에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탓에 이질감을 갖고 있었다. 경훈이는 엄청 잘 생겼고, 공부도 엄청 잘하지만, 나는 엄청 못 생겼고, 공부도 엄청 못한다.
나른한 점심시간의 휴식을 쐬고 있는 어느 날이었다.
“주술이라, 주술⋯⋯.”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속의 이야기에 심취하여 생각을 입 밖으로 낸 것이 화근이었다.
“뭐? 주술?”
우연히 그 곁을 지나던 경훈이가 말했다. 공통된 취미와 이끌림을 가진 우리. 이처럼 N극과 S극이 만나면 죽지 못해 안달이 나듯 우린 엉겁결에 친해지고 말았다.
사실 서로 극심한 왕따인 게 이유라면 이유겠지. 나는 나대로 왕따라는 이유가 설명이 됐지만, 경훈이는 너무 잘난 탓에 인간들이 시기를 했다. 열등감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오타쿠 듀오라며 우리를 놀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타쿠가 아니라 오컬트야 멍청한 것들. 우린 아주 엄청난 우정파워로 서로 인생의 끈이 묶여져 있는 게 분명하다. 경훈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거다.
그날따라 경훈이는 아침에 뭘 먹고 왔는지 난리 법석이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숨도 제대로 못 가눴고 두 다리는 덜덜 떨고 있었다. 이럴거면 밤에 톡이나 해주지 왜 난리냐고 따지고 들었다. 아침에 묘한 사이트를 찾았다며 딥 웹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곳에서 웹서핑을 하다가 엄청난 사이트를 찾았다는 거였다.
“아침부터 컴터질이냐.”
사이트 이름은 ‘오컬티스트’ [ENTER]라는 버튼을 누르자 [비밀번호를 입력하시오.]라는 문구가 나왔다. 경훈이가 일러준대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4444’ 비밀번호가 너무 허술한 거 아냐? 녀석은 어떻게 이런 사이트를 찾았는지 내심 대견하면서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것 일까 싶기도 하다.
사실 사이트 자체는 요란하지 않다. 모 포털사이트처럼 뉴스니 검색어니 복잡한 버튼도 없고 그냥 ‘게시판’ 딱 하나다. 단지 게시판 하나. 실망도 많이 했다. 이딴 사이트가 뭐가 엄청나다고⋯⋯. 게시판을 이리저리 클릭하다 보니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가마나의 주술적 능력’ 조회수 30. 댓글 3.
뭔 놈의 이야기가 어려운 단어 투성인지 읽기를 그만두고 바로 댓글로 스크롤을 내렸다. 교과서를 읽는 마냥 하품이 절로 났으니 말이다.
가마니님 : 나는 능력이라... 대단하네요.
인도님 : 능력을 기행적인 체험으로 겪어 봤는데요, 말도마세요. 엄청납니다. 제가 나중에 특집으로 다뤄서 한번 게시글 올릴게요.
마사라님 : ㅎㅎ날다가 비둘기랑 눈 마주쳐서 깜짝놀랬음ㅋ
지랄들을하네 미친놈들. 내가 아무리 오컬트를 반은 의구심 반은 호기심으로 접한다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일기장 같은 이야기들은 진절머리가 난다. 어이가 없었다. 비둘기랑 눈이 마주쳤단다. 나는 거기서 배를 잡고 웃었다. 유머사이트인가? 경훈이 녀석이 나를 놀려 먹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무의미하게 마우스 휠을 이리저리 굴렸다. ‘휴-’하고 한숨조차도 어이없다는 소리를 냈다.
잠시만. 의미가 퇴색된 마우스 휠을 내리다 뭔가 꺼림칙한 기억을 본 듯이 그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나는 다시 휠을 왔다갔다하며 눈으로 훑어보았다. 귀신이라도 본거야 뭐야. 도대체 뭘 본건지 이렇게 찝찝하지.
‘도플갱어 만들기’
그렇지 바로 이거였다. 어째서 조회수가 영인데 댓글이 달릴 수가 있을까. 나는 이게 바로 오컬트지! 하고 외치며 클릭을 했다.
떡하니 나와있는 쥐의 사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쥐새끼보고 뭐 어쩌라고.
내용은 이러했다.
[변신담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설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손톱⋅발톱을 주워 먹던 쥐가 주인처럼 모습이 바뀌어, 가짜가 진짜주인행세, 진짜가 가짜주인으로 오해를 당하는 이야기. 둔갑한 쥐. 모두들 아실 겁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거 아시나요? 저희 집 천장 다락방에 쥐새끼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녀석에게 심심해서 제 손발톱을 먹였습죠. 그렇게 먹인 게 한 100여개 정도 될려나? 그냥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던 게 습관처럼 돼버리는 바람에;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천장에서 제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분명한 제 목소리였죠. 그땐 환청이니 뭐니 무섭기도 해서 억지로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이게 꿈이 아닌 게, “꺼내줘. 꺼내달라고.” 하면서 마구 천장을 두둘기고 녀석이 방방 뛰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는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계속 살을 꼬집으면서 천장 다락방으로 향했죠. 근데 이게 웬걸ㅡㅡ 진짜 저와 똑같은 모습을 한 녀석이 있더라고요. 너 뭐냐! 했더니 지가 날 이렇게 만들어 줘놓고서 뭐하는 거냐고 막 따지는데 정말 웃겼어요; 여러분들 거짓말 같죠? 인증샷 올립니다.]
지랄하네. 미친놈. 분명 사진은 뭐 직쏘같은 것이 나와서 ‘구라지 십장생아’ 이런 게 적혀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정말 똑같이 생긴 두 놈이 서로 손으로 'V'를 그리고 찍은 사진. 말 그대로 ‘인증샷’이었다. 댓글을 보기위해 스크롤을 내리는 순간. ‘픽’하고는 전기가 내려갔다. 정전이었다. 젠장할. 댓글 못 봤는데. 뭐 아무렴 어떠냐. 내 중추신경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자료였다. 나는 바로 경훈이에게 톡을 날렸다.
“조카고맙ㅋ 사이트 짱재미씀ㅋㅋ”
그날 이후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손발톱을 제대로 깎지 못하는 탓에 20개가 아닌 34개가 생겼다. 이래저래 예쁘게 모양이 안 나와서 엉뚱하게 깎다보니 손발톱이 널 부러져 버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굳이 완벽하게 예쁜 거 하나씩 안 먹여도 되잖아.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좀 더 조각을 내기위해 잘려진 것들을 더욱더 작게 조각내어보았다. 혹시나 효과가 미비할 수도 있으니 적당한 크기로 잘라냈다. 총 48개. 완벽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엄청난 사실에 좌절하고 말았다. 아차, 우리 집엔 쥐가 없잖아. 엄마가 줄곧 “에라이 쥐새끼야!”라고 농담을 하곤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더러운 손톱, 아니 손톱은 먹을 수 있어도 발톱은⋯⋯.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사람이었다. 바보 같은.
그렇게 아무 득도 없이 이틀이 지났다. 마음속에는 어쩌지하는 걱정만 늘어갔다. 경훈이는 시험기간이라 어쩔 수 없다고 미안하다며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나쁜 자식.
“야, 싸고 귀여운 쥐 없냐?”
아무 생각 없이 경훈이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 집 앞 문방구에서 햄스터 천원에 팔던데.”
이런 멍청한. 그래 햄스터가 있었어! 나는 속으로 엄청난 쾌재를 불렀다.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을까. 햄스터도 어련한 ‘쥐’인데. 역시 경훈이는 똑똑하다.
먼저 문방구로 향하기 전에 컴퓨터를 키고 그 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다. 제대로 된 방법을 프린트하기 위함이었다. 조용히 비밀번호를 넣고 사이트에 들어갔다. 혹여나 누군가 볼까봐 문도 잠궜다. 애초 그럴 일은 없지만 말이다.
어라? 게시글을 뒤지고, 뒤지고 몇 번을 뒤졌지만 그 글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다른 글들은 있는데⋯⋯.”
확실히 내가 본 ‘도플갱어 만들기’가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걸. 무작정 해보는 거다. 나는 속으로 경훈이가 못 봤을 거란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결과물이 생기면 반드시 경훈이에게 먼저 자랑해야겠다.
당장에 달려가 햄스터 한 마리를 구입했다. 천원. 단돈 천원에 내 복사본을 만들 수 있다니. 엄청나! 나는 들떠있었다. 초등학교 때의 개구리 해부 이후로 이런 열정과 흥분은 처음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어항을 할머니에게 얻어 와서는 곧장 톱밥을 깔아서 햄스터를 키웠다. 엄마에겐 비밀로 했다. 걸렸다간 엄마 성격에 당장에 녀석을 버릴지도 모르니까. 나는 결과를 최대한으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하나씩 손발톱을 주었다. 녀석은 뭐가 그리 맛있는지 ‘찍찍’대며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넌 시험도 망쳐놓고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냐.” “곧 알게 될 테니까 걱정 마셔.”
경훈이 녀석은 모를 거다. 내가 지금 엄청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다려라 친구야. 곧 완성하면 당장에 보여 줄 테니까.
그러기를 60일. 70일.
여름방학이 된 탓에 오히려 일이 수월해져 나날이 커가는 우리 ‘햄돌이’에게 애정을 더욱더 쏟았다.
“너도 내가 되면 건강해야하니까⋯⋯.”
돼지고기의 살점과 해바라기 씨, 아몬드 등, 내가 맛있어하는 모든 것을 ‘햄돌이’에게 먹였다. ‘햄돌이’라곤 하지만 사실 성별을 몰랐다. 아무렴 어때. 남자든 여자든 내가 되면 남자일 텐데.
80일. 90일. 드디어 99일. 내일이면 대망의 100일. 그러니까 손발톱도 100개.
“뭐야, 인면창인가⋯⋯?”
녀석의 옆구리에 인면창(사람 얼굴 모양의 부스럼)같은 것이 생겼다. 좋은 징조 일지도 몰라.
시험도 시키고, 심부름도 시키고, 돈도 벌어오라고 시켜야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될 ‘햄돌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많은 상상을 했다. 내 동생으로 삼을까. 아니야. 그럼 엄마가 놀랄 텐데. 혹시 거짓말이었으면 어떡하지. 그럴리 없어. 친구들에겐 쌍둥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편하게 놀거야. 그리고 녀석에게 많은 걸 시켜야지!
“학교 다녀왔습니다!”
나는 혹시나 ‘햄돌이’의 존재를 엄마에게 들켰을 까봐 후다닥 내 방으로 뛰어갔다. 원래 결과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성급해진다.
“어라?”
있어야할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할 ‘햄돌이’가 없었다. 그리고 플라스틱 어항은 이상하게 깨져있었다. 마치 ‘햄돌이’가 거대화를 겪어 부서진 것처럼 어항의 네 면이 모두 바닥에 붙어 널부러져 있었다. 마치 터진 것처럼 말이다.
엄마가 확실해. 오늘이면 100일로써 또 다른 내가 태어나는 날인데. 엄마가 그걸 방해하려 들다니. 다시 하려면 다시 3개월을 지나야 하는데, 그러긴 싫었다.
“엄마! 엄마 어딨어!”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까드득- 빠득- 까드드득-’
무슨 소리일까. 나는 온 신경을 귀에 쏟고서 근원지를 찾으려 애썼다. 어디일까. 설마 벌써 나로 변신했나?
‘빠드득- 와득-’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였다. 정말 ‘햄돌이’가 이미 나로 변했나?! 나는 살짝 열려있는 화장실문을 확 열어 젖혔다.
“엄마!”
엄마는 나를 살짝 훑어보고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머리를 먹고 있었다. 분명한 나의 머리. 못생긴 그 얼굴, 완벽한 나의 머리통.
‘까드득- 빠득- 와드득-’
뼈가 씹히는 소리.
아마 그 글의 댓글은 이거였겠지.
[햄스터는 쓰지 마세요. 자기들끼리 잡아먹으니까.]
내 진짜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
이번 소설은 일부러 익살스럽게 그렸습니다. 매번 진지함을 보여드렸지만 그냥 작은 선물로요! 12간지 괴담은 이렇게 시작입니다. 다음은 축(丑)의단편이 되겠습니다.
[자(쥐,子)의단편] 도플갱어
[출처] 웃대 - 히피히피 님
여러부우운~안녕?
나요에요
다들 점심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나요는 오늘 프랑스로 유학갔던 친구가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ㅎㅎ
오늘 날씨 디게 많이 춥죠?
오늘 하루 추운데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_^
아참!! 디게 재밌는 작품을 찾았는데요..
창작추리소설인데 디따 재밌더라구요
하지만..
복사가안되요
글로 직접 옮겨적고싶지만..
1편부터 5편까지라.. 날 잡아서 하지않는 이상..
도저히 불가능한 분량이라..ㅜ_ㅜ
시간되면 일일이 적어서 올리겠습니다!!
아참 이번에 올리는 글은 12간지괴담입니다
하지만 아직 12간지가 완성이 되지않은
8간지랄까요..
사담은 이정도로 끝낼게요^_^
“야, 진짜 죽이는 곳 찾았어.”
“어딘데, 어딘데!”
“거긴 말이야⋯⋯.”
나와 내 단짝인 경훈이는 오컬트(occult) 매니아다.
처음에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탓에 이질감을 갖고 있었다.
경훈이는 엄청 잘 생겼고, 공부도 엄청 잘하지만,
나는 엄청 못 생겼고, 공부도 엄청 못한다.
나른한 점심시간의 휴식을 쐬고 있는 어느 날이었다.
“주술이라, 주술⋯⋯.”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속의 이야기에 심취하여 생각을 입 밖으로 낸 것이 화근이었다.
“뭐? 주술?”
우연히 그 곁을 지나던 경훈이가 말했다.
공통된 취미와 이끌림을 가진 우리.
이처럼 N극과 S극이 만나면 죽지 못해 안달이 나듯 우린 엉겁결에 친해지고 말았다.
사실 서로 극심한 왕따인 게 이유라면 이유겠지.
나는 나대로 왕따라는 이유가 설명이 됐지만,
경훈이는 너무 잘난 탓에 인간들이 시기를 했다. 열등감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오타쿠 듀오라며 우리를 놀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타쿠가 아니라 오컬트야 멍청한 것들.
우린 아주 엄청난 우정파워로 서로 인생의 끈이 묶여져 있는 게 분명하다.
경훈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거다.
그날따라 경훈이는 아침에 뭘 먹고 왔는지 난리 법석이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숨도 제대로 못 가눴고 두 다리는 덜덜 떨고 있었다.
이럴거면 밤에 톡이나 해주지 왜 난리냐고 따지고 들었다.
아침에 묘한 사이트를 찾았다며 딥 웹이니 뭐니 하는 이상한 곳에서 웹서핑을 하다가 엄청난 사이트를 찾았다는 거였다.
“아침부터 컴터질이냐.”
사이트 이름은 ‘오컬티스트’
[ENTER]라는 버튼을 누르자
[비밀번호를 입력하시오.]라는 문구가 나왔다.
경훈이가 일러준대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4444’
비밀번호가 너무 허술한 거 아냐?
녀석은 어떻게 이런 사이트를 찾았는지 내심 대견하면서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것 일까 싶기도 하다.
사실 사이트 자체는 요란하지 않다.
모 포털사이트처럼 뉴스니 검색어니 복잡한 버튼도 없고 그냥 ‘게시판’ 딱 하나다.
단지 게시판 하나.
실망도 많이 했다. 이딴 사이트가 뭐가 엄청나다고⋯⋯.
게시판을 이리저리 클릭하다 보니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가마나의 주술적 능력’ 조회수 30. 댓글 3.
뭔 놈의 이야기가 어려운 단어 투성인지 읽기를 그만두고 바로 댓글로 스크롤을 내렸다.
교과서를 읽는 마냥 하품이 절로 났으니 말이다.
가마니님 : 나는 능력이라... 대단하네요.
인도님 : 능력을 기행적인 체험으로 겪어 봤는데요, 말도마세요. 엄청납니다. 제가 나중에 특집으로 다뤄서 한번 게시글 올릴게요.
마사라님 : ㅎㅎ날다가 비둘기랑 눈 마주쳐서 깜짝놀랬음ㅋ
지랄들을하네 미친놈들.
내가 아무리 오컬트를 반은 의구심 반은 호기심으로 접한다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일기장 같은 이야기들은 진절머리가 난다.
어이가 없었다. 비둘기랑 눈이 마주쳤단다.
나는 거기서 배를 잡고 웃었다.
유머사이트인가?
경훈이 녀석이 나를 놀려 먹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무의미하게 마우스 휠을 이리저리 굴렸다.
‘휴-’하고 한숨조차도 어이없다는 소리를 냈다.
‘브라질의 악마 퇴치 주술’ 조회수 15.
‘귀신과 악마의 반대적 성질’ 조회수 45. 댓글 6.
‘한국의 샤머니즘’ 조회수 31. 댓글 1.
‘도플갱어 만들기’ 조회수 0. 댓글 1.
‘사념 제조기’ 조회수 4. 댓글1.
‘폴터가이스트의 재조명’ 조회수 14. 댓글 6.
잠시만.
의미가 퇴색된 마우스 휠을 내리다 뭔가 꺼림칙한 기억을 본 듯이 그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나는 다시 휠을 왔다갔다하며 눈으로 훑어보았다.
귀신이라도 본거야 뭐야. 도대체 뭘 본건지 이렇게 찝찝하지.
‘도플갱어 만들기’
그렇지 바로 이거였다.
어째서 조회수가 영인데 댓글이 달릴 수가 있을까.
나는 이게 바로 오컬트지! 하고 외치며 클릭을 했다.
떡하니 나와있는 쥐의 사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쥐새끼보고 뭐 어쩌라고.
내용은 이러했다.
[변신담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설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손톱⋅발톱을 주워 먹던 쥐가 주인처럼 모습이 바뀌어,
가짜가 진짜주인행세, 진짜가 가짜주인으로 오해를 당하는 이야기.
둔갑한 쥐.
모두들 아실 겁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거 아시나요?
저희 집 천장 다락방에 쥐새끼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녀석에게 심심해서 제 손발톱을 먹였습죠.
그렇게 먹인 게 한 100여개 정도 될려나?
그냥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던 게 습관처럼 돼버리는 바람에;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천장에서 제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분명한 제 목소리였죠. 그땐 환청이니 뭐니 무섭기도 해서 억지로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이게 꿈이 아닌 게,
“꺼내줘. 꺼내달라고.”
하면서 마구 천장을 두둘기고 녀석이 방방 뛰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는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계속 살을 꼬집으면서 천장 다락방으로 향했죠.
근데 이게 웬걸ㅡㅡ 진짜 저와 똑같은 모습을 한 녀석이 있더라고요.
너 뭐냐! 했더니
지가 날 이렇게 만들어 줘놓고서 뭐하는 거냐고 막 따지는데
정말 웃겼어요;
여러분들 거짓말 같죠?
인증샷 올립니다.]
지랄하네. 미친놈.
분명 사진은 뭐 직쏘같은 것이 나와서
‘구라지 십장생아’
이런 게 적혀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정말 똑같이 생긴 두 놈이 서로 손으로 'V'를 그리고 찍은 사진.
말 그대로 ‘인증샷’이었다.
댓글을 보기위해 스크롤을 내리는 순간.
‘픽’하고는 전기가 내려갔다. 정전이었다.
젠장할. 댓글 못 봤는데.
뭐 아무렴 어떠냐.
내 중추신경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자료였다.
나는 바로 경훈이에게 톡을 날렸다.
“조카고맙ㅋ 사이트 짱재미씀ㅋㅋ”
그날 이후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손발톱을 제대로 깎지 못하는 탓에 20개가 아닌 34개가 생겼다.
이래저래 예쁘게 모양이 안 나와서 엉뚱하게 깎다보니 손발톱이 널 부러져 버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굳이 완벽하게 예쁜 거 하나씩 안 먹여도 되잖아.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좀 더 조각을 내기위해 잘려진 것들을 더욱더 작게 조각내어보았다.
혹시나 효과가 미비할 수도 있으니 적당한 크기로 잘라냈다.
총 48개.
완벽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엄청난 사실에 좌절하고 말았다.
아차, 우리 집엔 쥐가 없잖아.
엄마가 줄곧
“에라이 쥐새끼야!”라고 농담을 하곤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더러운 손톱, 아니 손톱은 먹을 수 있어도 발톱은⋯⋯.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사람이었다. 바보 같은.
그렇게 아무 득도 없이 이틀이 지났다.
마음속에는 어쩌지하는 걱정만 늘어갔다.
경훈이는 시험기간이라 어쩔 수 없다고 미안하다며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나쁜 자식.
“야, 싸고 귀여운 쥐 없냐?”
아무 생각 없이 경훈이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 집 앞 문방구에서 햄스터 천원에 팔던데.”
이런 멍청한. 그래 햄스터가 있었어!
나는 속으로 엄청난 쾌재를 불렀다.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을까.
햄스터도 어련한 ‘쥐’인데.
역시 경훈이는 똑똑하다.
먼저 문방구로 향하기 전에 컴퓨터를 키고 그 사이트에 다시 들어갔다.
제대로 된 방법을 프린트하기 위함이었다.
조용히 비밀번호를 넣고 사이트에 들어갔다.
혹여나 누군가 볼까봐 문도 잠궜다. 애초 그럴 일은 없지만 말이다.
어라?
게시글을 뒤지고, 뒤지고 몇 번을 뒤졌지만 그 글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다른 글들은 있는데⋯⋯.”
확실히 내가 본 ‘도플갱어 만들기’가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걸.
무작정 해보는 거다.
나는 속으로 경훈이가 못 봤을 거란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결과물이 생기면 반드시 경훈이에게 먼저 자랑해야겠다.
당장에 달려가 햄스터 한 마리를 구입했다.
천원.
단돈 천원에 내 복사본을 만들 수 있다니. 엄청나!
나는 들떠있었다. 초등학교 때의 개구리 해부 이후로 이런 열정과 흥분은 처음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어항을 할머니에게 얻어 와서는 곧장 톱밥을 깔아서 햄스터를 키웠다.
엄마에겐 비밀로 했다.
걸렸다간 엄마 성격에 당장에 녀석을 버릴지도 모르니까.
나는 결과를 최대한으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하나씩 손발톱을 주었다.
녀석은 뭐가 그리 맛있는지 ‘찍찍’대며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넌 시험도 망쳐놓고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냐.”
“곧 알게 될 테니까 걱정 마셔.”
경훈이 녀석은 모를 거다. 내가 지금 엄청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다려라 친구야. 곧 완성하면 당장에 보여 줄 테니까.
그러기를
60일.
70일.
여름방학이 된 탓에 오히려 일이 수월해져 나날이 커가는 우리 ‘햄돌이’에게 애정을 더욱더 쏟았다.
“너도 내가 되면 건강해야하니까⋯⋯.”
돼지고기의 살점과 해바라기 씨, 아몬드 등, 내가 맛있어하는 모든 것을 ‘햄돌이’에게 먹였다. ‘햄돌이’라곤 하지만 사실 성별을 몰랐다.
아무렴 어때. 남자든 여자든 내가 되면 남자일 텐데.
80일.
90일.
드디어
99일.
내일이면 대망의
100일. 그러니까
손발톱도 100개.
“뭐야, 인면창인가⋯⋯?”
녀석의 옆구리에 인면창(사람 얼굴 모양의 부스럼)같은 것이 생겼다.
좋은 징조 일지도 몰라.
시험도 시키고,
심부름도 시키고,
돈도 벌어오라고 시켜야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될 ‘햄돌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많은 상상을 했다.
내 동생으로 삼을까. 아니야. 그럼 엄마가 놀랄 텐데.
혹시 거짓말이었으면 어떡하지.
그럴리 없어.
친구들에겐 쌍둥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편하게 놀거야.
그리고 녀석에게 많은 걸 시켜야지!
“학교 다녀왔습니다!”
나는 혹시나 ‘햄돌이’의 존재를 엄마에게 들켰을 까봐 후다닥 내 방으로 뛰어갔다.
원래 결과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성급해진다.
“어라?”
있어야할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할 ‘햄돌이’가 없었다.
그리고 플라스틱 어항은 이상하게 깨져있었다.
마치 ‘햄돌이’가 거대화를 겪어 부서진 것처럼 어항의 네 면이 모두 바닥에 붙어 널부러져 있었다.
마치 터진 것처럼 말이다.
엄마가 확실해.
오늘이면 100일로써 또 다른 내가 태어나는 날인데.
엄마가 그걸 방해하려 들다니. 다시 하려면 다시 3개월을 지나야 하는데, 그러긴 싫었다.
“엄마! 엄마 어딨어!”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까드득- 빠득- 까드드득-’
무슨 소리일까.
나는 온 신경을 귀에 쏟고서 근원지를 찾으려 애썼다.
어디일까.
설마 벌써 나로 변신했나?
‘빠드득- 와득-’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였다.
정말 ‘햄돌이’가 이미 나로 변했나?!
나는 살짝 열려있는 화장실문을 확 열어 젖혔다.
“엄마!”
엄마는 나를 살짝 훑어보고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머리를 먹고 있었다. 분명한 나의 머리.
못생긴 그 얼굴, 완벽한 나의 머리통.
‘까드득- 빠득- 와드득-’
뼈가 씹히는 소리.
아마 그 글의 댓글은 이거였겠지.
[햄스터는 쓰지 마세요. 자기들끼리 잡아먹으니까.]
내 진짜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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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은 일부러 익살스럽게 그렸습니다.
매번 진지함을 보여드렸지만 그냥 작은 선물로요!
12간지 괴담은 이렇게 시작입니다.
다음은
축(丑)의단편이 되겠습니다.